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진도 좋고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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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은 일진도 좋고_하라다 마하
출판사_인디페이퍼



 



<오늘은 일진도 좋고>는 평범한 직장인인 코토하가 스피치라이터(연설기획자)인 쿠온 쿠미를 만나 스피치 라이터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는 듯 하지만, 그녀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연설문이 주는 힘과 감동, 그리고 정치적 관심과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까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 준 흥미로운 글이었다.


코토하는 소꿉친구이자 자신의 짝사랑 상대인 아츠시의 결혼식에 갔다. 슬픈 마음을 뒤로하고 소중한 친구의 결혼식에 갔던 코토하. 그런데 축사를 듣던 중 졸음사(?)할 일이 발생한다. 너무나 지루한 축사. 결국 코토하는 스프에 얼굴을 박는다. 결국 온 몸에 콩소메 스프 냄새를 폴폴 풍기며 웃음소리를 뒤로하며 화장실로 직행했던 코토하는 낙담하는데, 그런 그녀의 옆에서 자신을 보며 큭큭거리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그녀의 이름은 쿠온 쿠미. 프로 스피치 라이터다. 물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식이 끝나고 난 후였지만. 화장실에서 스프를 닦고 나온 코토하에게 쿠미는 그녀가 듣던 지루한 축사에 대해 통쾌하게 비평을 던진다. 그 시점부터 코토하의 흥미를 당기는데, 이어서 아츠시의 결혼식에서 감동적인 축사를 보여준다.

그 축사 이후, 문득 아츠시의 아버지이자 전 민중당 국회의원이었던 이마가와 아츠로의 마지막 대표질문을 떠올린다. 결국 코토하는 아츠시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보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아츠로의 마지막 대표질문을 작성한 스피치라이터였다.

한편, 코토하는 회사 동료인 치카로부터 결혼 선물로 코토하의 축사를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대형 무역상사 임원 딸의 결혼식. 정재계 인사가 모이는 앞에서 축사를 해야 한다는 일에 깜깜해진 코토하는 결국 쿠미를 찾게 된다.

그렇게 쿠미와 재회한 뒤, 그녀로부터 '스피치 라이터'의 자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코토하. 축사를 목적으로 스피치 라이터 팁을 배우면서 점차 스피치 라이터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책을 읽기 전까지 스피치 라이터(연설 기획자)라는 직업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연설하는 사람들이 직접 쓰는 줄로만 알았지, 누군가 체계적으로 작성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점을 알게 되어 신선했던 맛도 있었는데, 스피치 라이팅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감동까지 준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 글썽였는데 그 중에서 조금 울었던 부분은 치사의 결혼식 축사와 아츠시의 마지막 유이가마하마 연설 부분이었다. 치사의 결혼식 축하에서는 소중한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그 우정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동시에 친구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했더니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아츠시의 마지막 연설은 여러가지 의미로 감동적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으로서 슬픔, 잘못된 의료 서비스 때문에 피해를 본 국민의 한 명으로서 분노. 자신의 슬픔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이 담긴 연설이구나, 그 생각이 들어선지 울컥했던 것 같다.

이야기는 스피치 라이터라는 독특한 직업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무난한 일상 일화를 다루다가 후반부를 달리면서 분위기가 한번 고조된다. 초반부 결혼식 축사나 사내 브랜드 마케팅, 사내 연설 등등 일상적인 상황이나 업무적인 스피치를 다루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아츠시의 출마 선언과 정권 교체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은 요 책, 정말 앞부분은 살짝 코믹하기도하고, (내겐) 신선하고, 흥미롭고, 감동적이고 생각 거리도 많이 안겨 준!! 그런 알찬 책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읽다덮다를 해서 힘들었다. 바로 '정치'와 관련된 소재 때문이었다(그 정도로 쥐약일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그 장벽을 넘고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영화 <변호사>와 같은 어쩌면 이상적인,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견을 지닌 사람들이 나오다보니, 연설 내용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또, 정치에 무관심했던 날들을 떠올리던 주인공들이 결의에 차 연설에 몰두하는 이야기를 보면 함께 가슴 벅차오르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 "일본은 오랫동안 유권자가 정치에 무관심했으니까요. 선거 같은 거 해봤자 어차피 진전당이 여당인 건 마찬가지고, 결국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덮어놓고 생각했던 거에요. 저도 그랬지만요."_p.298
 
* "총리님, 이번에야말로 들어주십시오. 국민을 대표하는 민중당,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가 대체 어떤 것인지를. 그것은 .......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과 『똑바로』 마주하는 정치입니다."_p.205
 
자신의 한 표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포기했던 유권자, 이 나라를 바꾸는 데에 관심도, 흥미도, 정열도 가지지 않았던 국민. 이 민중을 단숨에 움직이는 것이다.
선거라는 거, 좀 재미있겠는데?
우리가 움직이면 세상이 변할지도 몰라. _ p.294


무튼 확실히 의회 해산과 함께 야당과 여당의 정권교체를 놓고 벌이는 선거, 그런 드라마틱한 전개가 들어있다보니 드라마로 만들어도 참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여기에 중간중간 나오는 감동적인 말들이 한가득 했는데. 코토하가 본업도 그만두고 스피치 라이터의 길을 가겠노라고 결심을 굳혔을 때. 할머니가 인간으로써 성장할 수 있기에 찬성했다는 말이 공감이 갔다.
 


* 우선 마음에 평정을 가져오고, 떠올린다. 이 스피치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_p.76

* 스피치를 잘했고 못했고는 스스로 평가하는 게 아니야. 청중이 결정하는 거지.
...... 스스로 아무리 잘했다고 생각해도 청중의 마음에 울리는 것이 없었다면 의미가 없잖아?_p.99

* 묵묵히 듣는다는 행위는 결코 상대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뜻이에요. 나이를 먹으면 이야기가 집요해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잖아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도 다들 싫어하죠. 원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_p.146

* 듣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죠. 하지만 그만큼 말을 하기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_p.148


책으면서 그간의 말하기 습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연설의 범위와 목적, 청중의 특성, 그 책임감. 그런 여러가지 문제를 넘어서서, 일상이든 공적인 상황이든 내가 뱉는 말의 내용과, 말할 때의 태도, 고르는 언어. 이런 것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정말 어렸고, 창피하고, 부족하고..... 다 주워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변한 것은 없지만, 그만큼 말이 주는 영향력을 알게 되니 조금씩 고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감동과 재미 모두 잡았던 <오늘은 일진도 좋고>. 소설 속 인물들처럼 연설이 주는 힘과 감동을 알고, 언젠가는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끝으로 가장 감동받았던 말로 마무리 한다. 어쩌면 코토하의 인연들을 연결해 준 사람이자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마가와 아츠로. 바로 아츠시의 아버지이자 전 국회의원, 그리고 쿠미의 인생 스승인 그의 말 중 하나다.

