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시 펴서 읽으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내 맘 속에서만. 날이 풀리면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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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가다보면 참으로 기발한 이름의 시골닭집이 나온다. 허름한 집에 허름한 글씨로 입간판을 세워놓고는 상호 왈, ‘켄터키 촌닭집‘이다. 아- 어찌하여 시골닭, 토종닭의 상징성을 켄터키가 가져갔는가! 이 이름 속에 서린 오묘한 문화사적 의의를 후대사람들이 어찌 알고 이해할 것인가. - P17

지금 우리는 간판을 사용가치의 측면에서만 보고 말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화인류학적 유물들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문화상을 아주 정직하게 반영하는 이 시대의 얼굴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면밀하게 읽어내는 것은 답사의 중요한 배움이고 즐거움이다. - P17

영남의 정자들이 이처럼 계곡과 강변의 경승지를 찾아 세운 것이 많다는 사실은, 호남의 정자들이 삶의 근거지에서 멀지 않은 곳, 일종의 전원 생활 현장에 세운 것이 많다는 것과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놀이문화의 정자와 생활문화의 정자의 차이가 된다. 때문에 호남의 정자는 자연과 흔연히 일치하는 조화로움과 아늑함을 보여주는데, 영남의 정자는 자연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 P22

집이란 사람이 살고 있을 때만 살아 있다. 사람이 떠나면 집은 곧 죽는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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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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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실일까
1920년대 미국 금융시장의 전설적인 부부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 속의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의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서술하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읽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진실찾기 게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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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기이함은 기나긴 일련의 돌연변이를 통해 일어난다. 내 안에서도 세포들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그 세포들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바꾸어놓을지 궁금하다. - P428

자연은 내 기억보다 늘 덜 야하다. 취향이 나보다 훨씬 낫다. - P429

고통만큼 사적인 건 없다. 고통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 P432

A는 늘 그러듯 의구심을 깊이로, 망설임을 분석으로 오해한다. - P444

내가 하지 않은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할 때 그 생각의 내용은 정말이지 무엇일까? - P472

지금부터는 그 무엇도 기억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무시무시한 자유 - P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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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빵집에서 일할 때 손님 둘이 주고받는 유머러스하게 체념하는 듯한 대화를 엿들은 적이 있다. "더 나은 세상이 있지."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거긴 더 비싸." 그 말장난이 기억에 남은 것은, 그 말이 아버지의 유토피아적 비전과 너무도 극적으로 달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말이 바로 부의 다른 세상 같은 속성을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 P385

너무도 호화롭게 느껴진 것은 공적인 장소에서 이토록 사적으로 존재한다는 기이한 역설이었다.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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