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모든 실패에 진절머리가 난다. 주로 엄마로 사는 것에 그렇다. 내가 우리 아이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천 배도 넘게 이 아이들을 더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 사이에 있는 이 무서운 부모 자식 간의 격의 없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진짜 참된 관계는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이 관계는 양쪽 모두에게 일종의 의존상태가 된다. 엄마는 책임을 느낀다. 아이는 엄마에게 일종의 기대감을 느낀다. 벗어나고 싶다...………. - P105
시간이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 P106
청소부로 사는 데는 늘 양심의 가책이 따른다. 잊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늘 있다. 청소는 조금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데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된 일 중 하나다. - P109
일하지 않는데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늘 일을 하는데도 돈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체제가 잘못되었다). - P109
내 생각에 나들이는 미리 계획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즐거움을 너무 급작스럽게 느끼기보다는 나들이를 기다리는 설렘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 P110
나는 내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게 배울 필요가 있었다. - P112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스스로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내가 잘 지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한 사람은 알아서 살지만 강하지 못한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그것이 그렇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잘 살아간다. - P113
내가 아는 가장 재미있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 P116
누구든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생각한다. - P116
나는 피투성이 두 손으로/ 모든 편견을 할퀸다/울타리 옆에는 또 울타리//아무도 울타리를 없애는 일에 관심이 없다/울타리는 그곳에 있을 뿐/사람들은 더욱더 높이 만든다/울타리는 주위마다 있다//왜 아무도 바깥에서 오지 않는가?/왜 나는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가?/왜 이 모든 울타리가 있는가? - P118
사람들은 자신이 당하지 않은 일에는 쿨하다. 심지어 관대하기까지 하다. 황현산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내가 겪지 않았으니까,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외면할 수 있는 것이고, 분노도 느끼지 않는 것이겠지.죽음은 모든 걸 용서한다고 하지만,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도 때로는 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그녀, 수진이 당한 일에서는 전율을 느꼈다. 동호 엄마가 동호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같이 울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지도자가 개개인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무시무시함을, 그리고 그런 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삶이 무너져 내림을 보았다.어떻게 그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여자들‘은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물론 일하는 사람과 아픈 사람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힘이 있다는 것이……………. 무엇이든지 사라져가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롭다. - P82
어제 <칼스쿠가 티드닝>에 짧은 글을 하나 실었다. 복지 스웨덴에 대해서. 복지사회에서 사회복지대상자로 사는 동시에 세상의 굶주림을 생각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 P84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 P86
가난하다는 것은 가슴속에 항상 큰 응어리가 맺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담배를 피우거나 다른 식으로 낭비할 때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 - P93
선행은 사람을 참으로 후회하게 만든다. 이 사회에서는 자기만. 그리고 자기 것만 생각해야한다. - P97
이웃 사람들, 일가친척, 직장 동료로 이루어진 내 인간관계 안에 있는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든 그들은 어느 정도 변화 속에서 멈춘 듯하다. 그들은 학교에 다녔던 이래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실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는 믿지 않는다.) - P99
내 친구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스웨덴인들과 똑같이 살 권리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 - P99
나는 다른 사람과 말을 잘 하지 못하는데,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 무척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 안에서는 많은 사람과 논의한다. 그때는 대화가 술술 풀리지만 실제 말을 해야 할 때는 사고 회로가 결정적으로 멈춘다.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P30
모든 노동자는 딱하다. 늘 노동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 않는가. - P32
