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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야행(夜行)_모리미 도미히코
출판사_예담

"밤은 어디에서나 통한다. 세계는 늘 밤이다."
모리미 도미히코가 그려내는 환상적인 밤의 괴담
그녀는 아직도 그 밤 속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아무도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줄거리>
오하시는 10년 전 다니던 영어회화 학원의 동료들과 10년 만에 재회를 한다. 10년 전 밤, 동료 한 명이 그날 밤 모습을 감추었던 '구라마 진화제', 그 축제를 보기 위해 10년 만에 다시 모인 것이었다.
그리고 모임 장소로 가는 길, 10년 전 사라진 그 동료 '하세가와'를 닮은 의문이의 여성을 따라 가다가 '야나기 화랑'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는 '기시다 미치오 개인전'이라는 팻말과 한 점의 동판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야행-구라마」라는 제목의 그림 속에는 새까만 밤을 배경으로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자신에게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야행인지 의문을 품고 있는 오하시에게 화랑 주인은 말한다.
"야행 열차의 야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야행의 야행일지도 모르죠."
이후 10년 만에 모인 멤버들은 여관에서 나카이가 오노미치의 비즈니스 호텔 그림을 보았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각자 여행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달리 특별한 것은 없을 것은 밤의 여행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기시다 미치오의 그림처럼 그들의 이야기에는 끊임없이 기묘한 밤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의 의문의 여인이 그들의 밤을 거닐며 그들에게 손짓한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찾아오는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
「야행」과 「서광」
서로 상반되면서, 어쩌면 하나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대상을 표현한 그 작품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에요."
그 순간 나는 내가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리뷰>
여름에 읽기 좋은 기묘하면서 오싹하고 서늘한 이야기였다. 10년 전 축제에서 실종된 하세가와, 그녀와 닮은 모습을 한 사람이 나타난 것부터가 조금씩 긴장감을 조성하더니, 잔잔할 것 같았던 평범한 여행지에서의 일화들이 예기치 못한 소름을 가져다 주었다.
오노미치, 오쿠히다, 쓰가루, 덴류코를 따라 펼쳐진 밤의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묘하게 넘나들며 마치 꿈 속을 거닐다 나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출한 아내를 찾으러 갔던 오노미치에서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서 만난 아내와 닮은 여자. 오쿠히다에서 여행하다 관상을 보는 여인을 만나 '사상(死相)'이 보인다는 말을 들은 일행 이야기. 남편과 떠난 여행에서 어릴적 동창의 모습과 사라진 일행이 함께 거니는 모습을 본 이야기..... 등등
이야기 자체는 우리가 흔히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그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건의 등장이 더욱 소름돋게 다가온 것 같다. 특히 이야기마다 지명과 함께 등장하는 작품 '야행'과 그 속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여인이 작품의 긴장감을 배로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신비스러운 밤의 이미지보다는 공허하고 적막한 밤이 연상되고, 그 속에 하얀 옷을 입은 긴머리에 홀로 서 있는 창백한 여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선지,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이 작품과 여인들을 만날 때마다 영화 <링>이 연상되서 더 오싹했던 것 같다.
최고의 소름은 마지막 이야기였는데 (스포가 아닐까 걱정), 갑자기 사라진 동료들에게 연락했더니 되려 오하시에게 그간 어디 있었냐고 묻는 부분이다. 정말 이 부분 읽을 때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이야기를 놓고 혼란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하시가 겪은 일이 꿈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진실이고 지금부터 이야기가 허상인지.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맞게 이해하고 읽는지.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서 펼쳐지는 판타지스러운 전개에 계속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숨겨져 있다던 비밀의 작품 '서광'. 야행이 밤의 이야기라면 '서광'은 해가 떠오를 때의 이야기로 둘은 완전히 정반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평행 세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치, 서로 만날 수 없는 밤의 세계와 아침의 세계가 '어둠'이라는 매개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이 즐거웠던 이유는 의문의 작품과 여행지마다 걸어다니는 그 귀신같은 여인이 자꾸 나타나서 자아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아침과 밤의 세계' 통해 그려낸 반전과 미스터리까지에 끝까지 몰아친 흡입력 덕분이었다. 물론 술술 읽히는 가독성도 한몫했고!
지금처럼 끕끕하고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즐거운 미스터리 물이었다. 살인 사건같은 현실 사건이 담긴 추리물보다 여름에는 초현실적인 내용이 섞인 스산하고 무서운 느낌의 괴담이나 판타지류의 미스터리물-온다리쿠의 <여섯번째 사요코>나 <금지된 낙원>, 기시유스케 <13번째 인격>, <천사의 속삭임> 등-을 좋아하는데, 간만에 그런 작품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
특히, 아주 비현실적인 배경보다, 현실을 바탕으로 초자연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그러지는 현실의 경계가 자아내는 기묘한 느낌이 좋았던 나로써는 읽는 내내 즐거웠다. 책소개에서 '매직 리얼리즘'이라고 하던데, 이 키워드로 다른 작품도 있는지 검색해 봐야겠다.
* 여담으로..... 읽으실 분이 계시다면, 깜깜한 저녁에 읽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ㅎㅎ 확실히 같은 장면, 분명 저녁에는 소름이 쫙 돋았는데.... 아침에는 그렇게 무섭진 않았던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