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 집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마음은 왜 다른가
박원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종종 아는 브랜드라는 이유로 품질을 따져보지도 않고 물건을 사곤 합니다. 한 가지를 쓰곤 하면 왠만하면 그 물건으로 쓰고 다른 것으로 대체를 잘 안하지요. 이미 알고 있는 낯익은 대상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익숙해져서이죠.

 

부동산 투자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익숙한 지역을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익숙한 것에 끌려 섣불리 투자하면 손해 보기 십상이라고 생각하고 위험부담이 큰 도박이라고 생각하죠. 4년만에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를 출간한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유명 부동산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익숙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편향이 판단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심층 깊게 해부하고 있습니다.

 

투자광풍 속 파란만장했던 부동산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철퇴를 맞은 후 지금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현재의 부동산은 ‘경제의 잠재 성장률 하락’과 ‘주택 보급률 확대’, ‘부동산 주요 소비층인 베이비부머의 은퇴’ 그리고 ‘젊은층의 주택 구매력 약화’ 등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평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인 이유로 크고 작은 거래에서 후회하는 선택을 하는 일이 잦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투자자와 실구매자, 집주인과 세입자 등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 회대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줄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주택보다 아파트를 좋아하는 현상, 경제학 박사도 기획부동산에 걸려드는 이유,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심리 등의 주제를 사례 중심으로 쉽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투자 지침이나 미래 예측보다 부동산 시장에 깔린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를 다각도로 보여줌으로써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도록 돕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이죠.

 

저자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할 때 조급해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선 투자 기회가 많기 때문에 한번 투자 기회를 놓치더라고 다른 투자 기회가 올 수 있다면서 ‘쉬는 것도 투자’라며 서두르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투자 전문가도 매도호가에 휘둘리기 마련인데 이전 정보가 기준이 되다보니 투자의사결정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며 예전에 임대료가 비싼 도시에서 살던 세입자일수록, 새로 이사 간 도시에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종전 가격이 판단의 기준, 즉 ‘닻’이 되기 때문인데 이런 것을 ‘닻 내림 효과’라고 일컫는다고 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도 닻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부동산 구매시 닻 내림 효과에서 벗어나려면, 매도자가 제시하는 가격을 믿지 말고 주변 중개업소를 방문해 최근 거래가를 알아봐야 한다고 합니다.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개발계획도 직접 발로 뛰면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가격(시세)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도 고치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집’이 아니라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이라고 생각하니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는데 대출을 많이 안고 아파트를 사는 사람의 심리는 외상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이와 비슷한데 주식의 외상 거래는 안정적인 배당보다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한 ‘베팅’에 가깝다다며 그로인해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좌불안석인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아파트 또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저자는 “가격에 너무 몰입하면 가격 자체가 마음의 평화를 훼방하는 악마로 바뀐다”고 말합니다. 그는 “주식에 투자해놓고 포트폴리오를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시도때도 없이 자주 주가를 쳐다보는 사람보다 수익률이 높다”며 시세가 주는 심리적 휘둘림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위원은 “젊은층이라면 기성세대의 왜곡된 부동산 인식을 따르지 말고 스스로 생각의 틀을 마련했으면 한다.”며 “이미 절망을 경험한 하우스푸어라면 조금이나마 치유의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부동산과 심리를 결합하여 분석한 경제교양서이자 관련 조언을 담은 부동산 치유서와도 같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이 저성장체제로 접어든 지금, 우리들이 스스로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인 이유로 크고 작은 거래에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면서 부동산 시장에 깔린 인간의 심리를 다각도로 보여주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꼭 부동산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경제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꼭 한번정도 읽어봐야 할 교양필수적인 책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강력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시간을 들여 생각한 작품은 이것 밖에 없다"고 저자 스스로가 말하는 회심작!

