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정해놓은 길을 벗어나면 곧바로 손가락질과 비난이 쏟아지는 차가운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 첫 작품 옥상 상담소에서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말자는 온기를 건넸던 저자가 이번에는 한 가족의 어두운 자리를 깊숙이 파고들어 보여준다. 정해진 정답만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남들과 다른 방향과 속도로 걸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숨겨진 사연들이 첫 장부터 안타깝게 다가왔다.소설 중반부에서 마주한 가족의 비밀과 비극은 읽는 내내 가슴을 아팠다. 아비 모를 자식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숨조차 쉬지 못할 비난을 피해 어둠 속에서 아이를 지우려 했던 할머니의 공포와 벼랑 끝으로 내몰려야 했던 딸의 처절한 운명은 결코 흘러간 옛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업둥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가혹한 박탈감과 세상의 낙인은 한 사람이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투쟁인지를 보여주었다. 그 다름을 견뎌내지 못해 서로를 할퀴고 누군가에게 평생을 안고 갈 아픔을 남기고 마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이다.하지만 소설은 캄캄한 절망의 늪에 머물지 않고 가장 불리한 출발선에서 시작했음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뎌낸 인물들의 생명력도 보여준다. 살아보니 인생에는 맞는 답도 틀린 답도 없으며 단지 각자가 살아내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노란 페인트를 칠하고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며 마침내 재회에 이르는 인물들의 모습은 생명의 온기를 보여준다.거꾸로 걷는 사람들은 세상의 잣대에 휘둘려 스스로를 탓하며 숨죽여온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기록이다. 남들과 거꾸로 걷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걸음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음을 응원한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길을 잃었거나 가슴속에 말 못 할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줄 소설 이다.#거꾸로걷는사람들 #구름작가 #박란 #바른북스 #소설추천
평소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을 접할 때면 그저 먼 미래의 화려한 볼거리나 기발한 상상력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상명대학교 김치훈 교수의 SF와 사회를 읽으며 그동안 내가 가졌던 안일한 시선이 완전히 뒤흔들리는 지적 충격을 받았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그동안 인상 깊게 보았던 수많은 SF영화들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게임 개발과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서 쌓은 이력답게 책은 스크린 속 환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날카로운 단면을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SF는 단순히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는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첫 장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책에서 제시하는 여덟 개의 렌즈를 따라가는 동안 과거 극장에서 보았던 여러 영화 속 장면들이 현실과 겹쳐지며 큰 충격을 주었다. 기후 재난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탈출하거나 인구절벽과 고령화 속에서 로봇을 가족으로 맞이하던 암울한 스크린 속 디스토피아는 이미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다룬 대목에서는 생성형 기술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 도사린 인간 소외와 윤리적 책임의 문제를 보게 되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범람하는 세상 속 영화적 경고들이 결코 상상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고유한 존엄과 실재를 위협하는 현실의 질문으로 다가와 깊은 전율과 함께 긴장감을 안겨주었다.거대 자본이 설계한 세계와 우주 시대의 윤리를 다룬 장에서도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수많은 우주 영화와 디스토피아 영화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계층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국가마저 집어삼키는 초거대 기업의 지배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통찰은 영화 속 재난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 설득력이 있었다. 유토피아는 결코 첨단 기술 그 자체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제하고 다루는 인간의 성숙한 성찰과 공동체적 연대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진리를 배웠다. 영화 속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학이라는 강력한 엔진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기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되돌아보았다.SF와 사회는 미래라는 이름의 스크린을 통해 지금 당장 우리가 풀어야 할 현재의 과제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영화를 그저 팝콘을 먹으며 즐기던 오락거리로 소비하던 나에게 상상력이라는 렌즈로 시대를 조망하며 기술의 질주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미디어와 첨단 기술의 파도 앞에서도 수동적인 소비자로 머물지 않고 인간의 온기와 비판적인 사유를 잃지 않는 단단한 주체로 살아가야겠다.#SF와사회 #김치훈 #미래를읽는8개의렌즈 #SF영화 #도서리뷰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남이 짜놓은 각본대로 끌려가듯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깊은 회의가 밀려오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신간 텃밭과 정원을 읽게 되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같은 저서들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통념을 깨부수고 주체적인 시선을 일깨워준 저자이기에 이번 책 역시 기대가 되었다. 책은 단순히 추상적인 철학 담론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내 삶의 당당한 설계자로 도약할 것인가를 질문해 왔다.2부에서 마주한 텃밭과 정원의 비유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동안 텃밭과 정원을 단순히 일상의 소소한 공간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던 나에게 저자의 통찰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당장의 먹거리를 거두는 생존과 기능적 적응의 영역이다. 반면에 정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높은 시선에서 공간 전체의 질서를 구상하고 기하학적인 조화를 설계하는 입법자의 태도였다. 내가 그동안 눈앞의 문제를 수습하기에 급급한 텃밭의 기록자로 살았는지 아니면 내 삶의 전체 청사진을 그리는 정원의 설계자로 살아왔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저자는 사물의 노예에서 구조의 주인으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추상의 사다리를 올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왜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평가에서 벗어나 실존적 주체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공자의 인이나 노자의 도처럼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위대한 사유의 도약 역시 결국 높은 곳에서 세상을 조망하는 추상의 높이에서 비롯되었다. 