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세계 - 지구의 탄생부터 특이점 신화까지, 속도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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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늘 더 빠른 속도와 즉각적인 효율에 집착하곤 한다. 조금이라도 인터넷이 느려지거나 일의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면 조급함과 불안에 쫓기기 일쑤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독 속도와 즉각적인 처리를 중시하는 빠름의 민족이기에 남들보다 세상의 변화와 일상의 속도감을 훨씬 더 빠르고 숨 가쁘게 체감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에 에너지와 환경 그리고 문명사의 거장인 바츨라프 스밀 교수의 신간 질주하는 세계는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지구의 탄생부터 생물의 진화와 산업혁명 그리고 초고속 데이터 통신에 이르기까지 속도라는 보이지 않는 질서의 척도를 통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변화하는지 다양한 시선으로 파헤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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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부에서 펼쳐지는 자연계와 전근대 사회의 속도에 관한 기록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수십억 년에 걸친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대륙이 이동하고 생명이 진화하며 멸종을 겪어온 흐름은 인간의 조급한 시야를 단숨에 압도했다. 3장에서 다룬 전근대 인류의 물리적 한계 역시 인상적이었다. 과거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깊이 몰입하여 즐겼던 유저로서 바람을 안고 바다를 건너던 돛항해에 관한 대목을 마주했을 때는 반갑고 흥미로웠다. 증기기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는 가축의 힘과 바람 그리고 계절의 순환이라는 엄격한 자연의 속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망망대해를 목조 범선으로 가르며 바람의 방향에 일희일비하던 그 시절과 오늘날을 비교해 보며 시대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눈부시게 도약했는지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그 느림의 터전 위에서 인류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생존의 지혜를 축적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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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4부와 5부에서 내연기관과 제트엔진 그리고 반도체가 촉발한 현대 문명의 폭발적인 가속을 추적하는 대목은 무척 흥미진진하면서도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빨라졌을까 고민하며 문명의 거대한 변곡점을 따라가는 동안 보잉747과 광케이블이 시공간의 거리를 소멸시키며 이끌어낸 번영의 이면을 보았다. 화려한 질주 뒤편에는 막대한 화석연료 소비와 생태계 파괴라는 대가가 숨겨져 있었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디지털 특이점의 허상을 비판하며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 같은 물리적 현실은 결코 마법처럼 빠르게 앞당길 수 없다고 짚어낸다. 효율과 속도에 눈이 멀어 자연의 물리 법칙마저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던 현대 문명의 맹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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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에 익숙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세상에는 물리적으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고유한 시간과 성숙의 리듬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가슴 깊이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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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ngjin_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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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뇌 - 누가 그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하는가
스즈키 다이스케 지음, 송현정 옮김 / 사이드웨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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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빈곤과 실패를 마주할 때 사람들은 흔히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게으름 탓으로 돌리곤 한다. 20년 넘게 빈곤층 현장을 취재하던 르포라이터가 스스로 뇌경색을 앓고 난 뒤 세상의 시선이 뒤바뀌었다는 이 책은 호기심이 생기기에 충분했다. 저자의 고백은 치료사로서 병원에서 일하는 나 자신도 반성하게 되었다. 평소 뇌혈관 질환이나 신경계 손상을 겪은 환자들을 마주하면서도 교과서적인 의학 지식으로만 그들을 이해하려 했을 뿐 내가 직접 뇌경색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그들의 내면을 온전히 알아가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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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뇌 손상을 직접 겪은 뒤 10년 전 만났던 최빈곤층 취재 대상자들의 행동을 뇌의 기능 저하라는 렌즈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독서에서 유독 마음 깊이 와닿았던 대목은 바로 3장에 실린 이제야 이해한 그들의 기분이었다. 눈앞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뇌성 피로의 실체와 일상적인 판단조차 마비시키는 과부하의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해 주어 환자들이 느끼는 막막한 감각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당연한 일상조차 해내지 못해 스스로를 끝없이 탓하고 자책의 늪에 빠져들어야 했던 당사자들의 비극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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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에서 다룬 회피와 도박에 관한 통찰 역시 기억에 남았다. 빚 독촉장을 열어보지 못하고 파친코 같은 곳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세상은 무책임하고 게으른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파렴치한 일탈이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뇌 속의 불안 스위치를 잠시라도 끄기 위해 몸부림치는 절박한 생존 반응이었음을 밝혀낸다. 