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 고전 속 퀴어 로맨스
숀 휴잇 지음, 루크 에드워드 홀 그림, 김하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지은이: 손 휴잇
➰그린이: 루크 에드워드 홀
➰옮긴이: 김하현
➰펴낸곳: 을유


퀴어의 뜻은 ’낯선‘, ’이상한‘, ’드문‘이다.
흔히들 성소수자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다.
LGB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러한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마치 병에 걸렸다는 등, 더러운 것을 피한다는 등
모욕적인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세상의 기준이라는 듯 거만해진다.
참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가 위인으로 추대하는 존재들,
플라톤,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가
실은 퀴어였다는 사실, 알고 있을까


🔖 누군가는 이들이 수치를 모른다고 하라지만 그 말은 틀렸습니다. 이들은 수치를 몰라서가 아니라 배짱과 용기, 남자다운 미덕을 지녔기 때문에 다른 남자를 찾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 자신과 같은 자질을 공유하는 사람과 결합합니다. 이 남자들이 장성하면 종종 정계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그 증거지요. - 중략 - 따라서 이런 종류의 사람은 오로지 소년만을 사랑하고, 언제나 자신과 비슷한 부류를 찾습니다.[플라톤의 <향연> 중]- 47쪽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향연“에는
남성들이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당시 시민으로 인정받는 존재는 남성들이었고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든 것이 아닐까.
유유상종,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견고히 하기 위해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들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소년애“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관습이었다.


🔖 왜냐하면 위험이 닥쳤을 때 부족과 씨족은 서로를 등지고 부상자를 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랑으로 단결한 부대는 - 사랑은 깨지거나 흩어질 수 없으므로 - 깨지거나 흩어질 수 없다. 연인들의 부대는 위험 앞에서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연인들은 서로를 지키고 보호한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펠로피다스) 중] - 67쪽

연인 부대라고 알려진 전사 부대가 있다.
연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던 300명의 전사들.
결코 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심장이
파르르 떨리고 가슴이 먹먹해.
입을 떼 보려 해도 네 모습 앞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사포, 31] - 136~137쪽

짝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제3자를 사랑할 때
애타는 마음을 질투로 타들어 가는 마음.
같은 성을 사랑할 때 오는 망설임,
억누를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다.

🔖 사랑이 늘 고결하거나 마땅히 찬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로지 우리가 고결한 방식으로 사랑할 때만 찬양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플라톤 <향연> 중] - 200 쪽

육체적인 사랑만이 아닌 정신적 교감을 바랐던
그래서 더욱 소년과 남성의 관계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플라톤
육신은 늙으면 아름다움이 바래가지만
정신적으로 나눈 인성과 배려는 쉬이 없어지지 않는다.


🔖 한 시간이라도 좋아요. 그리고 다시 태어난 나를 지혜로운 일상으로 돌려보내 줘요. 그대의 얼굴이 내 앞에 있는 한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키스가 죽음을 의미한다 해도 나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예요. [테오그니스 <애가> 중] - 250쪽

사랑하는 대상이 같은 성이라서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폐쇄적인 곳이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성 결혼을 허락해달라는 청원도 늘고 있다.
해외에 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퀴어의 역사는 이토록 깊게 자연스럽게 있어왔다.
신화 속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증거는 무수히 많다.
가려져있거나 숨겨져있는 퀴어의 이야기를
손 휴잇은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
루크 에드워드 홀의 그림 역시 읽는 내내 몰입도를 더했다.
애잔하면서도 당당했던 퀴어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 그들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
단지 조금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다정함이 담겼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토지2권
➰지은이: 박경리
➰펴낸곳: 다산북스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토지 2권은 윤씨부인과 최치수의 애닳는 서사와
귀녀와 평산의 탐욕에 휩싸인 채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중했던 아들 치수는
어느날 갑자기 차가워진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아들을 다정하게 안아 주지 않았더 어머니
결국 윤씨부인과 최치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틀어진 두 사람,
그러나 윤씨부인은 아들인 치수가 애잔하다
그녀의 가슴에 진 멍울이
점점 그녀의 삶을 갉아 먹어버리는 바람에
소중한 존재를 멀리하고 말았다
음울한 집을 벗어나 구천이,
환이를 쫓는 치수에게서 생기가 돈다
과연 무엇이 치수를 그토록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타고난 성격과 애정결핍,
그리고 어머니의 과거에 대한 추잡한 추측이
하염없이 그를 끌어내렸던 것은 아닐까


