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끼니마다 한식을 가장 자주 먹으면서도 정작 파스타나 피자 같은 서양 음식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만 깊이 파고들었던 반면 매일 마주하는 우리 밥상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왜 우리는 유독 밥과 국과 찬이라는 독특한 골격으로 한 끼를 완성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묻고 한반도라는 척박한 생존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파헤치는 저자의 시선이 첫 장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늘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겼던 밥상 이면에 우리 민족의 눈물겨운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부분이 매우 신선했다.이번 연휴 기간 동안 제주도와 경주를 여행하며 식당에 들를 때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과 국과 반찬을 맛있게 먹었다. 그동안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무심코 넘겼던 그 상차림이 책을 읽고 나니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척박한 한반도 땅에서 거친 곡물의 퍽퍽함을 넘기기 위해 국물이 필수였고 혹독한 겨울과 보릿고개를 버텨내기 위해 나물과 해조류와 콩과 김치를 총동원했던 선조들의 질긴 생존 투쟁이 그 상차림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매주 토요일 퇴근길에 가볍게 사 먹던 김밥이나 이번 경주 여행에서 든든하게 비워냈던 국밥 역시 밥상의 요소들이 한 그릇으로 압축된 지혜로운 결합 방식이었다는 설명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책은 밥상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안을 채우는 속맛의 감각까지 세밀하게 짚어주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쌈 문화가 단순히 채소에 밥을 싸 먹는 행동을 넘어 입안에서 즉석으로 맛의 조화를 완성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조립 방식이라는 설명은 무척 흥미로웠다. 소금과 장으로 맞추는 간의 원리와 한국인이 유독 집착하는 감칠맛의 뿌리 그리고 펄펄 끓는 뜨거움과 얼음 같은 차가움을 넘나드는 온도의 역학까지 명쾌하게 풀어낸 대목도 인상 깊었다. 타국의 음식 문법에만 밝았던 나에게 매일 먹는 우리 음식의 깊은 내면과 문화적 유전자를 제대로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밥 국 찬 한식의 탄생은 평범하게만 여겨왔던 하루 세 끼의 식사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지혜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앞으로 식탁 앞에 앉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 때마다 척박한 자연을 극복해 낸 선조들의 숨결과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생존의 발자국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주말 퇴근길에 먹는 소박한 김밥 한 줄이나 여행길에서 만나는 따끈한 국밥 한 그릇마저도 이제는 훨씬 더 깊은 맛과 온기로 다가올 것이다. #밥국찬 #한식의탄생 #홍대선 #메디치미디어 #도서리뷰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처와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나 역시 지나온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휘청거릴 때마다 차가운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 자신을 지켜낼 단단한 철학적 버팀목을 원했다. 최근에는 주로 불경에서 그런 버팀목이 될 만한 구절을 많이 얻었다. 일생에 한 번은 니체를 만나라 라는 책은 세상의 흔한 위로 서적들처럼 달콤한 말들로 상처를 덮어주려 하지 않는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니체의 철학은 나약하게 숨는 도피처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가지 않는 연습이라는 점이 첫 장부터 기대감을 키웠다.책은 총 8개 장으로 나뉘어 니체의 방대한 철학을 담아내고 있어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각 장마다 핵심적인 문장들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마음에 남는 구절들을 천천히 공책에 필사하며 곱씹어보기에 좋았다. 복잡하고 난해한 고전 철학에 대한 부담감 없이 하루 한 장씩 자기 전에 펼쳐 읽으며 하루를 차분하게 마감하는 사색의 시간으로 삼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실패와 고통 속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붙잡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니체의 당당한 외침은 매일 불안 속에서 흔들리던 내 영혼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이번 독서에서 가장 깊은 충격과 성찰을 안겨준 대목은 6장에 실린 복수심과 보복의 심리에 대하여였다. 사람이 복수를 꿈꾸는 이유는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이 당한 고통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구절을 마주했을 때 강하게 충격을 받았다. 나에게는 어린 시절을 망쳐버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보복의 감정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깊은 응어리였다. 보복은 상처를 결코 치유하지 못하며 단지 무력했던 자아가 균형을 회복하려는 지연된 시도에 불과하다는 니체의 일침은 내 가슴에 맺혀 있던 오랜 복수심의 실체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과거의 가해자를 향한 분노에 매몰되는 것은 결국 그 고통의 감옥에 나 자신을 평생 가두어두는 일임을 깨달았다.일생에 한 번은 니체를 만나라는 아버지에 대한 쓸데없는 보복과 복수심에 묶여 있던 나에게 진정한 영혼의 해방과 자립을 가르쳐준다. 보복이라는 헛된 상상으로 과거를 정당화하려 애쓰기보다 내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 운명을 사랑하는 아모르 파티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배웠다. 가슴속에 말 못 할 원한과 상처를 품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우뚝 서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니체의 철학을 추천하고 싶다.#일생에한번은니체를만나라 #프리드리히니체 #니체 #장기영 #서평단