물론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냉정한 현실 직시와 따끔한 충고도 때로는 필요하겠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기능 저하와 질환의 무게를 이해해 주는 위로가 먼저 선행되어야 비로소 회복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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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뇌는 타인의 고통을 차가운 자기책임론의 잣대로 함부로 단죄하던 우리 사회의 편견을 부끄럽게 돌아보게 만든다. 노력이 부족한 것과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치료사로서 환자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를 한층 넓혀주었다. 앞으로 병원 현장에서 몸과 뇌의 손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마주할 때 섣부른 판단을 거두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신체적 비명에 더욱 깊이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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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서평단에 선정되어⠀사이드웨이 @sideways_pub 로부터⠀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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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뇌 #스즈키다이스케 #빈곤과불평등 #사이드웨이 #뇌과학 #요조앤서평단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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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막는 사람 - 이옥자, 푸른 테이프 세계의 마지막(세번째)이야기
문재웅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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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을 되짚어보는 일은 그 시절을 함께 통과해 온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국을 함께 마주하는 일과 같다. 문재웅 작가의 3부작 완결편인 틈을 막는 사람이라는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인 이옥자의 생애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첫 장부터 호기심과 흥미가 생겼다. 누군가의 딸이나 아내 그리고 어머니라는 무거운 이름표 뒤에 가려져 있던 옥자라는 한 인간의 온전한 목소리를 되살려내려는 저자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피난길의 고단함에서 출발하여 김천의 유년기를 지나 서울 상도동의 마지막 새벽에 이르기까지 86년이라는 긴 세월을 묵묵히 버텨낸 한 여성의 기록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동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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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묘사된 옥자의 억척스러운 생업과 분투를 지켜보는 내내 내 가슴속에는 우리네 어머니의 익숙한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언니의 셋방에서 배운 손끝의 기술로 미용실을 하면서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셋집을 전전하던 시절의 애환은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미용실이 기울어가자 대학가 북문에서 하숙집을 치고 낯선 여인숙을 도맡아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 온 여정은 지난 칠팔십 년대의 격동기를 살아낸 우리 부모님 세대의 자화상이였다. 시대의 거센 풍파 속에서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어른들의 삶의 궤적이 이토록 비슷한지 존경심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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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후반부에서 마주한 상실과 기억의 붕괴는 안타까움이 더욱 전해진다.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부재를 차마 감당하지 못한 채 치매 속에서 재웅이는 아직 안 왔느냐고 묻는 노모의 질문은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 잔인한 진실을 차마 전하지 못하고 할머니를 위해 하얀 거짓말로 곁을 지키는 손자의 모습은 다음 세대가 건넬 수 있는 위로였다. 옥자는 평생 낡은 천장의 갈라진 균열을 막고 두 아들 사이의 어색한 거리를 메웠으며 끝내 흩어져가는 자신과 세상 사이의 간극까지 기워내며 살았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밥 잘 챙겨 먹고 몸 상하지 말라는 말을 품고 떠난 그녀의 마음은 어머니라는 존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거룩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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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막는 사람은 시대를 짊어지고 삶의 모서리를 기워낸 한 어머니의 생애를 통해 지나온 우리 역사의 상처도 치유해주는 소설이다. 거창한 위인전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온 생을 바쳐 싸워온 수많은 옥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어머니가 평생을 다해 막아준 삶의 틈 덕분에 우리는 한결 덜 춥고 덜 외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분들이 남겨준 사랑의 온기를 기억하며 내 곁에 선 소중한 사람들의 작은 틈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틈을막는사람 #문재웅 #이옥자 #부크크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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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국 찬, 한식의 탄생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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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끼니마다 한식을 가장 자주 먹으면서도 정작 파스타나 피자 같은 서양 음식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만 깊이 파고들었던 반면 매일 마주하는 우리 밥상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왜 우리는 유독 밥과 국과 찬이라는 독특한 골격으로 한 끼를 완성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묻고 한반도라는 척박한 생존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파헤치는 저자의 시선이 첫 장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늘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겼던 밥상 이면에 우리 민족의 눈물겨운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부분이 매우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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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휴 기간 동안 제주도와 경주를 여행하며 식당에 들를 때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과 국과 반찬을 맛있게 먹었다. 