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미킥 - 초능력 앱으로 세계 맛집 순간이동
민가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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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배달 앱을 켜는 순간,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 가게로 순간이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민가원 작가의 장편소설 '야미킥'은 이처럼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아주 특별한 쿠킹 판타지다.

소설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는 인물들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애플리케이션, '야미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이들은 반신반의하며 앱을 실행하고 그 순간 시공간을 넘어 전 세계의 맛집으로 이동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장면은 복서인 주인공이 쓰러진 형을 위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야미킥 앱에 따라 순간이동하는 에피소드였다.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평소 자신이 해왔던 ‘이기는 싸움’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요리를 만들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식 한 그릇에 담긴 마음과 용기가 단순한 승부 이상의 의미가 되어 형과의 관계 속 상처가 치유되고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세계 맛집으로 순간이동하는 판타지 설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요리 미션은 그 음식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잊고 있던 꿈을 되찾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피자, 일본의 스시 등 각국의 대표적인 요리들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주인공들의 상처를 보듬고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따뜻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마치 눈앞에 음식이 아른거리는 듯한 감칠맛 나는 묘사와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 를 풀어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각 캐릭터가 처한 절박한 상황에 비해 '야미킥'이라는 마법 같은 앱을 통한 해결 방식이 다소 편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문제의 해결 과정이 인물들의 내적 성장이나 치열한 노력보다는 판타지적 장치에 의존하고 있어 때로는 감정선의 깊이가 얕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비슷한 위기-미션-해결 구조가 반복되면서 이야기의 패턴이 다소 예측 가능하게 흘러간다는 인상을 준다.

민가원 작가의 문체는 경쾌하면서도 섬세하다. 대사와 상황 묘사는 자연스럽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유머는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준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불쑥 깊은 사색을 던져주는데, 이 균형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였다. 고된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유쾌한 상상력을 선물하는 매력적인 소설임에 틀림없다. 책을 덮고 나면 평범한 일상 속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소중하고 찬란한 기적이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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