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의 로맨스
이은교 지음 / 다향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선배님의 로맨스_이은교
출판사_다향


<내 맘대로 키워드>
#현대로맨스 #오피스물  #잔잔물 #재회물 #연상연하 #사제관계 #순정남 #다정남


<등장인물>
정소은(23~34)_전직 미술교사, 쥬얼리 브랜드 The Queen 평사원. 
담호와 사제 관계로 처음 만났다. 학교에 사건이 있고 담호가 자취를 감췄던 11년 후. 놀랍게도 그녀가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하면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담호(18~29)_쥬얼리 브랜드 The Queen 대리.
알콜 중독 아버지 밑에서 도망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살아왔다. 꿈도 잃고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던 담호는 소은의 도움을 받아 한걸음씩 지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터진 사건으로, 결국 학교를 떠나야했고, 11년 후. 신입사원으로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마주한다.


<줄거리>
미술교사였던 소은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 왔던 '쥬얼리 디자이너'라는 꿈을 위해 The Queen이라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 첫 날, '이담호 대리'라는 흔하지 않은 이름을 보고 인연 하나를 떠올렸다. 그런데 설마 했던 그 사람은 동일 인물이었다.

과거에는 박담호였던 그는, 짧지 않은 소은의 교사 생활에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이었다. 짧지 않은 교직 생활, 보람찬 일보다 상처 받은 일이 더 많았던 그 시절. 보람과 아픔을 같이 보냈던 그가 자신의 선배로 나타나 있었다.

그가 교정에서 사라진 뒤 11년 만의 일이었다.

소은의 교사 시절, 폭력적인 가정 환경에서 어머니 만을 기다리던 소년 박담호는 그녀가 지켜줘야하고 지켜주고 싶었던, 소중하고 여린 '제자'였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담호의 꿈과 순정을 짓밟고, 그를 떠나게 하고 말았다. 그렇게 11년 만에 서로 마주하게 된 자리였다. 사제 관계가 아닌, 직장 선후배로.

그리고, 다시 만난 그의 눈에선 더 이상 소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근데 의외야, 널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거잖아요. 계속 생각했어요.
이쪽 분야에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싶었어요."



<리뷰>

<선배님의 로맨스>사제지간이었던 소은과 담호가 11년 만에 다시 직장 선후배로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잔잔하고 달달하며 따스했던 이야기였다.


#서로가꿈이었던두사람
작품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딱, 표현하기 어려운데. 읽는데 따뜻하고 간질거려서 자꾸 웃었던 것 같다. 잔잔하게 스며드는 두 사람의 관계가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읽던 사제물과는 조금 달랐다. 사제 관계인 상태에서 서로 마음을 깨달아서, 그 관계에서 오는 장벽으로 인한 갈등과 애절함이 나왔다면, 요 작품은 그 시절의 이야기는 선생님 박소은과 제자 담호의 사심 살짝 가미된 청춘순정만화 같아서 순수하고 다른 의미로 애틋하게 그려졌던 것 같았다.

알콜 중독 아버지 밑에서 도망간 어머니를 기다리느라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소년 담호 이야기는 정말 안타까웠다. 재능이 있어도 아버지에게 짓밟히고, 꿈도 희망도 잃고 상처입은 새끼고양이처럼 학교에 나오던 담호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너무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영 잃어버리게 될까봐 품지 못했던 제 꿈을 알아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혹시 이 사람이라면 정말 제 꿈을 지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흼아마저 들었다. -p.64


그런 담호에게 소은은 구원처럼 다가왔다. 물론 소은 역시 처음에는 연민에서 제자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담호의 재능을 보고, 자신이 포기했던 꿈-주얼리 디자이너-을 포기하지 않게 되는 부분들이 그려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꿈이고 구원이었기에, 둘의 관계와 감정의 깊이가 더 깊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알아보고 이해해주며,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특히 그 꿈이 다소 지금 시점에서 허황되어 보인다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 한 켠이 묵직해졌다. 


#이대리는족보정리중
소은이라는 캐릭터도 너무 좋았지만, 역시 남주 편애주의자이기 때문에 내 초점은 오직 담호, 순정 이담호 선생으로 집중되었다. 이름이 상당히 근엄해보이는 이 남자. 11년 만에 소은과 재회하고 가장 먼저 시급한 일은 족보 정리다.

드디어 소년 티를 싹 벗어냈나 싶었더니. 소은 한 사람만 간직한 채 자라난 11년산 순정남인지라, 남자로 훅 들어가고 싶어도 살짝은 어리숙한 이 남자. 때문에 친구들하고 진지하게 상담까지 하는데, 어른스럽다가 귀엽다가 그 갭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연하남이 보여주는 박력도 멋있었겠지만, 좀 더 세심하게 다가오는 담호의 모습이 더 어른스럽고 다정하게 보여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살짝 어려워하는 '연하남'임에도 무리없이 술술 읽은 것 같다.