 


* 3시간 후의 너, 눈물이 그쳤다. 24시간 후의 너, 눈물은 말랐다. 이틀 후의 너, 고개를 들고 있다. 사흘 후의 너, 걸어 나가고 있다.

어떠니?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 왜냐하면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거든.

멈추지 않는 눈물은 없단다. 마르지 않는 눈물도 없단다. 얼굴은 아래만을 보고 있을 수도 없어. 걸어나가기 위해 다리가 있는 거야.

...... 그리고 마음은 너 자신이 길러 나가는 거야. 넉넉하게, 따뜻하게, 정의감 넘치는 마음으로 길러나가렴. _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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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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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방_우지현
출판사_위즈덤하우스



 




<혼자 있기 좋은 방>은 우리들의 '방'에 대한 이야기다. 방, 그곳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나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유일한 안식처다. 그곳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기도 했지만, 숱한 고민에 잠 못 들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은 방을 통해 그런 삶의 모습들을 반추하고,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책을 읽다보면 그간 방치했거나 잊고 지냈던 나의 그 소중한 공간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인생이 스며든 그 공간을 돌아 보면서, 홀로 숨죽이며 풀어냈던 아픔을 떠올리고 그 실체를 마주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과 용기을 얻을 수 있었다. 



*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숨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사는 게 힘겨워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을 때,
지탱해온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세상과의 불화가 이어질 때,
만사가 귀찮고 무용하게 느껴질 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히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각자의 공간으로 도피하고, 저마다의 장소로 은둔한다.
세상의 유일한 안식처, 아무도 없는 내 방으로.
-p.28 <세상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 중


평소에 '방'이라는 공간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살까. 늘 그 공간을 의식하며 사는 것은 아닐테지만. 힘든 일이 있거나 어떤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편히 쉬고 싶을 때, 나는 방을 찾았다.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소소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외부에서 받은 상처를 홀로 풀기 위해서 일때도 있었다. 그저 남 신경스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방을 찾았다.

마찬가지로 역사상 수많은 화가에게도 방은 그런 의미였다. 사적인 은신처이자 안전한 도피처, 그리고 이상적인 휴식처. 혹은 그 이상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방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자 그들의 인생을 담은 삶의 흔적 자체였다. 에세이 속에 담긴 명화 속 무수한 방들이 그걸 보여준다.


방에 홀로 지내는 여성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구현해 냄으로써 방에 담긴 의미를 표현하고자 고민했던 마르셀 리더, 방을 심리적 공간으로 확장해 방에 있는 인물의 내면적 요소까지 담아낸 에드워드 호퍼. 이처럼 방에 담긴 의미를 연구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화가가 있는가 하면, 방을 미술관으로 바꾼 귀스타브 모로와 같은 화가도 있었다.
 


 



읽다보면 '방'이라는 공간이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방이라는 공간에 씌워진 '은신처' 혹은 '피난처', '쉼터'와 같은 프레임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화가의 손을 거쳐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표출되고, 개조되는 과정을 보며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그간 얼마나 방을 협소하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방'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집, 그곳에 있는 방만을 '방'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적인 시간이 담겨있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든 물리적 공간들이 우리의 '방'이 된다. 우리의 내면이 담긴, 시간과 사고가 고스란히 반영된 그곳 모두가 우리의 방이다.

미술관이 될 수도 있고, 카페가 될 수도 있고, 공원이 될 수도 있다. 세상 풍파에 지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찾게되는 그곳, 지친 영혼의 쉼터. 고민끝에 방황하다 우연히 도달한 그곳이, 오롯이 나 혼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나의 방이 될 수도 있다.


* 도망가기 좋은 밤이다.
훌쩍 떠나는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 밤.
그래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밤.
살다 보면 그대로 없어지고 싶은 날이 있다.
(중략)
그러고 보면 카페야 말로 혼자 있기에 알맞은 장소다.
나라는 사람에서부터 다른 누군가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르기까지.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독립이 존재한다. ...... 카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켜봄으로써 모든 것을 품는다. 이것이 카페가 주는 푸짐하면서도 든든한 위로다.
-p.94~102 <혼자를 선택한 시간>
   

실은 이 장을 읽을 때, 다시 앞장의 '세상과의 거리두기' 부분도 떠올랐다. 홀로 있는 시간은 중요하다. 그런데 가끔 집 안의 내 방은 '가족에서 위치'라는 페르소나가 남아 있어서 인지, 온전히 '내' 생각만 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지막 보루로 카페로 도망칠 때가 있다. 

카페는 참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개방되고 제한된 공간이지만 동시에 독립적으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어느 곳이든 '나'의 방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공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허세성 짙은 생각일 수 있지만, '커피하우스 이펙트'라는 말도 있으니. 우리의 '혼자 있기 좋은 방'을 한정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안성맞춤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세상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건 소외나 단절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자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관찰하고 일상을 재조직하며 삶을 재생한다.

......혼자를 택한다는 건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겠다는 용기이다.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내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
p.30~31 <세상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


우리는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홀로 지낸다는 것은 이기적이거나 사회성 없다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다보면 외롭고, 처량하고, 한심해보여서 우울한 사고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야 말로 비로소 내가 그간 놓쳤던 것, 잘못했던 것, 상처받았던 것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숨겨두고 싶었던 흑역사를 들춰내는 과정 자체도 무지 힘들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조금은 폭력적이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흑역사가 떠오를 때가 많다. 억지로 열어 젖힘을 당한달까. 처음에는 부정하고 싶고, 그걸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그 과정이 있기에 자신의 아픔과 상처의 뿌리를 마주하고, 그것들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중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저마다의 방에서 은밀하고 위대하게 이루어진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가 풀어가는 방에 대한 담론은 다채롭고 흥미롭다.

* 휴식은 단지 노동의 부재가 아니다. ......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혜,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 무리하지 않는 자세, 여유를 즐기는 기술 등이 요구된다. 쉬운 것 같지만 절대로 쉽지 않은 휴식, 잘 쉰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이다.

...... 쉬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게으름도, 뒤처짐도, 무책임도, 시간 낭비도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해야 한다. 삶에 있어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p.131 <마음이 소생하는 장소>

*나는 우리 모두 꿈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 마음은 없다. 그건 폭력적인 것이다. 세상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머릿수만큼 각각의 사연과 처지가 있다. 상황도 환경도 여건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같은 꿈을 꾸더라도 같은 경우란 없다.
다만 꿈을 꾸고 있는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
-p.223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휴식, 꿈, 불안에 떨던 방에서의 기억,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망 등. 혼자 고민했을 법한 것들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공감하며 읽는 재미와 감동이 솔솔했다.


