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 - 위대한 대문호의 마음속으로 떠나는 여행
리차드 코헨 지음, 최주언 옮김 / 처음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_리차드 코헨
출판사_처음북스




1_책 소개

소설가의 마음을 알면 글을 쓸 수 있다.

영웅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 소설의 첫 장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 엔딩에 강렬한 감동을 받는 사람. 그 누구라도, 이 책은 셰익스피어부터 스티븐 킹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토리텔러의 마음속을 여행하게 해준다. - 뒷 표지 책 소개 中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명한 저자들의 글쓰기 방법을 모아놓은 글쓰기 지침서이다. 총 12챕터로 구성되어, 첫 문장 쓰기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다양한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예시를 들어가며 전개하고 있다.


2_리뷰

 글쓰기(구체적으로 소설 쓰기)와 관련된 책은 이 책으로 두 번째 책이었다. 첫 번째 책은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였다. 읽은 지 오래되어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초심자가 소설을 쓰기 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한 부분을 참고하기에는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가 조금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미치너가 '작가'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와 몇 작가들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그 작가들은 어떤 글을 썼던 사람들인지에 대한 고찰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책도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또, 작가 지망생들에게 필독서 비슷하게 추천으로 많이 떴던 것도 본 것 같다!)
 
무튼, 언젠가는 꼭 글(굳이 따지면 소설!)을 써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이 있어서, 심심하면 휴식기에 미리 스토리나 캐릭터 구성 등을 해두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쓰는 게 맞는 지, 구성을 할 때, 전체 단계별 비중은 얼마나 잡아야 할지, 시점은 어떻게 잡는 게 효과적일지. 갑자기 온갖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조언을 얻고 싶은데, 얻을 곳이 있나. 관련 책을 읽어보려고 도서관도 찾았는데 내가 원했던 책은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운 좋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고, 한번 완독한 지금, 글을 쓸 실마리를 조금은 찾은 기분이 든다.

  
<글이란 유기적, 유동적인 것>
잘 쓰여진(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한 편의 글은 하나의 생명체 같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 식물처럼 글쓰기 방식은 기본적인 틀이 있는 것 같지만, 그 틀에서 조금씩 변형·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어떤 시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상과 표현력을 지닌 작가가 쓰는 지에따라 같은 소재의 글들이 완전히 다르게 변화한다. 또, 어떤 방식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문단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례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생각에 일조했다.

캐릭터 구성에서만도, 평면적인 캐릭터인지, 입체적인 캐릭터인지에 따라 표현해낼 수 있는 깊이와 상황이 달라진다. 심지어 어떤 작가들은 독자의 호응을 고려해 캐릭터의 이름에도 의미를 부여해 큰 그림을 그리는 등 각양 각색으로 작품을 꾸려나간다.

이름은 캐릭터의 강점과 약점이라는 측면과도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시대와 성별에도 맞아야 한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셰익스피어는 클레오파트라의 여종을 '카르미안'이라고 명한다. 카르미안은 그리스어로 '기쁨' 또는 '작은 즐거움'이라는 뜻도 있지만, 중성적이며 자소사의 형태를 취했다는 점이 그녀가 클레오파트라의 재판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클레오파트라와의 사적인 관계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임을 나타낸다. -p.62

이 외에도 서술적 시점을 설정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아무래도 시점에 따라서, 독자들의 참여나 캐릭터의 내면에 대한 몰입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쓰기 전에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시점은 중-고등학교 때 배운 몇 가지 시점이 다였는데, 일인칭 서술에 '단일서술, 복수서술, 복합서술'이 될 수 있다는 건 또 처음 알아서 신기했다. 아무래도 간혹 몇 소설을 읽다가, 분명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남녀 주인공이 꼭 1인칭으로 말하는 것처럼 번갈아가면서 조명을 하기에, 이렇게 써도 되나?하고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언젠가 글을 쓰면 이렇게 써보고 싶은데, 막 마음대로 쓴거냐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하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처럼 시점이라는 게 아무래도 독자의 마음으로 생각해 볼 때, 작중 주인공과의 거리감 조절을 위한 중요한 장치다보니 '일인칭, 삼인칭, 서로 다른 여러 목소리 중에서 무엇을 쓸 것인지는 소설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기술적 문제다.(p.115)'라는 말이 공감되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글을 쭉 읽다보니, 정말 글은 흰 종이 위에 정갈하게 쓰여진 검은 문자의 나열이 아닌, 살아 숨쉬는 유기적인 생명체이고, 작가들은 그 생명체를 빚어내는 일종의 창조주처럼 느껴져서 숭고해보이기까지 했다.


<글쓰기 초심자를 위한 지침서>

서문에서 저자 역시도, '사실,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자문으로 시작했다. 이 부분에 나오는 일화 중에 '비언'이라는 작가가 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연을 나와서 한 말이 있다.

"왔구우운요. 자,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비언은 강의실 빽빽이 손 든 광경을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그럼, 집에가서 존나게 글이나 쓰셔들."
비언은 이 말을 남기고 비틀거리며 강단을 내려갔다.-p.14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직접, 많이 써보는 훈련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책을 쭉 읽다보면, 글쓰기 필수 요소들에 대한 설명과, 그에 따른 여러 저자들의 작품 속 관련 문장, 문단, 혹은 구성 방법 등에 대한 사례들이 함께 제시된다. 하지만, 그걸 읽고서는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책에 제시된 것만도 일부인데,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각양각색의 개성이 담긴 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본 틀에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나만의 글쓰기 훈련과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비언의 저 태도는 절대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원래 잘 쓰는 사람들이야 그렇다치고,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도 다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 글의 형식과 구성 때문에 다소 방황하던 초심자들에게 길잡이 같은 책이었다.


