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의 로맨스
이은교 지음 / 다향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선배님의 로맨스_이은교
출판사_다향


<내 맘대로 키워드>
#현대로맨스 #오피스물  #잔잔물 #재회물 #연상연하 #사제관계 #순정남 #다정남


<등장인물>
정소은(23~34)_전직 미술교사, 쥬얼리 브랜드 The Queen 평사원. 
담호와 사제 관계로 처음 만났다. 학교에 사건이 있고 담호가 자취를 감췄던 11년 후. 놀랍게도 그녀가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하면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담호(18~29)_쥬얼리 브랜드 The Queen 대리.
알콜 중독 아버지 밑에서 도망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살아왔다. 꿈도 잃고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던 담호는 소은의 도움을 받아 한걸음씩 지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터진 사건으로, 결국 학교를 떠나야했고, 11년 후. 신입사원으로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마주한다.


<줄거리>
미술교사였던 소은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 왔던 '쥬얼리 디자이너'라는 꿈을 위해 The Queen이라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 첫 날, '이담호 대리'라는 흔하지 않은 이름을 보고 인연 하나를 떠올렸다. 그런데 설마 했던 그 사람은 동일 인물이었다.

과거에는 박담호였던 그는, 짧지 않은 소은의 교사 생활에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이었다. 짧지 않은 교직 생활, 보람찬 일보다 상처 받은 일이 더 많았던 그 시절. 보람과 아픔을 같이 보냈던 그가 자신의 선배로 나타나 있었다.

그가 교정에서 사라진 뒤 11년 만의 일이었다.

소은의 교사 시절, 폭력적인 가정 환경에서 어머니 만을 기다리던 소년 박담호는 그녀가 지켜줘야하고 지켜주고 싶었던, 소중하고 여린 '제자'였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담호의 꿈과 순정을 짓밟고, 그를 떠나게 하고 말았다. 그렇게 11년 만에 서로 마주하게 된 자리였다. 사제 관계가 아닌, 직장 선후배로.

그리고, 다시 만난 그의 눈에선 더 이상 소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근데 의외야, 널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거잖아요. 계속 생각했어요.
이쪽 분야에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싶었어요."



<리뷰>

<선배님의 로맨스>사제지간이었던 소은과 담호가 11년 만에 다시 직장 선후배로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잔잔하고 달달하며 따스했던 이야기였다.


#서로가꿈이었던두사람
작품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딱, 표현하기 어려운데. 읽는데 따뜻하고 간질거려서 자꾸 웃었던 것 같다. 잔잔하게 스며드는 두 사람의 관계가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읽던 사제물과는 조금 달랐다. 사제 관계인 상태에서 서로 마음을 깨달아서, 그 관계에서 오는 장벽으로 인한 갈등과 애절함이 나왔다면, 요 작품은 그 시절의 이야기는 선생님 박소은과 제자 담호의 사심 살짝 가미된 청춘순정만화 같아서 순수하고 다른 의미로 애틋하게 그려졌던 것 같았다.

알콜 중독 아버지 밑에서 도망간 어머니를 기다리느라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소년 담호 이야기는 정말 안타까웠다. 재능이 있어도 아버지에게 짓밟히고, 꿈도 희망도 잃고 상처입은 새끼고양이처럼 학교에 나오던 담호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너무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영 잃어버리게 될까봐 품지 못했던 제 꿈을 알아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혹시 이 사람이라면 정말 제 꿈을 지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흼아마저 들었다. -p.64


그런 담호에게 소은은 구원처럼 다가왔다. 물론 소은 역시 처음에는 연민에서 제자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담호의 재능을 보고, 자신이 포기했던 꿈-주얼리 디자이너-을 포기하지 않게 되는 부분들이 그려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꿈이고 구원이었기에, 둘의 관계와 감정의 깊이가 더 깊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알아보고 이해해주며,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특히 그 꿈이 다소 지금 시점에서 허황되어 보인다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 한 켠이 묵직해졌다. 


#이대리는족보정리중
소은이라는 캐릭터도 너무 좋았지만, 역시 남주 편애주의자이기 때문에 내 초점은 오직 담호, 순정 이담호 선생으로 집중되었다. 이름이 상당히 근엄해보이는 이 남자. 11년 만에 소은과 재회하고 가장 먼저 시급한 일은 족보 정리다.

드디어 소년 티를 싹 벗어냈나 싶었더니. 소은 한 사람만 간직한 채 자라난 11년산 순정남인지라, 남자로 훅 들어가고 싶어도 살짝은 어리숙한 이 남자. 때문에 친구들하고 진지하게 상담까지 하는데, 어른스럽다가 귀엽다가 그 갭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연하남이 보여주는 박력도 멋있었겠지만, 좀 더 세심하게 다가오는 담호의 모습이 더 어른스럽고 다정하게 보여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살짝 어려워하는 '연하남'임에도 무리없이 술술 읽은 것 같다.