* 설령 언젠가 그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훗날 그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때 서로가 나눈 생각과 그 순간의 말들과 그날의 공기는 영원히 내 곁에서 머문다. 그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떠올릴 수 있다면, 만지지 않아도 느껴진다면, 그건 존재하는 것과 다름 없다.
- p.177 <일상으로의 초대> 


모든 공간에는 시간이 스며들고 우리는 그 시간을 기억한다. 가끔 그곳에 놓인 물건이나 다양한 흔적을 통해 잊고 지내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때론 공간에 응축된 감정과 사념들을 막연하게 떠올리며 공간 자체가 주는 위로에 젖기도 한다. 그렇게 공간의 힘이란 이렇게 엄청난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그와 관련된 명화에 대한 해석, 그리고 작품 속에 반영된 화가의 작품 세계관과 인생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혼자 있기 좋은 방>.

예술작품과 함께 담겨서인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문체도 왠지 감성적으로 느껴졌는데 꼭 새벽에 쓴 일기를 보는 것 같아 아련하고, 몇몇 부분들은 잠 못 들던 밤, 절절하게 내 속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때의 일기 같아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그림 감상을 좋아하고, 에세이를 잘 읽는 분들에게는 바로 추천! 마음에 여유가 없는 분들, 힐링이 필요하고, 혼자 조용히 숨고 싶은 분들에게 조심스레 권해드리고 싶다. 이 책을 읽는 공간이 저마다의 '혼자 있기 좋은 방'이 되길. 혹은 그 방을 찾을 길잡이가 되길 바라면서.


 


(* 여기부턴 사족이 많이 붙은 감이 있어요. ;)

한때 집에 있는 내 방조차도 숨막힐 때가 있었다. 집이라는 공간은 마지막 피난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나의 위치를 상기시키는 공간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답답함에 가족 앞에 숨겼던 슬픔도 있었고, 들키고 싶지 않았던 소심하고 추악한 모습 때문에 베란다에서 숨죽여 울던 날도 더러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방'이라는 공간의 인식이 중요할텐데. 혼자 있기 좋은 방이란 게 집에 딸린 방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오히려 전혀 다른 공간일 수도 있을텐데. 책을 읽다가 생각이 정리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은 너무나도 잘 들어맞았다.

책을 읽고 난 뒤. 이제 알게 되었다. <혼자 있기 좋은 방>이 꼭 우리 집에 있는 방 만이 아닌 것임을. 어디든 홀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라면 나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음을. 그 생각을 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불편했던 방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행복한 기억만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 물론 그런 기억들이 삶을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겠지만, 인생의 시련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디딤판은 아픈 기억을 통해서 견고하게 굳어진 것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지금 당장 보이는 나의 방들이 아픈 기억만 가지고 있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 기억이, 그 시간이 스며든 '방'이 있기에 지금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될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본 서평은 위즈덤하우스에서 진행한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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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의 작사법 - 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
김이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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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의 작사법_김이나
출판사_문학동네

 






읽는 동안 여러가지로 행복했던 <김이나의 작사법>. 이 책을 만나지 못했으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내겐 재미와 감동 두 가지 매력을 갖춘 에세이였다.

<김이나의 작사법>은 김이나 작사가의 잘 정리된 '작사 노트'(혹은 작사 일지)로, 처음 작사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부터 대표곡을 통한 작사 과정 분석 및 음악 시장에서 작사가의 위치와 작사가로서의 마음가짐 등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물론, 당연히 주된 내용은 '작사'이지만 음악 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음악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도 있었다. 또, 음악 작업 과정이라던가, 일반인은 잘 모를 수 있지만(나만 모를 수도)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과 같은 음악 제작 중에 중요한 직업이라던가, 소위 업계 용어(데모, 가이드, 야마, 덤핑, 싸비.....) 등이 담겨 있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분야를 알고 싶었던 나로서는 대 만족이었다.



<작사가_감성과 이성이 필요한 직업>


 


책을 읽은 직후, 다시 맨 앞의 작사가의 말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말 이 작사가는 지금까지 본 사람(책이든 직접적 만남이든) 중에 가장 이성적이고도 감성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롤모델을 완전 바꾸어버렸다. 냉철하고 쓴소리 하지만 가만 들어보면 조심스러운 배려심이 묻어나오는 조언을 해주는 그런 이상적인 어른.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을 통해 본 김이나 작사가는 한때 내가 가장 되고 싶었고, 지금 당장 이런 선배가 있다면 따르고 싶은 '이상적인 어른'이었다.   

이 책은 현실적인 이야기다. 열정과 감수성으로 중무장한 지망생들에게 어쩌면 조금 쓴 조언일 수도 있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얘기이지만, 무조건 '꿈을 향해 뛰어라'라는 말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싶다고 이미 언급한 바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야 이런 '현실적인 쓴소리'가 얼마나 더 중요하고 따뜻한 말인지 배웠다. 물론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쓴소리도 아니다. 다만, 나도 살짝 이쪽에 관심이 있던 터라 그럴까. 무튼, 그저 '환상'을 품고 창작 쪽에 꿈을 꾼 사람들이라면 작사가가 꿈이 아니어도, 이 책을 한번 읽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첫 문장부터 그녀는 자신을 '예술가'가 아닌 '일꾼'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을 싱어송라이터와 구분하고 '상업 작가', '기술자'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책 전체에 걸쳐 종종 등장하는데, 나는 이게 창작자로써의 마음가짐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상업작사가에게 '좋은 가사'란 그 자체로 좋은 글보다는 '잘 팔리는 가사'이다. 잘 팔린다는 표현이 속물처럼 들리겠지만 결국 대중음악이란 많은 사람의 공감을 통해 소비되는 것이니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싱어송라이터가 자기만의 화풍을 가진 화가라면, 상업작사가는 누군가가 꾸어낸 꿈을 토대로 밑그림을 그려내는 기술자다. -p.6
  
작사가가 되고 싶은데 도대체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는다. 나에게도 방법은 없었다. 화가, 소설가 등등 창작 방면의 직업에는 '방법'이 명확하게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는 간절함과 현실 인식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제발, 현실을 버리고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p.15~16


김이나 작사가는 처음부터 작사가가 꿈은 아니었다. 다만 음악 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력서도 넣어보고, 음악 공부도했다. 단, 그녀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한 일들이었다. 그만큼 열정만 가지고 뛰어들기 불안정하고 비현실적인 업이라는 거였다. 그렇게 그녀는 나름 '타이틀곡'이 나올 때까지는 직장생활을 계속 병행했다고 한다.

나만의 감수성으로 자신이 원하는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가 담긴 창작물을 쓴다는 건 정말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이 현실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려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사든, 소설 집필이든. 정말 '나 말고도' 쓸 수 있는, 그리고 훨씬 잘 쓰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정말 생계수단으로 삼고 싶다면 순수한 마음과 열정을 퇴색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 시장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김이나 작사가와 같은 생각이어서 글이 더 잘 읽힌 것 같다. 


