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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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말씀만 하소서
➰지은이: 박완서
➰펴낸곳: 세계사(@segyesa_contents_group)


🔖#한줄평

찰나의 인생에 대한 애도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인간적인 모습으로 딛고 일어서는 어머니가 있다.


✔️생각

제가 겪지 않는 이상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종류의 슬픔이 있다


‘참척’이란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다
1988년, 박완서 작가님의
26살 아들이 사고로 사망했다
가장 사랑했던 아들이 참척을 당한 것이다


통곡의 눈물로 써 내려간 글들을
읽는 내내 가슴이 꽉 막혀와
나도 모르게 깊은숨을 내쉬고 있었다
‘슬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풀어내며
삶을 겨우 연명할 만큼의 식사만 하는 모습이
그마저도 토해내는 장면은
작가님의 감정선으로 나를 빨아당겼다


올림픽으로 들떠있던 나라가 싫었다
자신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가족들의 눈치가 보였다
신을 원망하고 대들고 따지며 답을 요구했다
왜 내 아들이어야만 했냐고


작가님은 부산의 수녀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수녀원을 찾는 사람들을 만난다
무엇보다 그녀를 대하는
수녀님들의 구김살 없는 태도와 대화가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을까?’라는 집요한 질문과 원한을
‘내 아들이라고 해서 데려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로
고쳐먹을 수만 있다면, 아아 그럴 수만 있다면.
구원의 실마리가 바로 거기 있을 것 같았다.
- 127쪽


누구보다 밝게 빛나던 세상 소중했던 아들이
세상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간다지만
나만 살아서 되겠냐는 막막함과 그리움,
자식을 참척당한 이유를 스스로 알아가는 순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 눈에 선해
눈물을 훔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순간
박완서 작가님의 통곡의 순간을
보내고 계시는 유가족들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들이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다면
나는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문득, 자신이 없어진다


📖 무채색 인덱스

아아,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 P18

주여, 그렇게 하찮은 존재에다 왜 이렇게 진한 사랑을 불어넣으셨습니까. - P25

노파는 내 서툴고 미미한 도움을 의식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마대 자루가 차자 질질 끌고 말없이 가버렸다. 나는 노파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배웅했다. 어쩌면 나는 내 내부의 교만이 무너진 자리를 하염없이 응시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 P34

내 걱정을 요약하면 또다시 사랑하는 이가 죽는 것을 볼까 봐였다. - P49

그렇게 수시로 눈물을 짰건만 생전 울어보지 못한 것처럼 정말 순수하게 혼자가 됐을 때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실컷 울어보는 거다. - P77

그럼 지금은 견딜 만한가? 적어도 내 몸이 곧 죽어져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게 되었다. 따라 죽을 수 있으리라는 것도 교만이요, 환상이라는 걸 받아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결국 살 궁리인가? 역겹고 비참하지만 자신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 어쩌랴.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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