<'표절'에 대한 두 관점>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글쓰기의 형식적인 측면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되는 한편,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표절'에 대해서도 잠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우리가 예의 생각하던 '도덕적,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할 일'의 관점 말고, 표절에 대한 작가들의 다른 관점의 이야기도 조금 나와서 살짝 놀라웠다.

표절의 어원이 '납치'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라틴어로 '납치'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로마 시인 마르티알리스 때 지금의 의미로 처음 쓰였다고 한다. 타인의 노예를 훔치던 플라기아라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게 '도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표절가가 단순히 사람을 훔치는 것이 아닌, 그사람 자체, 내면을 훔치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후에 문학적인 도둑질을 총칭하는 단어로 점차 발전해 왔다고 한다. (p.96-97참조)

저자의 말처럼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한 글인데 의외로 표절에 대해 무덤하게 말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루퍼트 브룩은 볼테르에게 훔쳐온 글귀로 말한다. "'독창성'은 아주 많은 출처를 표절하는 것일 뿐이다." 파불로 피카소는 표절이 또 다른 도둑에게서 훔쳐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고, 언행이 일치하게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글에서 글귀를 훔쳐왔다. -p96

이런 식으로 몇몇 작가들에 대한 글을 보면 새로운 작품들은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조금씩 수정하고 패러디 해가면서 써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또, '표절'을 일부 '빌려 온'것으로써, 능력있는 작가는 이를 훌륭하게 사용하는 거고, 그렇지 못한 작가들은 '훔쳐온 것'이라고까지 한다.

나 역시 언젠가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입장이다보니, 이 부분이 매우 민감했다. 아직 제대로 써본 적도, 그럴 능력도 안되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쓰는 입장을 상상해볼때면,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똑같이 베껴 쓰는 건 당연히 화나고, 역으로 내가 쓰던 게 알고보니 이미 어떤 작가가 쓴 플롯이나 구성과 비슷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살짝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참 '표절'이야기로 시끄러울즈음, 궁금했던 것이 '과연 어디까지가 클리셰'로 허용되는가 였다. (표현이 이상하지만)표절을 다소 좋은 의미로 생각하는 위의 몇 작가 입장에서 보면 좋은 '클리셰'에 내 글을 썼다고 볼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따지면 신데렐라 스토리는 모두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나 샤를페로의 <신데렐라>의 표절인가, 아니면 우리는 소위 '돈 많은 부유한 미혼남과 평범한 사람 혹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라는 클리셰를 빌려오는 것인가. 갑자기 이런 생각까지 별 생각이 다 드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정말 우리는, 혹은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은 표절을 저지르고 있어 왔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걱정도 조금 들었다.

무튼, 확실한 것은 저의가 어떻든 간에, 표절은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처벌받아 마땅한 거라는 점. 그리고 특히나 요즘처럼 '콘텐츠'가 글에서부터 다양한 플랫폼과 함께 하나의 '문화 산업'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는 지금은 더더욱 이 부분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타/마무리>
처음에는 순전히 글쓰는 방법이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다. 언젠가,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 자리 잡고, 은퇴할 나이가 될 즈음에 글을 써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이 나면, 쉬는 날이나 쉬는 시간에 공부가 안되면 노트 한 켠에 미대생들이 스케치 하듯, 간략간략 스토리와 배경, 주인공들을 끄적여나갔다. 곧이어 조그마한 노트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 그려져나가고, 그 세상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내가 무언가 된 듯한, 벅찬 기분이 들기도하고, 또, 그냥 상상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럼 짧게나마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어서, 현실에서 우울한 기분이 잠시나마 해소되었던 것 같았다.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다.

그래서 조금씩 써보았는데, 그 어렵다는 '시작'은 어떻게 써지는데(물론 제대로 쓰면 몇 번을 고칠 것 같지만),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캐릭터 설정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지, 문장은, 시점은 이렇게 써도 되는건지. 

이렇게 쓰는 것도 글이라면 나도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싶다가도 용케 몇 페이지를 채우고나면 비슷한 문장의 반복에, 마치 옛날 '인소(인터넷 소설)'을 보는 듯한 민망함에 혼자 몸부림 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이기에 이렇게 글쓰기 접근법을 다룬 책을 보고 싶었는데, 이 책은 내게 <지침서 1호>가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책에서 얻은 교훈처럼, 기본적인 형식들 '매력적인 첫 문장(문단), 이야기 흐름 및 의도와 부합한 캐릭터 구성, 시점, 리듬, 엔딩'을 확실히 잡고, 쭉 연습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잘 쓰여진 글들을 많이 읽어보면서 플롯 구성력과 어휘력도 늘릴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해야겠지만! 멘토 같은 책을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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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즐거움 단순함의 즐거움
프랜신 제이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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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소개

 




- 삶은 물건 사이의 공간이다.
놓을 줄 알면, 더 행복한 삶이 열린다. -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딱' 필요한 만큼의 물건만 갖춘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단순한 삶'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단순함의 즐거움>은 잡동사니 없이 단순하고 정돈된 생활을 추구하는 '시작하는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재미있고 읽기 쉬운 안내서이다.    - 소개글 中


**

총 4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미니멀리스트'가 무엇이며,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한 원칙들과 그 실전편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미니멀리스트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2  리뷰



가진 물건이 더 적을수록 더 행복해질 거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책의 서론 맨 첫줄이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처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도 자문해 보면서 책을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처음 책을 신청하기 전에 든 생각은, 정말 단순하게 '물질적으로 적게 소유하고도 행복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거의 '무소유'에 가까운 삶을 의미하는 걸까 싶었었다. 그리고 연이어서, 요즘들어 부쩍 생겨난 스트레스와 우울, 허탈감과 같은 일련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그런 나쁜 감정의 악순환이 과욕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적게 가지고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책을 신청했었다.