그래도 족보정리부터 빠르게 하는 이 대리님, 친구>연인 만큼이나 무서운 사제관계 빨리 지워버리려고 자기가 '선배'라며 주입식 교육하는 친절한 선배님이라니, 근데 난 왜 이게 좋지.
소은이 어색해할까봐 말 놓는 건 유지하는데, '소은 씨'라고 꼭꼭 챙겨부르는 담호가 참 귀여웠다.


#현실같아더슬프고더행복했던이야기
작가님이 담호는 참 슬픈 아이라고 하셨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예의 신파&막장 이야기는 아니었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담호가 살아온 환경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환경보다 더 잔혹했던 건, 어쩌면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있는 담호를 짓밟는 어른들의 나쁜 이기심, 없는 자를 몰아가는 있는 자들의 폭력. 제자 사랑을 매도하는 나쁜 시선들. 자신의 아들이 대회에서 탈락했다고 담호를 출전하지 못하게 협박하는 이사장과 그런 것을 두둔하는 학부모들. 우연의 일치인가. 왠지 최근에 보았던 일련의 사건들이 떠올라서 더 씁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잔혹 동화도, 소설도, 영화 속 과장된 장면이 아니라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 그래서 과거 두 사람의 이야기가 더 애잔하게 보였다.

또,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재회 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더 사랑스럽게 읽힌 것 같다. 마음을 전해야하는 담호 입장에서는 애를 많이 먹었지만, 그마저도 달달하게 보여졌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다들 순박? 순수하고 착해서 보기 좋았다. 딱 그 나잇대 남자애들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 태조랑 연우도 만만찮게 귀여웠던! 보지도 않은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떠오르는 어수룩하면서도 착하고 정많고, 재밌는 녀석들이었다.

또, 양가 가족들도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사람들이라 두 사람에게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더 행복했더라는.

사제 관계에서 직장 선후배로 바뀐 것 빼고, 어쩌면 일반적인 평범한 사내 연애 커플이 보여주는 단란한 일상 이야기들이었기에, 실제로 두 사람이 한강에서 함께 그림 그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마무리/여담>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역시 종이책이 좋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만약 웹으로 읽거나, 연재중일 때 읽었다면? 앞에 먼저 배치된 과거 이야기에 '얘들 진도 언제 나가는거지?'하고 속앓이 했으면 어쩌나 싶은 나쁜 마음이 살짝 들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끔 정말 좋은 글인데, 폰으로 본다는 이유 만으로 잘 안읽히고 가벼운 글로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과거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재회 후 이야기도 물론 달달했고, 남자 담호도 너무너무 좋았지만, 연인 간의 열렬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꼭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정말 예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만큼 과거 회상이 다소 길다. 그런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상처입은 담호냥과 소은 쌤의 추격도 알콩달콩 흥미진진했다. 한편으로는, 매번 '남자주인공'을 통해서 변화하는 여자주인공의 모습들을 주로 봐서 그런지, 여자주인공이 음지에 있던 담호를 끌어내 주는 모습이라 더 좋았던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사이다에 걸크러쉬...이런 모습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제자를 아껴주고 응원하는 다정함이 소은의 매력으로 부각되었던 것 같다.

앞에서 말했지만, 내 길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무작정 믿기에는 세상이 녹록치 않으므로. 소은 같은 친구가 있다면-이미 있지만 더 많이-세상이 정말 따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큰 사건도 없고, 다소 긴 과거 이야기를 지나오면 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담호의 노력과, 일상 이야기라 잔잔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조금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악역이라고 하기에는 둘의 관계에 크게 위협을 가하는 것도 아닌지라, 차라리 과거 이사장이 최종보스였던 듯.

그럼에도!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 다정하고 세심한, 어른스러우면서도 소년같은 연하남이 보고 싶은 분들, 남녀 서로가 아껴주는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p.s.정말 여담의 여담의 여담으로.
작가님의 후기가 또, 기억에 남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이야기. 포기하고 힘들어도 결국은 좋아하는 걸 찾게 된다는 말. 그 말을 읽으니, 바로 담호와 소은의 모습에서 작가님이 떠올랐다.
(작품 속 여주와 180도 다르다고 하셨지만, 이런 다정하고 따뜻한 글을 쓰는 분이라면, 분명 본 캐릭터도 따뜻하고 열정적인 분이 아니실까, 감히,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일과 행복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그런 고민을 몇 년동안 하면서도 겁과 재능없음에 현실에 타협하고 살아가는지라, 꿈을 이룬 두 사람의 모습에서 대리만족까지 느꼈던 것 같다. (읽고나서 떠오르는 감정이 너무 많은데, 어휘의 한계가 아쉬울 따름)

* 작가님 좋은 작품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글, 계속 쓰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차기작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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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리
강선애 지음 / 마루&마야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같은 자리_강선애
출판사_마야&마루



<내 맘대로 키워드>
#친구>연인물 #잔잔물 #다정남 #순정남 #짝사랑남


<등장인물>
서재경(32)_백화점 팀장, 학창시절 아버지 회사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급격히 가세가 기울면서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며 버텨왔다.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간 곁을 지켜주던 친구 도윤의 자리가 버팀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15년을 알고 지내던 그 도윤이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친구인 널 잃을까 봐 무서워."


