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라를 회복할 것입니다 - 독립운동가 45인의 말
김구 외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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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을 맞는 2025년, 우리는 어떤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가. 눈부신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의 성취 이면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갈등,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을 잃은 듯한 사회의 모습 속에서 나라 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45인의 선열들은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그들이 피로써 되찾고자 한 나라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극심한 빈부 격차와 기회의 불평등 앞에서 우리는 과연 '정의로운 공동체'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독립운동가들의 말을 거울삼아 지금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게 만든다. 그들의 말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되새겨야 할 지혜인 것이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는 과거의 승리를 기념하는 데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나라를 회복할 것입니다'를 통해 45인 선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혹은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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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 - 은퇴한 70대 누런콩의 2,239km 국토완주기
민창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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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현 작가의 '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나이와 관계없이 삶은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흔히 일흔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정리하는 시기’ 혹은 ‘마무리하는 시기’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나이에도 자전거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몸과 마음이 다시 젊어지고, 세상과의 관계 또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은 어르신의 소박한 여행기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생각은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흔이라는 나이에 자전거로 대한민국 2,239km를 완주한 한 남자의 뜨거운 도전이자, 마흔의 나를 향해 노년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책에 등장하는 동해안 종주길, 국토종주, 4대강 자전거길 등 익숙한 지명들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저자가 묘사하는 오르막의 고통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과 절경의 파노라마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던 우리만의 희열을 떠올리게 한다.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거나, 예상치 못한 펑크에 당황했던 기억, 길 위에서 만난 낯선 라이더와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응원했던 순간들 같은 책의 모든 페이지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생생한 공감대로 가득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게 나이는 분명 현실적인 제약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늦었고, 지금의 삶을 바꾸기엔 너무 많은 책임이 옭아매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일흔의 나이에 자전거 안장에 오르며 그 모든 변명과 합리화를 무너뜨렸다. 비바람을 맞으며, 오르막을 땀으로 견디며 달리는 그의 모습은 “도전에 나이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특히 깊이 공감한 부분은 '속도'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저자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비로소 주변의 풍경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자동차로는 스쳐 지나갔을 풍경을 자전거 위에서 온전히 느끼며, 인생의 행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깊이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나의 3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저자처럼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누빌 수도 있고 아니면 오랫동안 잊고 있던 또 다른 꿈을 향해 페달을 밟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때가 되어도 늦지 않다’는 사실과,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는 나처럼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40대 남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잊고 있던 열정을 되찾아주고, 다가올 미래를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맞이할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미다스북스 #일흔나는자전거와사랑에빠졌다 #민창현 #자전거에세이 #라이딩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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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하나 잊지 말자는 것이다 - 만화로 읽는 나혜석
유승하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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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독자인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당대의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아 갔는가’였다. 교과서 속에서는 나혜석을 단순히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이혼 고백문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인물’ 정도로만 접했는데 만화로 풀어낸 이 책은 그 뒤에 숨겨진 그녀의 외침과 고통을 훨씬 더 가까이 전해준다. 이 책은 남성, 여성을 떠나 한 인간이 자신의 존엄과 꿈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서사였다.

'만화'라는 형식은 나혜석이라는 인물에게 다가가는 문턱을 극적으로 낮춰주었다. 딱딱한 평전이었다면 끝까지 읽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유승하 작가의 힘 있는 그림체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났다. 일본 유학 시절의 부푼 꿈, 예술가로서의 빛나는 재능, 그리고 김우영과의 사랑과 결혼. 초기 그의 삶은 당시 남성 지식인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열정과 낭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성으로서 이 책을 읽다 보니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하나는 안타까움이다. 그녀가 만약 지금 시대를 살았다면 예술가로서 더 자유롭게 활동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다른 하나는 반성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여전히 여성에게 요구되는 ‘당연한 역할’이 존재하고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경우가 남성들에게 많다는 점을 돌아보게 된다.

유럽 여행 이후 겪게 되는 남편과의 갈등, 최린과의 스캔들, 그리고 사회의 잔인한 손가락질 앞에서 그는 처절하게 무너져갔다. 이 지점에서 "과연 나는 달랐을까?", "저 시대에 내가 그의 남편이었다면, 그의 오빠였다면, 혹은 그를 비난하던 군중의 하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불편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혜석이 남긴 글귀와 그림, 그리고 당대 사회의 반응이 장면마다 압축적으로 담겨 있어 쉽게 읽히면서도 여운은 길게 남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녀의 작품 세계와 예술적 성취 부분은 상대적으로 짧게 다루어진 듯했다는 점이다. 나혜석이 단순히 시대의 희생자만이 아니라, 뛰어난 예술가였음을 더 깊이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내 마음 하나 잊지 말자는 것이다'는 나에게 나혜석을 '여성운동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꿈과 사랑, 좌절과 고뇌를 겪었던 한 명의 인간으로 다시 보게 해주었다. 남성 독자의 입장에서 어쩌면 불편할 수도 또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불편함 끝에는 시대를 온몸으로 뚫고 나아가려 했던 한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깊은 존경과 경외감이 남는다.

