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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 고전 속 퀴어 로맨스
숀 휴잇 지음, 루크 에드워드 홀 그림, 김하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평점 :
➰제목: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지은이: 손 휴잇
➰그린이: 루크 에드워드 홀
➰옮긴이: 김하현
➰펴낸곳: 을유
퀴어의 뜻은 ’낯선‘, ’이상한‘, ’드문‘이다.
흔히들 성소수자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다.
LGB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러한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마치 병에 걸렸다는 등, 더러운 것을 피한다는 등
모욕적인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세상의 기준이라는 듯 거만해진다.
참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가 위인으로 추대하는 존재들,
플라톤,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가
실은 퀴어였다는 사실, 알고 있을까
🔖 누군가는 이들이 수치를 모른다고 하라지만 그 말은 틀렸습니다. 이들은 수치를 몰라서가 아니라 배짱과 용기, 남자다운 미덕을 지녔기 때문에 다른 남자를 찾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 자신과 같은 자질을 공유하는 사람과 결합합니다. 이 남자들이 장성하면 종종 정계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그 증거지요. - 중략 - 따라서 이런 종류의 사람은 오로지 소년만을 사랑하고, 언제나 자신과 비슷한 부류를 찾습니다.[플라톤의 <향연> 중]- 47쪽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향연“에는
남성들이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당시 시민으로 인정받는 존재는 남성들이었고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든 것이 아닐까.
유유상종,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견고히 하기 위해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들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소년애“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관습이었다.
🔖 왜냐하면 위험이 닥쳤을 때 부족과 씨족은 서로를 등지고 부상자를 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랑으로 단결한 부대는 - 사랑은 깨지거나 흩어질 수 없으므로 - 깨지거나 흩어질 수 없다. 연인들의 부대는 위험 앞에서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연인들은 서로를 지키고 보호한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펠로피다스) 중] - 67쪽
연인 부대라고 알려진 전사 부대가 있다.
연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던 300명의 전사들.
결코 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심장이
파르르 떨리고 가슴이 먹먹해.
입을 떼 보려 해도 네 모습 앞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사포, 31] - 136~137쪽
짝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제3자를 사랑할 때
애타는 마음을 질투로 타들어 가는 마음.
같은 성을 사랑할 때 오는 망설임,
억누를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다.
🔖 사랑이 늘 고결하거나 마땅히 찬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로지 우리가 고결한 방식으로 사랑할 때만 찬양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플라톤 <향연> 중] - 200 쪽
육체적인 사랑만이 아닌 정신적 교감을 바랐던
그래서 더욱 소년과 남성의 관계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플라톤
육신은 늙으면 아름다움이 바래가지만
정신적으로 나눈 인성과 배려는 쉬이 없어지지 않는다.
🔖 한 시간이라도 좋아요. 그리고 다시 태어난 나를 지혜로운 일상으로 돌려보내 줘요. 그대의 얼굴이 내 앞에 있는 한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키스가 죽음을 의미한다 해도 나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예요. [테오그니스 <애가> 중] - 250쪽
사랑하는 대상이 같은 성이라서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폐쇄적인 곳이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성 결혼을 허락해달라는 청원도 늘고 있다.
해외에 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퀴어의 역사는 이토록 깊게 자연스럽게 있어왔다.
신화 속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증거는 무수히 많다.
가려져있거나 숨겨져있는 퀴어의 이야기를
손 휴잇은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
루크 에드워드 홀의 그림 역시 읽는 내내 몰입도를 더했다.
애잔하면서도 당당했던 퀴어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 그들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
단지 조금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다정함이 담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