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잠1(전 2권)_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_열린책들

꿈을 제어할 수 있거나 꿈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면?
20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속의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 출판사 소개글 中
**
"그러면 말이에요,
만약 20년 전의 당신과 다시 마주하게 되면 뭐라고 하겠어요?"-p.304
주인공 자크 클라인은 항해사인 아버지와 유명한 신경 생리학자 어머니 아래 자라온 28살의 의대생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긴 했지만, 신경 생리학자로 '꿈'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한 어머니 덕에 꿈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꿈의 세계를 구축하며 건강하고 건전하게 자라온 '평범한 청년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어머니, 카롤린 클라인의 <비밀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크는 어머니 카롤린 덕에, 성장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꿈을 통해 그것들을 물리치고 한 단계씩 성장해 왔다.
'유도몽, 역설수면, 이어꾸기, 세노이족, 붉은 모래섬....'과 같은 클라인의 이야기와 꿈의 기록은 자양분이 되어 그의 꿈 속 세계가 더욱 탄탄히 구축되어 갔다.
그러나, 5단계 역설수면을 넘어 그 이상의 깊은 곳을 탐사하려던 클라인의 <비밀 프로젝트> 도중, 피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동료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언론의 뭇매를 받아내야 했던 그녀는 그 일 직후 돌연 모습을 감추고 만다.
그리고, 자크는 그 일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도 뒤로한 채, 탈선의 길을 걷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꿈 속, 붉은 모래섬에서 20년 후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데..........
"당신은 누구시죠?"
"난 20년 후의 자네야. 다시 말해 48살의 자네야"-p.223
**
정말정말 기대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신작 <잠>!!
주인공 자크의 어머니, 클라인이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도중 피험자의 사망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자취를 감춘 어머니를 찾아 꿈속의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SF추리소설이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생리학자이고, '꿈'을 연구하다보니 '의식, 무의식'과 같은 심리적인 용어들이나 과학적인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어려우면 어쩌나 싶었는데,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잠'이 핵심 소재,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오니 몽환적인 느낌도 나고, 과학부문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비현실적인 느낌에 판타지 소설을 읽는 기분까지 들었다. 특히 20년 후의 내가 꿈에 나타난다는 설정은 정말 흥미로웠다.
거기다 사라진 어머니의 자취를 함께 따라가면서 <꿈의 민족>인 세노이족도 만나고, 추리물 같은 요소도 가미되서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린 꿈 속 세계>
책은 아주 조금 역순행적으로 흘러간다. 초반 3장까지 현재 주인공의 나이 시간대로 흘러가다가, 이후에는 주인공이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 성장기가 그려진다. 요 자크의 성장 과정에서 작가님이 꿈이 대해 연구하고 상상한 것들이 잔뜩 펼쳐진다.
"<책의 세계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세계이다>라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말했어. 엄마는 여기에 <책의 세계는 이것보다 더 거대한 꿈의 세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고 덧붙이고 싶어."-p.59
이것은 작가님 이야기인가요?
순간, 매번 다채로운 소재로 작품을 가져오는 작가님의 작품들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이 작가님 왠지 꿈도 다 기록해뒀다가 작품 소재로 쓰셨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달까.
또, 프로이트나 융... 등 꿈에 대한 해석이나 수면에 대해 연구해 온 학자들의 모습들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내용이었다. 또, 수면과 꿈에 대한 연구 기사가 떠올라서 현실과 오버랩되는 느낌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꿈, 어디까지 꿔봤니?_20년 후 나와의 만남>
작품을 읽다보면 자크와 함께 꿈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형용하기 힘든 꿈의 깊이와 무한한 가능성에 나도 모르게 설득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크는 유도몽을 통해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으로부터 이겨낼 용기를 얻어내기도 하고, 아버지와의 사별로 발생한 생리적인 문제도 해결한다. 또, 잘 자는 것만으로 성적도 오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까지 한다.
