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방민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울문학기행_방민호
출판사_아르테

 

 



- 이상, 윤동주, 박인한, 김수영, 박완서 ..... 불멸의 문인들이 사랑한 도시, 서울.
어쩌면 이상, 어쩌면 동주를 이곳에서 만나다!



<책 소개>

책에는 저자가 한국 현대 문학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시인, 소설가들의 작품과 그 작품 속에 반영된 서울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서울을 배경으로 태어난 많은 작품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온 여러 작가들 중, 이상, 박태원, 윤동주, 임화, 이광수, 김수영, 박인환, 박완서, 이호철, 손창섭. 이 열 분의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상의 <날개>를 통해, 신세계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다 본 회탁의 거리. 소공동. 그곳에서 통찰한 도시의 역학적 구조를 작품에 반영한 이상의 천재성에 재차 놀라고, 누상동 9번지 하숙집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길 희망하던 순수 청년 윤동주를 만나본다.

이광수의 파란만장한 삶이 담겼던 홍지동 별장에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또다른 부류의 지식인의 고뇌를 엿보고,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온 구보씨를 따라 걷던 그 서울 풍경 속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모더니즘적 시각과 역사, 관습과 제도의 변화, 철학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외에도 종로 네거리에서는 <네거리의 순이>를 읊으며, 열정적으로 사회주의를 외치며 다양한 활동을 벌였던 청년 임화를 보고, 구수동을 거닐면서, 김수영의 <풀>에 담긴 본질적인 이야기를 더 살펴본다. 종로 3가에서는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를 통해 50년 대 전후-60년 대, 살기 위해 모인 도시의 잉여들의 삶을 조명해본다. 

끝으로 계동에서는 박완서의 <나목>에 비친 전쟁 페허 서울, 전쟁의 상흔이 휩쓴 곳을 살아가는 자들의 삶을 따라가본다.


<리뷰>
글은 저자인 방민호 교수님이 마치 제자에게 서울 구경 시켜주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혀 들어갔다. 최근 즐겨보는 알쓸신잡의 문학버전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매번 알차고, 때로는 깊은 이야기로 구성된 프로그램 속 담화처럼. 글 역시 가볍고 편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작가들의 작품과 서울에 담긴 함의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담긴 진중한 글이었다.


오래전부터 이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서울 문학 기행,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문학의 흔적을 찾아 거기 스며든 삶의 이야기를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우리 한국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아름다움, 그리고 인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연들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새롭게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p.6 <책을 시작하며_시와 소설의 사연 깃든 서울을 찾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문학을 읽다

책을 읽으면서, '문제 풀이용' 문학 공부가 얼마나 편협적이고, 한정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우리가 읽고 배웠던 작품들에는 수업 시간에 배운 것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서울의 지리를 떠올리며 책을 읽는 순간, 책이 서울이 되고, 서울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이 바라본 현대 사회의 본질은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파는 세계, 상품 관계와 화폐가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버린 세계, 돈에게 절대적 권력을 부여한 자본주의적 현대성의 세계였습니다. 그는 이를 몸을 팔아 살아가는 '아내'라는 존재로 의미화해 그와 싸우는 자의식적 존재의 투쟁을 그려놓았습니다.-p.29

「날개」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일망감시의 원리의 전도에 있습니다. 현대성이 일망감시 감옥 체제라는 것을 간파하고, 그 구도를 뒤집는 분석적 시선이 「날개」에 있습니다. ...(중략)...「날개」가 문제작인 것은 ..... 1930년대 식민지 조선 사회가 이미 현대화되어가고 있고 현대적인 규율들이 고도로 자리 잡혀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음을, 이상 자신이 의식적으로 느끼고 날카롭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p.42 


아내가 건내준 약. 아스피린과 아달린 간의 의혹에서 자본주의 매커니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각을 표현하고, 미쓰비시 백화점에서 미셸푸코의 감시와 처벌,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을 반영했을 거라는 부분에서는 정말 이상의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이 소름돋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상 못지 않게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었다. 솔직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그렇게 인상깊게 남아있던 작품은 아니었다. 물론, 부끄럽게도 목차에 나온 작가들과 작품들 모두 이름은 들어봤지만 읽지 않았던 것들도 많았고. 읽었지만 떠오르지 안은 것들도 있었는데, 구보씨의 경우 후자였다.

그냥 제목 그대로 하루동안 서울을 쭉 거니는 이야기였던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남아있지 않았던 그 이야기. 하지만 그 작품은 당시 서울의 변화상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독특한 리얼리티 작품이었고, 식민지 시대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삶의 고뇌와 폭력적인 식민지 시대 도시 형성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었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궁금해합니다. 한낮에 산책을 시작한 구보는 고통스러웠던 두통 속에서도 계속해서 '행복'에 대해 골몰합니다. .....(중략).... 한낮에 경성을 산책한 구보는, 이 불행한 도시를 분석해 소설을 쓰는 것만이 이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가장 명징한 의식의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 그러한 목적의 소설을 씁니다. -p.148


남대문을 통과하며 제국주의 권력이 식민지 도시를 통치하기 위해 어떠한 폭력을 휘둘렀는지를 떠올려본다. 구보가 만난 졸부가 된 동창에게서 배금주의에 휩싸인 경성을 발견한다. 글을 읽으며, 작가가 그 세계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플롯을 짜려고 노력했을지를 떠올리니, 새삼 놀라운 순간이었다.


#마무리/기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작가의 삶이 녹아있는 그 시대 동네, 저자의 삶을 회고하며 작품을 읽어본다. 저자의 인생과 그 시대 역사적 사건들을 알고 책을 보면, 작품이 하나의 역사의 산물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껏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작품을 먼저 읽고, 해설서에 나온 장르, 성격, 의의 등을 학습하고 달달 외웠지, 어떤 문장이, 단어가 어떤 뜻을 함축하고 있는지 사색하는 시간은 별다른 레포트나 프로젝트가 있지 않는한 갖지 못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서였는지, 저자의 삶과 시대 상황을 읽고, 동시에 문학 작품 속 단어, 문장, 플롯, 그곳에 살아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경이로움까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알수록 보인다는 말처럼, 작품 하나를 심오하게 읽고 싶다면, 정말 편협한 독서가 아니라 다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에 살고 있지는 않아서... 책에 수록된 과거 사진으로 접해야 하는 지역들이 더 많았다. 다만, 북촌과 서촌 등... 아직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는 그곳들을 거닐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읽으려고 했던 것 같다. 아직은 예스러움이 남아있는 골목 골목에 문인들의 정취가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서울 여행이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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