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는 읽기 힘들었다. 처절함, 그것이 단지 허구가 아니기에.
`사서`는 옛길, 하늘의 아이, 죄인록, 시시포스의 신화까지 4권의 책의 내용을 이어서 보여주는 형식이다.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못했고 번역되어 해외에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원고를 보내보았지만 결국 중국 내에서는 출판할 수 없었다니 아쉽다.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과 함께 후보작을 검색하다 읽게 된 `사서`이다. 책을 읽기 전 문화대혁명을 검색해보고 읽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반적인 배경을 알고 시작했기에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4권의 책은 같은 듯 다른 이야기이다. 중국 황허강 주변의 99구가 배경이 된다. 지식인들이 사상 교육, 개조라는 명목으로 고립되어 황허강 주변의 척박한 땅에서 밀을 재배한다. 이들을 관리하는 이는 아이이다. 작가가 실제 홍위병의 모습을 아이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교화가 끝나면 돌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허상이다. 종교, 학자, 작가, 음악, 실험... 이름없는 지식인들은 그럭저럭 살아낸다.
겨울이 되고 어느 날부터 철을 생산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용광로를 만들어 철을 생산하는 노동의 나날들. 끊임없이 이들을 일하게 하는 것은 아이가 부여한 오각별이라는 희망이다. 다른 이를 감시하고 서로의 잘못을 보고하고, 책을 반납하고 일에서 성과를 내면 아이는 붉은 종이꽃을 준다. 작은 붉은 꽃 125개를 모으면 그것이 오각별이 되고 99구를 떠나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죄인록을 쓰고 종교는 자신이 믿는 궁극의 신을 버린다.
99구에 아니 전역에 시련이 닥친다. 철 생산으로 나무없이 맨 땅이 되어버린 곳곳에 비가 오고 대흉년이 든다. 다시 겨울이 오고 끝없는 기근과 살을 에는 추위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남은 사람들은 배고픔에 견디다 못해 인육을 먹기까지 한다.
99구의 많은 사람들은 공포와 희망에서 좌절과 무기력함, 인간의 궁극적인 생존에 대한 처절함까지 모든 감정과 본능적 몸부림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최후의 최후까지 내몰린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더더더 깊숙한 곳, 내면을 파헤친다.
그렇다면 나쁜 사람은 누구인가? 아이는 아니다. 아이는 잘못된 이상을 쫓을 뿐이었다. 진정 책임져야하는 사람을 작가는 소설에 등장시키지 않는다. 고통받는 사람들만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미 다 쏟아 보여준 것이다. 고통스러웠던 역사의 단면을. 소설은 읽기 힘들었지만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