그리고 생각대로, 책은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혹은 가지고 있는 것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의 지침들을 일러준다. 어떻게 하면 단순하게 살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지에 대해서 조곤조곤 알려주는 책이었다.


<미니멀리스트 입문을 위한 중요한 마음가짐_비움과 공간의 미학>

책을 읽는 동안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한 가장 기초 단계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질적'인 '물건만 비워내는 일'이 아니다. 그 물건들을 버리고 정리함으로써 공간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공간'은 또 다시 '여유'라는 단어와 함께 다가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비어있다'는 생각을 한다. 안타깝게도 '비어 있다'는 말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비어 있다'는 말을 다른 각도로 보면 어떨까? 비어 있기 때문에 없어진 것만을 생각하지 말고 그로 인해 생겨난 것이 대해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비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그것은 우리의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우리에게 다양한 것들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여유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것을 저자는 미니멀리즘의 '장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노트, 읽지 않는 책들,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낡은 의자.... 이런 것들을 비워낼 때, 우리는 그 공간을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기도 한다. 혹은 그 물건 때문에 집 안에 사로 잡혔던 자신을 밖으로 인도함으로써,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살아오면서 얻은 물건들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좀 더 뒷 장에 나오던 이야기였지만, 사람들은 '추억'이 깃든 물건들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약간 비정한 이야기 같지만, 때론 그런 물건들이 쓸데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을 과거에 옭매이게 하는 것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전에 탔던 상장, 수상패, 성적표, ..... 그 외 다양하게 나의 성과를 알려주는 물건들은 지금의 지칠 때마다 나를 채찍질 해주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공간을 차지하고, 자신을 과거에 묶어두는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거다.

내 경우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서야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던 노트와 다시 보지 않을 학부생 때 교양 서적이나 노트 등을 겨우 버렸기 때문이었다. 

지금 준비하는 시험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땐 정말 공부 잘했는데, 잘할 수 있을거야. 나는 잘해왔으니까.'하면서 스스로를 토닥였고, 때로는 그땐 잘했는데, 왜 지금은 못해?라는 생각에 나를 채찍질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법으로 그것들을 찾아보고는 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하려는 지금, 그것들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물건을 둘 곳 없게 만드는, 더 이상 쓸모없어진 채로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물건들을 싹 끄집어 내고, 공간을 만들어내고 나니, 의욕을 잃었던 마음이 조금은 추슬러지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동기가 더욱 부여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책을 통해 알게된 미니멀리즘은 내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물질적 공간에 대한 여유와 함께,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털어낼 수 있는 심적 여유도 조금은 가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물건을 비웠다. 공간이 생겼다. 여유가 넘친다. 새로운 공간에서 무언가 새로운 일들이 생겨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럼 여기서 다시 질문이 들어간다. '나는 이제 만족스러운가?'

만족할 줄 아는 태도를 기르면 미니멀리스트의 생활방식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누군가와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동네 수준이 아니라 전 세계를 둘러보아야 한다.-p.67

 다른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당연히 비우고나면, 이제 만족의 문제가 생각날 것 같았다. 최소한의 것으로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정말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미니멀리스트가 단순히 '물질적'으로 단순하게 사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 라이프 스타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은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살다보면, 뜻하든, 뜻하지 않든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하물며 가까운 소수의 친구라도 만나게 된다. 청소년기 또래의식부터 사회 나가면 동질집단을 중심으로 집단의식이 형성되는데. 


거기서부터 벌써, 내 욕구도 모잘라 같은 집단의 사람들과 비슷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는데, 적게 소유하고 살기에 너무나도 비교 대상이 많은 게 또 현실이다. 게다가 미디어는 어찌나도 또 그렇게 사람들의 '니즈'를 잘 발견하는지, 사야할 물건들이 세상에 천지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우리의 소유에 대한 욕구는 끝도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내가 필요한 물건은 무엇이고, 나의 '만족'은 무엇인지.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걸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마음을 깨닫고 실천하는 일, 그것이 미니멀리스트로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물건 정리를 위한 핵심 '버릴것, 소중한것, 넘겨줄것'>

개념과 필요한 마음가짐들에 대해서 일러주었다면, 이후 장에서는 물건 정리 방법들이 공간별로 나와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그렇지만 핵심은 '버릴것, 소중한것, 넘겨줄것'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나'에 대한 것이므로 주관적인 것이기에 이렇게 분류한 것 같지만. 감상적인 사람에게 조언을 얻지 말라고는 되어있다. 아무래도 모두 '추억이 깃든 소중한 것'으로 분류해버릴까봐일까.

이렇게 물건을 분류해가면서, 그리고 그 물건의 존재의 가치,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서 물건을 먼저 나눈 뒤, 각각 물건의 특성에 맞게 사용 용도, 빈도 등등에 맞추어서 분류하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물건이 쌓이지 않는 팁으로 '표면은 항상 깨끗이'라던가, '수납공간의 한도 정하기'등은 공감이 되서 재미있었다. 


<기타/마무리>
책을 읽는 동안 미니멀리스트라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책을 따라가다보면 아직도 나는 버려야할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거의 책과 노트로만 두 박스를 버렸는데, 집에 남은 것들 중에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아직도 꽤나 있다.

