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을 막는 사람 - 이옥자, 푸른 테이프 세계의 마지막(세번째)이야기
문재웅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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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을 되짚어보는 일은 그 시절을 함께 통과해 온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국을 함께 마주하는 일과 같다. 문재웅 작가의 3부작 완결편인 틈을 막는 사람이라는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인 이옥자의 생애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첫 장부터 호기심과 흥미가 생겼다. 누군가의 딸이나 아내 그리고 어머니라는 무거운 이름표 뒤에 가려져 있던 옥자라는 한 인간의 온전한 목소리를 되살려내려는 저자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피난길의 고단함에서 출발하여 김천의 유년기를 지나 서울 상도동의 마지막 새벽에 이르기까지 86년이라는 긴 세월을 묵묵히 버텨낸 한 여성의 기록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동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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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묘사된 옥자의 억척스러운 생업과 분투를 지켜보는 내내 내 가슴속에는 우리네 어머니의 익숙한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언니의 셋방에서 배운 손끝의 기술로 미용실을 하면서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셋집을 전전하던 시절의 애환은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미용실이 기울어가자 대학가 북문에서 하숙집을 치고 낯선 여인숙을 도맡아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 온 여정은 지난 칠팔십 년대의 격동기를 살아낸 우리 부모님 세대의 자화상이였다. 시대의 거센 풍파 속에서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어른들의 삶의 궤적이 이토록 비슷한지 존경심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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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후반부에서 마주한 상실과 기억의 붕괴는 안타까움이 더욱 전해진다.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부재를 차마 감당하지 못한 채 치매 속에서 재웅이는 아직 안 왔느냐고 묻는 노모의 질문은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 잔인한 진실을 차마 전하지 못하고 할머니를 위해 하얀 거짓말로 곁을 지키는 손자의 모습은 다음 세대가 건넬 수 있는 위로였다. 옥자는 평생 낡은 천장의 갈라진 균열을 막고 두 아들 사이의 어색한 거리를 메웠으며 끝내 흩어져가는 자신과 세상 사이의 간극까지 기워내며 살았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밥 잘 챙겨 먹고 몸 상하지 말라는 말을 품고 떠난 그녀의 마음은 어머니라는 존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거룩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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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막는 사람은 시대를 짊어지고 삶의 모서리를 기워낸 한 어머니의 생애를 통해 지나온 우리 역사의 상처도 치유해주는 소설이다. 거창한 위인전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온 생을 바쳐 싸워온 수많은 옥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어머니가 평생을 다해 막아준 삶의 틈 덕분에 우리는 한결 덜 춥고 덜 외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분들이 남겨준 사랑의 온기를 기억하며 내 곁에 선 소중한 사람들의 작은 틈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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