#내마음하나잊지말자는것이다 #나혜석 #교양만화 #유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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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킥 - 초능력 앱으로 세계 맛집 순간이동
민가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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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배달 앱을 켜는 순간,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 가게로 순간이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민가원 작가의 장편소설 '야미킥'은 이처럼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아주 특별한 쿠킹 판타지다.

소설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는 인물들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애플리케이션, '야미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이들은 반신반의하며 앱을 실행하고 그 순간 시공간을 넘어 전 세계의 맛집으로 이동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장면은 복서인 주인공이 쓰러진 형을 위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야미킥 앱에 따라 순간이동하는 에피소드였다.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평소 자신이 해왔던 ‘이기는 싸움’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요리를 만들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식 한 그릇에 담긴 마음과 용기가 단순한 승부 이상의 의미가 되어 형과의 관계 속 상처가 치유되고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세계 맛집으로 순간이동하는 판타지 설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요리 미션은 그 음식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잊고 있던 꿈을 되찾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피자, 일본의 스시 등 각국의 대표적인 요리들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주인공들의 상처를 보듬고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따뜻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마치 눈앞에 음식이 아른거리는 듯한 감칠맛 나는 묘사와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 를 풀어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각 캐릭터가 처한 절박한 상황에 비해 '야미킥'이라는 마법 같은 앱을 통한 해결 방식이 다소 편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문제의 해결 과정이 인물들의 내적 성장이나 치열한 노력보다는 판타지적 장치에 의존하고 있어 때로는 감정선의 깊이가 얕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비슷한 위기-미션-해결 구조가 반복되면서 이야기의 패턴이 다소 예측 가능하게 흘러간다는 인상을 준다.

민가원 작가의 문체는 경쾌하면서도 섬세하다. 대사와 상황 묘사는 자연스럽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유머는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준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불쑥 깊은 사색을 던져주는데, 이 균형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였다. 고된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유쾌한 상상력을 선물하는 매력적인 소설임에 틀림없다. 책을 덮고 나면 평범한 일상 속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소중하고 찬란한 기적이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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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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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F 소설을 좋아한다. 우주 탐사, AI, 혹은 시간과 차원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상력의 무대가 나를 매혹시키곤 한다. 그런데 '영원을 향하여'는 그런 익숙한 SF적 장치들을 단순히 스펙터클로 소비하지 않고 아주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영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고 압도적인 개념인데, 이 소설은 그 거대한 시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아주 작은 감정, 기억, 선택을 대비시킨다. 그래서 읽는 내내 거대한 우주를 바라보면서도 결국 자기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SF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질문들이 있다. "인간의 의식을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다면?", "불멸의 존재가 된다면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안톤 허의 첫 장편소설 '영원을 향하여'는 이 모든 고전적인 화두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사 속에 녹여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압도적인 세계관과 스케일이다. 나노봇으로 신체를 개조하여 불멸을 얻은 포스트 휴먼,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그리고 시(詩)를 학습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인공지능 ‘파닛’의 존재는 그 자체로 SF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이야기는 한 과학자의 실종 사건을 기록한 일기가 수천 년에 걸쳐 여러 존재에게 계승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공지능 ‘파닛’의 캐릭터는 근래 SF 작품들에서 만난 가장 흥미로운 존재 중 하나였다. 파닛은 단순한 연산 장치를 넘어, 인간의 문학 중 특히 시를 통해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깨닫는다. 이는 기계의 논리가 아닌 예술과 서사가 자아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주는 탁월한 설정이다. 인간의 신체를 얻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자손을 남기려는 그의 처절한 여정은 독자에게 ‘인간다움’의 조건이 과연 생물학적 육체에만 귀속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원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유한한 존재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제였다. 무한을 꿈꾸고, 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수명을 끝없이 늘린다고 해도 우리의 사랑과 후회, 그리움은 여전히 제한된 순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육체가 소멸하고 문명이 사라져도 이야기 만은 남아 영원을 향해 뻗어 나간다는 소설의 핵심 메시지는 결국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유한한 육신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 공유하는 서사 그 자체임을 말해준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SF 팬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수작이다. 이것은 단순한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의 정점에서 다시 인간의 본질을 묻는 아름답고도 처연한 한 편의 서사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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