 
<음반 산업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책 추천글에 아이유가 한 말이 있다. '김이나 작사가님은 내가 좋아하는 이성적인 어른들 중 가장 감성적이다.'라는 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감성적이지만 동시에 무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어른이라고 했는데, 이 챕터에서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앞에서 너무 '창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라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작사가'가 꿈이거나 '음반 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책의 타겟층이니까, 이 부분은 리뷰에 조심히 써야겠다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작곡가에게 좋은 음악이 나왔고, 이후 거기에 어울리는 가사가 붙은 뒤에 가수가 정해지는 줄 알았다. 가끔 예능에서 보면 '곡을 받았다.'라거나 '곡을 주었다.'라면서 연예인들이 이야기하는 걸 본 기억이 나서. 그게 기획사에서 부탁을 받아 시작된 것이든, 어쨌든 어떤 시작이든 간에 여튼 나는 작사가는 거의 작곡가와 소통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혹은 시나리오 작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곡이 나오고 가사를 쓰는데(혹은 반대, 가사를 쓰고 어울리는 곡이 붙고) 나름 이걸 불렀으면 싶은 가수를 떠올리면서 쓰는 거다. 그러다 드라마 배역 캐스팅하듯 이야기가 오가는 줄 알았다. 비슷하면서도 잘못된 생각이었다.

음반을 만드는 과정의 디테일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회사측(프로듀서, 제작자, A&R)에서 의뢰를 하면 작곡이 들어가고, 곡이 선정되면 작사가에게 가사를 의뢰한다. 이후 보컬 녹음과 세션 녹음, 재킷 사진 뮤비 촬영 등등....... 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 다수의 곡과 가사들이 탈락된다고 한다. 그리고 녹음 직전에 있는 작업이 '작사'. 어떻게 보면 음반의 데드라인에 있는 격이므로 정말 정신없는 위치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가사가 스케줄에 맞게 나오지 않아서 무산되는 곡들이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작사가는 '잘 쓰고, 빨리 써야한다'고 한다. 이게 무지 중요한 것 같았다.

게다 그 '빨리 쓰는 정도'가 거의 하루 이틀이기도하고, 정말 빠르면 그날 아침에 의뢰 받아서 당일 저녁까지 보내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물론, '나 없어도' 쓸 사람은 많으니 못쓰면 아웃인 거다.

완성된 곡과 가사가 나오는 것에만 스케줄을 조정할 수 없는 것이다. 가수 스케줄, 녹음 장소 선정 및 섭외, 예산 등등 시스템이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작사가 이루어지므로 정말 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상 이상의 이해 관계자들도 있음을 함께 고려해야함은 말 안해도 않지 않을까 싶다.

이러니 보통 하나의 글을 쓰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힘든 창작자라면 이런 상황 속에 글을 써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마음을 덥혀 준 작사노트>

실은 이게 가장 재미있게 읽은 대목들이기는 했다. 작사가 마인드라든가, 작사가 김이나라든가, 음악 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예상치 못했던 선물들이었고.

작사하는 과정이 무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에서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공감가서 웃고, 비슷한 감상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나 싶어 감탄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루는 재주에 놀라고, 하나의 감정을 360도로 돌려보며 다각도로 접근하는 접근 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거기에 트렌드 분석부터 탄생할 곡에 대한 해석, 부를 가수의 역량을 헤아리는 세심함까지. 치밀하고 노련하게 작사를 하는 한편 노래를 부를 가수와 들을 청자를 고려하는 따뜻한 배려심까지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이걸 하나하나 다 쓸 수는 없는데 .......

무튼 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 사람도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이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그래서 반대의 경우 상처받기도하고, 나는 절대 그런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아 슬프다.) 작사 과정 중에 남긴 글들이 좋았다.


파고들자면 나이브한 생각이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개미와 베짱이가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얘기하고 싶었다. 물론 베짱이가 개미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거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p.316 <반전동화_베짱이는 정말 불행했을까?>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에게 '당신은 이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부모님이든 애인이든 친구든 하다못해 오늘 아침 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 슈퍼 아저씨라도 나로 인해 잠깐 행복했을 수 있다. 이런 행복이 쌓여야 결국 다 함께 원대한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325~326 <기적을 노래하는 사소한 방법>


  
하나는 위의 이야기는 써니힐의 <베짱이 찬가>를 쓸 당시 이야기다. 꼭 베짱이의 인생 철학이 나빴을까? 살다보면 적당히 스트레스 풀면서, 노래도 좀 하면서 능률을 올리며 일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개미의 삶의 방식만 옳은 건가? 하루하루만을 희생하다 인생의 반 이상을 일만하다가 죽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 모두가 잘 살 수는 없나.

이런 맥락에서 쓴 곡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바로 뒤에 수록된 <베짱이 찬가> 가사를 읽는데 소름이 돋았다. 감동적인 소름이었다. 나는 한때 '베짱이로 보이는' 사람들을 무시 혹은 삐뚫어진 눈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다 같이 즐겁게 살 수도 있는데.

두 번째는 SBS가요대전에서 'Miracle'이라는 테마로 노래를 제작할 때의 이야기였다. 음원 수익을 기부할 선행 음악 제작이었다. 한창 고민하던 끝에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행복'의 의미를 접목시켜 'You are a miracle'이라는 곡이 탄생했다. 누군가를 기분좋게, 행복하게 해주는 일. 당신이 기적이라는 의미였다고.



<기타/마무리_여긴 사족이 많이 섞였어요>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지를 얼마나 붙인지 모르겠다. 앞장에서는 정말 좀 살아 본 인생의 쓴맛을 잘 아닌 언니가 해주는 현실 조언과 같은 이야기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특히나 내가 되고 싶지만 되지 못해 엄청 동경하는 이상적인 스타일의 사람인게 마구마구 느껴져서 열혈구독했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내가 취미로 쓰는 그 글짓기가 요즘 잘 안돼서. 막막한 마음에 찾아보던 글이었다. 스토리 구성이나 캐릭터 붕괴가 오면 나는 비슷한 상황의 가사를 지닌 음악을 듣는다. 역으로 가사를 쓰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 스토리 구성에서 또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에서 이 책을 찾았고, '빙고'를 외쳤다.

앞에 쓰지 못했는데, 정말 작사가란 멋진 직업이긴했다(물론 내가 당사자가 아니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추상적으로 남아 있는 감정들, 어떤 성격을 지닌 사람의 이야기, 어떤 인생....... 그 중 하나의 스토리를 끄집어내 구현하는 기본 스토리를 짜는 사람이 아닌가! 

나중가서는 거의 책에 빙의하다시피 읽은 것 같은데........ 어떤 이미지의 가수가 이런 이야기를 부르면 어떨까. 이 노래가 어떤 뮤직비디오로 나오면 어떨까...... 고민하는 장면에서 함께 상상하는 맛이 일품이었다. 나도 모르게 떠오른 가수가 노래할 때 들려주는 발성, 눈빛, 제스처, 입고 있는 의상, 둘러싼 소품, 배경까지. 실제로 뮤직비디오 촬영 때 함께 한다고도 했는데 상상하는 걸 눈 앞에서 보는 기분은 얼마나 짜릿할까, 그런 생각이 다 들었다.