이도윤(32)_대기업 대리, 재경과 알고 지낸지 15년, 친한 친구로 만나온 게 벌써 12년 째다. 겉으로는 좋은 친구의 모습을 가장하고, 남자 이도윤으로 그녀의 곁을 계속 지켜왔다. 재경의 상처를 알게되고나서는, 더욱이 친구로써의 관계마저 잃을까봐 망설이고 또 망설여야했다. 하지만 커져가는 마음을 막을 수가 없다.

"좋아한다. 친구 말고, 여자로."


<줄거리>

도윤과 재경은 한동네에 살며,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로 15년을 알고 지냈다. 둘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남들 눈에 이미 공공연한 '커플같은' 친구였다.

재경이 회사에서 깨지고 두더지 잡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전화해주고, 으슥한 밤길을 걷다 벌벌 떨자 전화 한 통에 자다 일어나서 달려오는 도윤. 술먹고 뻗으면 버리고 가겠다고 하면서 챙겨다주고, 자주 먹는 안주는 이미 꿰뚫고 있는 그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재경의 남사친이었다.

하지만 재경과 달리 이미 오래 전부터 재경을 여자로 보았던 도윤으로써는 재경이 하나하나 신경쓰이지만, 친구관계마저 잃고 영영 보지 못할까봐 차마 말하기 힘든 비밀을 안고 지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회에서 알게된 재경의 실연의 내막이 감정의 기폭제가 되었다.


"서재경, 나 이제 너랑 친구 안 해."

한편, 여전히 도윤을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던 재경은 도윤의 변화가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재경의 태도와 무관하게 도윤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저울질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결심한다.


"나, 너 좋아한다."
"......."
"친구 말고, 여자로, 아주 오래전부터."
"......."
"그러니까 나랑 연애하자, 서재경."



<리뷰>

가뭄의 단비처럼 내려온 친구>연인물 <같은 자리>, 12년 째 친구 코스프레로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던 순정&직진남 도윤과 친구와의 관계마저 잃을까 두려운 겁쟁이 서재경의 귀여운 사랑이야기였다.


#이런친구또없습니다
회사에서 깨지고, 진상 고객에게 시달려 열심히 두더지 때려잡고 있는 재경에게 귀신같이 전화하는 사람. 한 잔 하자는 재경의 말에 바로 달려오고, 말하지 않아도 찰떡같이 안주 스타일 꿰뚫고 있는 데다가, 밤길에 벌벌 떨며 전화하는 재경을 위해 자다말고 일어나 달려간, 이 남자는 남친 같은 남친 아닌 남자사람친구 이도윤이었다.

도윤은 친구의 탈을 쓴 남자였다. 남자는 자기가 관심있는 여자가 아니고서는 시간과 돈을 쓰지 절대 쓰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진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작중 의식하지 못한 것은 재경 뿐, 그들의 동창들이나 심지어 회사 동료까지 도윤이 그녀를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재경은 다른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감흥이 없다.

재경의 눈에 붙은 '친구 렌즈'는 도대체 얼마나 도수가 높은건지. 도윤의 공을 알아주지 못하는 장면들이 안타까웠지만, 역시 친구>연인물의 묘미가 또 그것인지라 즐겁게 읽었었다.

특히나 재경의 아픈 실연이 하필이면 동창과의 관계에서 왔던것인지라, 아무래도 무의식 중에 도윤과의 친구 관계마저 잃고 싶지 않았던 방어기제가 발동된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사랑과우정그경계

사랑과 우정은 간의 갈등은 흥미진진하다. 여자 하나를 놓고 갈등하는 두 남자 친구들 간의 갈등과 친구로 의식하던 남사친의 변화로 인한 갈등 모두 말이다. 하필 빚 갚느라 힘들게 살았던 재경이 처음 만난 남자가 도윤의 친구 승현이라니.

