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
➰지은이: 필 스터츠 지음
➰옮긴이: 박소담
➰펴낸곳: 다산초당


나이대 별로 미래를 설계했었다.
20대에는 홍콩에서 살고 있고, 30대에는 월드컵도 보러 다니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성공한 여성이 되어 있겠지.
막연하게 꿈을 꾸었다. 마치 꼭 이루어질 것처럼
그러나 인생의 찰나는 예상치 못한 난제를 앞에 툭 던져주었다.
그렇게 살아왔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채 깨닫지 못한 채로.


바스라질 듯 여리기만 했던 감수은
세상의 쓴맛을 보며 거칠고 단단해져버렸다.
동시에 무언가 빠진 듯 늘 허전했고 아쉬웠다.
정체 모를 그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종국에 깨달은 것은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이다.


악착같이 살았던 숨을 내려놓고
없는 여유를 마음속으로 끼워 넣었다.
‘그럴 수도 있지.’
너그러움을 장착하며 나의 자아부터 다독이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한순간이었음을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를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사랑, 인정은 그림자와 x 영역 같은
모난 나의 내면을 받아들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내가 미워하는 타인까지도 사랑하라고 한다.
더욱이 ’적극적인 사랑‘을 권장한다.
그 과정이 있어야 나의 내면이 더 견고해진다고.
역시 아직 갈 길이 멀었던 것이다.


‘스타들의 정신과 의사’로 알려진 저자 필 스터츠는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온 과정에는
’툴스‘라는 심리치료를 시행이 있었고
이미 출간했던 그의 저서에는
실용적인 실천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는 ‘툴스’의 기저에 자리한
철학을 우리에게 알려주며
마음 훈련을 할 수 있는 30가지의 방법도 제시해 준다.


‘철학’이 빠진다면 우리의 행동의 이유와 목적이 없는 것이므로
모든 행동의 이유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가 강조하는 철학은 바로 ‘사랑’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
질투의 대상을 사랑하는 방법
고통을 사랑하는 방법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방법
그림자(어두운 내면)을 사랑하는 방법
올바른 관계를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방법


사랑 없이 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공허한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직접 보고 겪었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좀 더 나와 타인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마음으로 내려놓고 나니,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 순간인듯한다)
세상이 그렇게 각박해 보이진 않았다.
적어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성장합니다. 모든 게 말이지요. <313쪽>

🔖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적은 ‘다스베이더‘와 같은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진짜 적은 그보다도 훨씬 위험한 사람입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지요. <96쪽>

🔖 내면의 자유는 자로 이 순간 앞으로 나아갈 능력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선택지를 줄여야 해요. 시간은 인생에 많은 걸 요구합니다. 우리에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133쪽>

🔖 자기비판은 우리 자신에 대한 망상을 충족하지 못한 실패에 따른 반응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실패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지요. 꼭꼭 감추어온 우리의 그림자가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니까요. 실수와 실패는 필연적으로 사랑을 불러옵니다. 실패하는 순간에 자기 그림자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그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해집니다. 그리고 온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자신감을 누리게 됩니다. <190쪽>

출판사로부터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이어령의 말
➰지은이: 이어령
➰펴낸곳: 세계사


부끄럽게도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처음으로 접해본다.
존함은 엄청나게 많이 들어봤지만,
쉬이 연이 닿지 않았다.
아마도 독서를 쉬었던 기간이 길어서 그랬나 보다.
읽는 내내 직접 강연을 듣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무릎을 ‘탁’치며 ‘아!’하는 깨달음을 이끌어 주시는
무한한 해안과 통찰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깊은 숲을 연상시키는 짙은 녹색의 직사각형 박스 안,
따스한 살구색 위에 이렇게 적혀있다.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선생님은 암 판정을 받으신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글쓰기에 매진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작고하기 7년 전쯤
‘이어령 어록집’을 내고 싶다 하셨다.
그렇게 수 백 권이나 되는 선생님의 책을 수집해서
어느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깨달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어령의 말’이 탄생했다.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
총 9개의 주제를 두고 키워드에 맞는 글들이 적혀있다.
어느 하나 마음을 놓고 읽을 수 있는 구간이 없다.
따뜻한 햇살처럼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있었는가 하면
찬물을 끼얹듯 정신이 번쩍 드는 글들이 이어진다.
어휘와 문장의 이어짐의 유려함은 또 어떠한가.
눈과 마음이 호사를 누리는 시간이었다.


🔖 고유함
도서관에 가보면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얘기를 더 보태겠어? 다만 79억 지구인 중에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제각각 소중해요. <51쪽>

한때 세상이 이미 훌륭한 명작들이 다 나와있으니,
내가 쓴 글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 단정 지었었다.
그 시절 위의 글을 읽었다면, 좀 더 일찍 용기를 냈을 것이다.


🔖 과정
사람은 태어나면서 사람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사람이 되어가는 존재다.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그 모습은 바로 사람이라는 이 목표, 이상적인 인간상을 향해서 가는 형상이다. 그래서 겉만 사람, 생물학적으로만 사람이라고 지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완성체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되어가는 과정의 존재, 즉 ‘비잉 Being’인 것만이 아니라 ’비커밍 Becoming‘이기도 하다. <63쪽>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어른이라 일컬어지는 나이가 된다면
어른답게 살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난 누군가의 물가에 내놓은 자식이었고,
천진한 꿈을 꾸는 철부지다.


🔖 기억
기억은 술과도 같아서 시간 속에서 발효하고 변질된다. 기억이란 결국 시간이 낳은 또 하나의 사생아일 뿐이다. <77쪽>

오래된 기억, 과거에 얽매여 사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도 없더라.


