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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고요한 것은 ㅣ 걷는사람 소설집 18
홍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5년 7월
평점 :
‘모두가 잠든 밤, 삶은 가장 깊게 흐른다.’ 이 문장은 홍명진 작가의 소설집 '밤이 고요한 것은'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완벽한 요약일지 모른다. 삶의 어둠 속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 그 안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빛을 내는 인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작품집이다. 낮의 소음과 관계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이들은 어둠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생을 실감하는데 그것은 죽음이나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통로로서의 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단순한 무너짐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고요는 무감각의 결과가 아니라 세상을 견디기 위해 택한 생존의 자세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그 고요 속에 숨어 있는 감각의 진동, 숨결,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삶의 의지를 차갑고 절제된 문장 속에 묘한 온기를 담아 포착해낸다.
읽는 내내 어느 한밤중 불 꺼진 방 안에서 내 숨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익숙한 세상의 소리가 사라지자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가 말하는 ‘밤의 고요함’이란 그런 것이다. 침묵 속에서 생이 더 깊이 흐르고 어둠 속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알아본다. 특히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미묘하게 흐려지는 장면들은 최지애 소설가의 말처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건너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선사한다.
'밤이 고요한 것은' 은 고요함에 대한 찬미이다. 우리가 외면해온 어둠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소설집이다. 화려한 낮의 언어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가장 섬세한 결들을 작가는 밤의 언어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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