물론 집의 크기가 더 크면 미니멀 일수도 있지만, 물리적 공간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으므로, 앞으로 조금 더 정리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파레토 법칙이라고, 원래는 소득분포에 대한 통계법칙인데,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법칙이다. 여기저기 많이 사용하는 법칙인데, 저자는 막상 살다보면 20%의 물건으로 80%의 삶을 영위하고 있고는 한다는 말을 한다.

나 역시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로 입는 옷만 돌려입고, 펜도 쓰는 펜만 자주 쓰고, 화장품도 그런 것 같다. 나머지는 다 선물받은 것들이 수납공간을 빽빽히 채우고 있을 뿐.

그만큼 우리가 사는 데에는 정말 소수의 물건만 가지고도 살 수는 있음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사느냐, 얼마나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사느냐하는 마음가짐의 문제일 뿐 인걸. 새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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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은 그림자가 없다 세트 - 전2권
연이은 지음 / 청어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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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 소개

<내맘대로 키워드>
현대로맨스 / 미스터리추리물 / 정략결혼 / 다정남 / 애교남(?) / 츤데레녀(?)

<주인공 소개>
정소월_(25) 혜성그룹 사생아, 정회장의 숨겨진 셋째 손녀.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심부름에 자신이 어떤 이유로 가는 지도 모르는 채 월산으로 향했다. 자신도 모르는 정략 결혼이 있다는 건 전혀 모르고.... 하지만 충격도 잠시, 곧바로 이를 이용해서라도 할아버지에게 뒤통수를 치겠다고 결심, 결혼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달을 닮은, 열 살에서 삶이 멈춘 아름다운 청년 무영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  

 
차무영_(22) 월산 온천타운 차영선 사장의 외동 아들. 모종의 사건 이후 열살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렸다. 소월을 친구로 받아들이고는 자신과의 정략결혼을 이용하려는 소월의 말을 곧이 그대로 믿을 정도로 순수하다. 되려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하는 순수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녔다. 



 2  줄거리


[결혼해라. 그러면 네 어미를 호적에 올려주겠다.]

재벌가의 사생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없는 사람처럼 살아야했던 소월 모녀였다. 따라서 간만의 정회장의 호출은 드디어 자신이 손녀로써 인정받는 기회라고 여겼다. 물론, 그녀 어머니 역시도.

한껏 기대를 품고 갔던 월산행이었으나 그녀가 도착해서 알게 된 것은 자신도 모른 채 진행되었던 정략결혼 소식이었다. 그것도 월산의 온천타운 후계자라는, 열살에서 멈춰버린 차무영이라는 남자와의 결혼이었다. 결국 정회장은 자신을 손자들과 동등하게 생각할 마음이 애초에 없었다.

그 생각이 절망과 함께 비수로 돌아왔다.
하지만 동시에 그 생각은 이를 기꺼이 이용해 주겠노라는, 약간의 반발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게 저 순수하게 아름다운 청년과 거짓 결혼을 시작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본디 천성이 아주 모질지 못했던 사월은 자신을 친구로 받아들여주며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무영에게 점차 약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죄책감이 자라기 시작했다. 한편, 무영 역시 이상한 감정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진행되었던 결혼, 하지만 이들의 결혼 내막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들로 이들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월산에 전해져오던 '달선녀 저주'와 함께 사건은 점차 미궁 속에 빠져드는데.......


"소월아, 앞으로 우린 좀 더 힘들어질 거야.
모든 걸 기억해 낸 이상, 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


'선녀와 나무꾼'의 비극적인 변주,
달을 닮은 선녀를 능욕한 인간의 죄가 피로 이어진 월산.
그 피를 이어받은 자들의 악연이 맞물려 끊이지 않는 저주와 소문,
그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질 것인가.



 3  리뷰

월산이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 마을의 비극적인 전설을 흥미롭게 풀어낸 로맨스릴러 작품이었다. 분량이나 사건, 그리고 관련 인물들이 다소 많아서 한번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흐름 잡기가 어려웠던 점이 있었긴했다. 그럼에도, 월산에 내려오는 '달선녀의 저주'를 이야기 흐름에 잘 풀어낸 게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아래 조금의 스포도 싫은 분들을 위한 간단 리뷰>
- 재벌가 사생아가 정략결혼으로 한 마을에 내려가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릴러
- 마을의 전설인 '달선녀 저주'와 '한 가문'을 풀어낸 점이 인상깊었음 
- 판타지는 아니지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표현한 듯
- 정신병과 저주 등을 풀어 낸 점, 히스테릭한 캐릭터들이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 듯!


- 이 와중에 남주의 순수함이 너무 귀여워서 커플이야기가 나오면 흐뭇
 (BUT, 이 점은 약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의문)
- 단, 사건 전개 과정에서 필요하긴 했지만 다수의 인물 등장에 집중하기 어려웠음




<한 인간의 죄로 쓰여진 전설과 한 가문이야기>
월산에는 그 일대 경제권을 쥐고 있는 '차씨 가문'이 있다. 이들 가문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아무도 쉽게 건들지 못하지만, 이들 가문에는 지울 수 없는 죄가 그들 피에 남아있다. 바로 한연화라는 여자를 능욕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았던 차강문. 그의 피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 한연화도 미쳤다가 도망쳤고, 그녀의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은 그 저주 때문에 미쳐버렸다. 그의 가까운 지인 강용덕은 총에 맞아 머리가 날아간채 죽고, 이어서 증손인 차무영도 열살에서 정신이 멈춰버렸다. 이처럼 계속해서 한 가문을 둘러싼 일련의 비극사가 월산의 저주를 더욱 무성하게 만들었고, 작품 내내 기괴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계속 잡아준다. 
   