언제부턴가 '이 정도면 좀 나이먹지 않았나?'라고 생각할즈음부터, 무의식적으로 '내 나이에 무슨 아이돌들 노래야. 으아아 너무 어려 애들이야. 애기들 왤케 말랐어......' 등등 생각하면서 운동할 때나 듣지, 멀리하려고 했던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가사가 들려야 음악을 듣는 내게는 가사도 뭔 말인지 모르겠고. 미안하지만 '유치'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그 가사들도 달리 보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몇 가사들은 이해가 잘 안 가는 가사들이 있지만. 세상에 다양한 감정과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있고, 태도를 지닌 사람이 있고, 그런 이야기들이 여러 조합을 거쳐 탄생한 곡과 가사라고 생각하니 그간 편협했던 사고방식에 대한 반성도 되었다.

그리고 그래서 내가 맨날 비슷한 캐릭터의 글만 썼나. 그런 반성도 하고.    


 또, 계속해서...... 잘 모르던 음반 제작 산업이 흥미로워서, 그리고 잘 아는 유명한 곡들이 다 이 분 손에서 나왔다는 게 신기해서, 그 탄생 비화가 또 너무 웃겨서. 팔랑팔랑. 글 쓸 때 하던 고민이랑 비슷한게 보이면 또 신나게 팔랑팔랑.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남은 페이지가 아까워서 읽다 놓친 부분이 있나 다시 보던 부분도 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문체가 친한 언니, 선배, 혹은 친한 젊은 이.....모?(나잇대가 조금 있으시니 죄송하지만.)가 들려주는 것 같아 재밌었다.

후기를 읽고 가사를 보니 가사가 남다르게 느껴져 울컥한 것도 있고, 감동받은 적도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 역시 나는 작가같은 건 안하길 잘했다....(?)라고 안도하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글을 써.....라며.

도대체 이런 글을 쓰려면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해야하고, 또 어떤 마음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감정을 받아들이는 걸까. 정말 머릿속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단편적인 예로 '이별'에 대한 가사를 쓸 때 가장 그랬다. 이별을 대하는 자세만 해도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그게 화자X청자의 태도(성격)X이별상황에 따라 또 다양해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솔직히 우리나라 노래 대다수가 사랑과 이별에 대한 거라 그 후기를 다루고 싶었으나 그럼 더 신나서, 끝도 없이 리뷰를 쓸 것 같아 되레 못 다뤘다. 책갈피에 짧게 올린 그런 이야기들이다!)

무튼 이 책은 확실히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해라, 하다보면 길이 나온다.'와 같은 다소 추상적이고 꿈같은, 응원의 메시지는 아니다. 처음부터 본인은 '상업 작사가'라고 했고, 잘 쓰는 지는 모르겠지만 '잘 팔리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감이 있었기에. 어떤 이는 냉정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어른이라면 그런 말을 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 같다. 특히나 이런 불안정한 업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가 무조건 냉정하고 나쁘게 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있게 말하는 것치고 동시에 글 여기저기 묻어나오는 조심스러움과 약간의 소심함, 배려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글을 너무 잘 써서 혹했는지도 모르지만....... 역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은 그리고 그런 고뇌의 시간을 거쳐 그런 가사들을 쓴 사람이라면...... 하는 생각이 남아있기에(그렇게 믿고 싶다.) 무튼 나는 읽는 동한 즐겁고 위로도 받았다.  

솔직히 어느 말이 맞는 지 모르겠다. 주변에 실제로 현실적으로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하다 잘 된 케이스도 있다. 오히려 현실을 쫓다가 회의적으로 변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다만, 작사가가 꿈인 사람이라면, 특히나 이 일을 정말 생계수단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혹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는 건 당연히 기쁘고 행복한 일일테고, 그게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너무나도 큰 행운이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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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왕, 루프스 1~4 세트 - 전4권
윤하영 지음 / 뮤즈(Muse)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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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왕 루프스_윤하영

출판사_청어람(MUSE)

 

 

뒤틀린 사랑이 불러온 잔혹한 연심, 지독한 후회_ 윤하영_[늑대왕 루프스]

 

 

 


 

<내 맘대로 키워드>
#판타지로맨스 / 차원이동물 / 피폐물소유욕나쁜남자 후회남 / 남주 짝사랑 / 걸크러쉬 / 외강내유형 여주 / (내 기준) 노맨스


<주인공>
울프스(라이칸)_(26-27) 늑대족 수장이자 수인들의 땅인 스티폴로르의 왕. 잔혹한 성정인 그의 앞으로, 마레 위르(인간)인 유채가 진상된다. 다른 펠릭스 다우스(일종의 애완견)처럼 그녀를 길들이려고 하지만 전혀 지지 않는 그녀 때문에 흥미롭다가도 곤혹을 치르며 이상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다.


"평생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내가..... 너를 연모한다. .......그러니 여기 남아주면 안 되겠나."


한유채(19-20)_수능이 끝나고 치킨을 들고 언니가 있던 병원에 가고 있었다. 백혈병으로 고전하는 언니에게 골수 이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억이 끊기고, 눈을 뜨니 낯선 세상에 떨어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상한 외형의 수인들이 그녀를 끌고가더니 루프스의 펠릭스다우스로 바쳐졌다.

자신에게 무섭게 집착하는 루프스, 그리고 그녀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난 당신들 물건도 아니고 레티티아도 아니고 한유채야, 한유채! 나도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사람이라고! 당신들 원하는 대로는 절대 안 해! 평생을 해봐, 내가 당신 뜻대로 움직이나!"


 

<줄거리>

"우리들의 왕이신 루프스시여."

유채는 치킨을 사들고 여느 때처럼 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뜨니 낯선 세상에 있었다. 그녀가 발견된 곳은 에클레시아, 수인들의 땅인 스티폴로르의 신성지역이었다.

당황한 그녀 앞으로 수인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들은 유채를 발견하자마자 그녀를 범하려 든다. 다행히 그 위기를 모면하고나니, 여우 수장인 헤르티아라는 자가 나타나 그들의 왕인 루프스의 생일 선물로 진상해 버린다.

"길들일 맛이 나는 암컷이군. 하지만 이리 반항적이어서야, 주제도 모르고 주인을 물겠구나."

이국적인 외모의 유채에게 흥미를 느낀 루프스는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인 펠릭스 다우스(애완동물)로 만들고, 레티티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러고 나서는 그녀가 온전히 자신에게만 의존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나 좀처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유채. 자존심 강한 그녀가 상처를 입으면서도 절대로 굽히지 않자 슬슬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막상 그녀가 괴로워하자 그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돌고 돌아 감정의 정의를 겨우 내렸을 때는 이미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득 안겨준 상태.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 그것이 그녀의 간절한 소원임을 알지라도. 

늑대는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산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설령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위선이라고 하고, 무시해도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유채가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았으므로. 

