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프로스팅
언정이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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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프로스팅_언정이
출판사_우신북스
 

 
“헤어지자.”
 
프러포즈를 기대하고 갔던 우희는 4년을 만난 남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는다. 온갖 행복한 상상을 하며 한껏 꾸미고 만나러 나갔더니 다른 곳도 아닌 화장실 앞에서 그는 너무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구차한 변명만을 고한다. 실의와 충격에 빠져 레스토랑을 나와 정처없이 비적비적 걸어가던 우희 앞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고, 천둥소리에 급한 대로 우희는 아무 가게나 들어간다.
 
컵케이크를 파는 <봄바람 프로스팅>. 그곳에는 산뜻한 이름과 진열된 달콤한 빵과 달리 냉랭한 분위기를 뿜어대는 사장, 재명이 있었다. 재잘재잘 떠드는 우희와 달리 고요한 재명. 완전히 정반대인 타입의 서로를 보며 둘은 절대로 다시 만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두 사람은 사장과 종업원으로 다시 재회한다.
 
 
**
 
 
발랄한 매력의 우희와 냉미남에서 사랑꾼으로 변하는 재명의 달달한 이야기가 보기 좋았던 <봄바람 프로스팅>.

스토리는 일반적인 전개에 스무스하게 흘러가는 잔잔물이다. 똥차 보내고 벤츠 오는 스토리. (아니, 어떻게 보면 여주가 벤츠 몰고 가는.....(???))
 
우희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전 남친 도윤. 우희가 워낙 잘 사는 집 외동딸이라 그 격차로 힘들어서 헤어지는 그런 건가, 혹은 무슨 사연이 있나(뒷돈을 받았다던가) 싶어서 그랬더랬다. 어차피 나쁜 놈일 거면 그냥 ‘네가 이제 싫어졌어.’라던가 말하지는 나중에 재등장해서 하는 모양새에..... 와, 진심 분노를 느꼈다.
 
마침 만남 장소에서 만난 친한 동기. 그리고 살며시 제 배를 덮는 친구의 행동. 무심결에 머릿속에 흘러나오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그리고 켜지는 전구.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들의 이별 공식.
 
그렇게 헤어졌는데 우희, 이 캐릭터 부잣집 외동딸, 온실 속 화초로 자라서 정말 명랑하고 긍정적이고 씩씩하다. 물론 초반에는 이별 때문에 조금 힘들어하지만, 다시 전 남자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가 잘 가는 가게 종업원으로 취업해서 만남을 기다리려는 맹랑한 계획까지 세우는데. 여기 사장이 그 냉한 포스 뿜어내시던 컵케이크 사장, 재명이었다.
 
불과 얼음처럼 서로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 절대로 맞지 않는 타입이라 서로 절레절레 하지만, 워낙 순도 높은 명랑함에 넉살 좋은 우희의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에 재명도 은근슬쩍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여기에 우희 역시 남자친구 때문에 위장취업(?)한 것은 잊고 어느 사이 열혈 종업원이 되어버린 것은 물론이요, 뱀파이어 같던 사장님에게 욕정을 느끼기 시작하니. 이 엉뚱한 사람들의 종잡을 수 없이 널뛰는 모습들이 귀엽고 웃기기도 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남주 재명의 감정선이 잘 와닿지 않았달까. 이렇게 너무 차갑고 무뚝뚝하고, 강하게 사람에게 벽치는 캐릭터라면 마음을 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기 마련.
 
특히나 이렇게 성향이 다른 정반대의 사람이 만나면 처음에 투닥투닥하고, 그러다 제풀에 지치다가, 어처구니없어 웃다가, 저도 모르게 빠져서는 입덕 좀 부정하다가, 저도 모르게 질투하고 구속하려는 행동을 보여 혼란스럽다가. 제 마음도 다스리고 조금씩 열릴 법도 한데.

재명이 불현 듯 연애감정을 떠올리는 부분들이 의아해서 조금 당황했었다. 물론 취향의 차이이고 전개에 대한 선입견일 수 있지만, 내게는 ‘갑자기?’ 싶어서 읽다가 문득문득 의아함을 일으켰던 재명의 감정선. 아무리 생각해도 초반의 이미지와 너무 급변한 것 같은 느낌에 조금 난해했다.
 