글을 읽으면 알겠지만, 자기 마음 때문에 우정을 배반하고, 뒷공작 따위 전혀 할 리 없는 도윤이다. 심지어 그가 알던 승현은 괜찮은 친구. 그랬기에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둘을 이어줬더니만, 승현(이눔시키) 의 실수 때문에 재경이 상처 받은 걸 알고서야, 그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자신이 먼저 어필할 것을 절절하게 후회하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재경의 상처에 누구 못지 않게, 아니 재경 당사자보다 더 화를 내고 주먹을 날린 도윤의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왜 여기서 섹시함을 느꼈는지는 의문.... 남자의 순정이 참으로 섹시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그치만 여느 친구>연인물이 그러하듯, 자칫 잘못해서 소중한 친구와의 관계마저 잃고 영영 못 볼 수도 있는 가능성 때문에 마음을 쉽사리 정하지도 못하는 도윤의 모습이 참 애절하니 안타까웠다. 

그러다 굳게 결심하고 마음을 전했는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재경 때문에 괜히 울컥한 마음에 언성 높였다가, 언성 높였다고 뒤에서 친구 불러다 놓고 이불킥하고 있는 이 남자, 왤케 귀여운거냐.

게다가, 오랜 고민 끝에 그래도 '친구'로 남으면 안되냐는 재경의 말에 상처입은 것 같은 모습으로 순정을 표현하는 도윤의 말이 어찌나 슬프고 설렜는지 모른다.

구구절절하게 말하는 게 이토록 잘 읽힐 줄이야. 이 남자의 오래 묵힌, 묵직하고도 순수한 진심이 한마디 한마디에서 간절하게 날아와 박히는데, 나였으면 친구고 뭐고 당장 관계 정리 하고 말았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도윤의 절교 선언과 함께, 그가 없는 생활을 하면서 재경 역시 그가 없는 삶을 살기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고, 드디어 마음을 확인하며 경계를 무너뜨리게 된다.


#큰갈등은없지만
작품은 큰 악조 없이 두 사람의 감정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물론, 중간에 재경의 옛 연인이자 도윤의 친구였던 승현이 미국에서 돌아와 재경을 들쑤시려고 하지만, 이별의 내막을 알게된 도윤이 승현의 얼굴에 멋지게 한방 먹이고 제대로 견제하는 바람에 큰 사건 없이 '용서'만 구하고 사라졌다.

되려 믿었던 친구의 실수가 도윤을 움직이게 만든 기폭제가 되었으니 오히려 조력자인셈인가. 결국 이 둘의 가장 큰 방해물은 '친구관계'. 그것도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친구관계였을 뿐.

앗, 다만 뒤에 갑자기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정하는 도윤의 어머니 때문에 살짝 눈살 찌푸려질뻔 했다. 이뻐했다면서 자신의 아들에게는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이라니. 재벌가도 아니면서....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에서 갑자기 그런 내용이 나와서 결말이 어떻게 되는 건지 초조했는데... 역시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마저 돌아서게 한 것은 도윤의 순정이었으니.

아, 이것은 정말 도윤의, 도윤을 위한, 도윤에 의한 로맨스였다.

무튼, 전 남친의 등장과 어머니의 반대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 없이 둘의 이야기가 잔잔히 흘러간다. 



<여담>

정말정말 좋아하는 친구>연인물. 우연히 작가님 이벤트에 당첨되서 읽었는데, 처음 만나는 작가님이라 기대를 내려놓고 싶어도..... 소재 때문에 내려놓지 못해 살짝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책은 술술 읽혔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 설정에, 항상 꿈꾸던 남사친의 현신이 작품에 나타나서 읽는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취향에 맞아 정말정말 너무 좋은데, 리뷰에 감상을 담아 내기가 너무 어려웠다ㅠ_ㅠ 잘 쓰려고 하다가 더 난잡해진 것 같은 느낌. 정말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

리뷰 쓰느라 책을 다시 뒤적거리는데, 도윤의 고백과 홀로 삭히는 독백에 몇 번이고 혼자서 소리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리뷰는 ....... 어쩌다보니 너무 도윤의 위주로 흘러갔는데 여주인 재경도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라 공감이 많이 가서 애정이 갔던 것 같다. 아버지의 부재와 빚 때문에 대학 포기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면서도 씩씩하게 빚 갚으며 살아온 강한 생활력의 소유자인데다가, 눈물 꾹 참과 뒤에서 울 줄아는 강한 정신력을 지닌 현실적인 캐릭터였기 때문(다만 본 내용에서는 왠지...조금.. 자주 운 것 같아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재경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기 때문에 '나의 힘든 상황을 묵묵히 지켜봐주고, 내가 힘들 때마다 기사처럼 나타나주는 남자사람친구'라는 도윤의 설정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게다가, 오랜 동성 친구 같으면서도 동성 친구와는 또 다른 위로가 되는 그런 남자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그 판타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어서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작품.

둘의 관계의 정의로 인한 갈등을 제외하고는 큰 사건이 없었지만, 나는 둘의 변화에서 오는 갈등이 좋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아직 조금밖에 못 만나봤지만 내가 읽은 친구>연인물 중에서는 BEST가 될 것 같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


<본 리뷰는 작가님의 이벤트를 통해 받아 읽고 직접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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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야행(夜行)_모리미 도미히코
출판사_예담

 

 




"밤은 어디에서나 통한다. 세계는 늘 밤이다."