"네가, 나의 세상이다. 제발...... 가지마. 제발."
 


<리뷰>

치킨사러 갔다가 낯선 세상에 떨어진 여고생 유채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구르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늑대왕 루프스>. 방대한 세계관과 군데군데 노력한 흔적이 많이 엿보이는 치밀한 구성들, 그리고 그 사이로 좀처럼 예측하기 힘들었던 유채와 루프스의 신경전과 감정의 변화가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갈등과 오해로 얼룩진 환상의 땅, 스티폴로르

이계에 떨어진 여주, 인간과 수인이 공존하는 세상, 그리고 남주는 늑대인간. 이 요소만으로도 기대감 잔뜩 부풀어 올랐는데, 이곳은 마법도 통용되는 세상이었다. 거기에 덧붙인 세심한 설정들이라니. 

유채가 오기 전, 차원이동 했던 소녀와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 신과 마법, 수인들에게 얽힌 병과 같은 저주. 세계를 위협하는 힘. 영화 그려보듯 상상하며 판타지물을 읽는 것을 즐기는 내게. 그부분들은 취향저격이었다.

그런 거대한 스케일을 바탕으로, 인간과 수인, 그리고 수인들 간에 형성된 오해와 갈등. 그로인한 반목 상황이 그려진다.  악인은 분명히 정해져있었지만, 동시에 처음부터 악인은 없었던. 모두가 피해자이며 피의자인 이야기.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갈등의 골이 서로 상처받고 상처입혀야했던 자들의 이야기였다.



#여주는 구르면서 자란다

출간 소식이 나오고, 루프스의 소유욕만큼이나 궁금해 하던 대목이었던 것 같다. 여자주인공이 정말 많이 구른다. 1권에서는 스티폴로르에 떨어져서 수인들에게 강간당할 뻔하더니, 루프스에게 진상되고나서는..... 맞고 목 졸리고, 내쳐지고, 물 따귀 맞고, 아사 위기에 정신적 고통까지 느끼게 된다.

외국계 어머니 영향으로 혼혈아인 유채는 본디 어려서부터 온갖 따돌림과 괴롭힘에 익숙했다. 그래서 루프스의 괴롭힘과 수인들의 멸시에도 굴하지 않고 잘 견디고 대들었지만, 그녀가 겪어야했던 정신적 고통은 정말이지 피를 말리기에 충분할 듯했다.

루프스의 명으로 자신을 공기마냥 대하는 수인들로 인한 정서적 고립감, 시체들을 널어놓았던 붉은방 감금, 자신을 도와준 이유만으로 혹은 자신이 다쳤다는 이유로 누군가 죽음에 가까운 벌을 받아야 느껴야 했던 죄책감.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일정 수준 지나자, 오히려 유채를 강하게 만든다.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힘도 없으면서 타인들이 다치는 건 막고 싶었던, 마음 여린 유채. 어떻게 해야 루프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탈출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온 순간, 용감하게 남주 어깨에 칼도 박아넣고 도망치는 여주 되시겠다.


"난 당신들 물건도 아니고 레티티아도 아니고 한유채야, 한유채! 나도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사람이라고! 당신들 원하는 대로는 절대 안 해! 평생을 해봐, 내가 당신 뜻대로 움직이나!"

사람이 하나쯤은 굽히지 않고 싶은 것. 유채에게 그것은 자존심이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울고 다치며 고생도 많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성장하기도 한다. 타인의 마음을 얻고, 루프스의 마음을 흔들고, 그가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끝에 끝까지 몸 한 군데, 마음 한 켠 성한 곳 없이 너덜너덜해지는 유채의 모습이 그려지니 덩달아 만신창이가 되는 기분도 들지만, 10대 소녀가 보여주는 그 나이의 패기가 있어, 한편으로는 시원시원하기도 했다.


#강한 소유욕이 불러온 잘못된 시작, 잔혹한 연심, 지독한 후회

드디어 나왔다. 소문이 자자했던 남주의 나쁜 소유욕. 자신에게 진상된 유채를 자신의 소유물이자 일종의 애완동물인 펠릭스 다우스로 만들더니, 목에 파렌티아라는 목줄까지 채운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의지하도록 만들기 위해 앞서 언급한 온갖 술수를 쓴다. 강제로 범하는 것 빼고 유채에게 할 수 있는 고통은 다 주는 루프스.


"도망갈 수 있을 때 도망가 봐."

유채를 다시 찾으면, 제가 그녀에게 어떻게 할지 그 자신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채를 발견하면 그 즉시 손발을 묶어서 이 토스 호무스로 돌아와 그녀의 발목에 족쇄를 채워서 감금할 것이다. 아니, 양손에 수갑을 채워서 제 방 침대 기둥에 묶어 놓겠다.


'이놈은 틀렸어, 어서 도망가!'라고, 여주의 도피를 응원한 것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고 울며불며 유채에게 매달리려고 그러니, 싶었다. 그리고..... 정말, 그 일이 무려 3권에 걸쳐 일어난다.


"나 없으면 죽겠다면서요? 더 간단하고 좋은 복수 방법이 있는데,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짓까지 해야 해요? 나만 돌아가면 그만이잖아. 그럼 당신은 지옥에 남겨진 것일 텐데 그보다 더 좋은 복수가 어디 있어? 나는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거에요.

...... 그러니 당신은 평생 불행하게 살아."


아, 솔직히 통쾌했다. 자신의 마음을 깨닫자마자 찾아온 어쩌면 최악의 상황에서 루프스는 유채에게 끝없이 용서를 구한다. 정말 머릿속에 '미안해'라는 단어만 남지 않은 사람처럼. 태어나서 처음 배운 단어가 '미안해'인 것처럼, 미안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읊는다. 사랑하면 바보가 된다던 그의 아버지 말처럼 정말 바보가 된다.

그렇게 오만하고 잔인하던 그가 '미안해, 가지마, 사랑해'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는 건, 정말이지 시원하고 조금 안쓰러웠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여튼 그랬다. 결국, 생애 처음 느끼는 생소한 감정에 혼란스러워 그녀에게 상처만 주던 그가, 참회의 마음으로 그녀 몰래 우는 마음 여린 남자가 된다. 

하지만 그토록 여심 설레게 하던 늑대의 습성이,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바라보는 마음이 이 글에서는 잔혹한 전개로 이어지는데 작용하고, 그 순간 이 남자의 끝없는 눈물 길이 열린다. 안타깝게도, 루프스는 비틀린 소유욕과 사랑으로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만다.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독인지도 모르고.


#평행선을 달리는 마음, 함께 굴러 가슴 아픈 이야기

이런 이유들로 이 작품은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아무래도 작 중 두 사람이 사건마다 직면하는 상황적, 심리적 갈등에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헤쳐나가는 게 아니라, 서로 완전히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은 초반에 갈등이 있어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해도, 한쪽이 마음을 자각하면 이해하고 협조하며 문제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마련인데. 어쩌면 가장 핵심 인물인 루프스가 그걸 거부하면서 일이 한 번 더 꼬인다. 그녀가 바라는 행복이 그에게는 불행과 죽음을 의미하므로. 