그동안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무심코 넘겼던 그 상차림이 책을 읽고 나니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척박한 한반도 땅에서 거친 곡물의 퍽퍽함을 넘기기 위해 국물이 필수였고 혹독한 겨울과 보릿고개를 버텨내기 위해 나물과 해조류와 콩과 김치를 총동원했던 선조들의 질긴 생존 투쟁이 그 상차림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매주 토요일 퇴근길에 가볍게 사 먹던 김밥이나 이번 경주 여행에서 든든하게 비워냈던 국밥 역시 밥상의 요소들이 한 그릇으로 압축된 지혜로운 결합 방식이었다는 설명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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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밥상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안을 채우는 속맛의 감각까지 세밀하게 짚어주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쌈 문화가 단순히 채소에 밥을 싸 먹는 행동을 넘어 입안에서 즉석으로 맛의 조화를 완성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조립 방식이라는 설명은 무척 흥미로웠다. 소금과 장으로 맞추는 간의 원리와 한국인이 유독 집착하는 감칠맛의 뿌리 그리고 펄펄 끓는 뜨거움과 얼음 같은 차가움을 넘나드는 온도의 역학까지 명쾌하게 풀어낸 대목도 인상 깊었다. 타국의 음식 문법에만 밝았던 나에게 매일 먹는 우리 음식의 깊은 내면과 문화적 유전자를 제대로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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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국 찬 한식의 탄생은 평범하게만 여겨왔던 하루 세 끼의 식사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지혜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앞으로 식탁 앞에 앉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 때마다 척박한 자연을 극복해 낸 선조들의 숨결과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생존의 발자국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주말 퇴근길에 먹는 소박한 김밥 한 줄이나 여행길에서 만나는 따끈한 국밥 한 그릇마저도 이제는 훨씬 더 깊은 맛과 온기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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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국찬 #한식의탄생 #홍대선 #메디치미디어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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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니체를 만나라 - 흔들리지 않고 나로 살아가는 법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기영 옮김 / 달먹는토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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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처와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나 역시 지나온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휘청거릴 때마다 차가운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 자신을 지켜낼 단단한 철학적 버팀목을 원했다. 최근에는 주로 불경에서 그런 버팀목이 될 만한 구절을 많이 얻었다. 일생에 한 번은 니체를 만나라 라는 책은 세상의 흔한 위로 서적들처럼 달콤한 말들로 상처를 덮어주려 하지 않는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니체의 철학은 나약하게 숨는 도피처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가지 않는 연습이라는 점이 첫 장부터 기대감을 키웠다.


책은 총 8개 장으로 나뉘어 니체의 방대한 철학을 담아내고 있어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각 장마다 핵심적인 문장들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마음에 남는 구절들을 천천히 공책에 필사하며 곱씹어보기에 좋았다. 복잡하고 난해한 고전 철학에 대한 부담감 없이 하루 한 장씩 자기 전에 펼쳐 읽으며 하루를 차분하게 마감하는 사색의 시간으로 삼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실패와 고통 속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붙잡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니체의 당당한 외침은 매일 불안 속에서 흔들리던 내 영혼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번 독서에서 가장 깊은 충격과 성찰을 안겨준 대목은 6장에 실린 복수심과 보복의 심리에 대하여였다. 사람이 복수를 꿈꾸는 이유는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이 당한 고통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구절을 마주했을 때 강하게 충격을 받았다. 나에게는 어린 시절을 망쳐버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보복의 감정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깊은 응어리였다. 보복은 상처를 결코 치유하지 못하며 단지 무력했던 자아가 균형을 회복하려는 지연된 시도에 불과하다는 니체의 일침은 내 가슴에 맺혀 있던 오랜 복수심의 실체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과거의 가해자를 향한 분노에 매몰되는 것은 결국 그 고통의 감옥에 나 자신을 평생 가두어두는 일임을 깨달았다.


일생에 한 번은 니체를 만나라는 아버지에 대한 쓸데없는 보복과 복수심에 묶여 있던 나에게 진정한 영혼의 해방과 자립을 가르쳐준다. 보복이라는 헛된 상상으로 과거를 정당화하려 애쓰기보다 내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 운명을 사랑하는 아모르 파티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배웠다. 가슴속에 말 못 할 원한과 상처를 품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우뚝 서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니체의 철학을 추천하고 싶다.


#일생에한번은니체를만나라 #프리드리히니체 #니체 #장기영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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