처음에는 '선녀와 나무꾼'의 비극적 변주, 그리고 '저주'라는 단어 때문에 정말로 막 판타지 스러운 전개가 펼쳐지는 줄 알았다. (예를 들어 마을의 돌상을 잘못 건들어서 혼령이 깨어났다거나 등) 하지만 읽는 내내 그런 판타지스런 저주는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만, 이제
부터는 너무 강 스포라서 밝히진 않겠지만, 저주의 시작은 인간의 죄라는 점과, 그만큼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마을을 아우르는 전설과 루머, 정신병 캐릭터가 자아내는 미스터리한 분위기>
한편, 전체 스토리를 보면, 다소 전개가 조금 더딘 느낌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역시 이거였지 않았나 싶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달 선녀 저주'의 정확한 '저주'의 내막을 추리하는 점과, 그 사이 중간중간 펼쳐지는 차씨 가문의 집안 내력과 인물 관계도, 그리고 중심 인물들이 지닌 정신병들이나 몇 악조가 보여주는 히스테릭한 캐릭터들.

이러한 극적 구성이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진 않지만서도, 꾸준히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서 글을 읽는 데 흥미로웠던 것 같다. '빙의'인가 '정신병'인가 싶을정도로 오락가락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런 내용들이 약간 초현실적인 느낌도 불러일으켜 준 것 같다. 

또, 아무리 사생아라고해도 어디까지나 한 가족인데 '인형' 취급하는 약간 나사풀린 사월의 오빠 정천일이나 할아버지 정회장. 그리고 마지막에 약간의 짠한 반전을 보이지만 초중반까지 계속해서 물질만능주의로 똘똘뭉쳐 연극조로 말하는 무영의 엄마 차영란 ........

이렇게 조금씩 마이너하게(?)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있어서,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로 치면 <곡성>처럼 톤 다운된 조명아래에서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을 느꼈다. 


<액자식 구성으로 사건과 관련 인물을 풀어나가는 세밀함(?)>  
약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다. 내 경우는 약간 호/불호를 왔다갔다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주변 인물들을 많이 세세하게 나오는 걸 읽기 힘들어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강>이나 <태백산맥>을 중도하차했던 이유 중 하나....믿거나말거나)

처음에 읽을 때나 천천히 읽을 때는 나쁘지 않았는데, 가령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인물들 한명 한명이 각자의 시점으로 본인들의 집안 이야기라던가, 중심 인물들과 인연이 닿았던 이야기 들을 해주면서, 사건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준다.

물론 몇 명 인물들은 '아, 이 사람이 이렇게 인연이 있었구나.'싶지만서도 몇 몇 사람들은, 이 사람이 이렇게 인연이 있었어? 반전이라면 반전인가?하고 의아했던 점들이 나오기도해서 조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런 전개 때문에 책이 다소 두꺼워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만, 이걸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본래 내가 좋아하던 추리물들도 그렇게 전개되었던 것 같아서 그러려니 읽을 것 같은데, 이걸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읽었더니 그게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어서, 이건 내가 단정을 못 짓겠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


<로맨스릴러와 달달물을 오가는 작품>
사실 처음 가장 우려했던 것은 10살에서 정신적 성장이 멈췄다는 남자주인공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이건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았다. 그저 투정 많고 귀여운 연하남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로맨스릴러 답지않게(?) 남녀 주인공이 꽁냥거리는 장면만 모은다면, 정말 어느 달달물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간질간질 귀엽다. 그냥 남주는 한마리 강아지 같은 느낌, 근데 대형견은 아니고, 조그만데 주인 앞에 꼬리 살랑살랑...... 다른 남자 앞에선 왈왈깡깡 거릴 것 같은!!! 멍멍이 같은 남주였다.

그래서 중간중간 심각해지다가 둘이 꽁냥거리는 걸 보면, 이게 앞의 그 스릴러 맞아 싶다가 다시 자동으로 광대승천 하면서 읽게된다. 나 연하남 진짜 질색팔색인데, 차무영은 너무 귀엽다. 작가님 능력인건가?! 아님 내가 나이를 먹은건가.

무튼 소개글을 보면 광적으로 애착, 혹은 집착인가 했는데, 그냥 공주님 지켜주려는 호위무사 느낌, 그것도 엄청 귀여운. 초반에 연하남 이미지 때문에 몰입이 안되나 걱정되서 연예인 떠올리며 읽으려했는데, 우연히 CF에서 '박보검' 봤다가 글 읽는 내내 박보검이 '소월아 소월아'하는 거 같아서 읽는 내내 광대 승천 했다는 후문.

다소 오글오글할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막 뱉어서, 분위기를 깨면 어쩌나 싶었는데, 신기하게 몰입을 막 깨지는 않았다.


<기타/마무리>
한 권당 500페이지가 넘는 장 수의 압박에.... 아주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생각보다 길어서 약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읽을 때는 공감가는 문장들도 많았고, 그래서 조금 더 압축해서 썼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저주를 둘러싼 큰 그림이나 주인공 두 사람의 로맨스 등은 재미있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인물 수도 많고 거기에 대한 세세한 설명도 너무 길어져서 다소 전개가 느리게 느껴진 것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또, 위에서 계속 이야기했는데, 가족 내력... 가족내력....하고, 으아아 이거 때문에 읽는 중간중간 누가 할아버지고 누가 아빠고 엄마고 헛갈려서 가족 관계도까지 그려가면서 읽었는데.....!!! 다 이야기 했다간 왕왕왕 스포라서.....(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아쉽다.

 

이거 말고 또 옆에서 형처럼 자란 치훈의 전개도 약간 맥없이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읍읍읍...!!) 이건 내가 1권 읽으면서 그냥 막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전개가 있었기 때문...

