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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아이의 공부지능>은 아이들의 학업성취도 뒤에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는지 분석하고, 지능 개발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정리해보는 아이지능개발서였다.
그리고, 핵심은 높은 IQ와 높은 학습지능은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IQ가 높은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를 잘하겠지만, IQ가 낮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IQ가 높다고 꼭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공부지능(Study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공부지능이란,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공부'의 개념과 학업성취나 성공을 예언하는 지수인 'IQ'를 융합한 새로운 기념이다. 즉, IQ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었던 부분을 보완하여 학업성취를 좀 더 정확하게 예언할 수 있는 새로운 '예언 지수'라고 할 수 있다. - p.4
공부지능은 IQ와 다르다. 앞으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공부지능은 간단히 말해 IQ뿐만 아니라 EQ, 집중력, 창의력을 모두 아우르는 지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4개 영역의 지능이 골고루 발달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p.10
즉, 선천적으로 주어진 지능으로 꼭 학업 성취도가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낮은 IQ 때문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앞 장의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 해준다.
십여 년 전 서울대학교가 자체적으로 서울대 학생들의 IQ를 검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무척 흥미로웠다. 검사 결과 당시 재학생 중 약 10퍼센트가 IQ 100이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머리가 평균치에 못 미치는데도 서울대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p.22
물론, 저 통계는 서울대생 전부를 대상으로 했다는 말은 없다. 그러니 통계만 믿고 전체가 그렇다고 여기는 우를 범하면 안되겠지만, IQ가 낮다고 해서 아주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조금 더 읽다보면 SQ(공부지능)=IQ(인지능력)+EQ(정서지능)+a(집중력과 창의력)이라는 공식이 나온다. IQ는 암기력, 처리속도, 어휘력, 연산력과 같은 인지능력을, 정서지능은 자기 통제력, 인내력, 긍정적 자아(자존감)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부가 요소(a)인 집중력과 창의력 역시 IQ와 EQ와 연관되어 있으며, 집중력은 기억력과 자기통제력으로, 창의력은 유창성, 융통성, 개방성, 모험심 등. 마찬가지로 IQ와 EQ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저 이론과 중간 중간 배치된 일화를 보고 있노라면,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성적 관리는 기본이고, 교우 관계도 좋았고, 항상 자신감에 넘쳤던 것 같다. 일반화 시킬 수는 없지만, 기초 인지능력의 발달이 이뤄진 후부터는, 학습 능력 이상의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읽다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은연중에 계속해서 'IQ가 낮아도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묘하게 반복되는 것 같고, 그러다 '그러니 노력하면 된다.'와 같은 당연한 말이 약간의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나열된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공부 말고 다방면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를 세세하게 연구한 결과를 담은 책인가. 싶을 쯤. '적기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조금 흥미로워졌다.
조기교육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적인 것이 분명히 있다.
...... 적기이면서 조기일 때는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적기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조기교육을 하면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공부지능 중 한 축을 담당하는 집중력의 경우 적어도 만 6세는 되어야 성숙해지기 시작한다. -p.62~63 <조기보다 적기가 더 중요하다>
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 각 능력별로 정점을 찍는 시기를 조사한 것인데,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내용들이 제법 많았다. ...... 사실 이 연구 결과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 이유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계속 발달하는 능력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능력이 최소 20대가 지나면 퇴화한다고 알고 있던 사람에게 40~50대 이후에도 더 크게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은 충격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p. 67~78 <능력별로 정점을 찍는 시기가 다르다>
서로 다른 능력, 각 영역별로 발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있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계속해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지능력은 태어날 때부터해서 초등학교 때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18세, 즉,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2 때 인지능력이 정점을 찍는다고 한다. 그러니 결국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중학생 때부터 고2 때까지 꾸준히 공부를 해야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빨리 시작하는 게 늦게 시작하는 것보다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능이 가까워질 무렵, 실태조사로 함께 나오는 수포자나 공부에 회의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다룬 뉴스 기사를 보고 있으면, 적기 교육이라는 단어가 갖는 함의가 크게 다가온다.
이어서 나오는 이야기는 '뇌 발달'과 관련한 적기 교육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기서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이 함께 나오는데, 한창 공부하는 부분이라 더 반가웠다.
피아제는 인지 발달 단계를 4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감각운동기(0~2세), 전조작기(2~7세), 구체적 조작기(6-7~11~12), 형식적 조작기(11-12~성인 초)로 나누고 있다. 책에서는 각 인지 발달 단계에 따라 뇌의 어느 부분이 발달하는지를 덧붙여 설명하면서, 각 단계에서 필요한 학습 활동을 함께 언급해주고 있었다.