일단 믿고 그대로 읽었습니다. 왠지 여느 작품들과 같은 패턴으로 가는 그런 전개로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 했지만 처음부터 상당한 가독성과 속도를 내며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는 '숙명'에 상당히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몰랐는데 나팔꽃에는 노란꽃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에도시대(한국으로 치자면 조선시대)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게이고는 거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주요 인물 3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현역을 은퇴하고, 꽃 재배를 하면서 평온하게 살고 있었던 아키야마 슈우지가 살해 되었습니다. 발견자 손자 리노는 할아버지가 정성을 다해서 키운 한 정체불명의 노란 꽃 화분이 분실된 것을 알게 되고, 노란 꽃과 할아버지의 죽음에 연관성이 있을거라 확신을 가지면서 조사를 하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는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노란 꽃에 숨겨진 비밀.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작품입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3년에 간행되었지만, 원래는 2002 ∼ 2004년에 “역사도”라는 곳에서 연재 된 것을 기반으로 제작하게 된 것 이라고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괴한 살인이 일어나고, 그리고 시대가 경과하고, 소년의 희미한 사랑 이야기에 그리고 이해할 수없는 자살이 일어나고 자꾸 자꾸 이야기 속으로 끌려가다가 마침내 아무 관련성도 없는 것처럼 여기던 것들이 하나로 연결이 되었을 때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희대의 스토리텔러구나 라는 감탄사와 역시 대단하고 그에게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대로 얽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신비의 노란 꽃. 나팔꽃의 수수께끼를 여러 관점에서 그리면서 단순한 하나의 살인사건을 정말 끝까지 쉬지않고 단숨에 읽게합니다.

그런데 두 가지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 있는데 하나는 노란색 나팔꽃에 그다지 흥미와 연관성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과 첫사랑의 여자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알지만 어쩜 저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절정의 이야기도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 것은 이해되지만, 몇 세대 전의 조상의 뒤처리를 아직까지 한다는 건 것도 뭐지 이거?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부분에서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범인이 누구인가? 라는 것에서 느끼는 재미가 아니라 거기에 닿을 때까지의 과정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야기는 소타와 리노라는 다른 가정에 태어난 남성과 여성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소타는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원자력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리노는 매우 수영을 잘 해서 올림픽 선수로도 유력시되고 있던 선수였지만, 원인 불명의 발작 증상에 따라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이야기 속에서도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후쿠시마 제일 원전의 이야기가 다루어지고, 소타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버리고 취직하는 것을 생각 합니다. "기대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버렸다"라며 일치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2명입니다.

 

“저희들 왠지 닮았군요. 열심히 자신이 믿어 온 길을 가고 온 것인데, 어느새 미아가 되어있어”

 

리노 대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주인공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의 처지를 대변하여 말해 주고 있으며, 그리고 사건의 범인의 범행도 “자신이 믿어 온 길”을 진행 한 결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이 리노의 대사가 이야기의 심장부 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소타와 리노가 각자의 길을 찾아 걸어 가는 듯 한 것으로 매듭 지어집니다. "미아"탈출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뒷맛이 좋고, 추리 소설이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가족 모양이 만들어내는 노란 나팔꽃의 신비, 그리고 소타와 리노가 어떤 길을 가고 가는지 꼭 지켜봐줘야 할 대목입니다.

 

읽기 시작하면서 제각각 것 같은 이야기가 라스트를 향해 멋지게 연결되면서 나름 감동을 부르며 괴담 또는 판타지라고 느끼는 것들이 굉장히 현실적인 결말을 향하는 것이 특히 사건과 무관 한 것처럼 보이는 두 프롤로그와 수많은 복선을 회수하여 리노와 쇼타의 미래를 그리는 에필로그는 진심 읽음으로서 안심 할 수 있었습니다.

나팔꽃의 신비를 여러 관점에서 그려서 간단하게 1개의 살인 사건을 끝까지 단번에 읽어. “나팔꽃에는 노란꽃은 없습니다. 그러나 에도시대에는 존재 했다. 왜 지금 존재 하지 않는가. 인공적으로 소생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 한가? 그렇게 생각하면 서서히 미스터리의 향기까지 왔습니다.”라고 저자의 말이 표지에 써 있습니다만, 아니 어떻게 착상에서 이 이야기로의 승화까지 정말 굉장합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답다 라고 납득이 되는 것이 게이고 특유의 매력이라고 할까 정말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슈라라봉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3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 이미 3월에 오카다 마사키, 후카다 교코 주연으로 개봉된 장르를 궂이 정하자면 일단 청춘SF개그소설이라고 하고 싶은 <위대한 슈라라봉>.

무대는 시가현의 비와호. 그 호수 에서 대대로 계승되어 온 신기한 힘을 가진 일족인 히노데가문. 일본에서 유일성에 사는 일출본가. 남몰래 정신능력을 가지고 조용히 성(진짜 성이에요)에 사는 일족이 있었습니다. 그 정신능력을 사욕을 위해 시가현에서 권력을 자행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 히노데일족이며, 그 분가의 ​​차남인 능력자 료스케가 고등학교입학을 계기로 히노데가문에 수행하러 온 것으로부터 사건은 시작이 됩니다.

