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피아노 그 여자의 소나타
최지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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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소개




민폐 채무자 여직원과 악덕 채권자 사장님의 발칙한 합숙생활!
― 다른 듯 닮은 두 피아니스트의 티격태격 달달한 로맨스!


반채율

_부동산 재벌의 무남독녀 외동딸. 전 대기업 오너 따님. 

오스트리아 빈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도중

아버지 반회장이 죽고 회사가 도산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오갈 데 없이 빚만 떠안고 도망다니다 원동호의 공장에 얹혀살게 된다.

원동호

_탈북자 출신 전직 피아니스트.

한때 유럽에서 촉망받던 천재 피아니스트였으나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두 손가락을 잃고

현재는 삼겹살용 돌 구이 판을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영세 하청업체 '동우리빙아트'를 운영하고 있다.



 2  줄거리


"부잣집 딸이디만 지금은 땡전 한 푼 없다? 이 에미나이 내레 바보 천치로 아나?"


채율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한국으로 막 귀국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많아서 방황하던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귀국했다. 그런데 오는 도중 들었던 소식은 아버지의 사망과 회사 도산 소식이었다.

카드는 당연히 모두 정지, 졸지에 땡전 한 푼 없는 알거지가 된 채율은 채권자들에게 쫓기다가 급한대로 눈에 보이는 트럭에 몸을 숨겼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건드려 그만 트럭에 있던 물건을 모두 바닥에 쏟아버리면서 트럭의 주인인 원동호에게까지 빚을 지고 말았다.

오갈 데 없고, 밖에서는 빚쟁이들이 찾아다니고, 동호의 물건까지 망치고, 
결국 빚 밖에 남지 않은 그녀에게 동호가 제시한 타협안을 받아들고, 채율은 그의 공장에서 노동일을 하며 빚을 갚기로 한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온실 속 화초로만 살았던 채율에게 그 삶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삶이었다. 결국 이리치이고 저리치여가며 채율의 빚 탕감/공장 탈출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공장에서 들려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 모데라토.
음악 소리를 따라간 그곳에는 있던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 그는 동호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더없이 격정적이고 섬세하게,
거센 폭우도 막을 수 없는, 마법같은 연주가 공장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3  리뷰


처음 책을 신청했던 계기는 폐허간 된 삶에서도 청춘들이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사랑을 피워가는 이야기라는 소개 때문이었다.

그리고 ' 내 청춘의 클라이막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그렇게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작중 대사가 아니라 담당자분이 소개글로 쓰신 거였던 것 같지만)

그래서 사실 처음 읽을 때에는 조금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여자주인공인 채율은 생각보다 더 철부지였고, 남주 동호의 삶은 생각보다 더 기구해서 먹먹했기 때문. 소개글만 봤을 때에는 채율이 바닥을 치고도 포기하지 않고 제 살아갈 방법 궁리하며 꿋꿋하게 버티는, 씩씩하고 바른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틀리진 않았지만, 이걸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분명 '원'이라고 말했는데 알고보니 '타원형'이었다는. .....

그래서 초반에는 채율이 때문에 화가 났다. 그 상황에 나름 선심쓰는 동호에게 시도때도 없이 이거 안되냐 저거 안되냐 불평 불만에, 갈 곳 없는 저를 나름 거둬주면서 일 준다는데, 카드 들고 사고치고 다니고, 아무리 부잣집 외동딸이라고 해도 이렇게 철부지일 수가 있나 싶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나중 가서는 이 친구가 현실부정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읽어보니, 두 번째에서는 나름 이해도 갔던 게, 채율의 아버지가 집에서 워낙 오냐오냐 키웠다. 그래버리니, 나중가서는 진짜 사회 경험이 없으니까 그럴만도 싶기도 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다시 곱씹어보니, 오히려 채율의 행동이 마냥 자포자기해서 아무것도 안한 것 보다는 제 나름 살 방도를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기도 해서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처음 읽을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민폐'캐릭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동호라는 캐릭터가 더 짠내나고, 점점 보살 캐릭터가 되어 갔었다. '이 에미나이가!!'하면서도 채율이 뒷감당 다해주고, 고기잡이 배에 팔려갈 거 구해주고... 아이고.

진짜 동호같은 남자 만나면 그냥 인생 살아가는 데 지장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탈북해서 자신의 생명같은 손가락을 잃고 또, 새로운 삶을 찾았던 동호이니 말이다.


어쩌다보니 캐릭터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되는데, 전반적인 스토리도 좋았던 작품이었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난듯 깔끔하게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고, 주인공이 밉상인데도 책이 손에서 안떨어지던 생각이난다. 가독성이 좋아 글은 술술 읽혀들어갔다.

작가님이 <닥터 이방인>드라마 원작 소설도 쓰셨다 하시고, 드라마 책임프로듀서도 많이 담당하셔서 그런지, 글 하나는 확실히 술술 읽히고 재밌다. 나머지는 취향의 문제일듯!


이처럼 각자 삶에서 바닥을 경험한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주인공이, 피아노로 만나 서로 묵혀두었던 오랜 꿈을 다시 꺼내든 모습이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계기야 어찌됬건, 피아노 연주를 하며 저마다 주인공 각각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예뻤던 작품이었다. 

천방지축 채율에게 동호는 너무 아까웠지만, 그런 성격의 채율이었기에 꽁꽁 쉽게 건들지 못했던 동호의 문을 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또, 의도는 불순했으나, 피아노를 다시 치기로 결심하고, 끝까지 동호의 편에 서기로 한 채율의 모습에서 더 이상 초장의 철부지 부잣집 외동딸은 없었다. 아직도 통통튀고 제 감정이 더 중요한 것 같은 아가씨는 남아 있었지만, 자기 선택에 확고한 결심을 보이며 빛나는 피아니스트만 남아있었다.  

동호야 원래 멋진 남주였지만, 채율과 피아노 대회를 준비하고 노수창과 마지막 대결을 하면서, 케케묵은 감정을 완전히 풀어낸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은 모습이랄까.

노수창 역시 제대로 악역같은 악역이라 나올 때마다 넘기고 싶었는데, 만년 2등의 서러움에 싱숭생숭해지고, 낮은 자존감에 허덕이는 모습에 공감가서 나중에는 좀 짠하기도 했다.


물론 소설이라 로맨스도 살짝 가미되고, 한 순간에 몰락한 대기업 외동딸이라던가, 전직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탈북자와 같이 공감하기 힘든.... 드라마틱한 감이 확실히 있었지만, 그럼에도 각 캐릭터에 투영된 메시지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지금이 아무리 바닥같이 느껴져도, 방법이 잘못됬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더라도. 
계속 길을 찾다보면 언젠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형식을 갖춘 악보도 종장을 가는 과정에 연주자의 개성과 감정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이, 더 멋지게 탄생하는 것처럼, 우리들 이야기도 그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그남자의피아노그여자의소나타,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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