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2014, 일본)
일본 추리소설은 한창 보다가 좀 쉬어가는 참이었다. 많이 읽은 것도 아니지만 읽으면 족족 비슷한 느낌의 일본 소설을 읽다가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아차싶었던 적이 있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글에 적응하지 못해 자괴감이 들었다. 쉽게 한 장 한 장을 넘기질 못했다. 그 뒤로 의식적으로 책을 고르게 되었고 한 참 지난 지금에는 소설이 아닌 다양한 책을 읽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나 소시민 시리즈는 알고 있지만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야경(夜警)`이 처음이다. `야경`은 표제작을 포함해서 여섯 작품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본래 장편소설을 좋아하지만 야경은 좋았다. 글은 완전한 통일성은 없지만 전반적인 느낌이나 구성이 비슷했다. 분위기 혹은 부정적 결말로 이어진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용이나 배경이 화려하지 않고 일상적 삶 속 이야기인 것도 좋았다. 소소한 느낌이다.
야경(夜警)은 작은 동네 파출소의 경관의 죽음과 관련된 경찰 소설이다. 한적한 동네에 불어닥친 사건은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때문이다. 죽은 경관은 미련함, 파출소 소장은 불운의 아이콘인 것 같다.
사인숙(死人宿)은 자살 명소 온천 여관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갑자기 사라진 전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왔다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그녀와 함께 자살을 막기위한 추리를 시작한다.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단출하면서도 흐뭇한 추리가 이어진다.
석류는 6개의 글 중 죽음이나 살인이 없는 유일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속의 치정은 잔인함과 악의로 가장 지독하게 느껴졌다.
만등(萬燈)은 해외 파견으로 방글라데시에서 가스 발굴을 위해 일하는 비즈니스맨이 중심이 된다. 살인사건이 전염병으로 번지기까지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지기는 사람이 뜸한 산 길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고와 관련된 괴담에서 시작한다. 고갯길과 그 끝의 작은 마을 사이에 있는 누구나 들릴 법한 휴게소, 그 곳을 지키는 할머니. 할머니가 소설집 전체를 통틀어 가장 치밀한 사람이다. 희생없이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켜낸 문지기이니 말이다.
신세를 졌던 집안의 여주인이 얽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마지막 만원(滿願)의 이야기이다.
작품집은 표제작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없게 골고루 눈길이 간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소설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받았다는 무수한 상이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개인적으로 석류, 만원보다는 다른 네 작품이 더 좋게 다가왔다. 참, 지독하게 치밀한 서사와 추리 혹은 굉장한 결말은 없다. 그렇지만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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