평소 문명 6이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며 인류가 도구를 발견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무척 흥미롭게 지켜본 경험이 있다. 작은 도구 하나를 연구하여 개발할 때마다 도시가 성장하고 역사의 시대가 전환되는 게임 속 흐름은 늘 신선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처럼 책장을 넘기는 내내 기술의 발전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전진시키고 역사의 무대를 바꾸어 놓았는지 한눈에 입체적으로 그려져 첫 장부터 깊은 몰입감을 안겨주었다. 단순히 기계적인 발명품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도구가 자본과 제도와 결합하여 어떻게 정치와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강력한 권력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파헤치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책에 실린 50가지의 결정적 발명품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대목 2부에 정리된 동양에서 서양으로 주도권이 이동하는 시기였다. 종이나 나침반 그리고 화약과 인쇄술이나 렌즈와 시계 같은 발명들이 꽃을 피우던 이 시절은 언뜻 보기에 현대의 눈부신 기술 혁명에 비해 진행 속도가 더디고 지지부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이 기초적인 도구의 발전이 단단하게 받쳐주었기에 비로소 근대 과학 혁명과 지식의 폭발적인 도약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지식을 소수의 권력자로부터 해방시킨 인쇄기와 바다의 지도를 넓힌 나침반은 인류 역사의 진정한 변곡점이 바로 이 기초 체력 위에 세워졌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근대의 산업혁명과 전쟁의 무기화를 지나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에 이르는 현대의 발전상까지 빠짐없이 조망해 준 점 역시 유익했다. 오늘날 손안의 작은 스마트폰과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막대한 자본으로 바꾸어 놓았는지 그 냉정한 메커니즘을 짚어주는 대목에서 깊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과거에는 인간이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구를 쥐었지만 이제는 역으로 인공지능과 유전자 기술처럼 인간 자신이 도구의 설계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경고는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기술의 급류 속에서 우리가 도구의 수동적인 소비자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판을 지배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부와 권력이 어디로 향할지 꿰뚫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발명의 역사를 아는 자만이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기술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영감을 안겨줬다. 게임 속에서 문명을 발전시키듯 내 일상과 삶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리하게 통제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갈 것이다. #도구는어떻게권력이되는가 #신무연 #다산북스 #정기문"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다산북스 @dasan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도구는어떻게권력이되는가 #신무연 #발명과역사 #다산북스 #세계사책추천 #요조앤서평단 #도서협찬 ⠀
살아가다 보면 유독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세상에 나 혼자만 뒤처지는 것 같은 막막한 순간이 찾아온다. 최근 들어 하던 일들이 꼬이고 기대했던 결과마저 어긋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존감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남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거침없이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서서 초조함과 불안이 생긴다. 바로 그때 권지은 작가의 신간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를 읽었다. 5만 명의 독자들과 오랜 시간 온기를 나누며 5년 만에 펴낸 첫 에세이라는 소개글처럼 작가의 문장들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에 온기를 건네주었다.무너져 있던 마음을 가장 단단하게 다잡아준 부분은 1부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라는 파트였다.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나에게 작가는 누구와도 견줄 필요가 없으며 나만의 속도로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가면 된다고 응원한다. 포기가 아니라 돌아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과 그동안 참 많이 애썼다는 격려는 낮아진 자존감에 다시금 숨을 불어넣어 주는 힘이 되어주었다. 