그래도 족보정리부터 빠르게 하는 이 대리님, 친구>연인 만큼이나 무서운 사제관계 빨리 지워버리려고 자기가 '선배'라며 주입식 교육하는 친절한 선배님이라니, 근데 난 왜 이게 좋지.
소은이 어색해할까봐 말 놓는 건 유지하는데, '소은 씨'라고 꼭꼭 챙겨부르는 담호가 참 귀여웠다.


#현실같아더슬프고더행복했던이야기
작가님이 담호는 참 슬픈 아이라고 하셨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예의 신파&막장 이야기는 아니었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담호가 살아온 환경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환경보다 더 잔혹했던 건, 어쩌면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있는 담호를 짓밟는 어른들의 나쁜 이기심, 없는 자를 몰아가는 있는 자들의 폭력. 제자 사랑을 매도하는 나쁜 시선들. 자신의 아들이 대회에서 탈락했다고 담호를 출전하지 못하게 협박하는 이사장과 그런 것을 두둔하는 학부모들. 우연의 일치인가. 왠지 최근에 보았던 일련의 사건들이 떠올라서 더 씁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잔혹 동화도, 소설도, 영화 속 과장된 장면이 아니라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 그래서 과거 두 사람의 이야기가 더 애잔하게 보였다.

또,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재회 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더 사랑스럽게 읽힌 것 같다. 마음을 전해야하는 담호 입장에서는 애를 많이 먹었지만, 그마저도 달달하게 보여졌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다들 순박? 순수하고 착해서 보기 좋았다. 딱 그 나잇대 남자애들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 태조랑 연우도 만만찮게 귀여웠던! 보지도 않은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떠오르는 어수룩하면서도 착하고 정많고, 재밌는 녀석들이었다.

또, 양가 가족들도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사람들이라 두 사람에게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더 행복했더라는.

사제 관계에서 직장 선후배로 바뀐 것 빼고, 어쩌면 일반적인 평범한 사내 연애 커플이 보여주는 단란한 일상 이야기들이었기에, 실제로 두 사람이 한강에서 함께 그림 그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마무리/여담>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역시 종이책이 좋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만약 웹으로 읽거나, 연재중일 때 읽었다면? 앞에 먼저 배치된 과거 이야기에 '얘들 진도 언제 나가는거지?'하고 속앓이 했으면 어쩌나 싶은 나쁜 마음이 살짝 들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끔 정말 좋은 글인데, 폰으로 본다는 이유 만으로 잘 안읽히고 가벼운 글로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과거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재회 후 이야기도 물론 달달했고, 남자 담호도 너무너무 좋았지만, 연인 간의 열렬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꼭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정말 예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만큼 과거 회상이 다소 길다. 그런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상처입은 담호냥과 소은 쌤의 추격도 알콩달콩 흥미진진했다. 한편으로는, 매번 '남자주인공'을 통해서 변화하는 여자주인공의 모습들을 주로 봐서 그런지, 여자주인공이 음지에 있던 담호를 끌어내 주는 모습이라 더 좋았던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사이다에 걸크러쉬...이런 모습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제자를 아껴주고 응원하는 다정함이 소은의 매력으로 부각되었던 것 같다.

앞에서 말했지만, 내 길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무작정 믿기에는 세상이 녹록치 않으므로. 소은 같은 친구가 있다면-이미 있지만 더 많이-세상이 정말 따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큰 사건도 없고, 다소 긴 과거 이야기를 지나오면 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담호의 노력과, 일상 이야기라 잔잔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조금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악역이라고 하기에는 둘의 관계에 크게 위협을 가하는 것도 아닌지라, 차라리 과거 이사장이 최종보스였던 듯.

그럼에도!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 다정하고 세심한, 어른스러우면서도 소년같은 연하남이 보고 싶은 분들, 남녀 서로가 아껴주는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p.s.정말 여담의 여담의 여담으로.
작가님의 후기가 또, 기억에 남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이야기. 포기하고 힘들어도 결국은 좋아하는 걸 찾게 된다는 말. 그 말을 읽으니, 바로 담호와 소은의 모습에서 작가님이 떠올랐다.
(작품 속 여주와 180도 다르다고 하셨지만, 이런 다정하고 따뜻한 글을 쓰는 분이라면, 분명 본 캐릭터도 따뜻하고 열정적인 분이 아니실까, 감히,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일과 행복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그런 고민을 몇 년동안 하면서도 겁과 재능없음에 현실에 타협하고 살아가는지라, 꿈을 이룬 두 사람의 모습에서 대리만족까지 느꼈던 것 같다. (읽고나서 떠오르는 감정이 너무 많은데, 어휘의 한계가 아쉬울 따름)

* 작가님 좋은 작품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글, 계속 쓰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차기작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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