초반은 무슨 일인지 구조를 잘 몰라도 어쨌든 술술 읽어나가면서 진행이 됩니다.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교복중에 빨간 교복인지 모르지만 빨간 교복으로 인해 놀림의 대상이 된 단주로와 료스케는 창피함을 느끼는 료스케와는 달리 오히려 당당하고 즐겁기만 한 단주로, 상급생들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단주로는 히노데 가문의 종손을 넘어 그가 가진 힘과 포스를 물씬 풍기고 느끼게 해주는 인물입니다. 이런 단주로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얼마 전에 새로이 부임하신 교장선생님의 딸이죠. 미술을 하는 그녀를 보며 좋아하는 감정을 키우지만 소녀는 다른 이에게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료스케 역시 나쓰메의 여동생에게 살짝 호감을 갖게 되죠. 단주로는 마음을 숨기고 히로미를 만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나쓰메 집 정원의 연못에서 물기둥이 치솟아 오릅니다.(아... 진짜 암만 생각해도 읽으면서 옛날 장혁주연의 화산고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두 집안의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뿐인데 약속된 시간은 다가오고 단주로, 료스케, 나쓰메는 힘을 합쳐 난관을 벗어나기로 합니다.

 

초능력을 활용, 두 대립하는 명가에 속하는 고교생의 이야기. 초반은 판타지속에 박힌 평범한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이야기는 갈수록 재미있고 코믹한 만으로는 끝나지 않고 중반 이후에 드러나는 사실들은 좀 놀라움과 경악스러웠습니다. 과거의 인물이 일으킨 행동들. 빼앗긴 소중한 기억. 그 기억을 빼앗긴 인물이 일으킨 복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무척 개성 풍부한 등장인물들이 엄청난 활약을 해 나갑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었던 인물은 그레이트 기요코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기요코에 한해서는 친동생처럼 기요콩이라고 부를 정도로 귀여워하는데 나름 이 캐릭터가 개성과 매력적으로 그려져 읽는 내내 관심이 갔죠.

 

수많은 신비적인 요소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단번에 읽을 수 있었던 작품.

웃음과 함께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톡톡 튀는 대사와 유쾌한 스토리는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일본에선 이미 폭발적인 반응과 인기를 힘입어 만화로도 출간되고 이번에 영화로도 개봉되었죠.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앞으로의 작품들이 무척 기대가 되며 익살과 재미와 유머가 넘치던 스펙터클한 청춘 드라마 작품으로 즐거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상뻬 책을 읽고 있으면 어린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어릴 적 나는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었죠. 말도 못 붙였고, 누가 말이라도 걸라치면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얼어버리곤 했었죠. 그런 어린시절이 떠올라서인지 이 책 제목만으로도 왠지 친근함이 먼저 와 닿았습니다.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랄까. 그런 설렘과 호기심이 제목을 대한 순간부터 저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꼬마 마르슬랭은 얼굴이 빨개지는 병이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겁을 먹을 때 자주 얼굴을 붉힌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마르슬랭은 아무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집니다. 정작 얼굴이 빨개져야 할 상황에서는 빨개지지 않았고, 친구들이 자신의 붉은 얼굴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점점 외톨이가 되어 갔죠. 자신의 얼굴이 왜 빨개 지는지 마르슬랭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르슬랭은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왜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는지 궁금해 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얼굴이 빨개져서 집으로 돌아오다 계단에서 재채기 소리를 들었고, 그리고 한 꼬마 남자 아이를 발견하여 만나게 되었는데, 소년의 이름은 르네 라토였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재채기를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르네에게도 희한한 병이 있었으니, 쉴새없이 재채기를 해대는 병이었는데 둘이 친해질 수 밖에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었습니다.

 

둘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죠. 어딜 가든 서로를 찾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들에겐 얼굴이 빨개지는 것과 재채기를 해대는 것이 서로를 좀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가 될 정도로 특별한 우정을 나눠 갔게 되었죠. 말 없이 한참을 앉아 있어도 푸근한 사이가 되었고, 외톨이로 보냈던 시간들을 메꿔나가듯 둘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하고 신났습니다. 그러나 마르슬랭이 할아버지 댁에서 일주일 정도 방학을 보낸 후, 르네 집을 찾아가니 그 사이 르네는 이사를 가버리고 없었습니다. 마르슬랭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고 마음이 많이 상했다. 르네가 주소를 남겼지만 결국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 뒤 마르슬랭은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마르슬랭은 르네를 잊지 않았죠.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난 듯 허전함을 느끼면서 나이가 먹어 어엿한 어른이 된 후에도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았습니다.

