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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 국경을 넘나든 음식으로 보는 한중일 세계사 ㅣ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남원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6월
평점 :
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이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흥미가 마구 생겼다. 평소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인류의 발자취가 담긴 세계사에도 관심이 많던 나에게 이 책은 표지만 봐도 기대가 되었다. 표지에 그려진 돈가스와 라면 그리고 만두의 그림을 보며 우리가 무심히 삼키는 한 입 속에 어떤 거대한 역사가 숨겨져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연세대학교에서 동양사를 전공하고 언론사 기자로 일했던 저자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이력답게 책은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동아시아의 복잡한 현대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책의 여러 장 중에서 유독 나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바로 라면에 관한 이야기였다. 거의 매주 주말마다 삼양라면을 끓여 먹을 정도로 라면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매번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습관처럼 먹던 삼양라면이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읽을 때는 신기했다. 전쟁 이후 배고프던 시절에 배를 채우기 위해 눈물겹게 밀가루를 들여와 라면을 만들게 된 역사와 일본의 기술 원조에 얽힌 비화들은 평소 마시던 라면 국물의 맛을 완전히 다르게 느끼게 만들었다. 한 그릇의 라면 속에 전후 복구 시기의 아픔과 동아시아의 관계망이 이토록 촘촘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 하나 내 마음에 든 부분은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만두에 관한 장이었다. 평소 아내와 출출할 때마다 냉동 만두를 구워 먹거나 동네 만두 가게에서 따뜻한 만두를 사다 먹곤 했다. 저자는 만두의 역사적 기원인 제사상에 올린 야만인의 머리 이야기부터 제갈량의 일화까지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삼국지 속 제갈량이 거친 강물을 달래기 위해 사람의 머리 대신 밀가루 반죽에 고기를 채워 던졌다는 만두의 유래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이제 집에서 아내와 함께 노릇하게 구운 만두를 식탁에 올려두고 먹을 때마다 만두 피 속에 담긴 머나먼 대륙의 역사와 제갈량의 지혜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만 같다.
저자는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어야 진정으로 맛있게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익숙한 일상의 음식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한 세계사의 현장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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