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로서 나는 매일 ‘지는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만성적인 통증은 단순히 몸의 불편함을 넘어 마음을 갉아먹고 우울이라는 깊은 그늘을 드리운다. '가끔 이기고 자주 집니다만'은 바로 그 치료실 침대에 누워 희망을 잃어가던 내 환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마음이 묵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환자이기도 한 저자의 이 책은 몸과 마음의 싸움에 지쳐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처방전이다.책은 우울과 불안을 견디는 고단한 현실을 감추지 않는다. 이는 통증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 치료를 포기하려는 내 환자들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 보였다. 물리치료사로서 나는 그들의 몸을 치료하지만 몸의 통증이 마음의 우울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매일 목격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꿰뚫어 본다. 전문의로서의 통찰과 환자로서의 고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독자는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꺼지지 않는 회복의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얻었다. 나는 그동안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환자들을 다그치지는 않았을까. ‘이겨야만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밝고 우울해라. 노을처럼 행복하기”라는 문장은 통증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처럼 다가왔다. 통증 때문에 우울한 감정을 억지로 부정할 필요 없다고 그저 그 아픈 마음을 안고서라도 창밖의 노을 같은 작은 기쁨을 찾아보자고 말해줄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힘겨운 하루를 버티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치료실에서 만날 환자들의 지친 어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다독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통증의 긴 터널을 걷고 있는 환자들에게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모든 의료인에게 깊은 공감과 지혜를 선물할 것이다.#미다스북스 #가끔이기고자주집니다만 #김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