귀녀와 평산의 탐욕은 결국 최악의 결과를 야기했다
타인의 생명을 앗았을 뿐아니라
스스로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평산의 안사람 함안댁이지 않을까
삶의 어느 순간 단 한번도 존중받지 못했던
구한말 평민 여인의 삶은 그토록 고단했었다


줄거리를 알고 읽어서 더 긴장된다
최치수가 사라진 최씨 문중에 돌아올 조준구와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어린 서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채손독을 통해 다산북스로부터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How Civil Wars Start)
➰지은이: 바버라 F. 월터
➰옮긴이: 유강은
➰펴낸곳: #열린책들(@openbooks21)


이토록 시기적절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2024년 12월 3일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들려온 소식, 바로 ‘계엄령 선포’다. 늦게까지 쉬이 잠들지 못했다. 실시간 소식이 궁금했다.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현실이 쉽사리 살갗으로 와닿지 않았다. 다행히도 12월 4일 4시 30분, 계엄령은 풀렸다.

🔖 어쩌면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언제나 평화가 지배할 것이라고 믿어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제도는 흔들림이 없고, 우리 국가는 예외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진 힘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 17쪽

1987년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계엄령이 선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당함을 눈뜨고 보지 못하는 성미를 가진 국민들이 정부가 민주주의를 뒤엎으려는 행동을 한다면 광화문 광장을 촛불로 가득 채울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평온하다고 생각할 때 위기가 온다. 그리고 그 위기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실제로 일어났던 굵직한 내전을 예시로 들어주며, 끔찍한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배경을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후세인의 부재 이후 민주주의를 기대했던 이라크가 내란의 늪에 빠진 이유, 세르비아인들에 의한 무자비한 무슬림 학살이 자행되었던 유고슬라비아의 내전, 다수의 수니파가 지배세력이었던 소수의 시아파의 독재에 불만이 터져버린 시리아의 내전, 텔레반이 점령해 버린 아프가니스탄, 가짜 뉴스와 혐오주의가 SNS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후의 끔찍한 결과를 보여준 미얀마의 내전.

그리고 미국. 현재 미국 역시 내전의 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 때 락다운(봉쇄) 정책을 반대하며 모인 ‘기독교 백인 남자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극단주의 단체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은 바로 트럼프다. 저자는 현재 미국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년 말 읽었던 #더글라스케네디 #장편소설 #원더풀랜드 의 배경이 곱씹어졌다. 소설 속 미국은 2036년 분단된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으로. 이념과 종교의 갈등과 대립은 미국을 결국 갈라놓고 만 것이다. 미국 분단의 기운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읽고 다시 미국이 분리되는 과정을 읽어보니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 전문가들은 이런 중간 구간을 통과하는 나라를 <아노크라시 anocracy>라고 부른다. 완전한 독재 autocracy도, 민주주의 democracy도 아닌 중간 상태를 가리킨다. - 32쪽

내전은 바로 아노크라시 단계에서 일어난다고 저자는 누차 강조한다. 이 단계에서 정부는 가장 허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에 도전하고자 하는 반군 세력들이 쉽게 힘을 기를 수 있지만 정부는 이들을 제어할 권력과 군사력이 부족하다.

20세기 초 내전은 대부분이 이데올로기나 계급에 의한 것이었다. 20세기 중반부터는 종족, 종교 집단 간에 내전이 벌어졌다. 이 들은 <파벌>을 만든다.

