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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자녀 - 직업이 뭐냐고요? 자녀입니다
전영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6년 2월
평점 :
전영수 작가의 전업자녀는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책 표지에 있는 네 컷 만화가 참 재밌었다. 직업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자녀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어딘가 서글펐다. 집 밖은 정글이고 집 안은 온실이라는 표지의 문구는 독립을 미루고 부모 곁에 남기를 선택한 청년들의 막막한 현실을 아주 정확하게 보여준다.
처음에는 전업자녀라는 말이 그저 캥거루족이나 백수를 좋게 포장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개인의 나태함 때문이 아니라 저성장과 고물가 그리고 주거난이 만들어낸 슬픈 생존 모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더라도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시대다. 청년들에게 독립은 낭만이 아니라 빚더미에 앉는 지름길이 되어버렸다. 기생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묵직한 문장이 나의 청년시절도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비난의 화살을 청년들에게만 돌리지 않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부모 세대 역시 각자도생의 정글로 자식을 내모는 대신 품어주는 것을 선택했다.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복지와 안전망을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떠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목차에 등장하는 8050 문제 즉 여든 살의 부모가 쉰 살의 자녀를 부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곧 닥칠 우리의 현실일 수 있다.
작가는 전업자녀 현상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이들을 어떻게 사회의 동력으로 활용할 것인지 긍정적인 대안도 제시한다. 부양과 간병의 문제를 전업자녀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신선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립된 청년들에게 그 고단한 이름표를 떼어주고 가족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게 해주는 접근 방식이 인상 깊었다.
우리 시대의 변해버린 가족 지형도를 그리는 세밀한 보고서다. 취업을 준비하며 부모님 눈치를 보는 청년들이나 집에 있는 자녀를 보며 속을 끓이는 부모님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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