또, 내게 너무 하이텐션이었던 여주의 발랄함. 왠지 순정만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텐션의 파이팅 넘치는 캐릭터라 귀엽기는 했지만 살짝 부담스럽기도.
 
여기에...... 갑자기 이유 없이 질척이는 구 남친에 남주의 트라우마를 이용하는 나쁜 작은 아버지의 행동들. 여기에 망가지는 남주 모습. (;;)

첫 작품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그래도 달달한 컵케이크 가게에서 명랑하고 발랄한 여주와 꽁냥꽁냥 하는 사장님 이야기가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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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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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은 고문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다.
고문 고시원이 생겨나기 전부터 지어난 후까지 이야기가 먼저 제시되고 그곳에 사는 6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홍을 시작으로 6명의 거주자가 들려주는 6가지 옴니버스식 구성이지만 동시에 고시원의 ‘괴물’을 중심으로 함께 흘러간다.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 고시원. 무자비하게 지어진 건물 내부만큼이나 건물을 받치고 있는 터는 흉흉한 소문이 무성했다.

죽음을 부르던 자리. 유령처럼 묘사되는 거주민들.

고시원을 묘사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 미스터리한 배경과 오소소한 분위기가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든다.
 
한편 완전히 옴니버스로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는 묘하게 이어진다. 도미노처럼 한 명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다음 사람이 앞 사람의 뒷이야기에 꼬리를 물고, 또 그 다음 사람이 꼬리를 물어간다.
   
여기에 불쾌한 잔향을 남기는 괴물의 존재감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말 고시원에 유령이 있는 건가?’, 하는 의심도 살짝 해보고 추리하는 맛이 즐거웠다.
   
그런데 조금 특이했던 것은 다소 스산했던 초반 고시원 이야기에 비해 거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왕왕 무섭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소름 끼치는 장면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살짝 실망하기도. 공포 영화처럼 잔인하게 살해되어 서늘한 시체로 발견되거나 그렇지 않다. 피가 철철 나오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분위기에 나오는 묘사가 아니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다만, 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두려움보다 오히려 이야기에서 애잔함을 느꼈다. 웃픈 모습에 웃었다 찌푸렸다 하면서 기도 했다.
   
거주민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어느덧 서른을 넘겨버린 고시생, 100번 째 자소서를 앞두고 최종에서 떨어져버린 취준생, 무조건 ‘괜찮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순진하고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 신원보증이 안되는 처지에 매일 죽은 척하며 살아가야 하는 남자.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혹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사람들이 인물들이 나온다. 이런 인물들이 그 쪽방에서 아등바등 사는 이야기가 조금 나오니 이상하게 거기에 몰입되어 조금 슬펐다.
   
그래서 오히려 괴물이 나올 때 기함했을지도 모른다. 칼이라든지 톱이라든지 뭐 그런, 살해 방식이 잔인했다기보다는 어떠한 원한 관계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개미 한 마리 눌러 죽이는 것 마냥 죽일 수 있다는 점. 그 점이 무서웠다.
   
<고시원 기담>은 확실히 독특한 글이었다. <기담>이라는 제목에 비해 대놓고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는 않았다. 조금 읽다보면 대충 ‘문제의 사람’에 대해서는 추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독특한 이야기, 예컨대 추리 만화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고시생 홍이라던가 무협지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편의 모습은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읽다보면 앞으로의 행동이 궁금하고 웃기기도 해서 자꾸 읽게 되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기담을 읽고 싶지만 무서운 이야기에 잠 못 드는 사람들에게 먼저 입문으로 추천해보고 싶은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친구는 ‘고시원’이라는 단어에 눈물부터 글썽였지만.
   
