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삶은 작은 것들로
➰지은이: 장영희 문장들
➰펴낸곳: 샘터
착한 문장들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 봄 햇살 같은 노란 표지는 햇빛에 금테를 두른 듯한 따뜻함으로 치장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필사하며 간직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저자인 고 장영희 교수님은 암 투병 중에 57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50이 넘는 나이가 젊은 시절엔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내 주변의 부고 소식이 늘었다. 그만큼 죽음과 가까워진 나이가 되어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문장들이 애틋하고 아쉬웠다. 좀 더 세상을 누비셨다면 주옥같은 말들을 더 남기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먹먹해지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 처연해진다.
그녀의 모든 문장들은 매서운 겨울이 휘몰아치고 간 뒤 찾아오는 봄 같다. 그래, 인간은 원래 그렇게 악한 존재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깊은 내면엔 선하게 살고 싶은 바램이 늘 있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문장들을 읽어가면서 수많은 생각이 든다. 순수함과 순진함의 고갈되면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 다니다 보니 가장 소중한 것을 잊은 채 하루하루 연명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우리는 모두 오감을 넘어선 어떤 초월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즉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동화하고, 감격하고,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린아이 마음’은 불행하게도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우리 속 깊숙이 숨어버리기 일쑤지만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줄 알고, 불쌍한 것을 보고 동정할 줄 아는 여리고 예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 29 쪽
삶의 마지막 순간,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잘 살았다고 말하는 것이 늘 소원이다. 그러기에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고 떳떳하게 힘겹더라도 정직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왔다. 그런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장영희 문장들’을 통해 확인받았다. 만년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어우러지는 문장의 울림이 참 좋았다.
아파도 사랑해라. 사랑의 보답이 오직 눈물과 한숨뿐일지라도,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해라. 하우스먼은 시란 “상처받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다는 일”이라고 했다. 사랑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너는 아름다운 영혼의 진주를 만들고 진정 아름다운 삶의 시를 쓸 수 있단다. - 125쪽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맥을 넓히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다간 누군가에게 뒤통수 맞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가스라이팅 당해서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까, 혹시 내 주변의 나르시스트는 누굴까,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걸러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한다. 단단한 마음은 이런 염려를 뿌리치고 어차피 겪을 거라면 빨리 겪도록 스스로를 격려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사랑의 아픔을 겪고 아름다운 영혼의 진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샘터(@isamtoh)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