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시라고 하면 난해한 은유와 어려운 상징으로 가득 차 있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장르라고만 여겨왔다. 책을 집어 들어도 소설이나 실용서만 주로 읽던 나에게 박소미 시인의 베르테르 연인은 쉽게 와닿는 시집이었다. 십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온 저자의 이력답게 시집에 담긴 언어들은 복잡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맑고 투명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해 빗소리 들리는 창가에서 시를 띄운다는 시인의 고백은 시를 자주 읽지 않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의 메마른 마음에도 잔잔한 감 동을 일으키며 스며들었다.1부와 2부에서 마주한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의 순간들은 어렵게 꼬아놓지 않아 오히려 더 깊게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베르테르 연인에서 어둔 암막 안에 붉은 수수꽃처럼 우수수 환해진다는 구절이나 야생화에서 눈이 부시도록 사라지지 않는 그림 한 점이 희망이 된다는 노래는 구절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 도장 파기나 아까시나무 같은 아련한 옛 시절의 기억 곁에 팝업스토어나 코인 노래방 그리고 분모를 통분하다 같은 친숙한 요즘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시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겪는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대목이었다.이어지는 3부와 4부에서는 식탁 위의 친숙한 풍경과 삶을 향한 따뜻한 사색이 펼쳐지며 시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파스타가 있는 집에서 달콤한 케이크를 맛보고 대파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갓 지은 밥 위에서 밥꽃을 발견하는 시인의 시선에서 감탄하며 감상했다. 멀리 있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밥상 위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솜씨가 따스했다. 4부에서 인생네컷 사진 속 청춘의 순간을 지나 마주한 겨울 까치 속에서 새는 너무 가벼워서 빛 속으로 날아갔다는 마지막 문장을 만났을 때는 감동이 밀려왔다. 삶의 무거운 짐을 비워내고 스스로 가벼워진 영혼만이 온전한 빛을 향해 갈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았다. 베르테르 연인은 시를 멀리하던 나에게 시가 지닌 다정한 힘과 온기를 일깨워준 책이다. 어려운 미사여구나 난해한 수사로 독자를 주눅 들게 만드는 대신 가장 쉬운 일상의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사랑의 아픔을 지나온 사람은 물론이고 일상에 지쳐 마음의 쉼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시는 어렵고 낯설다는 편견을 깨고 구절 사이마다 정성스럽게 피워낸 따뜻한 감동을 받을 수 있어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베르테르연인 #박소미 #바른북스 #시집추천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