모리미 도미히코가 그려내는 환상적인 밤의 괴담
그녀는 아직도 그 밤 속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아무도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줄거리>                                                         

오하시는 10년 전 다니던 영어회화 학원의 동료들과 10년 만에 재회를 한다. 10년 전 밤, 동료 한 명이 그날 밤 모습을 감추었던 '구라마 진화제', 그 축제를 보기 위해 10년 만에 다시 모인 것이었다. 

그리고 모임 장소로 가는 길, 10년 전 사라진 그 동료 '하세가와'를 닮은 의문이의 여성을 따라 가다가 '야나기 화랑'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는 '기시다 미치오 개인전'이라는 팻말과 한 점의 동판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야행-구라마」라는 제목의 그림 속에는 새까만 밤을 배경으로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자신에게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야행인지 의문을 품고 있는 오하시에게 화랑 주인은 말한다.


"야행 열차의 야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야행의 야행일지도 모르죠."


이후 10년 만에 모인 멤버들은 여관에서 나카이가 오노미치의 비즈니스 호텔 그림을 보았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각자 여행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달리 특별한 것은 없을 것은 밤의 여행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기시다 미치오의 그림처럼 그들의 이야기에는 끊임없이 기묘한 밤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의 의문의 여인이 그들의 밤을 거닐며 그들에게 손짓한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찾아오는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
「야행」과  「서광」
서로 상반되면서, 어쩌면 하나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대상을 표현한 그 작품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에요."
그 순간 나는 내가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리뷰>

여름에 읽기 좋은 기묘하면서 오싹하고 서늘한 이야기였다. 10년 전 축제에서 실종된 하세가와, 그녀와 닮은 모습을 한 사람이 나타난 것부터가 조금씩 긴장감을 조성하더니, 잔잔할 것 같았던 평범한 여행지에서의 일화들이 예기치 못한 소름을 가져다 주었다.

오노미치, 오쿠히다, 쓰가루, 덴류코를 따라 펼쳐진 밤의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묘하게 넘나들며 마치 꿈 속을 거닐다 나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출한 아내를 찾으러 갔던 오노미치에서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서 만난 아내와 닮은 여자. 오쿠히다에서 여행하다 관상을 보는 여인을 만나 '사상(死相)'이 보인다는 말을 들은 일행 이야기. 남편과 떠난 여행에서 어릴적 동창의 모습과 사라진 일행이 함께 거니는 모습을 본 이야기..... 등등

이야기 자체는 우리가 흔히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그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건의 등장이 더욱 소름돋게 다가온 것 같다. 특히 이야기마다 지명과 함께 등장하는 작품 '야행'과 그 속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여인이 작품의 긴장감을 배로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신비스러운 밤의 이미지보다는 공허하고 적막한 밤이 연상되고, 그 속에 하얀 옷을 입은 긴머리에 홀로 서 있는 창백한 여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선지,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이 작품과 여인들을 만날 때마다 영화 <링>이 연상되서 더 오싹했던 것 같다.

최고의 소름은 마지막 이야기였는데 (스포가 아닐까 걱정), 갑자기 사라진 동료들에게 연락했더니 되려 오하시에게 그간 어디 있었냐고 묻는 부분이다. 정말 이 부분 읽을 때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이야기를 놓고 혼란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하시가 겪은 일이 꿈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진실이고 지금부터 이야기가 허상인지.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맞게 이해하고 읽는지.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서 펼쳐지는 판타지스러운 전개에 계속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숨겨져 있다던 비밀의 작품 '서광'. 야행이 밤의 이야기라면 '서광'은 해가 떠오를 때의 이야기로 둘은 완전히 정반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평행 세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치, 서로 만날 수 없는 밤의 세계와 아침의 세계가 '어둠'이라는 매개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이 즐거웠던 이유는 의문의 작품과 여행지마다 걸어다니는 그 귀신같은 여인이 자꾸 나타나서 자아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아침과 밤의 세계' 통해 그려낸 반전과 미스터리까지에 끝까지 아친 흡입력 덕분이었다. 물론 술술 읽히는 가독성도 한몫했고!


지금처럼 끕끕하고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즐거운 미스터리 물이었다. 살인 사건같은 현실 사건이 담긴 추리물보다 여름에는 초현실적인 내용이 섞인 스산하고 무서운 느낌의 괴담이나 판타지류의 미스터리물-
온다리쿠의 <여섯번째 사요코>나 <금지된 낙원>, 기시유스케 <13번째 인격>, <천사의 속삭임> 등-을 좋아하는데, 간만에 그런 작품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

특히, 아주 비현실적인 배경보다, 현실을 바탕으로 초자연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그러지는 현실의 경계가 자아내는 기묘한 느낌이 좋았던 나로써는 읽는 내내 즐거웠다. 책소개에서 '매직 리얼리즘'이라고 하던데, 이 키워드로 다른 작품도 있는지 검색해 봐야겠다.