물론, 루프스가 한 짓을 떠올리면,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나쁜 놈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형사소송 피고인의 변호사가 된 마음으로. 이놈 조금, 아니 많이 불쌍한 놈이기도 했다. 13살까지는 정이 많고 귀여운 아이였다던 루프스였으나, 그 어린 나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득 안고 비틀린 성정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짠내라는 것이 폭발한다. 하지만, 이것은 큰 스포인 것 같으므로, 읍읍.) 


",,,,,,, 무섭다."

루프스는 일족을 이끌고 보살펴야 하는 자리였다. 애초에 이름을 버리고 루프스가 된다는 것은 이전의 자신을 버리고 일족만을 위해 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오롯이 홀로 서서 남을 이끌었다. 아무도 그의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운명은 그를 강한 지도자로 만들었지만, 좋은 남자로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채의 존재는 그가 버린 것들을 되살린다. 그가 살기위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소중한 신념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사랑은 강요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시작부터 엉킨 관계가 아니었던가. 짝사랑만으로도 힘든데, 어쩌면 더 소중한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매도당하고 닿지 못하는 건 정말 비참하고 슬픈 일이구나.....했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그가 가여웠다.  


"나는 당신을 용서하고 싶지 않아요. 사과요? 들으면 고맙죠. 하지만, 당신과 나는 이미 너무 멀리 왔어요. 나는 돌아가서 당신하고 겪었던 일은 과거로 남겨둔 채 잘 살 거예요. 내 삶이 있는 그곳에서. 그러니 당신은 이곳에서 살아요. 그게 나한테 용서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에요."


가슴 아프지만 제가 지은 죄가 있어서, 반박도 불가. 그럼에도 그녀가 진정 원하는 걸 도와주면 자신은 죽는다, 아니 죽을 것이다. 그에게 선택지는 그녀를 자신의 화려한 궁에 가두는 것밖에 없다.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지만서도 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는 줄 수 있는 최상의 것들을 제공하는 것 뿐인데.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구속이다. 모든 걸 쏟아붓지만, 그는 유채가 힘들어 우는 순간에 위로조차 할 수 없는 남자다.

한편, 조금씩 변하는 루프스의 모습을 보며 유채는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느끼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에 두 사람은 너무 멀리 와버렸다.  

"당신하고 좋은 인연으로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서로 상처만 주고 상처만 받지, 서로 보듬어 줄 수 없는 이 관계가 씁쓸했다.



#기타

리뷰를 쓰다보니 확실히 밝은 글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면 안되지만, '그래도 로맨스 소설인데'라며, 조금은 희망적으로 변해야 하지 않나, 싶은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다만, 첫 작품이라 그럴까.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중간 중간 번외급으로 몇 인물들의 외전이 나왔는데, 글의 몰입을 조금씩 방해했다. 전개상 필요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뒤로 빼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던 부분도 있어서. 유채가 어떻게 해야 돌아가는지 드디어 알아냈더니, 갑자기 다른 사건이 훅 들어오거나 외전이 나오면서 끊기고, 발이 묶이고.....

도돌이표처럼 등장하는 유채와 루프스의 감정적 대치 상황이 너무 자주 보였다. 제대로 내치고, 소금 뿌리는 유채의 말들은 시원시원했지만, 점차 이것도 계속보니, 이상하게 루프스게 짠내나고.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걸 설명하려는 건 좋은데, 그걸 일일히 설명하는 게......


아니면, 어쩌면, 이제 루프스에 대한 진심어린 용서는 힘들어도, 그와 협력이라도 할 법한데,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루프스 가슴에 칼을 박아 넣으셨다. 잔인한 작가님. 물론 몇 독자분들은 그걸 통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 그걸 보고 싶다면 추천. (읽기 전에 다른 분 리뷰를 봤었는데 이걸 좋게 보는 분도 있었다.)

한편으로 말미에 나타난 유채의 마음에 공감이 힘들었다. 솔직히, 나는, 그럴거면 차라리 둘이 환생해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싶을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유채의 기억이 조작되지 않는 한. 절레절레) 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10대, 아니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여자아이(?)의 마음은 변덕이 심하니까.  ........

또, 1-2권에서 보여준 오만하고 잔혹한 루프스가 나올 때는 엄청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상하게 연심을 자각하고부터 매달리기 시작하니 매력이 반감되기 시작했다. 나쁜 남자가 취향일 리는 없는데, 생소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며 유채를 보며 느끼는 모순된 감정이 돌 것 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달까(내 취향을 의심 중). 거기에 루프스 과거를 읽고나서는 절정이었는데, 짠내 폭발이었는데.

정신을 좀더 빨리 차렸으면 좋았을 걸. 너무 길었던 '나만 모르는 자기만족형 뒤틀린 애정'은 조금 지쳤던 것 같기도. 또, '미안해'를 너무 많이 남발해서, 입이 닳도록 말해서. 뭔가 1권의 그 남자 맞나? 13살 이후로 사라졌던, 그 순수한 자아가 다시 발현된 걸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해석은 자유니까.

여튼, 주인공들이 엇갈려서 빙빙 돌아 힘들었지만......, 좋아했던 판타지 순정만화도 떠오르고, 머리 잔뜩 굴리게 만드는 세계관과 사건들도 있어서, 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은 것 같다. 생각 외로, 취향에 맞지 않았던 전개 상의 요소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뒤가 궁금해서 계속 읽힌 거 보면, 확실히 작가님 필력은 좋으신 것 같다. (다만, 내 경우는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마음이 편해졌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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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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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지만 한 줄 쓰기가 너무 어렵고, 시작조차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왔다. 
소설가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

작가의 일상은 어떨까. 다채로운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의 일상은 다를 것 같다. 그리고 한 줄, 한 문단, 한 장, 한 권의 책을 쓰기까지 얼마나 힘든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어떤 고민들을 할까. 무거운 이야기는 되지 않을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책은 진중한 주제를 다루었지만 무겁지 않았고, 가볍게 던지는 듯 이야기하지만 들려오는 진솔한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관찰'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p.10

* 평소에 우리는 삶을 관찰하지 않는다. 삶의 미세한 틈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문장에는 인간에 대한 관찰과 그로 빚어진 통찰이 짧은 문장에 압축돼 있다.-p.15


가만히 생각해보면 즐겨 읽고 사랑했던 글들은 모두 '공감'을 느꼈던 작품들이었다. 심지어 일상에서 겪기 힘든 SF/추리, 로맨스같은 장르 소설을 읽으면서도 몰입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표할 때도 있다. 그건 모든 글의 바탕이 '인간'에 대한 관찰에서 오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우리들은 모두 '모방'과 '답습'을 거치며 '창조'에 이르는 게 아닐까. 모방과 답습 사이에서 길을 잃고 고민하고 자책하다가 자신만의 창조를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창조의 반대말은 모방이나 답습이 아니라 '안 창조', '못 창조', '창조하려고 시도조차 안 함'이다. -p.14


글은 전반적으로 즐겁고 좋았지만, Intro와 에필로그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처음과 끝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의 핵심이 다 담겨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작가님은 그런 이유로 쓰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걸 경계한다. 일단 써봐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에 지나쳐가는 대상들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의미를 곱씹고, 그렇게 얻은 소중한 통찰에 자신의 개성을 입히면 나만의 '창작'이 된다. Intro와 에필로그에는 그 이야기가 다 담겨 있었다.


