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붉고, 제비꽃은 푸르고, 나는 나다‘ - P12

그것도 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 P37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전언에 맹희도 동의했다. 혼자를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 것. 적극적으로 혼자 됨을 실천할 것. 연애는 옵션이거나 그조차도 못 되므로 질척거리지 말고 단독자로서 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 - P47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십일까. 둘 다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 P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백 가지 일들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 P302

눈이 보지 못하는 것을 가슴은 느낄 수 있다. - P311

이따금 나는 세상이 나와 같은 일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잊는다. 모든것이 죽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 혹은 죽어가더라도 해가 조금 비치고 일상적인 격려만 해주면 다시 살아날 거라는 것. 이따금 나는 생각한다. 난 이 나무보다 나이가 많고, 이 벤치보다 나이가 많고, 비보다 나이가 많다. 그렇긴 하지만. 난 비보다 나이가 많지는 않다. 비는 오랜 세월 동안 내렸고 내가 간 뒤에도 계속 내릴 것이다. - P336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있었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한 때도 있었다. 최소한 삶을 꾸리기는 했다. 어떤 종류의 삶? 그냥 삶.
나는 살았다. 쉽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절대로 견딜 수 없는것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P340

살아 있는 방법은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죽어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 P349

죽음은 분주했다. 돌볼 사람이 너무 많았다. 죽음이 내가 거짓말로 주의를 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지갑 속에 있던 색인카드를 꺼내 옷핀으로 재킷에 꽂았다. - P350

수백 가지 일들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편지를 받은 때부터 누가 됐든 그것을 보낸 사람을 만나러 갈 때까지 그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다. - P351

그렇다고 내 삶이 거의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관해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그 변화 능력이다. 어느 날 우리는 사람이었는데 다음날 그들은 우리가 개라고 한다.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지만, 한참 지나면 그것을 상실로 여기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심지어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깨닫는 때도 있다.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들이 아무리 적어도 우리는, 달리 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인간으로 살기‘
라고 칭하는 노력을 여간해서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 P3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신이 쓰던 물건뿐이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세상의 온갖 것들을 모으는 것 같다. 죽고 나면 내 물건들의 총합이 나를 실제보다 더 큰 인생을 산 사람으로 보여주기를 바라면서. - P254

내가 살려고 지어낸 것이 진실이다. - P256

엄마를 다시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찾는 일은 그로써 끝이 났다.
내가 무슨 일을 하건, 혹은 어떤 사람을 찾아내건, 나는-그는-
우리 중 누구도- 엄마가 간직한 아빠의 기억을 이겨낼 수 없다는것을 마침내 이해했다. 엄마를 슬프게 하면서도 위안을 주는 그 기억으로 엄마는 세상을 만들어냈고, 다른 사람은 불가능해도 엄마는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았다. - P2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똑같은 두려움과 무기력을 겪는 다른 난민들이 있다는 사실도 리트비노프에게는 위안이 되지 못했는데,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들 속에서 슬퍼하기를 원하는 사람과 홀로 슬퍼하기를 원하는 사람. 리트비노프는 혼자가 더 나았다. - P238

"무슨 글을 써요?" 리트비노프는 거짓말이란 일단 하고 나면 한 번이든 두 번이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별생각없이 말했다. "시를 써요." - P238

그는 진실을 견디며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법. 그것은 코끼리와 함께 사는 것과 같았다. 그의 방은 비좁아서 아침마다 욕실에 가려면 진실 주위를 비집고 돌아가야 했다. 속옷을 한 벌 꺼내러 옷장에 가려면 진실 아래로 기어가면서 그것이 바로 그 순간 얼굴 위에 주저앉지 않기를 기도해야 했다. 밤에 눈을 감으면 진실이 그의 위로 덮칠 듯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P239

이런 젠장, 그는 생각했다. 넌 도대체 머리라는 게 있는 거야? 그런 여자에게 네가 줄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어, 바보같이 굴지 마, 넌 지금껏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고, 부서진 조각들도 모두 잃어버려서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어. 그걸 영원히 숨길 순 없을 거야, 머지않아 그녀가 진실을 알아차릴 테니까, 너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널 톡톡 두드려보기만 해도 네 안이 텅 빈 것을 알게 될 거야. - P242

우리의 삶이 무심코 교차할 수도 있는 온갖 방식을 - 기차 안에서나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되는 상황을 - 헤아려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내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앨마가 죽고 이 년 뒤 모디카이도 죽었을 때,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 P249

그러다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아버지가 된단는 건 그런 것일 테지-아이가 나 없이도 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그렇다면, 나보다 더 훌륭한 아버지는 없었다. -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에게 있어서 고통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 P404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 P406

혼자 벽돌을 굽는 동안 그녀는 점점 더 고독해졌으며 고독해질수록 벽돌은 더욱 훌륭해졌다. 공장 뒤편의 너른 벌판은 점점 더 많은 벽돌들로 채워져갔다. - P407

난 세상이 둥근지 미처 몰랐어.
바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모두가 둥글어.
벽돌은 네모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걸로 둥근 집을 지으면 결국은 둥근 거지. 네모난 집을 지을 수도 있잖아.
그래. 하지만 네모난 집이 모이면 둥근 마을이 되잖아.
그렇군.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아주 먼데. - P420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 P4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