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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평점 :
서미애 작가의 신작 여우누이 다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 동화인 여우 누이 설화를 현대적인 심리 스릴러로 변화시킨 작품이다. 간을 빼먹는 요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의 기괴함은 21세기 서울의 평범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옮겨지며 더욱 현실적이고 끈적한 공포로 느껴진다. 부모를 잃고 아빠 친구의 집에 얹혀살게 된 소녀 다경은 겉보기에는 예쁘고 예의 바른 아이지만 그녀가 들어온 이후 정환의 가족에게 생기는 미세한 균열들은 독자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온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피가 낭자하거나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 하나 없이도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다경이라는 인물이 주는 불안감은 단순히 그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허술하고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호의로 베푼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침입을 위한 열쇠가 되고 보호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통제가 집착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 관계의 양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전래 동화 속 막내딸이 가족을 파멸로 이끄는 괴물이었다는 원작의 설정을 비틀어 누가 진짜 괴물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다경과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기심이 충돌하는 지점에서는 공포가 밀려왔다.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믿는 오만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내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낯선 타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현대 가족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드는 사회 비판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다경의 눈빛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익숙한 전설을 비틀어 오늘의 공포로 만들어낸 서미애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타인의 친절이나 내가 베푼 호의 뒤에 숨겨진 진짜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서늘한 긴장감 속에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꿰뚫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우 만족할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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