 

* 여담으로..... 읽으실 분이 계시다면, 깜깜한 저녁에 읽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ㅎㅎ 확실히 같은 장면, 분명 저녁에는 소름이 쫙 돋았는데.... 아침에는 그렇게 무섭진 않았던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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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미 달링
윤재희 지음 / 청어람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내 맘대로 키워드>
#로맨틱코미디 #전문직 #연예인 #착한남자 #다정남 #대형견 #시크한여주 #달달


<등장인물>
차선우(35) 대한민국 톱 배우, 재벌3세. 모두에게 다정한 '착한 남자'.
할아버지 차 회장 때문에 급하게 가짜 결혼을 추진, 은재와 계약결혼을 하지만 어느덧 그녀에게 빠지기 시작한다.
 
하은재(31) 대형 로펌인 윤하 로펌의 승률 좋은 변호사. 이별이 무서워 거리를 두는 여자.
세미나 참석길에 부서진 안경 때문에 실수로 차선우의 기자회견장에 들어간다. 냉정한 판단에 무심할 것 같은 외향과 달리 배려심 깊던 은재는 고민 끝에 선우의 대 국민 사기극에 동참하는데.


<줄거리>

"결혼해 주세요."
"미쳤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 연예인 1위, 키스하고 싶은 남자 1위, 키스신 잘 찍는 남자 배우 1위......

다양한 앙케트 1위를 차지한 그 남자가 대형 로펌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것도 절절하게, 성실하게. 
프로포즈하러. 


"결혼해 주세요."
"나가주세요."
"내일 또 올게요."


선우는 당장 결혼하라는 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가짜 결혼을 모의했다. 그런데 기자회견 당일, 계약한 회사는 돈 먹고 튀고, 기자회견장에 엉뚱한 여자가 들어섰다!

졸지에 대한민국 '톱스타의 그녀'가 되어버린 은재는 당장 기사 수습하라고 못 박지만, 선우의 '결혼 청탁'은 계속된다.

그렇게 결혼 일자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 '비즈니스 파트너'는 어떻냐는 선우의 말에 솔깃.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작은 아버지 집에서 눈엣가시처럼 지내던 은재는 잘난 자신이 이토록 저자세로 살아야했던 삶에 회의감을 느끼며 선우의 손을 잡게 된다.


"유요하죠? 선금 오천에, 결혼 생활이요."
지금 이 순간, 그의 거짓말에 동참해 주고 싶어졌다.
"하죠. 그 계약."


그렇게 계약 3년, 선금 오천의 계약으로 맺어진 대국민 사기극이 시작된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서로에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24시간 내로 이혼한다, 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만약,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돼요?"

"그럼 차선우 씨는 저한테 반할 것 같으세요?"
"반하지 않을 거라고 확답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좋아지거든 말씀하세요."
선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테니까요."
퍽 부드럽게 웃는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께가 간질거렸다.


<리뷰>
* 사심이 잔뜩 들어간 리뷰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_-*

대스타 배우 차선우와 승률 좋은 대형 로펌의 '법률계 요정' 하은재가 꾸민 대국민 사기극으로, 간질간질 달달한 선결혼후연애 이야기였다.


큰 사건도 없었고, 잔잔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며 알콩달콩 달달한 맛이 귀여웠던 메리 미 달링. 약간 불편할 것 같았던 악조들도 큰 일 내지 않았고 (되려 은재의 작은 아버지네가 불편), 이야기는 두 사람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할아버지의 성황에 못 이겨, 또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 약간에 가짜 결혼을 모의했던 선우. 하지만 졸지에 계약 결혼을 하게 된 은재를 배려해주고, 행여 3년 후 이혼하더라도 자신이 모든 걸 떠 안고 갈 생각까지 해둔 배려심 깊고, 다정하고 착한 남자였다.

입을 다물면 얼핏 차가운 인상이라 주로 맡은 역은 청부 살인업자에 안하무인 재벌 3세 등이지만,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기꺼이 무보수로 출연하는 의리의리한 배우로도 알려진 배우 차선우.