작가님이 표현하는 잠의 단계, 그에 따라 펼쳐지는 꿈과 그 한계에 영향을 주는 수면의 질, 그리고 효과에 대한 연구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다. 우연히 TV에서 보았던 최면요법도 떠오르고. 5단계 '역설수면'에서 더 나아가 수면의 더 깊은 단계에 대한 가능성을 펼쳐 보려던 그 상상력에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꿈속에서 20년 후 미래의 나와의 만남이라니!! 둘이 서로 부르기 애매해서 구분지으려고 JK28, JK48이라고 명명하는데, 이 대목 왜 이렇게 귀엽고 웃겼는지. 내가 개그 코드가 특이한 걸까. 근데 둘이 꿈 속에서 대화할 때마다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젊은 시절 자신의 꿈속에서 시간을 되돌아가게 해주는 기계...... 물질의 물리학 법칙에서 벗어난다..... 나더러 이걸 믿으라고요?"
"그 증거가 여기 있잖아. 바로 나 말이야." -p.240
가위도 눌려보고, 자각몽도 꿔본 적 있었던 것 같고, 꿈꾸다 꿈속에서 깨고 또 깨본(?) 경험도 있었지만, 20년 후 미래 자신과의 만남이라니. 이런 꿈은 또 처음이야. 타임머신을 발명하다하다 꿈에서 시간을 거슬러 와버리다니. 이것도 신선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자크가 약간 탈선하던 중에 약에 손을 대는 바람에 본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던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미래의 자신에게 반항하다가 가위같은 가위 아닌 가위 같은 것에도 걸려보고, 그제서야 실감하고 정신차려 클라인을 찾으러 나간다.
JK48은 미래에 타임머신이 개발되서 과거의 꿈속으로 올 수 있다고 했는데. 내가 20년 전의 나에게 갈 수 있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일단 초등학생이 아니므로, 좀 더 미뤄야겠다.)
<기타>
2권이 너무너무 기대되는 작품이다!
일단 준비하던 일정이 있어서 숙제 먼저 끝내느라 1권만 읽고 쓰게 되었는데, 2권이 너무 너무 궁금하다. <타나토노트>때는 주인공 중 한 명이 실험하다가 ....... 이어서 연작이 <천사들의 제국>이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크도 전문의 과정에서 어머니의 의지를 이어 관련 연구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머지 연구를 자크가 하는 걸까. ........아, 그러니까 20년 후의 자크가 꿈에 나타난 거겠지?
아... 2권 있었으면 오늘 같이 읽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만큼 책은 흡입력있고, 가독성도 좋아서 술술 읽혀들어갔다. 또, 잠이라는 소재가 과학과 심리학 부문이 오묘하게 맞물려 있는 소재다보니 주제 자체도 나는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읽는 동안. 우리가 종종 지나가버리는 꿈들, '그거 개꿈이야, 너 피곤하니?' 등등으로 치부해버린 그것들을 버리지 않고, 또 이렇게 작품으로 만들어 낸 작가님의 상상력에 존경과 놀라움이 가득했다.
일전에 외국 모 로맨스 작가가 어떤 유명 소설 팬이었는데, 꿈을 꾸고나서 쓴 책이 <트와일라잇>이었다던가, 아니면 <그레이의 50가지>였던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무튼 두 작가 중 한 분인 것 같은데.
이게 떠오르니까, 작 중 클라인이 자크에게 꿈에 대해 일지를 써보라고 했던 게 함께 떠올랐다. 갑자기 나도 그 일기 한 번 써보고 싶어졌다.
종종, 꿈이라는 게 의식/무의식적으로 내재했던 현실의 무언가가 비현실과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판타지 같은 느낌이라.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왜, 그....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내재되있던 내 욕망(?), 꿈(?), 이런 게 나타나는 것 같기도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오, 그 꿈 같은 이야기 펼쳐지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행여 나중에 글을 쓰게 된다면, 소재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악몽은 너무너무 무섭지만.
요즘은 푹 자고 싶어서 되도록이면 꿈을 안 꾸고 싶었는데, 괜히 즐거운 꿈을 꾸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정말 지루할 틈 없었던 작품. 그래서인지 리뷰를 쓰는 지금도 너무너무 즐겁다.
(다만, 글은 좋은데 리뷰가 글을 망치는 느낌! 아, 이게 정말 좋은 건데 뭐라 표현할 수가 없네ㅠㅠ)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