한 예로 감각 운동기만 조금 언급하면, 0~2세 사이에는 뇌가 가장 빠르고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뇌의 전 영역이 고루 발달하면서 IQ와 EQ의 바탕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영역이 고루 발달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감 체험'인데, 옛날에 <슈퍼맨이 돌아왔다> 초창기에 이휘재가 서언이 서준이를 데리고 가서 밀가루 반죽 체험(?)을 하게 해줬던 일화가 떠올랐다. 또, 이 시기에 한창 모유 수유가 이뤄질 텐데, 이때가 아기와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유 수유도 EQ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한다.
이외에도, 하루 30분씩 꾸준한 운동은 전두엽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 충분한 수면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아이들은 수면 장애는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 등..... 은연중에 알 것 같지만, 바쁘게 사느라 놓치고 살았던 공부 지능과 관련된 생활 습관이나 상식 등이 연구 사례와 함께 언급되어 있었다.
이후 부터는 공부 지능의 개발 단계, 그리고 IQ 검사 방법의 해석과 IQ에서 다루는 인지 능력을 어떻게 발달시켜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학교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시를 외워야 했는지. 그런 이유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EQ와 관련해서는 '자기 절제'를 잘하는 아이들이 '학습지능'도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시멜로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또, 아이가 어떤 지능이 발달해 있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아이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를 발견하기 위한 부모의 관심과 환경 조성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언급되어 있었다.
책에 나와있는 것 말고도, 인지 능력에 대해서는 학자별로 다양하다. 우연히 오늘 공부하다가 다시 보게되었는데, 인지 능력을 두 가지 요인으로 나눈 학자부터, 가드너처럼 9가지 다중지능을 언급한 학자도 있었다.
이런 연구결과들을 읽을 때면 흥미롭다. '혹시, 이중에 내가 눈치 치재 못한, 내 특기 분야도 있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 심리도 있고,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참고해야지.'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낳을지는 미지수지만,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정보는 '적기 교육'이었다. 기초 학습 능력은 학교든, 학원이든, 기타 교육 기관에서 스스로 배워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아이들이 아직 인지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영유아기의 발달 과정에서는 부모가 일정 부분 도와줘야 하는 일이나 조성해야 할 환경이 있을 텐데, 그 시기에 필요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알아두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시 책 앞으로 넘어와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강남 학군을 저자가 나름 분석한 내용이었다. 그 전에, 책을 읽으면서 확인 사살을 당한 것이 있었는데, IQ는 유전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태어날지도 모를 미래의 자식에게 벌써 미안해진다.) 그런데 IQ말고도 유전되는 것이 열심히 노력하는 EQ라고 한다.
같은 강남이라도 지역에 따라 거주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다르다. 주로 전문가들이 사는 지역이 대치동과 서초동이고, 전문가가 아니면서 부자들이 사는 지역이 청담동이다. 경제적 수준으로는 청담동이 더 높지만 명문대 진학률은 청담동 고등학교보다 서초동과 대치동이 더 높다. 그 이유는 대치동과 서초동에 어떻게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p.46<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만든 진짜 비결_확고한 교육 의지가 경제력을 뛰어넘는다>
즉, 타고난 지능에 열심히 공부한 노력(EQ)이 그대로 이어져, 아이들의 높은 대학 진학률을 높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역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틀린 말은 또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그쪽 분야에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난 (과연 생겨날지 모르겠지만) 내 아이가 '천재'라든지, '영재'라는 생각은 눈곱. 아니 티끌만큼도 없다. 그저, 막상 '내 아이는 천재야'라는 '부모 콩깍지'가 쓰이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필요한 경험을 쌓는 그 적기에, 함께 있어주고 싶다.
이건 우리 어머니도 매번 아쉬워하는 부분인데. 어렸을 때 바빠서 함께 돌아다니지 못한 게 아쉽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시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기왕이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그게 교과서적인 학습을 위한 것이어도 좋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기왕이면 그게 행복하면 더 좋겠다.
멘토링을 할 때면, 공부하기 싫어서 매번 딴청 피우고, 놀자고 하는 아이들에게 애써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문제 하나 더 맞추면 당연히 좋지, 근데 나중에 너희들이 뭐가 될지 모르잖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려워도 배워야 할 것들이 생길 수 있어. 그때 지금 꾹 참고 공부한 게 도움이 될지, 그건 아직 모르는 거야.'
벌써 3년이 지나가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답이 틀려도 풀려고 노력하면서 기른 인내심 자체만으로도 나중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EQ랑 관련된 이야기 인 것도 같다.
무튼, 그렇게 싫어했던 수학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쩌면 큰 도움이 되는 학문이었다는 점이 또 가장 큰 충격이었다면 충격이랄까.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발달하는 능력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가.
이제 저 책에 담긴 연구 결과와 이론을 적용할 나이가 훌쩍 지나버려 씁쓸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정보와 저자 나름의 생각들이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