로즈는 무엇이든 머리에 그려보고 말이 안 되는 것들은 꼬치꼬치 따져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그런 욕구는 말썽을 피하려는 욕구보다 훨씬 강했다. 그래서 그녀는 위협을 마음에 새기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매질이 장엄할 수 있지? - P11

그녀는 아버지에 대해서나 플로에 대해서나 뭐든 더 아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나이에 이르러 있었다. 무엇을 알게 되건 당혹감을 느끼고 진저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 P14

저런 말을 내뱉는 사람과 아버지로서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은 비록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거기 없는 것으로 되어 있는 사람을 아는 척하는 것은 천박한 행동일 것이다.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 P16

로즈의 성정은 뾰족한 껍질에 싸인 파인애플처럼 자라났으나 그 변화는 느리고 은밀했다. 단단한 자존심과 회의주의가 서로 겹쳐지면서 로즈 자신에게조차 놀라운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P18

현재의 사람들을 과거에 끼워맞출 수가 없었다. - P23

로즈는 플로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했든, 자신이 무슨 말이나 행동을 했든,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 그 자체이며, 그것을 멈출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지경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로 멈출 수 없다. - P34

배신은 일상성의 이면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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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모든 상황이 바뀌면 한 사람을 꺾어버리거나 내팽개쳐버리는 힘들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 힘들로부터도, 또 그 어떤 실제적인 위해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 P95

"기도하는 법을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니까 또 되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을 감고 ‘하느님, 우릴 도와주세요. 스코티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한 게 다지만. 그러고 나니까 나머지는 쉬웠어. 그냥 술술 나오네. 당신도 기도하고 싶으면"이라고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 P101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들이 이 곤경 속에 함께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금까지는 그 곤경이 자신과 스코티에게만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 P102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제 그들은 서로의 가슴속까지도 느끼는 듯했다. 마치 걱정을 많이 하다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온몸이 투명해진 사람들처럼. - P105

얼마간이라도 말을 하거나 자기 근심을 나눠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잠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그녀는 이해했다. - P107

그녀는 자신과 같은 종류의 기다림이라는 상황에 처한 이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도 두려웠고, 그들도 두려웠다. 다들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 P110

그녀는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데는 막연하나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생각은 흑인 가족의 일로 이어졌다. 그녀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과 햄버거 포장지로 뒤덮여 있던 탁자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그녀를 바라보던 십대 여자애를 기억했다. "아이를 갖지 마." 병원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여자애에게 말했다. "정말이야, 갖지 마라." - P113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요." 그녀는 말했다. "이렇게 놔두고 갈 순 없어. 안 돼." 그녀는 자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걸 듣고는, 흘러나오는 말이라는 게 고작 TV 프로그램 같은 데 보면, 폭력이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넋이 빠진 사람들이 쓰는 그런 따위라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말을 원했다. "안 돼"라고 그녀는 말했고, 어떤 이유에선가 축 늘어지던 흑인 여자의 머리통이 떠올랐다. "안 돼." 그녀가 다시 말했다. - P118

"괜찮아, 괜찮아." 그녀가 상냥하게 말했다. "하워드, 없어. 스코티는 이제 없고, 우리는 앞으로 그런 삶에 익숙해져야만 해. 혼자 남는 삶에." - P119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소." 빵집 주인이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미안한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거요. 내 말을 잘 들어요. 나는 빵장수일 뿐이라오. 다른 뭐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소. 예전에, 그러니까 몇십 년 전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을지 몰라요.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일들이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어쨌든 내가 어땠건 이제는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거요. 지금은 그저 빵장수일 뿐이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일들의 변명이 될 순 없겠지요. 그러나 진심으로 미안하게 됐습니다. 자제분에게 일어난 일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한 일도 죄송합니다." 빵집 주인은 말했다. - P126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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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우리는 원하는 운명을 손에 넣으려 서두르다가 오히려 놓치기 일쑤니 말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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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뜻을 이해시키는 일에 지쳐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일이 기뻤다. - P78

그때 갑자기 결국 자신은 아이가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에게 들었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깨달은 그는 충격을 받았고, 잠시 그 비열함에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바보짓을 했지만, 이 여행은 그중에서도 가장 멍청한 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래전에 이미 자신의 애정을 거둬들이게 행동했던 그 아이를 만나고 싶은 욕망이 그에게는 없다는 점이었다. - P81

갑자기, 그리고 너무나 분명하게 자신에게 달려들던 그 순간의 아이 얼굴이 떠오르면서 쓰라림이 물결처럼 마이어스를 지나갔다. 그 아이는 마이어스의 청춘을 집어 삼켜버렸고, 그가 연애해서 결혼한 젊은 여인을 신경과민의 알코올중독자로 바꿔놓고는 번갈아가며 병도 주고 약도 줬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누군가를 만나려고 이 먼길을 나섰단 말인가. 마이어스는 자문했다. 그는 아이의 손, 자기 인생의 적인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싶지도 않았고 어깨를 토닥거리며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는 아이에게 엄마에 대해 묻고 싶지도 않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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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때문이든 운명 때문이든 간에 롤리타는 애너벨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 P25

그러나 나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아내를 선택했는데, 그게 본질적으로는 한심스러운 타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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