낯선 사람들 틈에서 혼자 다니니 참 재미있었다. 출근하는 스톡홀름 토박이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산책을 하다가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노동자들이 커피 한 잔으로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나는 구석 테이블에 앉아 그들과 함께 아침시간과 커피를 즐겼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나는 집에 있을 때 아침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침밥을 차린 다음 자전거를 타고 청소하러 가기 위해 서둘러 나가는 일이 얼마나 바쁘곤 했는지 생각했다. - P40
버트런드 러셀은 1917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가장 높은 계급부터 가장 낮은 계급까지 모든 인간은 경제적 투쟁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의 권리인 것을 얻거나 자신의 권리가 아닌 것을 유지하려는 투쟁이다. 현실 또는 우리의 바람에서는 물질적 소유물이 우리의 인생관을 지배하며 대개 모든 너그럽고 창조적인 충동은 제외한다. 소유하고 유지하려는 열렬한 욕망, 소유병은 전쟁의 극히 중요한 원인이자 모든 악의 근원이다. 정치세계를 괴롭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버트런드 러셀을 읽어라. 그러면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 P49
나는 계속 일기를 쓴다. 내 삶이 다른 누군가의 관심을 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면 삶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 P54
이번 주에는 핀란드 청년 한 명이 부당 해고를 당했다. 경영진은 사소한 규정 위반을 해고 사유로 제시했다. 내 생각에 경영진은 노동자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척만 할 뿐이지 사실 경기가 나쁘다는 점을 노동자들과 대화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모든 악재의 원인이라도 되는 듯 간부들은 노동자들을 제지한다. - P56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역할이자 가장 어려운 직업은 엄마로 사는 일 같다. 일종의 책임이 생기고 날마다 무능력을 실감한다. 모성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적어도 몇 분 정도는 그럴 것이다. - P59
내 시간에 맞추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직업의 장점이다. - P61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이 점점 버거워진다. 생각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이 가장무도회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일까?" 알기 어려울뿐더러 절대로 알아내지도 못할 것이다. 비겁하게 도망쳐서 나만의 세계에 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가게 두는 편이 가장 편안하다. 허송세월과 버거움, 슬픔. 나는 늘 피곤하다. 아이들이 생활의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할 준비가 좀더 되어 있었다면 나는 요양원에 갈 수 있었을 텐데. 농담이 아니다. 참 좋았을 것이다. - P62
취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 P79
공부했다는 이유로 좋은 자리를 꿰찬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 P79
글쓰기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간절히 쓰는 사람만큼은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한 명 한 명의 구원이 더해질 때 세상도 조금씩 움직인다는 사실을, - P5
청소노동자였으며 이혼 후 5남매를 혼자 양육한 여성인 작가의 사유의 깊이와 문장은 일상을 유지하는 ‘집안일‘로부터 면제된‘남성‘ 작가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수월성을 보여준다. - P6
감히 누가 그의 글을 연민으로 읽을 수 있을까. 글에서 마이아 에켈뢰브는 묻는다. "어떻게 ‘여자들‘은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나는 읽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그는 항상 따스하면서도 날카롭게 세계를 염려할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 P7
이 세상은 지옥일 뿐이고 그 안에서 인간은 한편으로는 고통받는 영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악마다. -쇼펜하우어- - P9
출근할 때 나는 다섯 아이 모두 겨울옷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한 손에 펜을 쥔 채 앉아 있지만 종이에는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한국에 가 있다. 한 철이 지나면 그곳에는 얼마나 많은 재킷이 필요할까? 마침내 나는 재빨리 "바지 한 벌과 재킷 한 벌"이라고 적는다.나는 온통 한국 생각뿐이다. - P14
나는 한 가지를 아주 깊이 생각했다....... 인간의 인내를.다른 종류의 ‘자극‘ 없이 인간은 매우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그러한데, 그 이유는 이웃들 사이에서 큰 불평이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등등....... 작은 집들에서 아내들은 작은 인형의 집에서처럼 살아간다. 저들 각자는 가장 좋은 커피잔들과 가장 흰 침대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한 진짜 남편의 표정을 반드시 보여준다. 저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들 인형의 집에서 놀 수 있을 것인가? - P18
만일 사람마다 삶을 살아갈 힘이 있어야 한다면 자기를 위해 길을 밝혀줄 불빛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내 빛은 오랫동안 작가 하리 마틴손이었다. 마틴손은 굴욕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굴욕을 이겨낼 것이다…………. 마틴손은 저 밖에 서서 부자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러므로 나 역시 밖에서 그 일을 해낼 것이다. 마틴손은 무기력해지지 않고 가장 비천한 일들을 해냈다. 따라서 나 역시 청소용 양동이에 익사하지 않고 내가 맡은 청소부 일을 해낼 것이다. - P18
만일 인간이 이상해지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이상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권력욕으로 가득하여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다란 차이는 늘 존재할 것이다. -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