무튼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참 요모조모 고민하면서 읽게 만든 게, 추리 요소도 많이 남겨주시고, 스토리도 탄탄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될 작가님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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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달다
반유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열매는 달다_반유
출판사_YM BOOKS




 1  책 소개


내맘대로 키워드
현대 로맨스 / 선결혼후연애 / 로맨틱코미디 / 엉뚱녀

주인공소개
이열매_도윤의 아내이자, 베이비 핑거 최대 주주였던 금광희 여사의 외손녀. 어릴 적 창립식에서 그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됬다. 그래서, 그렇게 울며불며 할머니가 반대하던 결혼까지 강행했다. 그런데, 아무리 본인이 먼저 결혼하자고 했지만, 해도해도 이 남자 나무한다!  


'성(性)적 차이'도 이혼 사유다!

도윤_베이비 핑거 현 회장이자 전 회장 도두농의 손자. 할아버지 도두농의 추잡한 스캔들에 꼬여가는 족보에 회사 일까지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창립기념식에서 열매에게 청혼을 받았다. 처음에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했던 결혼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집을 나갔다. 그제서야 문득 그녀의 빈자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준다고 한 것을 주기 전까지 이혼은 불가야."



 2  줄거리


"참을 만큼 참았어. 더 이상은 못해."

청담동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도그빌라.
무려 90~120평의 면적에 고급스런 외관에 혀를 내두르는 인테리어로 매입자가 속출하는 곳이건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이 열매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오늘도 '폭탄 제거 작전'을 시작한다.

바로 그의 시조부이자 전 베이비핑거 회장인 도두농이 저지른 사고 수습 때문!

정력이 넘쳐나는 시할아버님 때문에 그 뒷감당은 모두 열매 부부의 몫이었다.
전처와 전 약혼자들의 뭇매는 오롯이 열매의 몫, 밖으로는 회사일에, 조부 때문에 실추되는 회사 이미지 쇄신은 남편인 도윤의 몫.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알콩달콩해야 했던 신혼여행도 할아버지 스캔들에 뛰쳐나가야했다. 그 와중에 안그래도 힘든데 남편이란 놈은 적어도 동지라고 생각했더니. 정말 남의 편인지. 일 때문에 바쁘다며 두문불출하기 일수.

게다가 혈육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카사노바 조부와 180도 달리 조선시대 선비가 타임슬립 해온 것 같은 남편이라니.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자라니.  

결국 열매는 3년을 독수공방 기분에 살아야했다. 상상 이상의 시월드에 선결혼이었지만 적어도 본인은 사랑 때문에 한 결혼이었다. 그가 행복했으면 싶었다. 그래서 한 결혼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성(性)적 차이'도 이혼 사유다!

열매는 결국 이혼서류 딸랑 두고, 짐을 모두 꺼내고는 지긋지긋한 그 빌라를 나와버렸다.

그리고 거진 2년이 되어갈 즈음, 열매 할머니가 남겨준 금광빌딩에서 시간을 보내던 열매는 바로 건너편 신축 건물에 베이비 핑거 본사가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부딪히게 되는 전남편인 줄 알았던 현남편!

이혼 서류에 도통 결제 내려주지 않는 회장님 때문에, 
열매는 열심히 술을 말고 말고 말고, 말다 술이 나를 마시고.
남편과 선을 넘고 말았다(?) !!

그럼에도, 이혼 도장을 부탁하는 열매에게 의미 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나에게 준다고 한 것을 다 주기 전까지 이혼은 불가야."



 3  리뷰

작가님 이벤트 덕에 읽게 되었던 <열매는 달다> !!
처음에는 '으악....ㅋㅋ;;'으로 시작해서 그래도 후반부에는 오호...로 끝났던 작품이었다.
 
회장이란 사람의 돌발 행동과 과부촌 저리가라하는 도그빌라의 실상 때문.
그 초반 장벽 때문이었는지 책이 안읽혀서 잠깐 내려두었다가, 어제 다시 집었었다.
역시나 설정이 (어색)난해했지만, 읽다보니 술술 읽히는 것이, 나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몇 줄로 요약하면,
선결혼 후연애물(?)로 여주가 결혼 이후 성(性)적 차이(성취향no)등의 이유로 이혼 서류 던져놓고 집 나갔다가, 재회하고 그간 불통했던 남편과 속내를 얘기하며 재결합하는 이야기
-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는 로코물
(설정이 난해하다는 건, 내용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도윤 조부의 스캔들 때문...)
- 아침드라마 같은 등장인물 설정에 시트콤+미니시리즈를 본 기분



내 남편이 고자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중매 결혼> 이후 선비같은 남주 때문에 여주가 몸에 사리 쌓은 건 또 오랜만이네 하고 읽었다. 게다가 무려 여주가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 했으니... 오랜만의 순정녀인데 눈시울이 뜨뜻해지는 게, 다른 의미로 뜨뜻해졌다.(안쓰러워서)

그래서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음... 전처 중에 한 명인 육전 김민정과 담화를 보고 있으면 참 웃기다. 계속 가동이니, 횟수니.....(;;;)
 
그나저나 귀신사에 석수(남근석)의 기운을 담뿍 받고 태어난 이 남자가 카사노바 조부와는 180도 다른 선비님이니, 열매는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거기다 어마무시한 시월드까지 덮쳐오니, 집을 나설만도 했다.

그래서 재회하고 술먹고 선을 넘던 그날도 취중진담이라고 뱉어 낸 말이

"그것보다 서러운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너, 너, 너! 고자잖아!"

으아아악 나라면 이불킥 십년감!!!

