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 책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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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평단을 시작하면서 내 일상은 책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의무감으로 시작했던 독서가 어느새 내 하루의 중심이 되었고 조금 더 체계적이고 공격적으로 책을 읽고 싶다는 열망이 차오르던 중에 고명환 작가의 독서의 기술이라는 책을 마주했다. 독서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이라는 문장은 그동안 내가 막연하게 느끼던 독서의 필요성을 정의해 주었다. 개그맨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고명환 작가는 과거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이틀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병실에서 책을 읽으며 기적처럼 살아난 독특하고 눈물겨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를 구원한 것이 책이었고 이후 수천 권의 책을 읽으며 성공한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그의 삶은 책의 메시지에 강력한 설득력을 더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제시하는 독서 전략과 목표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나처럼 서평단 활동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자 공격적인 독서를 실천하는 사람에게 10쪽 독서법은 그야말로 신선한 해답이었다. 매일 한 권의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야 한다는 무거운 압박감에서 벗어나 하루에 여러 권의 책을 딱 10쪽씩만 나누어 읽는 방식은 독서의 지루함을 없애고 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다양한 책을 동시에 펼쳐두고 읽는 병렬독서 과정에서 생기는 낯선 생각들의 충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에너지가 되었고 매일 책을 펼치는 일 자체를 훨씬 가볍고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독서근력노트라는 구체적인 실행 코너에 있었다. 단순히 눈으로 활자를 읽고 금방 잊어버리는 수동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내 생각과 실천 방안을 직접 기록해보게 돕는 이 코너는 독서의 효과를 극대화해 주었다. 책 속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내 일상과 삶에 어떻게 바로 적용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내 독서 근력을 키우는 순간이었다. 내 독서력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는 작가의 조언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책을 읽는 실전적인 기술을 넘어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용기를 선물했다. 앞으로도 나는 저자의 조언처럼 매일 아침 책을 펼치고 독서근력노트를 채워가며 나만의 거대한 지식의 영토를 일구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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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 국경을 넘나든 음식으로 보는 한중일 세계사 ㅣ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남원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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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이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흥미가 마구 생겼다. 평소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인류의 발자취가 담긴 세계사에도 관심이 많던 나에게 이 책은 표지만 봐도 기대가 되었다. 표지에 그려진 돈가스와 라면 그리고 만두의 그림을 보며 우리가 무심히 삼키는 한 입 속에 어떤 거대한 역사가 숨겨져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연세대학교에서 동양사를 전공하고 언론사 기자로 일했던 저자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이력답게 책은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동아시아의 복잡한 현대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책의 여러 장 중에서 유독 나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바로 라면에 관한 이야기였다. 거의 매주 주말마다 삼양라면을 끓여 먹을 정도로 라면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매번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습관처럼 먹던 삼양라면이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읽을 때는 신기했다. 전쟁 이후 배고프던 시절에 배를 채우기 위해 눈물겹게 밀가루를 들여와 라면을 만들게 된 역사와 일본의 기술 원조에 얽힌 비화들은 평소 마시던 라면 국물의 맛을 완전히 다르게 느끼게 만들었다. 한 그릇의 라면 속에 전후 복구 시기의 아픔과 동아시아의 관계망이 이토록 촘촘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 하나 내 마음에 든 부분은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만두에 관한 장이었다. 평소 아내와 출출할 때마다 냉동 만두를 구워 먹거나 동네 만두 가게에서 따뜻한 만두를 사다 먹곤 했다. 저자는 만두의 역사적 기원인 제사상에 올린 야만인의 머리 이야기부터 제갈량의 일화까지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삼국지 속 제갈량이 거친 강물을 달래기 위해 사람의 머리 대신 밀가루 반죽에 고기를 채워 던졌다는 만두의 유래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이제 집에서 아내와 함께 노릇하게 구운 만두를 식탁에 올려두고 먹을 때마다 만두 피 속에 담긴 머나먼 대륙의 역사와 제갈량의 지혜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만 같다.

저자는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어야 진정으로 맛있게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익숙한 일상의 음식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한 세계사의 현장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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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
박상중 지음 / 좋은땅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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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중 시인의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라는 시집은 제목부터 지치고 고단한 하루를 보낸 나에게 괜찮다고 말을 건네는 듯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 내 무거운 어깨와 책임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가벼운 발걸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작가의 소개 글처럼 늘 밖으로만 향했던 소란스러운 마음을 안으로 들여놓으며 내면에서 건져 올린 날 것의 언어들이 담긴 이 시집은 무심히 지나쳤던 소소한 사연들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커다란 감동을 주는지 일깨워준다.

