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책을 고를 때 스윽 훑어보며 삽화가 어느 정도 있는지를 보곤 했다. 이 책은 근래에 소설을 읽으며 하지 않았던 훑어보기를 하게 한다. 곳곳에 사진과 변칙적인 요소들이 보인다. 첫번에 특이하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북플을 통해 알게 되었다. 9.11 테러와 9살 꼬마가 화자라는 키워드만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리뷰는 굉장히 호의적이었는데 개인적인 평은 그보다는 못하다. 기대가 너무 높았나 보다.
오스카는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는다. 그 날 아버지의 전화로부터 시작된 오스카의 고독과 슬픔은 아버지 흔적 찾기로 이어진다. 비밀의 열쇠와 함께 블랙씨를 찾기 위한 여정이 이어진다.
한편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2차 세계대전으로 소중한 이들을 잃었다. 서로를 상처주고 회피하는 수십년이 흘러간다.
오스카와 할아버지는 전쟁과 테러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도 할 수 없는 어두움을 겪지만 대응은 다르다. 발칙하고 당돌하지만 사랑스럽다고 할 수 있는 오스카는 적극적이다. 그가 만난 수많은 블랙씨들은 하나같이 아프다. 오스카는 작은 틈 속에서 나온 사랑의 씨앗같다. 친구가 된 블랙씨와 오스카.
할아버지는 침묵과 존재없음 속에서 살아간다. 다만 그가 쓴 수많은 편지는 아픔과 애틋함을 보여준다.
책은 사랑해... 라는 말을 아끼지 말라고 알려준다.
내가 떠올리는 책의 이미지는 전쟁과 테러의 공포나 끔찍한 단면이 아니라 빈 관이다. 책이 보여주는 희망적 메세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