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라는 장르 딱지가 붙으면 나와는 그닥 관계가 없었다. 엄청나게 유명한 블록버스터 영화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 측면에서 헐리우드 상업 영화와 동떨어져 문화 미개인같은 느낌을 홀로 받고는 했다.
`리틀 브라더`는 역시나 익숙하지 않았다. 25살 이상은 아무도 믿지말라는 소설 속 말과 살짝 달리 25살 이상은 이해가 어려운건지. 마커스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SNS같은 미디어를 이용하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마커스의 부모님같은 TV 앞 인물이기 때문인지도.
마커스 얄로우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17세 소년이다. 조금 특이한 점은 컴퓨터 척척박사 수준이랄까. 학교의 감시 시스템에서 쉽게 벗어나 땡땡이치고 게임을 즐긴다. 일반적으로 아는 컴퓨터 게임이 아닌 대체현실게임이라는데 알 듯 모를 듯 하다. 한 팀으로 게임을 하는 대릴, 졸루, 버네사와 같이 힌트를 찾으러 가던 마커스는 큰 폭발음을 듣는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패닉 상태의 수많은 사람들에 휩쓸리던 그들은 머리에 자루를 쓰고 어딘가로 끌려간다.
감금 상태에서 국토안보부라 칭하는 이들에게 취조를 받는다. 베이교 폭발로 잠정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당하며 끔찍한 시간을 견딘 마커스는 풀려난다. 졸루, 버네사도 돌아왔지만 대릴은 그 곳에 남겨졌다. 마커스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며 자신만의 복수를 시작한다. 엑스넷을 만들어 알리는 것이 첫 단계이다.
테러 이후 샌프란시코는 통제와 감시가 만연하다. 마구잡이로 데이터를 모으고 기준에서 벗어난 이들은 수시로 조사 대상이 된다. 소설 속 묘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익숙한 CCTV, 민간인 사찰, 빅 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이나 정치적 이용 등 현재와 흡사하다. 막연한 공상은 아닌 것이다.
`리틀 브라더`는 성장소설, SF, 스릴러, 히어로물까지 장르를 따지자면 복합적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 마커스의 입을 빌리는 1차원적인 방법이지만 끊임없이 기본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리틀 브라더`는 이해하기 어려운 해킹의 세계에도 소설 마지막 장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은 분명히 있다. 잘못된 권력 꼰대들에게 한 방 날리는 이들의 모습은 사이다였다. 비록 사이다를 마신 후에 더 갈증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