감상적인 위로나 얄팍한 조언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세계의 문법을 만들어 나가야 번아웃 없이 온전한 존엄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텃밭과 정원은 남이 써준 각본에 갇혀 끌려다니던 나에게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도록 조언했다. 이제는 낮은 지표면의 익숙한 안전지대에 머물지 않고 사유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나만의 길을 걸어나갈 용기를 얻었다. 매일 주어지는 고단한 일상을 텃밭의 차원에서 소비해 버리지 않고 내 삶의 고유한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매 순간 시선의 높이를 끌어올릴 것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짓눌려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진정한 자기 삶의 설계자로 다시 일어서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텃밭과정원 #최진석 #퍼블리온 #서평단
평소 시라고 하면 난해한 은유와 어려운 상징으로 가득 차 있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장르라고만 여겨왔다. 책을 집어 들어도 소설이나 실용서만 주로 읽던 나에게 박소미 시인의 베르테르 연인은 쉽게 와닿는 시집이었다. 십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온 저자의 이력답게 시집에 담긴 언어들은 복잡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맑고 투명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해 빗소리 들리는 창가에서 시를 띄운다는 시인의 고백은 시를 자주 읽지 않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의 메마른 마음에도 잔잔한 감 동을 일으키며 스며들었다.1부와 2부에서 마주한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의 순간들은 어렵게 꼬아놓지 않아 오히려 더 깊게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베르테르 연인에서 어둔 암막 안에 붉은 수수꽃처럼 우수수 환해진다는 구절이나 야생화에서 눈이 부시도록 사라지지 않는 그림 한 점이 희망이 된다는 노래는 구절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 도장 파기나 아까시나무 같은 아련한 옛 시절의 기억 곁에 팝업스토어나 코인 노래방 그리고 분모를 통분하다 같은 친숙한 요즘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시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겪는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대목이었다.이어지는 3부와 4부에서는 식탁 위의 친숙한 풍경과 삶을 향한 따뜻한 사색이 펼쳐지며 시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파스타가 있는 집에서 달콤한 케이크를 맛보고 대파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갓 지은 밥 위에서 밥꽃을 발견하는 시인의 시선에서 감탄하며 감상했다. 멀리 있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밥상 위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솜씨가 따스했다. 4부에서 인생네컷 사진 속 청춘의 순간을 지나 마주한 겨울 까치 속에서 새는 너무 가벼워서 빛 속으로 날아갔다는 마지막 문장을 만났을 때는 감동이 밀려왔다. 삶의 무거운 짐을 비워내고 스스로 가벼워진 영혼만이 온전한 빛을 향해 갈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았다. 베르테르 연인은 시를 멀리하던 나에게 시가 지닌 다정한 힘과 온기를 일깨워준 책이다. 어려운 미사여구나 난해한 수사로 독자를 주눅 들게 만드는 대신 가장 쉬운 일상의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사랑의 아픔을 지나온 사람은 물론이고 일상에 지쳐 마음의 쉼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시는 어렵고 낯설다는 편견을 깨고 구절 사이마다 정성스럽게 피워낸 따뜻한 감동을 받을 수 있어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베르테르연인 #박소미 #바른북스 #시집추천 #서평
엔비디아가 이끄는 인공지능 열풍 속에서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늘 궁금했다. 끝없이 치솟는 주가를 보며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주도주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국내 1세대 테크 펀드매니저이자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로서 자산운용사를 이끌어온 저자의 글이라서 기술의 복잡한 용어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한눈에 바라보는 통찰이 남달랐다. 단순히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투자서가 아니라 독점과 과점 그리고 병목이라는 세 가지 핵심 잣대로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의 작동 원리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패권 전쟁을 객관적으로 짚어준 점이 인상적이었다.2부에 담긴 반도체 밸류체인과 투자 정보들이 유익했다.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을 둘러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도권 싸움은 물론이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실질적인 수혜 분야까지 정리되어 있었다. 그동안 뉴스에서 단편적으로만 접했던 유리기판이나 액체냉각 같은 첨단 공정 기술들이 왜 차세대 투자처로 떠오르는지 기술적 병목 현상의 맥락과 함께 설명해 줘서 이해하기 쉬웠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테마주를 좇는 위험한 투자가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 병목을 해결하는 핵심 밸류체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투자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엔비디아의 독주에 맞서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든 빅테크 기업들의 내재화 전쟁과 온디바이스 인공지능의 확장을 다룬 분석도 시야를 크게 넓혀주었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거대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문형 반도체로 전환하는 과정은 향후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꿀 거대한 변화로 다가왔다. 스마트폰과 가전 그리고 모빌리티로 인공지능 기술이 침투할수록 결국 저전력과 고효율을 동시에 구현하는 NPU 하드웨어가 승리할 것이라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화려한 전망에 현혹되지 않고 빅테크 투자 불변의 원칙을 바탕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면에 숨은 진짜 수혜 기업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준다.넥스트 엔비디아 투자의 미래는 급변하는 인공지능 혁명의 파도 속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준다. 단순한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산업의 본질과 독점 과점 병목의 패러다임 변화를 꿰뚫어 보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책에서 얻은 밸류체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을 바탕으로 반도체 주도주 시대에 기회를 잡는 투자 원칙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넥스트엔비디아투자의미래#노티스출판사 #주식투자책추천 #재테크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