적당히 서늘하고, 몇 캐릭터에 공감되고, 더운 여름 가볍게 술술 읽기 좋은 책으로 기억에 남은 <고시원 기담>. ‘기담류’가 무서울까봐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소심한 독자님이라면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걸 읽고 나니 작가님의 전작인 <소용돌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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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끌리다 - 나를 위한 특별한 명화 감상
이윤서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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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끌리다_이윤서
출판사_스노우스폭스

 

 



- 그림을 보는 순간, 내게로 와 삶이 되었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화가들의 고뇌와 흔적은 지금 우리의 인생과 꼭 닮았다.
마치 얇디얇은 선으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모든 순간이 그림이 되는 삶,
어쩌면 우리 인생도 모두 명화가 아닐까_<책 표지 문구 中>



한 권의 글에 작가의 인생이 녹아 있다면, 미술 작품은 색으로 쓰인 한 권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에 끌리다>는 그런 작품 감상의 무한한 매력에 대해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구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무엇을 생각하며 이 작품을 그렸을까. 한 권의 책, 한 마디의 말에 그 사람의 삶이 담긴 것처럼 그림에 녹아든 색과 안료, 혹은 재료, 터치, 주제를 담아내는 독창적인 소재, 그림체 등을 보며 그림을 그린 사람을 제멋대로 상상해본다.
 
시공간을 초월해 나와 마주한 작품들. 다양한 표현 방식을 풀어낸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은 짜릿한 소름이 돋기도 하다.
 
 
<그림에 끌리다>는 스무 명의 화가와 작품, 민화를 다루고 있는 명화 에세이다. 온전히 시대 순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총 4부로 구성되어 주제에 따라 배치된 작품과 저자의 에세이가 마음을 두드리는 따뜻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은 <잊지 않을게>, <자유로워질게>, <조금 더 특별한 나>, <괜찮아>의 4가지 주제로 전개된다. 읽다보면 눈을 휘둥그레 하는 삽화 덕분에 눈이 즐거운 건 기본이고, 그간 ‘멋지다’라는 단순한 감상으로 일축되어버리기 일쑤였던 작품 이면의 이야기에 무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저자의 일상 이야기들이 작품 설명으로 상기된 마음을 살살 어루만져준다. 슬픔부터 행복까지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깨달음과 다짐에 대한 공감대가 읽는 동안 위안이 되었다.
     
     
   
* 우리는 그림을 보고 많은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수많은 역경이 어찌 오늘만 있었겠는가? 우리가 겪고 있거나 겪었던 많은 일이 한참 지나고 나서 보면, 소나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 p.43 <눈먼소녀_존 에버렛 밀레이 作> 중
     
  
막 책을 펴면 모딜리아니의 이야기가 먼저 반겨준다. 이름만 많이 들었던 모딜리아니. 저자는 계절의 끝에서 모딜리아니를 떠올렸다. 일 년을 돌아보는 한 해의 끝, 그곳에서 인생의 끝에 대해 생각해본다.
 
불운했던 삶이 투영된 모딜리아니의 작품들, 텅 빈 표정 뒤에 있던 애수와 비극적인 인생 이야기를 알고 나자, 마냥 기묘하게만 보였던 얼굴이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진득한 얼굴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 너무 고단하고 절망적이면 속이 텅 비어버린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게 해서 마음이 아팠다.
 
이 외에도 파격적인 선택으로 꾸준히 낙선했지만 인상주의의 문을 열었던 에두아르 마네, 현대 추상미술에 한 획을 그었지만 특유의 성정 때문에 한평생 고독과 번뇌 속에서 살아야했던 폴 고갱. 절대왕정 시대에서 권력층을 풍자하고 고통 받는 민중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오노레 도미에. 그리고 여성 화가를 배척하던 시대의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불합리한 사회 인식에 대한 의식을 그림에 표출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
 
드라마틱한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 편의 영화 같아서 깜짝 놀라다가도, 한편으로는 공감되는 마음에 빠져들게 된다. 역사 속에 이름을 남겼다는 사실만으로 단언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숙연해지기 때문이었다.
 
예술계 인사들을 보며 으레 속단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 같은 그들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때로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질투어린 마음에 그들의 사는 방식이 이기적이고, 그래서 그들은 특이한 사람들이라며 생각해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채로운 인생 이면에 우리와 같은 모습을 보았다.
 
고독을 운명이라 받아들이면서도 외로움에 괴로움을 느끼는 것, 내색하지 않지만 슬픈 마음을 공유하고 싶은 것, 상실로 인해 표출되는 광기, 부당한 사회에 대한 분노, 희생을 앞두고 고통에 일그러지는 영웅의 사실적인 모습들.
 