🔖<파벌화되었다>고 간주되는 나라들에 존재하는, 정체성에 기반을 둔 정당들은 대개 비타협적이고 유연하지 않다. - 60쪽

이런 파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견고히 굳혀간다. 그리고 이들이 정치인을 지지하는 순간, 그의 추종자가 되어 다른 집단을 배제시키고 파괴하고 군림하고자 한다. 이해관계가 맞는 파벌과 기회주의적 지도자가 만났을 때 내전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다. 그리고 이런 지도자들은 대체로 <종족 사업가 ethnic enterprenuer>다. 기꺼이 다른 집단의 차별과 배제를 위해 특정 집단을 이용하고, 집단들 사이에 공포를 조장하며, 한때 주류 집단(mainstream)이었던, 그래서 잃어버린 지위를 되찾으려 하는 이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내전에 대한 통찰력과 미국을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이 원더풀랜드를 탄생시켰다. 소설 속 미국은 결국 분단되고 만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내전을 예방하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제대로 된 지도자와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않을 현명함 그리고 거짓 정보를 퍼트리지 않아야 하는 매체까지 삼박자가 제대로 갖춰줘야 한다. 이것은 바로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내전에서 안전하지 않다.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라 할지라도 한국은 독재 정권을 향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니 안심하지 말자. 언제고 내전의 나락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 될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최재천의희망수업
➰지은이: #최재천
➰펴낸곳: #샘터


어린 시절 혹시 세상의 공기가 너무 더러워져 인류가 반구 안에 갇혀 사는 때가 오는 것이 아닐까 상상의 나래를 펼친 적이 있다. 미래를 상상하며 완성되었던 많은 영화 속 장면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달세계 여행>은 1902년에 개봉된 영화다. 우주에 가는 최초의 SF 영화가 개봉된 지 67년 만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글, 음악, 그림을 생성해 주는 AI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도 그에 맞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강릉의 자연을 사랑했던 최재천 교수님은 ‘소 뒷걸음질 치다’ 서울대 동물학과에 입학한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셨던 분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다양한 환경 단체의 공동대표를 역임하셨다. 그리고 현재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이상장을 맡고 계신다.


70년의 세월 동안의 통찰력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 하나하나 자세히 일러주고 있다.



단연 요즘 가장 큰 화두는 AI의 발전이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 우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겁니다. - 26쪽


AI는 다양한 지식을 모아 놓은 것이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진다. 챗gpt를 ‘똑똑한 비서’라고 한다. 그만큼 잘 활용한다면 일이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하며 주입식 교육이 문과와 이과의 통합형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숙론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독서가 빠질 수 없는데, 이 말이 정말 와닿았다.




🔖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책 읽는 게 취미라면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해요. - 117쪽

🔖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는 취미로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기획해서 책과 씨름하는 게 독서입니다. 읽어도 그만인 책을 읽으니 나가 노는 게 낫습니다. - 127쪽


독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꼭 글쓰기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일이 마무리된 것이며 뜻하지 않는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실제 교수님의 글이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 저는 학생들에게 방황하되 방탕하지 말며, 방황하면서도 자신이 뭘 하면 좋을까를 찾고 뒤져보고 읽어보는 ‘아름다운 방황’을 권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남이 가라는 길로 가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아라. 그러다가 자기만의 길이 보이면 달려가라.”


방황은 하되 방탕하지는 말라는 말씀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다. 가슴이 뛰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다며 ‘아름다운 방황’을 권하신다. 그리고 그 일을 찾았을 땐 부단히도 성실하게 노력이 필요하다. 우린 천재가 아니니까.


🔖 아인슈타인처럼 어느 날 한 번에 기가 막힌 걸로 대박 터트리려 하지 말고, 피카소처럼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걸 성실하게 정말 열심히 해보는 겁니다. - 259쪽


협동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는데 우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한다. 경쟁심만 부추겨 놓고 이제 와서 힘을 합쳐 프로젝트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연히 ‘토론’을 할 줄 모르니 우리는 ‘싸움’을 하게 된다. 자기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방법을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다.


