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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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은 작은 것들로

➰지은이: 장영희 문장들

➰펴낸곳: 샘터


착한 문장들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 봄 햇살 같은 노란 표지는 햇빛에 금테를 두른 듯한 따뜻함으로 치장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필사하며 간직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저자인 고 장영희 교수님은 암 투병 중에 57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50이 넘는 나이가 젊은 시절엔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내 주변의 부고 소식이 늘었다. 그만큼 죽음과 가까워진 나이가 되어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문장들이 애틋하고 아쉬웠다. 좀 더 세상을 누비셨다면 주옥같은 말들을 더 남기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먹먹해지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 처연해진다.


그녀의 모든 문장들은 매서운 겨울이 휘몰아치고 간 뒤 찾아오는 봄 같다. 그래, 인간은 원래 그렇게 악한 존재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깊은 내면엔 선하게 살고 싶은 바램이 늘 있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문장들을 읽어가면서 수많은 생각이 든다. 순수함과 순진함의 고갈되면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 다니다 보니 가장 소중한 것을 잊은 채 하루하루 연명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우리는 모두 오감을 넘어선 어떤 초월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즉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동화하고, 감격하고,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린아이 마음’은 불행하게도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우리 속 깊숙이 숨어버리기 일쑤지만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줄 알고, 불쌍한 것을 보고 동정할 줄 아는 여리고 예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 29 쪽


삶의 마지막 순간,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잘 살았다고 말하는 것이 늘 소원이다. 그러기에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고 떳떳하게 힘겹더라도 정직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왔다. 그런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장영희 문장들’을 통해 확인받았다. 만년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어우러지는 문장의 울림이 참 좋았다.


아파도 사랑해라. 사랑의 보답이 오직 눈물과 한숨뿐일지라도,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해라. 하우스먼은 시란 “상처받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다는 일”이라고 했다. 사랑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너는 아름다운 영혼의 진주를 만들고 진정 아름다운 삶의 시를 쓸 수 있단다. - 125쪽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맥을 넓히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다간 누군가에게 뒤통수 맞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가스라이팅 당해서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까, 혹시 내 주변의 나르시스트는 누굴까,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걸러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한다. 단단한 마음은 이런 염려를 뿌리치고 어차피 겪을 거라면 빨리 겪도록 스스로를 격려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사랑의 아픔을 겪고 아름다운 영혼의 진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샘터(@isamtoh)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우리는 모두 오감을 넘어선 어떤 초월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즉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동화하고, 감격하고,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린아이 마음’은 불행하게도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우리 속 깊숙이 숨어버리기 일쑤지만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줄 알고, 불쌍한 것을 보고 동정할 줄 아는 여리고 예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 P29

아파도 사랑해라. 사랑의 보답이 오직 눈물과 한숨뿐일지라도,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해라. 하우스먼은 시란 "상처받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다는 일"이라고 했다. 사랑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너는 아름다운 영혼의 진주를 만들고 진정 아름다운 삶의 시를 쓸 수 있단다. - 125쪽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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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씽킹 아이디어 수업
다카하시 신페이 지음, 김경원 옮김 / 윌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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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일 1씽킹 아이디어 수업
➰지은이: 다카하시 신페이
➰옮긴이: 김경원
➰펴낸곳: 윌북


🔖

번뜩이는 생각,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바퀴, 전구, 증기기관, 스마트폰 등 인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발전해 왔다. 아이디어란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의 전유물이지 않을까.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1일 1씽킹 아이디어 수업’을 읽으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반다이 장난감 회사 출신의 장난감 창작자이자 아이디어 발상 퍼실리테이터인 다카하시 신페이는 상당히 섬세하다. 삶의 구석구석에서 그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직장 생활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 가족과 지내는 다정한 시간에서 얻은 것들, 진격의 거인, 아사히, 야키토리, 에키벤, 고독한 미식가를 보며 얻은 발상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일본 특유의 감성도 느낄 수 있었다.


하루에 한 쪽씩 365일 동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이다. 주제 또한 매일매일 다르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며 작가의 발상에 감탄하고, ‘맞아, 이렇게 생각한 적 있는데’라며 공감하며 읽게 된다.


🔖

‘출세하지 않더라도 입세를 선택하면 된다’고 한다.

- 자기의 세계를 찾아내어 그곳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세계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은 평생 활약할 수 있습니다 - 122쪽

현실에 스스로를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 아닐까. 심지어 우리는 120세까지 살아갈 수도 있다고 한다.

