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밤, 삶은 가장 깊게 흐른다.’ 이 문장은 홍명진 작가의 소설집 '밤이 고요한 것은'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완벽한 요약일지 모른다. 삶의 어둠 속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 그 안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빛을 내는 인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작품집이다. 낮의 소음과 관계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이들은 어둠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생을 실감하는데 그것은 죽음이나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통로로서의 밤이다.소설 속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단순한 무너짐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고요는 무감각의 결과가 아니라 세상을 견디기 위해 택한 생존의 자세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그 고요 속에 숨어 있는 감각의 진동, 숨결,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삶의 의지를 차갑고 절제된 문장 속에 묘한 온기를 담아 포착해낸다.읽는 내내 어느 한밤중 불 꺼진 방 안에서 내 숨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익숙한 세상의 소리가 사라지자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가 말하는 ‘밤의 고요함’이란 그런 것이다. 침묵 속에서 생이 더 깊이 흐르고 어둠 속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알아본다. 특히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미묘하게 흐려지는 장면들은 최지애 소설가의 말처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건너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선사한다.'밤이 고요한 것은' 은 고요함에 대한 찬미이다. 우리가 외면해온 어둠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소설집이다. 화려한 낮의 언어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가장 섬세한 결들을 작가는 밤의 언어로 기록했다.#밤이고요한것은 #홍명진소설집 #홍명진작가 #걷는사람 @geodneunsaram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시대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진실의 불확실성 속에서 살고 있다. 윌리엄 러츠의 '더블스피크'는 바로 이 혼란의 시대를 헤쳐나갈 가장 강력한 사고의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는 조지 오웰의 '1984'를 현실로 끌어내려 정부, 기업, 언론이 어떻게 ‘이중화법’이라는 교묘한 언어로 여론을 조정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대중을 길들이는지 해설한다.'더블스피크’는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불편한 진실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완곡어법), 전문가의 언어로 현혹하며(전문용어), 책임을 회피하는(모호한 표현) 교묘한 언어 전략이다. “말은 부드럽지만 그 속엔 폭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전략적 표현’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을 흐린다. ‘긍정적 프레이밍’으로 불편한 현실을 포장하는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폭로한다.최근 탄핵으로 막을 내린 윤석열 정부의 언어를 돌아보면 더블스피크가 어떻게 현실 정치에서 작동하는지 더욱 명확해진다.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을 ‘불가피한 결단’으로 포장하고, 복잡한 법률 용어를 방패 삼아 정책 실패의 본질을 흐리는 화법은 이 책이 경고하는 위험을 현실에서 목격하게 했다. 당시 수많은 언론 브리핑과 담화문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기만감의 정체가 바로 정교하게 설계된 ‘더블스피크’였음을 깨닫게 된다.언어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졌고 듣기 좋은 말 뒤에 숨은 의도를 의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건강한 의심이야말로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중화법에 대한 대처법은 명확하다. 우리가 먼저 언어의 소비자가 아닌, 비판적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더블스피크'는 단순히 언어학 책이 아니라 민주 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교양을 갖추게 도와주는 안내서다. 더이상 뉴스 헤드라인이나 정치인의 발언이 예전처럼 들리지 않는다. 세련된 언어 뒤의 조작된 의도를 감지하는 순간 세상을 조금 더 맑은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언어적 방어막’이 되어줄 것이다.★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gyoyanginbooks 도서 지원으로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우주서평단 #더블스피크 #교양인 #윌리엄러츠, #사회학일반
스스로를 개인주의자라 생각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싫지 않지만 오래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혼자가 편하다’는 말을 내 안의 합리화처럼 되뇌며 살아왔다. 하지만 함규정 작가의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 을 읽으며 그 말 속에는 편함뿐 아니라 관계에 대한 두려움도 숨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조건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답게 관계를 맺는 방법을 차분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감정 코칭 전문가답게 인간관계의 핵심을 감정의 거리 조절로 본다. 너무 가까워서 지치지도, 너무 멀어서 외롭지도 않게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제시한다. 이는 관계를 감정의 소모전이 아닌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현명한 관점의 전환이었다.읽는 동안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감정도 근육처럼 훈련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만이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건강한 관계가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문장은 늘 회피하던 관계의 진짜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책에서 다루는 ‘가족 사이에서 지치지 않는 거리 두기’나 ‘일에서 감정적으로 소모되지 않는 법’ 같은 주제들은 개인주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타인과의 관계를 다루면서도 가장 깊이 있게 나 자신과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혼자가 편하다’는 말이 꼭 ‘관계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진짜 개인주의란 관계를 피하지 않되 스스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태도라는 걸 깨달았다.결국 나를 바꾸려는 책이 아니라 나의 고유성을 존중하면서 관계의 효율을 높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필요한 건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의 재정비’였음을 일깨워준다.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혼자가편한사람을위한관계연습 #인간관계책 #인간관계 #관계연습 #유노북스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책추천 #함규정 #책리뷰 #신간추천 @uknowbooks