하지만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묘사된 그의 성격은 '알고보면' 약간 허당끼에 제 아내 말한 마디에 헤벌쭉하기도 하는 팔불출에 약호구끼를 보이는 백구와 골든 리트리버의 혼종 대형견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눈치 없는 바보는 절대 아니다! 제 아내 깎아 내리려는 듯한 말에 생긋 웃으면서 되려 자기 아내 칭찬으로 상대방 입을 못 열게 하기도 하고, 은재가 오해할까봐 인터뷰 할 때마다 열혈 아내 바보 모습을 보여주는 다정함에 마음이 사르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이런 선우와 180도 다른 성격의 은재는 승률 좋은 변호사답게, 냉정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지적인 도시 여성 느낌의 캐릭터였다. 하지만 외강내유적 느낌이랄까. 겉은 차가운데 알고보니 속은 배려심있고, 홀로 남겨지길 무서워하는 여린 여자였다.

자신의 부모님 보험금으로 로펌을 차린 작은 아버지 집, 보호자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거둔 작은 아버지 집이었지만, 자신의 집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그 집에서 눈엣가시로 살아와야 했었다.

은재의 아픈 사연으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선우와 차 회장에게 사랑 받는 느낌을 느끼는 은재의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따뜻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아, 정말 이런 시댁이라면 기꺼이 모실거야...라는 생각도 함께.

하지만, 상처 받고 싶지 않아 문을 꽁꽁 잠가도, 순도 100% 맑은 마음으로 그 문을 활짝 열어버리는 선우의 다정함에 은재는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어쩌면 서로 다른 듯 같아 보이는 성격의 캐릭터들이었기에, 둘의 케미가 더 돋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 여담 (어쩌다보니 여담이 더 길어진;)

가뭄에 단비 같은 즐거움을 주었던 <메리 미 달링>!! 무려 연이어 재탕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순정만화로 그려져도 진짜 재밌겠다 싶은 작품이었다. 실수로 기자회견 장에 들어가서 얼빠진 선우의 모습도 막막 상상되고, 계약결혼한 주제에, 먼저 퐁 빠져서는 '인터뷰 잘해요.'라는 메시지 한마디에 헤벌쭉 해지는 선우 모습이라던가.

결혼 하구 더더더 은재에게 빠져드는 선우의 모습, 좋아죽는 모습에서 순정만화의 그 얼굴 빗금 한가득 그려진채, 한 손으로 얼굴 가리고 푹 숙인 남주 모습이 마구마구 상상됬더랬다!!

남들은 은재의 카리스마에 벌벌떨 때 귀여워 죽겠다며, 혼자 간질간질 죽어나가는 선우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머릿속 공방에서 만화책 몇 권을 그려냈는지 모르겠다.

갑각류 알러지 있다는 은재의 말에 냉동실에 있는 온갖 갑각류는 쓰레기통에 다 쏟아붓고, 바쁜 아내 밥 먹이랴 도시락 싸주는 내조에, 신혼 선물로 준 한정판 구두 한짝을 잃어버려 아쉬워하자, SNS를 시작 때아닌 SNS로 신데렐라 구두 찾기를 보여준 선우.

자기 질투 안해줄 것 같다고 툴툴거리다가도, 새로 들어갈 드라마에 키스신과 베드신이 많다고 정색하는 은재의 모습에 또 사르르 풀리는 모습이라니.

아..... 정말 이 남자 갖고 싶다. 

작가님이 작가의 말에 본인의 취향을 반영했다고 하셨었다. 모두에게 차가운데 나한테만 따뜻한 사람보다, 모두에게 따뜻하고, 나한테는 더 따뜻한 남자. 라고. 선우는 정말 딱 그런 이미지였다. 착하지만 선 잘 긋고, 내 여자한테는 더 다정하고 착한 남자.
그런데 작가님, 그 취향. 저도 저격당했지 말입니다. 백구랑 골든리트리버가 떠올랐지만, 하트 뿅뿅 날리고 하트 끌어안고 부비부비하는 오버액션토끼도 곧잘 떠올랐던 선우. 내게는 매력덩어리였던 걸로.

물론 500장 넘는 쪽수에, 선우가 먼저 마음을 확인하고, 300여 페이지 동안 썸을 타지만, 그리고 연애도 무지무지 '순수'하지만!(씬은 한페이지 정도.ㅎㅎ), 어쩌면 취향에 따라 오글오글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연히 읽은 가벼운 오글거림이 줄거움을 주는 법!
선우의 애정 공세가 귀여워서 엄마 미소 장착하고 간질간질 오그라드는 손발 잼잼하며 읽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연예인 남주, 달달하고 다정하고 귀여운 남자와 시크한 여자의 케미가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청어람'(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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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절망독서_가시라기 히로키
출판사_다산초당(다산북스)

 

 

 

- 누구에게나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절망의 시기, 곁에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공감의 문장들 - 책 소개글 中

 

 

 