완벽하지 못한 내 모습을 탓하기 전에 오늘 하루를 묵묵히 버텨낸 나 자신을 가장 먼저 믿어주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이유 없는 응원처럼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 힘이 되었다.이어지는 2부와 3부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성찰 역시 글을 읽는 내내 지친 마음을 감싸주었다. 서로의 서툰 결핍을 탓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품어주는 다정함이 곧 사랑의 가장 확실한 근거라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또한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나를 무리하게 깎아내릴 필요가 없으며 결핍이 결함으로 번지지 않도록 마음의 힘을 빼라는 조언은 관계의 피로에 짓눌려 있던 나에게 쉼표를 찍어주었다. 탄 토스트 이론처럼 삶에서 마주하는 뜻밖의 지연이나 실패조차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과정일 뿐이라는 지혜는 조급했던 마음에 평온과 여유를 주었다.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는 일상의 거친 풍파에 떠밀려 힘들었던 나에게 따스한 위로와 용기를 준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훈계 대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작가의 문장 덕분에 잘하고 있다는 확신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되찾았다. 이제는 남들의 보폭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내 삶을 사랑하며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낼 것이다. #이런말을듣고싶었나보다 #권지은 #권지은에세이 #에세이추천 #부크럼출판사 @bookrum.official
주변을 둘러보면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며 억울해하거나 끊임없는 요요 현상으로 좌절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 역시 환자들의 신체 균형과 대사 건강을 함께 고민하는 치료사로서 왜 수많은 다이어트가 번번이 실패로 끝나는지 늘 의문이 들던 차에 박지인 저자의 혈당의 배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의 이력은 무척이나 독특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약국을 운영하는 현직 약사이면서 과거 극단적인 감량으로 극심한 부작용을 겪고 신규 직원 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 판정까지 받았다는 고백이 신선했다. 의학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자신의 몸에 직접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8년 동안 밥과 운동과 수면을 실험하며 데이터를 쌓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가 갔다.책의 전반부에서는 우리가 왜 번번이 다이어트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알려준다. 단순히 의지박약이나 나이 탓으로 돌리던 체중 증가의 원인이 사실은 제멋대로 널뛰는 혈당의 불안정성에 있었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밥을 무조건 굶거나 탄수화물을 악마화하는 극단적인 방식 대신 식이섬유를 먼저 먹는 식사 순서의 변화와 식후 10 분의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낼 수 있다는 설명은 명쾌했다. 화려한 다이어트 약물이나 위고비 같은 신약의 명암을 약사의 균형 잡힌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짚어준 대목 역시 맹목적인 기대감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병원 현장에서 환자들의 신체 기능 회복과 재활을 지도하는 치료사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바로 3부에 담긴 실천을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임상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절감하는 진실은 아무리 훌륭한 치료법이나 이론이라도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4주간의 혈당 습관 실천법은 야식 정리부터 탄수화물 조합과 식후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환자들이 일상에서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거창한 목표 대신 오늘 당장 식탁 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단계별로 구조화해 둔 점은 치료실에서 환자들의 생활 습관을 상담하고 지도할 때도 당장 적용하고 싶을 만큼 실질적인 영감을 주었다.혈당의 배신은 지치고 메마른 다이어트의 굴레 속에서 헤매던 사람들에게 내 몸의 대사 엔진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길을 알려준 책이다. 내 몸의 신호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순서를 정립할 때 지속 가능한 건강을 완성할 수 있다는 진리를 가슴 깊이 새겼다. 환자들의 몸을 치료하는 치료사로서의 전문적인 안목을 넓히는 데도 커다란 보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하루 루틴을 점검하는 데도 매우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 매번 반복되는 요요로 자책하며 길을 잃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평생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생활 습관의 세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르온서평단(단단한맘&수련)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gbb_mom 단단한 맘@water_liliesjin 수련@motivebooks.official 모티브#혈당의배신#모티브 #박지인저자#단단한맘수련서평단#르온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