- 그 후 나는 다양한 전문가가 주장하는 ‘수명 120년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를 조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안달복달하지 않는 인생을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156쪽

이렇게 오랜 삶을 살 가능성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반대로 내일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억울하지 않을까.


🔖

또한 우연은 계획하는 것이라고 한다.

- 경력을 논의하는 분야에 ‘계획적 우발성 이론’이라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경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므로, 바람직한 경력을 밟아나갈 수 있는 우연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도록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기회가 늘어난다는 주장입니다. - 210쪽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결국 ‘입세‘, 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획적인 우발성‘을 실천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자기의 세계를 찾아내어 그곳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세계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은 평생 활약할 수 있습니다 - P122

그 후 나는 다양한 전문가가 주장하는 ‘수명 120년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를 조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안달복달하지 않는 인생을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P156

경력을 논의하는 분야에 ‘계획적 우발성 이론’이라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경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므로, 바람직한 경력을 밟아나갈 수 있는 우연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도록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기회가 늘어난다는 주장입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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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밸런스 - 자극에 중독된 삶을 재설정하는 도파민 균형 회복 가이드
안철우 지음 / 부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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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파민 밸런스
➰지은이: 안철우
➰펴낸곳: 부키


🔖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 등
요즘은 숏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자기 전에 5분만 봐야지 하고 앱을 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다음 날 업무 및 공부에 지장이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중독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SNS 중독, 야식 중독, 설탕 중독, 쇼핑 중독, 니코틴 중독,
탄수화물 중독, 커피 중독,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그리고 마약 중독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순간 도파민이 분비된다
익숙해진 자극에는 도파민이 분비가 줄어든다
더 강력한 자극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중독되어 간다


도파민 중독의 증상

1. 불안과 떨림
2. 불면증
3. 강렬한 욕망
4. 충동적 행동
5. 강박적 행동
6. 불안한 감정

자세한 내용은 89쪽에 나와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인
저자 안철우 선생님을 찾는 환자들은
주로 당뇨병으로 내원한다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중독으로 인한 도파민 과다 분비였다


이 책은 안철우 선생님과 함께
도파민 디톡스에 성공한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지 않도록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도 같이 알려주고 있다


🔖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도파민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꼭 쾌감을 느껴서 즐거운 상태를 유발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도파민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 39쪽


적절한 도파민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이처럼 도파민은 우리의 뇌에서 ‘행동 추구를 유발하는 당근’과
‘행동 억제를 유발하는 채찍’,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담당한다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려 하는 것이다.
- 53쪽


🔖

도파민에 취약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자인 부모 슬하에서 자란 이들이나
너무 가난하거나 너무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쉽게 도파민 불균형이 올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 정신질환, 건강한 보상 경험 부족과
부정적 성격 또한 도파민에 취약해지게 할 수 있다


🔖

도파민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침서 역시 꼼꼼하게 안내해 준다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본인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늘 하던 일을 하지 않으면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고통의 순간이 지나면
도파민은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


위기의 순간, 도파민에 굴복하고 싶은 순간,
스스로를 위안하고 칭찬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은 도파민 디톡스 일지를 쓰는 것이다


🔖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진 않을까, 고민이 된다면
도파민 중독 테스트를 해보고,
안철우 선생님의 가이드를 따라
도파민 디톡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부키(@bookie_pub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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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초고를 꺼내드립니다 - 글쓰기는 꺼내기다
임리나(피오나) 지음 / 싱글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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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속 초고를 꺼내드립니다
➰지은이: 임리나(@fiona_liona)
➰펴낸곳: 싱글북스(@checkilout_book)


🔖#한줄평

옆에 두고 꺼내 읽을 39가지 글쓰기 방법을 진하게 우려낸 비법서


✔️생각

글로 꺼내고 싶은 생각과 이야기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떠오른다
다음 날이면 잊히는 것도 있고 선명해지는 것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 풀어내지는 못한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다


그래서 제목에 끌렸다
‘초고’를 꺼내준다니
내 안에 있는 ‘초고’를 어떻게 꺼내줄지
작가님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위한 제목’을 짓는 것이다


글쓰기를 위한 제목은 명료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로마의 휴일>의 원제는
<공주와 평민>이었다고 한다
어떤 내용일지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최초로 지어진 제목이 ’책‘의 제목이 되지 않는 이유는
출간은 마케팅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명료함보다는 ‘끌리는’ 제목이 필요하다
하지만 글쓰기를 위한 제목은
오롯이 작가를 위한 제목이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의 덩어리에
이름을 붙이고 책상에 앉으라‘고 한다
‘제목’의 중요성과 쓰는 방법을 설명하며
100페이지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내 생각 덩어리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줄까
고민된다