🔖 ”화학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내 연구실의 조교가 될 거다. 그렇지만 나처럼 피아노도 좀 치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70쪽

🔖 “디스커션은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게 바로 디스커션, 토론입니다. - 180쪽


마지막으로 생명의 다양성이 실종되어 가는 요즘을 걱정하셨다. 제6의 대멸절, 인간이 없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지구를 끊임없이 파먹는 인간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공생’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읽는 내내 모든 장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며 ‘맞지 맞지’를 몇 번이고 속삭였는지 모른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면, 앞으로 지구에 더 오랫동안 인류가 머무르기를 원한다면 지구와 공생하며 나아가는 방법을 숙고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김문주 옮김, 박재연 감수 / Pensel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작가의여정
➰지은이: #트래비스앨버러
➰옮긴이: #김문주
➰펴낸곳: #Pensel(펜젤)


가장 좋아하고, 아끼고 존경하며 본받고 싶은 작가님이 애서가라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이름을 대라면 끝도 없이 댈 수 있을 것 같다. 그분들의 작품 속에 그려진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과 깊은 서사와 생생하게 녹아있는 묘사까지 심금을 울리는 요소들이 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위대한 작품이 탄생한 것인지 궁금한 적이 많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특급열차 는 2025년도에 읽을 원서 리스트에 있다. 초반부를 읽었는데 그녀의 묘사력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과연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실제 열차에 탔던 것인지 궁금했다. 책을 받자마자 애거사 크리스티의 파트를 제일 먼저 읽어보았다. 역시 그녀는 바그다드까지 가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탑승해서 홀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을 만났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탄생했다.

🔖 크리스티의 여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홀로 이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1922년에 이미 세계 일주를 경험한 노련한 여행자였지만, 이번 여행은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신경 쓸 필요 없이 보고 싶은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였다. - 64쪽



작가가 지나온 길은 그의 작품 속에 녹아난다.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생생히 그려내며 독자에게 전하는 감수성은 말도 못 할 깊은 감동을 준다. 실제 그 일을 겪은 것처럼 말이다. 제인 오스틴의 워딩에서의 시간은 잃어버린 향수를 그린다. 굉장히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워딩은 점차 발전해 갔고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고 그것이 그녀를 슬프게도 화가 나게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 미완의 유고이기는 하나<샌디턴>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소설가가 결코 워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리라 추측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세련된 해학은 애정에서 나오는 법이며,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론 1805년 방문했던 더 순수하고 한적했던 온천 도시를 애도하며 소설을 썼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에게 몹시 익숙했던 그 휴양지는 1817년 무렵이면 이미 이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상태였다. - 25쪽



셜록 홈즈 시리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추리 소설이다. 아서 코난 도일도 셜록 홈즈의 흥행 덕분에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셜록을 싫어했다. 그가 자신의 창의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길에 셜록을 어떻게 ‘죽일지’ 구상했고 결국 독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셜록이 폭포에서 몸싸움을 하다 떨어져 죽게 했다. 루체른으로의 여행에서 얻은 영감이다.


🔖 작가는 아마도 여행 도중 ”나는 홈즈를 죽여 버리려고 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홈즈가 나를 죽이게 생겼어.“라고 말했으리라. - 87쪽

비록 아서 코난 도일의 생각을 추측하는 부분이지만 그가 셜록에게 이런 감정을 가졌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35명의 작가들의 여행담과 그들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가 진하게 담겨있는 <작가의, 여정>. 좋아하는 작가를 먼저 찾아 읽고 다른 작가님들에 관한 여행담을 이어서 읽었다. 영감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은 확실히 필요하다. 새로운 공기, 낯선 사람들, 이국적인 음식은 신선한 땔감이 되어 작가의 창의력이 확장될 수 있도록 불태워 주는 것이다. 그들이 갔던, 또는 스쳤던 장소로 많이 언급된 곳은 파리다. <작가의 여정>을 읽으며 세계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J.K 롤링과 버지니아 울프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해보고 싶다. 영국으로 그리고 그리스로.


#도서제공
@ekida_library
@kali_suzie_jin
@pensel_publish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