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대로 나이를 먹었고, 시간은 정해진 만큼의 몫을 받아간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것이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강이 먼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말하자면 자연 광경의 일부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44
참으로 끔찍했던 결혼생활이었지만 페너는 약속을 지켰다. 좋을 때만 지키는 것은 약속이 아니므로. - P19
현대인에게 맹세란 선서처럼 하나마나 한 요식행위이다. 그러나 페너는 현대인이 아니다. 바로 이 ‘그러나‘ 라는 말에 하나의 세계가 들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페너의 약속은 진지하고 심각한 것이었다. 그는 평생 약속을 붙들고 살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페너는 자신이 한 약속의 포로였다. - P24
인간의 마음 속에는 진정한 공백 같은 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은 진공을 포용할 만큼 강하지 않고, 또 한결같지도 않다. - P37
나에게 있어 혹은 다른 누구에게 있어서도 아마 그렇겠지만ㅡ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험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처음으로 맛보는 감정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타인과 얼마간이나마 차이가 있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아란 것을 형성하게 되고, 자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 P40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인 것이다. - P40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자신이기 때문이다. - P27
주인공 루드비크는 대학시절 좋아하던 여자친구애게 보낸 엽서에 쓴 장난스런 농담으로 운명이 바뀌고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제마네크애게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그것도 실패하고 만다. 그러면서 자신이 유린된 세계에서 살아왔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