시대를 관통하는 익숙한 감정들을 보며 함께 아파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그 복잡한 감수성을 작품에 눌러 담았다는 사실에 또 탄식했다.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인간으로서 변하지 않는 인생의 모습이 있고, 은근히 겹치는 삶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림에 끌리는 것’은 그 다채롭고 난해한 화폭 속에서 본능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인생에 대한 담론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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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 일지
김영돈 지음 / 다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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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일지>는 글쓰기 자기계발서로, 글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을 지니는 것부터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 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었다.
    
총 5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책은 앞서 1-2장을 통해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써야하는지, 왜 글을 써야하는지,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은지에 대해 알려준다. 이어서 몇 저자들의 사례와 함께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글을 썼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그 다음 챕터는 본격적으로 주제 선정부터 글을 설계하고 작성하기까지 팁을 설명하고, 나아가 작가로써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와 함께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 당신은 스스로의 기록 보유자다. 당신이 기록을 갱신하는 순간 당신 인생의 기록도 갱신된다. 그 방법도 시기도 목표도 모두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p.42
    
*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써내고 나서 삶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책의 주제는 작가가 세상에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작가와 함께 움직인다. -p.43
    
    
어쩌면 책은 참신한 제목과 달리, 그간 읽은 글쓰기 자기계발서가 들려주는 일반적인 이야기 이기도 했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경험들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며, 그것들을 스토리텔링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내용이 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덧붙여 준 것은 좋았다.

기획단계(주제 선정, 글의 고객, 목표 고객의 문제점 찾기, 본인의 이야기 정리 등)부터 작성 과정에 필요한 것들(글의 주제 선정, 타겟층, 경쟁 도서 분석 등), 계약, 홍보, 인간관계, 조직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 소소한 팁과 사례,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준 것이 그것이었다.
    
처음에는 <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일지>라는 다소 재밌고 어쩌면 가벼워 보이는 제목 때문에, 에세이 형식의 작가 노트 같은 글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살짝 당황했다. 내가 예상한 것은 가벼운 에세이 풍의, 말 그대로 작가님의 일기를 정리한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기 전에 어떻게 생각을 정리한다는...... 예컨대 소설이라면 어떻게 플롯을 짜고, 캐릭터를 구성하며, 전개 과정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글을 쓰다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풀었는지 등. 일기처럼 쓰인 글을 기대했었기에, 솔직히 읽으면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그래도 집필 과정에서 고민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포인트를 집어 주며 팁을 전해주려는 요런 형식의 글도, 한번쯤은 참고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요 책은 장르소설을 쓰는 사람들보다는 순문학, 그리고 실용서나 자기계발서(같은 묶음인가)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돌아 볼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말들도 있어서 자기계발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기록하지 않고 걷기만 하면 안정의 마수에 걸린다. 이 마수에 30년을 사로잡히면 꿈은 회색빛으로 변해버린다. 회색빛 의식은 무시무시하다.
…… 마침내 가장 무서운 ‘나는 인생을 알 만큼 안다.’는 마수에 기를 빼앗기면 인생은 온통 화산재로 오염된다. -p.79
    
    
글쓴이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글쓰기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터닝’이라는 표현을 읽고, 성공하는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하는 것처럼 들려서 조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조금 바뀌었다.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르고, 집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을 읽은 직후, 글쓰기란 어쩌면 지금까지 무작정 달려온 비포장 도로 같던 인생을 깔끔히 정돈하고, 앞으로 이정표를 다시 세우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따라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자기계발서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많이 쓰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강요가 아니다, 꼭 글을 써야 인생이 더 윤택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너무나도 길어져버린 우리의 인생,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덧없게 느껴지고, 인생의 목표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면 살짝 한숨 돌리면서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는 건 어떨까, 그런 마음은 조금 있다.

사느라 바빠 무작정 달려오느라 놓쳤던 것들이 보이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 대한 위로가 될 지도 모르니까.
    