<책 소개>
글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그리고 2부는 절망했을 때 저자가 읽었던 책과 감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꼭 책을 통해 절망의 시기를 견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절망의 시기를 견디는 한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로 독서를 추천해주는 글이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큰 깨달음이나 위로가 되는 것처럼.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어떤 문장이 주는 힘에 대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절망을 경험하는 이상, 그에 관한 공감과 위안을 주는 이야기는 꼭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책이 필요한 시기 역시 바로 그럴 때가 아닐까요.
-p.28 <01.절망의 시기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절망의 시기를 보내는 독자들에게 '절망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책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책이 좋을까요? 역시 절망적인 기분이 다가와주는 책입니다. 즉, 절망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지요. .....(중략)..... 그런 책이 왜 좋은가 하면, 앞장서서 이야기 했듯이 절망적인 사건으로 인해 혼란해진 인생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은 가슴에 사무칩니다. 매우 공감이 됩니다. -p.54_<02. 구원은 공감에서 온다>


절망의 기간은 되도록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그 기간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치유 기간에는 개인차가 있다. 이 감정의 자신만의 것이며, 홀로 고원을 걷는 괴로움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더욱 외롭고 힘든 시간이다. 절망은 고독과 함께한다. 그리고 휴식도 없다.

절망의 시간이 이렇기 때문에, 저자는 그 시간을 함께 걸어줄 책을 통해 이겨내보는 것은 어떻느냐, 조심스레 권해본다.


책이란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쓰인 것은 아니지만, 신기할 정도로 '이건 내 얘기를 쓴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또한 책은 어떠한 절망의 순간에서도 우리에게서 멀어지지 않습니다. 극복의 단계에 들어설 때까지 내내 곁에 있어줍니다.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책은 늘 함께 있어 줍니다.-p.83<04. 함께 울어주는 이야기가 있다>


<리뷰>


 

무조건적인 긍정의 위로보다는, 힘든 시기를 공감해 줄 수 있는 문장이 더 값진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긴 책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을 겪는 지인에게 일반적으로는 '힘내, 잘 될거야.'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시기에 '절망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한 가지 이유는 '이야기'가 담긴 치유의 힘 때문이며, 그 중에서도 '공감의 힘' 때문인 것 같다.

책에서 언급된 일화 중에, 저자가 투병 생활 중에 취직준비하는 친구들이 병문안을 온 일화가 있었다. 친한 두 친구가 함께 취업 준비를 하는데, 성향이 맞지 않아 싸움이 일어난다는 하소연을 한다는 것이더랬다. 장기간 투병 생활을 하는 저자는 솔직히 그 친구들의 투정이 듣기 싫었다고 했던 것 같다. 나가서 취업준비하고 싶어도, 병원에 갇혀있는 자신에게 그런 투정이라니..... 라는 이야기였다.
 


이 일화를 보면서, 2부에 저자가 인용한 시가 떠올랐다.


내가 외로울 때,
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때,
친구들은 웃어.
내가 외로울 때,
어머니는 상냥해.
내가 외로울 때.
부처님은 웃어.
- 가네코 미스즈 「외로울 때」
-p.152 <05. 가네코 미스즈와 함께 '외로움을 홀로 견디기'>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과 위로는 물론 큰 위로가 된다. 하지만, 10년 지기 친구도, 힘들었던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함께 나눈 친구들도 결국은 '나 자신'은 될 수 없다. 완전한 공감을 얻기는 힘들 때가 많다.

이 시를 읽으면서 책의 매력을 느꼈다.
모든 글이 자신에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자신의 성향과 맞는, '내 맘 같은' 글, 혹은 꼭 '나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면 공감을 느끼게 된다. 함께 운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든,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살고 있음에 안도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울함을 털어낼 때가 종종 있다.

 

 

가장 울컥했던 문장이 있었다. 물론 이 글은 '영화' 속 대사였지만. 역시나 '절망의 이야기'가 주는 위로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아. 내가 진짜 싫어져. 각본에 재능도 전혀 없고, 재능이 없는 주제에 멍청하게 계속 꿈이나 꾸고, 사실은 아마 꿈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일단 품어버린 꿈을 어떻게 끝내면 좋을지 모르겠어.

꿈을 이루는 게 엄청 어렵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꿈을 포기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영화 <바샤우마상과 빅마우스 中> p. 179

 
물론 나는 저자처럼 13년 간의 투병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추천사를 쓴 배우 신동욱 작가처럼 희귀한 병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본 적도 없다. 아마 그런 사람들을 두고 '저도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라고 하면, '복에 겨운 소리 하네, 더 노력하고 와.'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저자가 계속 이야기 한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병때문에 좌절하는 어떤 사람, 계속되는 시험 탈락에 좌절하는 또 한사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절망에 빠져있는 또 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마다 다른 색과 다른 폭, 다른 길이로 그 시간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긍정의 말은 폭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그걸 느낀 적이 있었고, 지각하지 못한 사이에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절망 독서>는 '절망적인 이야기'가 준 구원의 힘이라는 역설적인 메시지 아래, '공감과 이해'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일깨워주려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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