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에 대한 이미지는 예스럽다는 것이다. 그리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다.

박범신 작가의 글은 촐라체 이후 두 번째이다. 30페이지 가량 읽다가 덮은 것이 수 년 전이니 실제 읽은 것은 소금이 처음이라 볼 수 있다. 은교는 영화가 만족스러워 소설로 읽지는 않았다.
소금을 읽고 나니 촐라체를 왜 다 읽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소금은 아버지들의 이야기이다. 몇 명의 아버지들의 삶을 따라 읽으며 수를 헤아리다가 그만 뒀다. 모두가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그들의 자녀이기에.

소금의 달고 시고 짜고 쓴 맛 중 소설을 덮으며 다가온 것은 쓴 맛이다. 철저한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삐져나온 듯한 인물들의 모습이 씁쓸한 현실을 보여줬다. 사회를 소설 속에 녹여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비판 기능을 하려 한다는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한다. 불편함의 극대화로 소설의 강렬함은 살아났지만 그 속의 희망이라 볼 수 있는 세희누나의 등장과 퇴장은 보여주기식인 듯 했다.

아버지와의 연결고리인 소금을 통해 흘러가는 인생을 붙잡고 살아가는 선명우. 가족의 해체 끝에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시우와 도시의 삶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시인인 나. 그들은 무척 현실적인 이웃의 모습과 기이하고 짐승같은 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굉장히 입체적이다.

소설의 문체도 좋았다. 너저분하거나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느낌도 없고 한글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박범신 작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계속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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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책을 고를 때 스윽 훑어보며 삽화가 어느 정도 있는지를 보곤 했다. 이 책은 근래에 소설을 읽으며 하지 않았던 훑어보기를 하게 한다. 곳곳에 사진과 변칙적인 요소들이 보인다. 첫번에 특이하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북플을 통해 알게 되었다. 9.11 테러와 9살 꼬마가 화자라는 키워드만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리뷰는 굉장히 호의적이었는데 개인적인 평은 그보다는 못하다. 기대가 너무 높았나 보다.

오스카는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는다. 그 날 아버지의 전화로부터 시작된 오스카의 고독과 슬픔은 아버지 흔적 찾기로 이어진다. 비밀의 열쇠와 함께 블랙씨를 찾기 위한 여정이 이어진다.
한편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2차 세계대전으로 소중한 이들을 잃었다. 서로를 상처주고 회피하는 수십년이 흘러간다.

오스카와 할아버지는 전쟁과 테러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도 할 수 없는 어두움을 겪지만 대응은 다르다. 발칙하고 당돌하지만 사랑스럽다고 할 수 있는 오스카는 적극적이다. 그가 만난 수많은 블랙씨들은 하나같이 아프다. 오스카는 작은 틈 속에서 나온 사랑의 씨앗같다. 친구가 된 블랙씨와 오스카.
할아버지는 침묵과 존재없음 속에서 살아간다. 다만 그가 쓴 수많은 편지는 아픔과 애틋함을 보여준다.

책은 사랑해... 라는 말을 아끼지 말라고 알려준다.
내가 떠올리는 책의 이미지는 전쟁과 테러의 공포나 끔찍한 단면이 아니라 빈 관이다. 책이 보여주는 희망적 메세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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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부터 쭉 이어졌다는 폴리팩스 부인 스파이 시리즈의 첫 편이다. 50년 전 작품인 것이 무색하게 유쾌했다. 촘촘한 짜임새나 기막힌 반전, 화려한 첩보 활동은 없지만 말이다.

무지막지한 기대없이 본다면 썩 괜찮은 소설이다. CIA에 무작정 방문해 스파이 면접을 본 폴리팩스 부인은 어릴 적 꿈인 스파이가 되기에 이른다. 여행으로 꾸며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그녀의 첩보 활동은 갑작스런 역풍을 맞는데.
폴리팩스 부인의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멕시코, 알바니아 다시 미국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스파이 활동은 마무리된다. 독자가 예상한대로 흘러가 나처럼 게으른 이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다음 편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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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한다고 따라하면 갖추어 놓고 내색하지 못하는 어색함과 미묘한 찝찝함이 생긴다. 독서는 따라쟁이가 되어도 좋은 분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 홍수에도 곁을 내주지 않았던 고집을 꺾었다.

음식의 언어는 역사, 지리, 마케팅, 언어학적으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역사와 지리에 쥐약이기에 음식이라는 만국공통의 관심사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다. 그래도 레스토랑 메뉴나 브랜드 네이밍같은 현대의 이야기들은 잘 읽혔다.

먹는다는 것은 태생과 함께 하는 근원이자 행복이다.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미식에 집중하는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책에서 예로 드는 베이컨 아이스크림같은 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의 역사와 언어는 계속해서 변화와 새로움을 맞을 것이다.

동서양의 음식 문화에 아직도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점점 그 간격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인 음식보다 이국적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음식에 관심이 가는 입장이지만... 결코 각 나라나 민족, 종교나 문화권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음식이 사라지는 일은 없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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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는 사랑스러웠다. 쥐 마을 사람들도 사랑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배경이나 그림의 색감이나 톤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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