이 시집의 여러 시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은 프로포즈라는 시였다. 흔히 프로포즈라고 하면 화려하고 거창한 약속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시가 전하는 느낌은 참으로 소박하면서도 깊고 정직했다. 힘든 세상 속에서 진짜 소중한 고백은 결국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건네는 평범한 약속이라는 사실이 뭉클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아내에게 편안하고 든든한 짝이자 다정한 벗이 되어주고 싶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또 하나 내 마음에 깊숙이 들어온 작품은 ‘내 글의 수명’이라는 시였다. 생각을 적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내놓은 투박한 문장들이 과연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작가의 고백에 공감했다. 단순히 종이 위에 활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쓸쓸한 마음에 따뜻한 온기로 오래 기억되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글의 수명일 것이다. 내 감정과 기록들이 혹시나 금방 떨어지는 낙엽 같은 것은 아닐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오늘 내가 적는 짧은 생각 한 줄에도 조금 더 진실된 마음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괜찮아’ 고 가장 많이 삼킨 말은 ‘사실은‘ 이라는 본문 구절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외로운 밤에 홀로 꺼내 읽으면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는 든든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시인의 문장들이 메말랐던 내 마음의 한기를 온기로 채워주는 시간이었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
@jisikinn.book 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나도가끔은너로살고싶다 #박상중시인 #시집추천 #좋은땅출판사 #책추천 #서평단 #시인 #시 @jisikin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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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을 벤 물결 - 카르마, 고통의 대물림을 멈추다
유영식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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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요동치는 푸른 파도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유영식 작가의 장편소설 칼날을 벤 물결은 우리 삶에서 반복되는 고통과 상처의 대물림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지만 멈출 수는 있다는 책의 메시지는 매일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 소설이 전하는 깊은 지혜는 저자가 걸어온 독특한 삶의 이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책을 집필한 유영식 작가는 사람의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며 위로의 에세이를 써온 섬세한 작가이면서 동시에 현재 전자제어펌프 전문기업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치열하고 냉정한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매일 땀 흘리며 일하는 동시에 인간 영혼의 상처와 내면의 평화를 이토록 고요하게 그려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기계를 다루며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그의 본업처럼 소설 속에서도 인생의 거친 물결과 고통의 흐름을 자각하고 조절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신뢰감이 생겼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비극적인 업의 고리가 이어지는 과정과 그것을 자각하고 내려놓으며 마침내 멈추는 과정을 주인공 도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도윤이 겪는 삶의 굴곡과 상처는 칼날처럼 날카롭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요히 수용하는 물결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물은 절벽을 만나야 폭포가 되며 절벽이 두려워 나아가지 못하면 결국 고여서 썩게 된다는 구절이 감동적이었다. 고통을 외면하거나 도망치려 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무디게 만드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삶을 진정으로 회복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 스스로 고통의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잃고 허우적거리는 모든 이들에게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칼날을벤물결 #유영식작가 #미다스북스 #서평단 #책추천 #소설추천 @mida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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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오현일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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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일 작가의 장편소설 아재는 1980년대 해남의 작은 정착지를 배경으로 상처 가득한 열두 살 소년 수동이와 삶의 끝자락에서 정착지를 찾아온 한 남자의 우정을 담고 있다. 떠나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던 외로운 소년과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남자가 흙먼지 날리는 황량한 마을에서 만나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과정은 아름답다.

이 소설이 지닌 진정성은 저자가 걸어온 이력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을 집필한 오현일 작가는 글을 쓰는 소설가이자 나무를 다듬는 목수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해남에서 태어나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개인 블로그 문학하는 목수를 통해 묵묵히 글을 써온 그의 삶은 책 속 문장들과 닮아 있다. 거친 나무를 깎아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목수의 정직한 손으로 다듬어낸 문장들은 깊은 감동을 준다. 작가가 열두 살 어린 시절에 처음 구상했던 이야기를 오랜 세월 마음속에 품어두었다가 마침내 소설로 완성했다는 고백은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눈앞에 1980년대 해남의 쓸쓸한 풍경과 두 사람의 다정한 순간들이 영화의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졌다. 수동이가 품은 깊은 외로움과 아재가 겪는 슬픔 그리고 흙먼지 속에서도 하루를 살아내는 정착지 사람들의 모습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상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이야기는 스크린을 통해 영화로 만들어져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부는 시골 마을의 풍경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인간애가 영상으로 표현된다면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이 책은 나에게 타인의 슬픔을 함부로 짐작하지 않고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깊은 응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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