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절망독서_가시라기 히로키
출판사_다산초당(다산북스)

 

 

 

- 누구에게나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절망의 시기, 곁에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공감의 문장들 - 책 소개글 中

 

 

 

<책 소개>
글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그리고 2부는 절망했을 때 저자가 읽었던 책과 감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꼭 책을 통해 절망의 시기를 견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절망의 시기를 견디는 한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로 독서를 추천해주는 글이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큰 깨달음이나 위로가 되는 것처럼.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어떤 문장이 주는 힘에 대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절망을 경험하는 이상, 그에 관한 공감과 위안을 주는 이야기는 꼭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책이 필요한 시기 역시 바로 그럴 때가 아닐까요.
-p.28 <01.절망의 시기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절망의 시기를 보내는 독자들에게 '절망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책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책이 좋을까요? 역시 절망적인 기분이 다가와주는 책입니다. 즉, 절망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지요. .....(중략)..... 그런 책이 왜 좋은가 하면, 앞장서서 이야기 했듯이 절망적인 사건으로 인해 혼란해진 인생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은 가슴에 사무칩니다. 매우 공감이 됩니다. -p.54_<02. 구원은 공감에서 온다>


절망의 기간은 되도록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그 기간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치유 기간에는 개인차가 있다. 이 감정의 자신만의 것이며, 홀로 고원을 걷는 괴로움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더욱 외롭고 힘든 시간이다. 절망은 고독과 함께한다. 그리고 휴식도 없다.

절망의 시간이 이렇기 때문에, 저자는 그 시간을 함께 걸어줄 책을 통해 이겨내보는 것은 어떻느냐, 조심스레 권해본다.


책이란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쓰인 것은 아니지만, 신기할 정도로 '이건 내 얘기를 쓴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또한 책은 어떠한 절망의 순간에서도 우리에게서 멀어지지 않습니다. 극복의 단계에 들어설 때까지 내내 곁에 있어줍니다.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책은 늘 함께 있어 줍니다.-p.83<04. 함께 울어주는 이야기가 있다>


<리뷰>


 

무조건적인 긍정의 위로보다는, 힘든 시기를 공감해 줄 수 있는 문장이 더 값진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긴 책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을 겪는 지인에게 일반적으로는 '힘내, 잘 될거야.'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시기에 '절망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한 가지 이유는 '이야기'가 담긴 치유의 힘 때문이며, 그 중에서도 '공감의 힘' 때문인 것 같다.

책에서 언급된 일화 중에, 저자가 투병 생활 중에 취직준비하는 친구들이 병문안을 온 일화가 있었다. 친한 두 친구가 함께 취업 준비를 하는데, 성향이 맞지 않아 싸움이 일어난다는 하소연을 한다는 것이더랬다. 장기간 투병 생활을 하는 저자는 솔직히 그 친구들의 투정이 듣기 싫었다고 했던 것 같다. 나가서 취업준비하고 싶어도, 병원에 갇혀있는 자신에게 그런 투정이라니..... 라는 이야기였다.
 


이 일화를 보면서, 2부에 저자가 인용한 시가 떠올랐다.


내가 외로울 때,
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때,
친구들은 웃어.
내가 외로울 때,
어머니는 상냥해.
내가 외로울 때.
부처님은 웃어.
- 가네코 미스즈 「외로울 때」
-p.152 <05. 가네코 미스즈와 함께 '외로움을 홀로 견디기'>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과 위로는 물론 큰 위로가 된다. 하지만, 10년 지기 친구도, 힘들었던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함께 나눈 친구들도 결국은 '나 자신'은 될 수 없다. 완전한 공감을 얻기는 힘들 때가 많다.

이 시를 읽으면서 책의 매력을 느꼈다.
모든 글이 자신에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자신의 성향과 맞는, '내 맘 같은' 글, 혹은 꼭 '나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면 공감을 느끼게 된다. 함께 운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든,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살고 있음에 안도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울함을 털어낼 때가 종종 있다.

 

 

가장 울컥했던 문장이 있었다. 물론 이 글은 '영화' 속 대사였지만. 역시나 '절망의 이야기'가 주는 위로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아. 내가 진짜 싫어져. 각본에 재능도 전혀 없고, 재능이 없는 주제에 멍청하게 계속 꿈이나 꾸고, 사실은 아마 꿈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일단 품어버린 꿈을 어떻게 끝내면 좋을지 모르겠어.

꿈을 이루는 게 엄청 어렵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꿈을 포기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영화 <바샤우마상과 빅마우스 中> p. 179

 
물론 나는 저자처럼 13년 간의 투병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추천사를 쓴 배우 신동욱 작가처럼 희귀한 병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본 적도 없다. 아마 그런 사람들을 두고 '저도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라고 하면, '복에 겨운 소리 하네, 더 노력하고 와.'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저자가 계속 이야기 한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병때문에 좌절하는 어떤 사람, 계속되는 시험 탈락에 좌절하는 또 한사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절망에 빠져있는 또 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마다 다른 색과 다른 폭, 다른 길이로 그 시간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긍정의 말은 폭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그걸 느낀 적이 있었고, 지각하지 못한 사이에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절망 독서>는 '절망적인 이야기'가 준 구원의 힘이라는 역설적인 메시지 아래, '공감과 이해'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일깨워주려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