매일같이 제미나이와 챗GPT를 활용하는 나에게 그의 이름은 단순한 CEO를 넘어 나의 일과 생각을 바꿔놓은 혁명적인 설계자다. 최근 그가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대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AI 시대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오늘의 현실임을 실감했다. 이런 시점에 출간된 '샘 올트먼, AI 제국의 설계자'는 기술과 철학이 교차하는 현장에서 ‘어떤 인간이 미래를 설계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단순한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아니다. 저자는 10여 년간 샘 올트먼의 세계를 추적하며 오픈AI 설립부터 챗GPT의 탄생, 그리고 영화보다 더 극적인 해임과 복귀 사건의 이면까지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AI를 누가 통제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강하게 부각되며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AI의 미래를 꿰뚫는 성찰임을 증명한다.특히 샘 올트먼과 한때 동지였던 일론 머스크와의 관계를 통해 AI를 둘러싼 두 거인의 서로 다른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다. 둘 다 인류의 미래를 바꾸려는 거대한 꿈을 꾸지만 올트먼이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AI’의 민주화와 윤리를 강조한다면 머스크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경쟁적으로 자신만의 AI 제국을 구축한다. 이들의 갈등은 AI의 발전 방향을 둘러싼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논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최근 샘 올트먼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담은 이 책의 내용을 현실 세계로 생생하게 불러왔다. 그가 대담에서 “AI는 국가의 인프라가 되어야 하며 윤리와 투명성이 그 핵심이다”라고 강조했을 때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보았던 그의 신념 ‘인류를 위한 AI’가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느꼈다. 현 정부가 AI를 국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대담은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적 고민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 바로 그 대담에서 숨겨진 의미와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올트먼이 기술 그 자체보다 인간의 방향성을 더 중시한다는 점이었다. 그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존엄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진보가 아니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눈 대담 속 ‘AI의 민주화’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내 직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했다. 환자 재활 현장에서 AI 기술이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과연 그것이 인간의 손과 마음을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AI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샘 올트먼의 여정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자 우리 각자의 선택을 요구하는 미래의 예고편처럼 느껴졌다.#샘올트먼 #ai제국의설계자 #저우헝싱 #지니의서재
물리치료사로서 나는 매일 ‘지는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만성적인 통증은 단순히 몸의 불편함을 넘어 마음을 갉아먹고 우울이라는 깊은 그늘을 드리운다. '가끔 이기고 자주 집니다만'은 바로 그 치료실 침대에 누워 희망을 잃어가던 내 환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마음이 묵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환자이기도 한 저자의 이 책은 몸과 마음의 싸움에 지쳐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처방전이다.책은 우울과 불안을 견디는 고단한 현실을 감추지 않는다. 이는 통증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 치료를 포기하려는 내 환자들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 보였다. 물리치료사로서 나는 그들의 몸을 치료하지만 몸의 통증이 마음의 우울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매일 목격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꿰뚫어 본다. 전문의로서의 통찰과 환자로서의 고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독자는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꺼지지 않는 회복의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얻었다. 나는 그동안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환자들을 다그치지는 않았을까. ‘이겨야만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밝고 우울해라. 노을처럼 행복하기”라는 문장은 통증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처럼 다가왔다. 통증 때문에 우울한 감정을 억지로 부정할 필요 없다고 그저 그 아픈 마음을 안고서라도 창밖의 노을 같은 작은 기쁨을 찾아보자고 말해줄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힘겨운 하루를 버티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치료실에서 만날 환자들의 지친 어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다독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통증의 긴 터널을 걷고 있는 환자들에게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모든 의료인에게 깊은 공감과 지혜를 선물할 것이다.#미다스북스 #가끔이기고자주집니다만 #김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