제목을 정하고 난 이후,
‘주제’를 정하고 긍정적인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쓰는 방법,
초고를 완성하는 쾌감과 퇴고의 고통,
작가가 된 후에 겪게 될 ‘거절’의 선택까지
다정한 말투로 조근조근 이야기해준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 영화, 음악과 여행까지
작가로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모두 공유한다
옆에 두고 계속 꺼내 읽을 책이다

읽히는 글을 위해서 작가는 ‘도둑’이 되어야 한다. 독자의 시선을 훔치고, 독자의 시간을 훔치고, 마지막엔 독자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어찌 보면 글로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 P41

오늘도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 덩어리에 이름을 붙이고 책상 앞에 앉자. - P49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길을 안내해 주는 ‘뮤즈’는 자기 자신이 가장 먼저 생각한 ‘제목’일 수도 있다.
- P54

대화를 할 때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살펴보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독자들이 느끼고 생각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것이 글자와 글자, 행과 행 사이의 쓰여지지 않은 여백이다.
- P133

창의성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중에는 ‘유일함‘, ’독특함’ 즉 ‘남과 다른 점’도 포함된다. - P166

별것 아니라고 말하면 진짜 원고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오히려 "내가 이번에 열심히 쓴 원고인데 한 번 봐 달라."고 말하는 게 낫다고. 그렇다. 내 원고는 앞으로 세상에 나올 귀중한 원고이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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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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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말씀만 하소서
➰지은이: 박완서
➰펴낸곳: 세계사(@segyesa_contents_group)


🔖#한줄평

찰나의 인생에 대한 애도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인간적인 모습으로 딛고 일어서는 어머니가 있다.


✔️생각

제가 겪지 않는 이상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종류의 슬픔이 있다


‘참척’이란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다
1988년, 박완서 작가님의
26살 아들이 사고로 사망했다
가장 사랑했던 아들이 참척을 당한 것이다


통곡의 눈물로 써 내려간 글들을
읽는 내내 가슴이 꽉 막혀와
나도 모르게 깊은숨을 내쉬고 있었다
‘슬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풀어내며
삶을 겨우 연명할 만큼의 식사만 하는 모습이
그마저도 토해내는 장면은
작가님의 감정선으로 나를 빨아당겼다


올림픽으로 들떠있던 나라가 싫었다
자신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가족들의 눈치가 보였다
신을 원망하고 대들고 따지며 답을 요구했다
왜 내 아들이어야만 했냐고


작가님은 부산의 수녀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수녀원을 찾는 사람들을 만난다
무엇보다 그녀를 대하는
수녀님들의 구김살 없는 태도와 대화가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을까?’라는 집요한 질문과 원한을
‘내 아들이라고 해서 데려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로
고쳐먹을 수만 있다면, 아아 그럴 수만 있다면.
구원의 실마리가 바로 거기 있을 것 같았다.
- 127쪽


누구보다 밝게 빛나던 세상 소중했던 아들이
세상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간다지만
나만 살아서 되겠냐는 막막함과 그리움,
자식을 참척당한 이유를 스스로 알아가는 순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 눈에 선해
눈물을 훔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순간
박완서 작가님의 통곡의 순간을
보내고 계시는 유가족들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들이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다면
나는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문득, 자신이 없어진다


📖 무채색 인덱스

아아,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 P18

주여, 그렇게 하찮은 존재에다 왜 이렇게 진한 사랑을 불어넣으셨습니까. - P25

노파는 내 서툴고 미미한 도움을 의식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마대 자루가 차자 질질 끌고 말없이 가버렸다. 나는 노파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배웅했다. 어쩌면 나는 내 내부의 교만이 무너진 자리를 하염없이 응시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 P34

내 걱정을 요약하면 또다시 사랑하는 이가 죽는 것을 볼까 봐였다. - P49

그렇게 수시로 눈물을 짰건만 생전 울어보지 못한 것처럼 정말 순수하게 혼자가 됐을 때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실컷 울어보는 거다. - P77

그럼 지금은 견딜 만한가? 적어도 내 몸이 곧 죽어져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게 되었다. 따라 죽을 수 있으리라는 것도 교만이요, 환상이라는 걸 받아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결국 살 궁리인가? 역겹고 비참하지만 자신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 어쩌랴.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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