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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 - 은퇴한 70대 누런콩의 2,239km 국토완주기
민창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5월
평점 :
민창현 작가의 '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나이와 관계없이 삶은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흔히 일흔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정리하는 시기’ 혹은 ‘마무리하는 시기’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나이에도 자전거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몸과 마음이 다시 젊어지고, 세상과의 관계 또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은 어르신의 소박한 여행기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생각은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흔이라는 나이에 자전거로 대한민국 2,239km를 완주한 한 남자의 뜨거운 도전이자, 마흔의 나를 향해 노년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책에 등장하는 동해안 종주길, 국토종주, 4대강 자전거길 등 익숙한 지명들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저자가 묘사하는 오르막의 고통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과 절경의 파노라마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던 우리만의 희열을 떠올리게 한다.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거나, 예상치 못한 펑크에 당황했던 기억, 길 위에서 만난 낯선 라이더와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응원했던 순간들 같은 책의 모든 페이지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생생한 공감대로 가득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게 나이는 분명 현실적인 제약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늦었고, 지금의 삶을 바꾸기엔 너무 많은 책임이 옭아매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일흔의 나이에 자전거 안장에 오르며 그 모든 변명과 합리화를 무너뜨렸다. 비바람을 맞으며, 오르막을 땀으로 견디며 달리는 그의 모습은 “도전에 나이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특히 깊이 공감한 부분은 '속도'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저자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비로소 주변의 풍경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자동차로는 스쳐 지나갔을 풍경을 자전거 위에서 온전히 느끼며, 인생의 행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깊이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나의 3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저자처럼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누빌 수도 있고 아니면 오랫동안 잊고 있던 또 다른 꿈을 향해 페달을 밟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때가 되어도 늦지 않다’는 사실과,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는 나처럼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40대 남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잊고 있던 열정을 되찾아주고, 다가올 미래를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맞이할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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