그렇게 처음으로 본인의 이혼 사유를 알게 된 도윤은 호랑이 기운 아닌 귀석사 기운을 가득 끌어모아 스크래치 난 자존심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소통이 필요했던 두 주인공소통이 필요했던 두 주인공  

몇 이별로 시작하는 커플이 늘 그러하듯, 두 사람의 잠깐 이별은 불통이 원인이지 않았나 싶었다. 술로 속마음을 푸는 게 꼭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취중진담이라고 그 술 덕에 드디어 열매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예의 로설 여주들이 그러하듯,  열매는 어린시절 본 차갑고 서글퍼 보이는 도윤의 모습에 모성본능 자극 당해 웃게 해주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물 두 살 창립 기념일 날, 그의 조부인 도두농 회장에게 성희롱(?)을 당하고는 황급히 달려와 사과하는 그에게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했다.

열매는 그에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비즈니스 관계로 만났다고, 선을 긋는 남편에게 점차 지쳐갔다. 

도윤은 나쁜 남편은 아니었지만 좋은 남편도 아니었다.
열매는 현모양처였지만, 사랑스런 아내는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조부의 뒤치닥거리, 다른 의미로 어마무시 무지막지한 시월드 3년에 열매에게 늘어난 기술은 제주(酒)법. 남편이란 사람은 아무리 그렇지 명색이 여자인데,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결혼 생활의 다는 아니지만, 사랑과 행복 속에 살고 싶었던 열매는 결국 그 길로 더 이상 그녀가 바라던 결혼 생활은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집을 나서고 말았다.

하지만 열매가 나가고 느껴버린 그녀의 빈자리에 도윤은 새삼 그녀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만나면서 그녀 만큼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사람은 없다는 마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남조였던 유석원 덕분에 도윤의 의지가 활활 타올라서, 더 재결합 의지가 활활 타올랐던 것도 있었지만. 다시 만난 후 달달해져서 아내 바보가 된 도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역시 오글거려도 마음은 말로 표현해야 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당하다 웃펐다가_막장 로코 미니스리즈 한 편

초반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주인공들에게 집중하고 읽으면, 나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삼순..>을 본 지 오래되서 가물가물한데, 자꾸 김삼순이 떠오르기도하고, 시트콤 같아서 그랬으려나. 무튼 그냥 상황들이 막 상상되서 미니시리즈 보는 기분도 들었다.

열심히 에너자이저주 제조하는 열매도 웃겼고, "너 고자잖아!!"하면서 달려더는 열매도 웃기고, 다 알면서 발뺌하며 느물거리는 도윤도 얄미우면서 귀엽고.

물론, 도그빌라의 거주민들 이야기는 아직도 조금 당황스러워서...
되려 그 여인네들을 모이게 만든 도두농은 어떤 사람인가 너무 궁금했다.
(육전이 여섯 번째 전처의 줄임말이라니..) 계급장까지 있는 피라미드.. 아닌 위계질서 엄격했던 그 빌라.

도두농이 좀 마성의 남자, 꽃중년 할아버진가.... 싶다가도  아.. 할아버지.. 할아버지... 주인공이 32이니까... 그럼 젊어도 몇 살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에 이입이 안되서. 배우로 캐스팅하면... (과부하로 사고 중단)

거기에 4번째 처였던 김옥희의 딸... 정희수. 이혼했어도 그럼 고모인데. 도윤한테 집착하는 거 보고 소름돋았다. 피는 한방울 안섞였지만, 한 때 고모인데.......? (생각을 중단)

여튼 이러저러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초반을 잘 이겨내면 가독성도 나쁘지 않았고, 아침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던 작품이었다.


기타/마무리

여튼 좋은 기회로 접하게 된 작가님 작품, 전작은 리뷰로 먼저 접했는데, 확실히 전작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작가님 작품이 맞고, 로코 좋아하는 분이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열매의 엉뚱함에 귀엽다가 오글오글하다가 내가 이불 속에 숨고 플 때도 몇 번 있었지만....

도윤을 향한 순정을 보여준 열매와 뒤늦게나마 마음을 깨닫고 다정다감함을 아낌없이 보여준 도윤도 좋았다. 초반에는 꼭 말미에 '부인'이라는 말이랑 '다나까체'가 약간 아찔한 결혼의 서태윤이 말투가 떠올라서 어색...하다가, 가끔 반말 섞어줘서 존반말이 괜히 능글맞게 들려서 좋았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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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피아노 그 여자의 소나타
최지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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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소개




민폐 채무자 여직원과 악덕 채권자 사장님의 발칙한 합숙생활!
― 다른 듯 닮은 두 피아니스트의 티격태격 달달한 로맨스!


반채율

_부동산 재벌의 무남독녀 외동딸. 전 대기업 오너 따님. 

오스트리아 빈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도중

아버지 반회장이 죽고 회사가 도산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오갈 데 없이 빚만 떠안고 도망다니다 원동호의 공장에 얹혀살게 된다.

원동호

_탈북자 출신 전직 피아니스트.

한때 유럽에서 촉망받던 천재 피아니스트였으나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두 손가락을 잃고

현재는 삼겹살용 돌 구이 판을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영세 하청업체 '동우리빙아트'를 운영하고 있다.



 2  줄거리


"부잣집 딸이디만 지금은 땡전 한 푼 없다? 이 에미나이 내레 바보 천치로 아나?"


채율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한국으로 막 귀국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많아서 방황하던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귀국했다. 그런데 오는 도중 들었던 소식은 아버지의 사망과 회사 도산 소식이었다.