그럼, 작가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1장은 작가님이 집필하시는데 사용하거나, 집필하는 동안 두는 물건들을 쭉 늘어놓으셨다. 계획을 적는 화이트보드, 패드, 독서대부터 다양한 종류의 펜이며 손톱깎이(?)까지. 그러더니 이제 글을 쓰지 않을 때의 일상도 잠시 공개해 주신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평범한 우리와 별다를 것 같아보이는 일상 이야기다. 늦잠도 자고, 운동도 가고, 영화도 보고, 드라마 때문에 글쓰기를 미루기도 한다. 그런데 이미 글쓰기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런 작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속에 담긴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읽는 내내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글을 쓰고 있을 때보다 글을 쓰고 있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볼 때, 뮤직비디오를 볼 때, 음악을 들을 때, 책을 읽을 때, 만화를 볼 때, 나는 이미 글을 쓰고 있다. -p.36


글을 쓰고 있지 않는 동안에도, 무의식 중에 글을 쓰기 위한 재료들을 우리는 차곡차곡 모을 수 있다. 작가님은 이걸 '사금을 걸러내는 행위'로 비유하신다. 모래와 흙을 계속 물에 돌리고 돌리면 금만 남는 것처럼, 일상의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글의 재료를 찾고 조금씩 조금씩 정제해나간다.

가끔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일기에 쓰고 싶은 좋은 문장이 떠오를 때도 있고, 최근에 읽었던 책의 서평에 쓰고 싶었던 문장이 완성되기도 한다. 다른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를 때도 있고, 음악을 듣다가 떠오를 때도 있다. 모든 인생의 경험들은 글쓰기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 모든 첫 문장은 근사하다. 왜냐하면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p.81


그렇게 재료에 대한 고민이 끝날즈음, 드디어 나왔다. 첫 문장 쓰기!
무슨 종류의 글이든, 글을 쓰기도 전에 시험에 빠져 시작을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첫 문장 때문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첫 문장을 쓰고나면 다음 문장은 어떻게 써야할까. 또 그 다음 문장은?

그 한 줄 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못 쓰기도 태반이다. 하지만 작가는 '첫 문장은 첫 문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첫 문장이 알고보니 76번째 문장일 수도 있고, 81번째 문장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최선'의 문장이란 쓸 수 없다. 어제 쓴 문장이 오늘 보니 이상한 문장이 될 수도 있고,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에 고치고 싶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단은 써봐야 한다. 일단 쭉쭉 쓰다가 끝까지 가고나면, 앞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때, 다시 첫 문장을 생각해보는 거다.


* 실제로 미술관에서 이보다 더한 걸로, 새하얀 캔버스 위에 가늘고 붉은 줄 하나를 세로로 찍 그어놓은 작품도 봤다. 헤어 실버맨에게 그 붉은 줄 그림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런 건 나도 하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안 했잖아." -p.283(매튜 퀵 『용서해줘, 래너드 피콕』 인용)

* 뭔가 완전히 새로운 것,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 남들과 다른 어떤 것을 만들려고 하는 순간, 스스로 벽을 세우는 셈이다. 특별할 필요가 없다. 오래 하다 보면 특별해진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특별하고, 시간과 함께 만든 창작물은 모두 특별하다. -p.286



옛날 한 때, 장르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을 읽을 때면 '나도 이 정도면 써보겠는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얼마나 오만방자한 생각이었나. 계획없이 썼던 글은 당연히 산으로 바다로 향했고, 산타기를 하던 글들은 결국, 모두 '휴지통'에 종지부를 찍었다. 

글을 읽고나니 삶에 대한 관찰은커녕, 고민도 없이 막 쓰면서, '재밌을 법한' 레퍼토리만 죽 나열하면 재밌을 줄 알고, 막무가내로 썼다. 거기에 문장은 또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쓰다가 지쳐서 물리고 말았던 것 같다.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글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렵다. 서평을 잘 쓰고 싶고, 나아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공감가고 감동도 받았는데 그래도 역시 '내 글' 쓰기는 어렵다. 당장 이 서평만 해도 진즉 읽었지만 글은 미루다 이제야 썼으니. 그럼에도 조금은 뿌듯한 건, 포기하지 않고 리뷰 하나를 썼다는 거다.

작가님은 일기를 굳이 매일 쓰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내 경우는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자신을 관찰하고, 삶이란, 인상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 것 같다. 지난 경험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글로 써보기 시작했다. 나아가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았던 삶의 한 장면 속에서 타인의 시선과 마음을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답은 얻지 못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살고 있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써보니, 일기든 리뷰든 전시 감상 리뷰든, 하다못해 소설 개요라고 써놓은 몇 장의 글이든. 공감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같다.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책을 통해 작가님이 말해주고 싶으신 건, 역시나 무엇이든 일단 써보라는 것 같다.

무엇이든 쓰면 무엇이든 쓰게 된다.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문장이 생겨났지만, 역시 일단 무엇이든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타인의, 전문가의 글에 빗대면 한없이 비루한 글일지라도 쓰다보면, 뭔가 써진다. 열심히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채워넣고, 다음을 고민하다보면 첫 문장이 한 문단이되고 한 페이지가 채워진다.

그리고 개성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쓰다보면 드러나는 것 같다. 써봐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쓰지 않으면 영영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 스타일은 밖에서 얻어와 내 몸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발견해 깎아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p.101

* 좋은 글은 내가 쓰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인생이 쓰는 거예요.
그냥 한마디 툭 던지는 것 같은데, 그 안에 인생 전체가 다 들어 있어요.
-p.204 ( 『무한화서』 이성복 시인의 문장 인용)

  
진짜 별 말 아닌 것 같은데 심금을 울리는 말이 있다. 엄청난 미사여구가 없어도 가슴을 툭 치는데 울렁울렁거리는 문장들이 있다. 아직 그런 것을 바랄 깜냥은 안돼지만, 아직도 초등학생 글쓰기에서 멈춰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쓰고 또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읽고, 조금 써봤으니 잘 안 써지고, 못 쓰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어깨에 힘을 빼고, 특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지. 우리의 인생, 내 인생 모두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까. 찬찬히 관찰해보고 느낀 것들을 써봐야겠다.

우리 인생은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출판사 서평단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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