 

나이가 든 후에 마르슬랭은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여전히 얼굴을 붉혔고, 많은 일을 하며 복잡한 대도시에서 생활해 나갔습니다. 어느 날 마르슬랭은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어떤 남자가 계속 재채기를 해 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는 바로 르네 라토였습니다. 그 둘이 만난 순간은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과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고,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자주 만났고, 어린시절에 그랬던 것 처럼 짖궂은 장난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아들들이 얼굴이 빨개지고 재채기를 해대며 주변을 뛰어 다닐 때 조차도 그들은 말없이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처음에 마르슬랭의 사연이 펼쳐질때만 해도 다소 우울한 결말을 예상했었습니다. 분명 보통 사람과 다른 아이였기에 사람들의 차별 속에서 살아갈 거라고 속단했었는데 자신과 조금은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르네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중간에 헤어지기도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그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뿌듯했습니다.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예전의 우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더 깊어갔죠. 늘 그렇듯 달랑 글만 있었다면 감동이 적었을 이야기에 상뻬의 삽화를 집어넣으니 감동은 배가 되었습니다. 조금은 독특한 두 사람이 만나면서 우정을 나누고 다시 만나기까지 상뻬의 삽화가 없었다면, 단지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렸을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데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의 감동이 깔려 있었기에 훌륭한 조화를 이뤄낸다고 역시 상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언제나 재채기를 하는 르네의 우정 이야기인데

각자의 단점이 있어도 서로 이해해주고 오히려 그것을 더 좋아하는 우정이 정말 아름다웠으며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무슨 일을 하지 않아도 그냥 곁에 있는 것만으로 소중한 친구들... 진짜 우정에 대해 새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잔잔한 감동과 특히 르네가 이사를 가버린 사이 마르슬랭이 르네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정말 눈물이 다 나올 정도 었죠. 정말로 소중한 친구에게 책을 선물하고자 할 땐 이만한 책도 없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내용도, 그림도, 두께(^^;;)도, 가격도 부담없어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서로서로 아주 만족할 거 같아요. 별거 아닌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많은 교훈을 주고 들어있는 정말 최고의 작품입니다.

 

어렸을 적 난 마르슬랭과 같은 아이를 어떻게 대했던가? 남들과 다르다는 건 그냥 다르다는 것인데.. 난 그런 걸로 너무 힘들어 하지는 않았던가? 마르슬랭과 르네마냥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사람 많은 곳에서도 쉽게 서로를 알아볼 친구가 있을까? 만나서 아무말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은 친구가 있는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습니다. 삽화도 너무너무 좋고 짧지만.. 많은 여운이 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
쥘리 보니 지음, 박명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이트리스는 산부인과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녀가 선택한 삶을 의심합니다.

카라반을 타고 전국을 다니며 알몸으로 춤을 추면서, 사랑도 아이도 얻었던 베아트리스.

자유분방한 삶 속에서 엄마로서의 삶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자유에 대한 갈망이 너무 클수록 그 책임감에 의해서 버거운 짐이 되어 가기에 이르고, 춤만 있으면 모든 행복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던 생활도 잠시 함께 하던 멤버가 자살을 택하고, 공연기획자와 결별하게 되면서 댄서로서의 그녀의 삶도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그녀는 또 다른 삶에 뿌리를 내리고 삶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연인은 예술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고 여기서부터 어긎나기 시작하다가 이 비극적인 현실의 삶은 그들의 생활에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산부인과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산부인과 병동에서 그녀는 수 많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목격합니다. 본능에 충실하면서 열정과 춤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그녀로서는 이 생활이 의미없는 고욕스러운 생활이죠. 지금까지의 나와는 전혀 다른 생명이 탄생하고 또는 죽음도 보는 산부인과 병동의 수 많은 알몸의 여자들을 보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아이의 죽음을, 산모의 아이의, 2호실 확자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뜨거웠던 자신의 삶을 그리워하면서 삶과 죽음, 포기, 실망, 그리고 퇴직 때로는 적응에 대해 책은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던 삶이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열정과 살아있음을 느끼던, 그런 삶을 살던 베아트리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열정과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병실속 환자들이 아닌지... 스스로 구속하고 얽어매고 있는 것에서 나와서 알몸으로 춤을 추던 베아트리스처럼 타인의 시선에서, 깊숙한 곳에서부터 얽매고 구속하는 생각들에서 해방되어서 진정으로 자유로와 지라는 그런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이 책을 보니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이 납니다.

“더 바랄 게 아무 것도 없다, 두려울 것도 없다. 나는 자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