카드는 당연히 모두 정지, 졸지에 땡전 한 푼 없는 알거지가 된 채율은 채권자들에게 쫓기다가 급한대로 눈에 보이는 트럭에 몸을 숨겼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건드려 그만 트럭에 있던 물건을 모두 바닥에 쏟아버리면서 트럭의 주인인 원동호에게까지 빚을 지고 말았다.

오갈 데 없고, 밖에서는 빚쟁이들이 찾아다니고, 동호의 물건까지 망치고, 
결국 빚 밖에 남지 않은 그녀에게 동호가 제시한 타협안을 받아들고, 채율은 그의 공장에서 노동일을 하며 빚을 갚기로 한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온실 속 화초로만 살았던 채율에게 그 삶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삶이었다. 결국 이리치이고 저리치여가며 채율의 빚 탕감/공장 탈출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공장에서 들려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 모데라토.
음악 소리를 따라간 그곳에는 있던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 그는 동호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더없이 격정적이고 섬세하게,
거센 폭우도 막을 수 없는, 마법같은 연주가 공장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3  리뷰


처음 책을 신청했던 계기는 폐허간 된 삶에서도 청춘들이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사랑을 피워가는 이야기라는 소개 때문이었다.

그리고 ' 내 청춘의 클라이막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그렇게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작중 대사가 아니라 담당자분이 소개글로 쓰신 거였던 것 같지만)

그래서 사실 처음 읽을 때에는 조금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여자주인공인 채율은 생각보다 더 철부지였고, 남주 동호의 삶은 생각보다 더 기구해서 먹먹했기 때문. 소개글만 봤을 때에는 채율이 바닥을 치고도 포기하지 않고 제 살아갈 방법 궁리하며 꿋꿋하게 버티는, 씩씩하고 바른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틀리진 않았지만, 이걸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분명 '원'이라고 말했는데 알고보니 '타원형'이었다는. .....

그래서 초반에는 채율이 때문에 화가 났다. 그 상황에 나름 선심쓰는 동호에게 시도때도 없이 이거 안되냐 저거 안되냐 불평 불만에, 갈 곳 없는 저를 나름 거둬주면서 일 준다는데, 카드 들고 사고치고 다니고, 아무리 부잣집 외동딸이라고 해도 이렇게 철부지일 수가 있나 싶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나중 가서는 이 친구가 현실부정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읽어보니, 두 번째에서는 나름 이해도 갔던 게, 채율의 아버지가 집에서 워낙 오냐오냐 키웠다. 그래버리니, 나중가서는 진짜 사회 경험이 없으니까 그럴만도 싶기도 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다시 곱씹어보니, 오히려 채율의 행동이 마냥 자포자기해서 아무것도 안한 것 보다는 제 나름 살 방도를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기도 해서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처음 읽을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민폐'캐릭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동호라는 캐릭터가 더 짠내나고, 점점 보살 캐릭터가 되어 갔었다. '이 에미나이가!!'하면서도 채율이 뒷감당 다해주고, 고기잡이 배에 팔려갈 거 구해주고... 아이고.

진짜 동호같은 남자 만나면 그냥 인생 살아가는 데 지장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탈북해서 자신의 생명같은 손가락을 잃고 또, 새로운 삶을 찾았던 동호이니 말이다.


어쩌다보니 캐릭터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되는데, 전반적인 스토리도 좋았던 작품이었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난듯 깔끔하게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고, 주인공이 밉상인데도 책이 손에서 안떨어지던 생각이난다. 가독성이 좋아 글은 술술 읽혀들어갔다.

작가님이 <닥터 이방인>드라마 원작 소설도 쓰셨다 하시고, 드라마 책임프로듀서도 많이 담당하셔서 그런지, 글 하나는 확실히 술술 읽히고 재밌다. 나머지는 취향의 문제일듯!


이처럼 각자 삶에서 바닥을 경험한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주인공이, 피아노로 만나 서로 묵혀두었던 오랜 꿈을 다시 꺼내든 모습이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계기야 어찌됬건, 피아노 연주를 하며 저마다 주인공 각각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예뻤던 작품이었다. 

천방지축 채율에게 동호는 너무 아까웠지만, 그런 성격의 채율이었기에 꽁꽁 쉽게 건들지 못했던 동호의 문을 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또, 의도는 불순했으나, 피아노를 다시 치기로 결심하고, 끝까지 동호의 편에 서기로 한 채율의 모습에서 더 이상 초장의 철부지 부잣집 외동딸은 없었다. 아직도 통통튀고 제 감정이 더 중요한 것 같은 아가씨는 남아 있었지만, 자기 선택에 확고한 결심을 보이며 빛나는 피아니스트만 남아있었다.  

동호야 원래 멋진 남주였지만, 채율과 피아노 대회를 준비하고 노수창과 마지막 대결을 하면서, 케케묵은 감정을 완전히 풀어낸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은 모습이랄까.

노수창 역시 제대로 악역같은 악역이라 나올 때마다 넘기고 싶었는데, 만년 2등의 서러움에 싱숭생숭해지고, 낮은 자존감에 허덕이는 모습에 공감가서 나중에는 좀 짠하기도 했다.


물론 소설이라 로맨스도 살짝 가미되고, 한 순간에 몰락한 대기업 외동딸이라던가, 전직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탈북자와 같이 공감하기 힘든.... 드라마틱한 감이 확실히 있었지만, 그럼에도 각 캐릭터에 투영된 메시지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지금이 아무리 바닥같이 느껴져도, 방법이 잘못됬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더라도. 
계속 길을 찾다보면 언젠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형식을 갖춘 악보도 종장을 가는 과정에 연주자의 개성과 감정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이, 더 멋지게 탄생하는 것처럼, 우리들 이야기도 그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그남자의피아노그여자의소나타,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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