   
* 또라이는 일명 ‘똘끼’라고도 하는데 ‘남들이 못하는 걸 하는 사람의 끼’를 뜻하는 말로 ‘또라이 끼’의 줄임말이다.
이렇게 거침없이 또라이를 자처하며 행동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는 ‘욕망’, ‘자신에 대한 믿음’, ‘행동력’이라 생각한다.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고 거침없이 자신의 꿈을 선포하고 나대로 살아가는 또라이의 삶은 유쾌하고 통쾌하다.- p.116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열정적으로, 멋지게, 최선을 다해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저마다의 ‘똘끼’를 발휘해 오늘도 인생의 한 페이지를 채워보자. 평범한 일상에 조금씩 색이 덧칠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하루가 조금 특별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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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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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여왕_에밀리 킹
출판사_에이치(h)


  



 

위대한 아누 신이시여, 제발 그녀를 소환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파리나야 수도회에서 자매들과 자란 칼린다 앞으로 제국에서 온 낯선 귀족 남자가 나타난다. 귀족 남자가 수도회에 오는 이유는 하나, 소환 때문이다. 수도회는 후원자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고, 그 대가는 후원자들의 하녀나 첩이 되는 것.
    
마찬가지로 남자는 소환을 목적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자매들은 그들의 후원자에게 소환되어 시골마을을 떠나길 바라지만, 그들에게 구속되어 살기 싫었던 칼린다는 평화를 꿈꾸며 친구 자야와 이곳에 남아 신께 예배드리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소박한 기도가 무색하게 칼린다는 남자에게 소환되고 마는데, 그녀를 소환한 남자는 무려 타라칸드 제국의 황제 라자 타렉이었다. 이제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그의 백 번째 아내가 되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첩들과 싸워야 한다.
    
“칼린다는 소환됐다. 그녀는 궁전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 내야 한다. 명예롭게 자신의 왕관을 지켜 내야 한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서열을 결정하는 결투 의식에 참가해야 한다.” -p.53
    
하지만 가혹한 운명이 계속해서 그녀를 시험에 들게 한다.
    
라자의 백 번째 왕비가 되어 그의 궁전으로 가는 길. 점차 알게 되는 제국의 참혹한 진상, 폭군 아래 허덕이는 백성들, 그리고 어떠한 인권도 존중받지 못 한 채 라자에게 속박되어 그의 하렘에서 그와 그의 기사들에게 공유되어 살고 있는 왕비와 첩들. 그것들을 보는 칼린다의 마음속에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한편, 칼린다는 근위대장 데븐 나익 장군과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던 친구 자야의 소환. 이 사실들이 칼린다를 움직이게 하는데.
    
잔혹한 운명과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 비참한 제국의 잔상, 그 사이 여인들 간의 치열한 결투. 그리고 그 속에 움트는 금지된 사랑과 소중한 우정을 지켜내기 위한 칼린다의 눈물겨운 사투가 시작됐다.
    
    
**

   
<백 번째 여왕>은 수메르 신화를 모티브로 그려진 이야기로 소녀 칼린다가 제국의 지배자 ‘라자 타렉’의 백 번째 아내로 소환되어 그려지는 소녀들의 사투와 성장,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은 집어든 날 그대로 다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다. 본래 신화적 요소를 좋아해서 즐겁게 읽은 것도 있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긴장감에 박력 넘치는 소녀들의 전투씬, 판타지답게 마법적인 요소들, 그리고 인물들을 엮은 반전, 여기에 이벤트처럼 조금씩 등장하는 데븐 장군과의 은밀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까지!
이 재밌는 요소들이 촘촘히 얽혀들어 진행되니 다음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단연 멋있었던 것은 여주인공 칼린다였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걸크러쉬 칼린다. 글 소개를 읽고 약한 소녀가 이 고생, 저 고생 하면서 살짝 흑화도 하고, 세상 쓴 맛에 성장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착각이었다.

그녀는 원래 강하고 진취적인 성격이었다. 그저 어렸을 적부터 앓아 온 지병과 (일단은) 평화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인지하지 못 했던 것일 뿐.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검을 빼들고, 과감히 쳐낼 수 있는 결단력 있는 심성의 소유자였다.
    
    
위대한 아누여, 제발 타렉이 나를 건드리기 전에 그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주소서. -p.399
    
    
이 캐릭터가 더욱 돋보였던 이유는, 어쩌면 수메르 신화를 모티브로 그린 타라칸드 제국의 야만적인 풍습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소환’과 ‘후견’. 여성들을 전리품, 물건인 마냥 공유하는 제국의 지배자 라자와 그 궁전의 기사, 그리고 제국의 귀족들.

자신의 욕망과 권력을 채우기 위해 신화를 이용해 잔혹한 토너먼트를 벌이는 폭군 라자. 하지만 대항하는 생각조차 못하고. 그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수도회와 제국의 여성들.
    
    
“그는 자신의 모든 첩을 공유합니다.
...... 가우탐은 나테사를 바로 침실로 데려가지는 않을 겁니다. 라자가 첫 번째 특권을 누리려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 이후에 나테사는 누구든지 그녀를 원하는 남자와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p.127
    
    
이런 불합리한 배경 속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생각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불의에 맞서며 사랑을 쟁취하려는 칼린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또, 고대 신화가 반영되면 아무래도 신과 사제, 신화에 따르는 인간들의 이야기, 마법. 이런 요소들이 몰입을 일으키기 마련. 그리고 신적 요소 때문이든, 권력 구도 때문이든, 그로인해 주어진 운명과 자신의 선택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갈등과 선택이 궁금증을 마구마구 불러 일으키는데.

요 작품 역시 그것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익 장군과의 사랑이야기가 재밌었던 것도 그 요소 덕분이었다. 왕비와 기사. 사랑할 수 없는 관계의 두 사람. 들키면 사형이라는 설정이 두 사람만 남을 때 더 심적으로 긴장감 있게 만든 것 같다.
    
    
“저는 아내가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한다면 한 명하고만 할 겁니다. 내게 명령하는 여자는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p.103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대사였다. 저 세계관 속 남자들의 정신세계에 너무 질려버려서 저 대사가 어찌나 달콤했던지.)
    
라자의 눈을 피해 피어나는 사랑이야기가 애틋하고, 애타고, 매혹적이어서 무지 설렜다. 물론 ‘은밀’하게 사랑을 속삭였지만 이야기는 매우 순수했고, 흔히 아는 로맨스 판타지처럼 로맨스가 주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밀어내면서도 서로를 갈망하고, 갈증을 느끼는 두 사람. 서로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고 표현해도 목마른 두 사람의 모습에 세상 마음이 떨렸다. 
    
(단, 거의 칼린다가 더 적극적이고 데븐이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내 기준에 남주가 조금 약해보여 아쉬웠지만. 흔들리는 남자 보는 것도 또...... 간만에 좋기도.)
    
이 외에도 백 번째 왕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첩들과 칼린다의 신경전, 타라칸드 제국 내 벌어지던 라자와 부타 종족 간 모종의 앙숙 관계. 칼린다 출생의 비밀 등등 입이 근질근질 흥미진진 뒤통수 통통 반전이 있지만, 이것은 너무나 큰 반전들이므로 입꾹. 
    


 


 

편, 등장하는 여성들 다수가 하렘에 속해 있지만, 또 동시에 강한 전사로 길러진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서 <헝거게임>의 캣니스를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또 즐겁게 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헝거게임>(특히 1권)을 읽었을 때 느낀 즐거움을 느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떡밥이 풀리지 않은 것이 있더라니..... 시리즈물이었다. 
생각보다 재밌게 읽어서 2권이 궁금한데. 책날개에 있는 2권 소개글로 조심스레 추리해보자면 여전히 칼린다는 멋지고, 데븐은 수비 포지션. ......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와 <헝거게임>의 피타가 자꾸자꾸 아른거려서 조금 고민된다. 이 와중에 아무래도 서브남이 나올 것 같은데, 왜 때문에 소개 글에 칼린다의 마음이 흔들린다고 써 있는지. (영업인거죠. 그런 거죠?)  
 
 

그래도, 어쨌든! 하루 만에 뚝딱 읽어버린 <백 번째 여왕>.
    
흥미로운 판타지와 마법의 세계, 소녀들이 보여주는 강렬한 액션, 야만적이지만 매혹적인 신화 모티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운명과 갈등, 황제와의 대립 하나씩 풀려가는 주인공의 비밀과 반전.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멋진 여자 주인공의 성장과 그 사이 보일 듯 말 듯 그려지는 데븐과의 은밀한 사랑이야기가 즐거웠다.
 
여자 주인공이 활약하는 로맨스(가 살짝 가미된) 판타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조심스레 추천해보고 싶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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