🔖 시계
밤에 듣는 시계 소리는 왜 슬픈가?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시간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128쪽>

이 글은 선생님께서 암 판정을 받은 후
쓰신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 한국말
아인슈타인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더 이상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에게 누군가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더 이상 아름다운 한국말로 글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165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문자 한글.
한국말을 향한 애정에 왜 눈시울이 붉어졌던 걸까.
나 역시 한국말을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 기다림
좀 기다려요. 성급한 질문은 서툰 해답밖엔 가져오지 못하니까. <305쪽>

요즘 세대는 뭐든지 빠르다.
기다려 달라는 말, 나도 자주 하는 말이다.

평소 좋은 구절을 필사하곤 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필사하며 다시 음미해 봐야겠다.
나처럼 이어령 선생님을 처음으로 만나게 될 독자가 있다면
‘이어령의 말’을 가장 먼저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세계사 (@segyesa_contents_group)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미정의 상자
➰지은이: 정소연
➰펴낸곳: 래빗홀


일상에 판타지 한 스푼 뿌렸더니
몰입도 최강의 소설이 되었다.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중 고르라고 하면,
역시 내 취향은 장편 소설이다.
그 이유는 아직 취향을 저격당한 단편 소설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소연 작가님의 <미정의 상자>는
장편에서 단편으로 무게의 추를 옮겨 놓았다.


카두케우스 이야기 - 9편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 - 5편

총 1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미정의 상자>는 재밌다.
그냥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과 탄식과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까지
복합적으로 휘둘리고 말았다.


SF인 <카두케우스 이야기> 속 단편은
미래를 살아가는 건 우리 인간이고
인간의 삶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비슷한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죽음이 있다.
우주선 기술을 오롯이 독점하고 있는
’카두케우스 사‘를 보고 있노라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속 ’빅브라더‘가 떠오른다.
핵심 기술의 독점은 통제의 독점을 의미했다.
이렇게 숨 막히는 곳에서도
사람들은 제자리를 찾아 살아남는다.


🔖 그의 시간은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흘렀고 그에게는 30여 년 치의 과거가 온전히 남아 있었다. 그의 기록은 한 해 한 해 일정한 간격으로 순탄히 남아 있었다. 나는 내가 보지 못한 그 모든 과거의 그를 그리워했다. 나는 나에게 없는 그 연속성을 탐닉했다. <210쪽>

우주선을 조종하는 비행사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시공간을 가르는 ‘도약’을 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남아 있는 기록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의 상실감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혼자 남은 이의 장면들은 애달프다.

🔖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모든 상황을 대비하고 모든 경우의 대응을 준비한 특별한 사람들만 우주비행사로 우주에서 죽을 기회를 얻는다. 나는 우주인의 방식을 배웠다. 본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의심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죽음을 준비한 사람을 사랑한 사람의 죽음까지는 준비하지 못했다. [215쪽]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의 배경은
코로나로 인해 무너져내린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여인들이 주인공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노멀하다고 여기는 남녀 사이의 애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서로에게 더욱 진심이 느껴졌다.

‘처음이 아니기를’ 편은 신종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다.
고백도 못 해 본 친한 친구의 죽음과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마음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위하는 마음까지
우리가 바라는 그런 마음이 그려졌다.

🔖 이 아이가 언젠가 누군가를 잃어야 한다면, 비명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잔상처럼 눈가를 떠도는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때가 온다면, 그 사람이 내가 아니기를. 내가 누구에게도 처음이 아니길.


‘미정의 상자’가 왜 책의 제목인지도 알 것 같다.
홀로 서울을 탈출해 시골로 향하는 도중
여주에서 우연히 미정은 상자를 습득한다.
그리고 그녀의 시간은 과거를 향해 흐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주인공의 선택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만큼 가슴을 졸이며 읽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14편의 단편의 파편들이 이리저리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
<미정의 상자>를 읽는 내내
상상력의 비명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헤세드의서재(@hyejin_bookangel)님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모니쿠스
데이비드 매슨 외 지음, 김성균 옮김, 마스터칼리 삽화 / 우물이있는집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데모니쿠스 Demonicus

➰지은이: 데이비드 메슨 외
➰옮긴이: 김성균
➰펴낸곳: 우물이 있는 집


동서양을 막론하고 ‘악’에 대한 고찰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영화 ‘엑소시스터’에서 악마에게 지배당한
인간을 그린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우월한 능력, 끔찍하게 바뀐 목소리와
뚫린 입으로 내뱉는 내뱉던 저주까지
악을 묘사했던 모습은
공포와 불쾌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럼 ’악‘의 근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데모니쿠스>는 500년 전에 ’악‘에 대해 연구했던
밀턴, 루터, 그리고 괴테의 작품을 분석해 본다.
또한 그들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악‘에 대한 통찰력을 내놓는다.


밀턴의 <실낙원>에서의 ’악‘은 사탄이다.
반란을 일으킨 대가로 동참했던 천사들과 함께
천국에서 추방당한 후 지옥의 1인자가 된 사탄.
대천사였던 그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신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만으로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추방당하고 만다.
오로지 ’악‘만을 행하겠다고 하며
하와(이브)에게 죄악을 속삭인다.


🔖 천사의 직무를 즐기는 그의 쾌감이 강해지자 천사의 처지를 자각하는 그의 감정은 약해졌다. (중략) 그는 비록 천국의 최대천사였지만, -아니, 정확하게는, 오히려 천국의 최대 천사였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타락했다. [39쪽]


괴테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는
지구상에서 4,000년 또는 6,000년간 생활한
문명화된 그러기에 더더욱 교활하고 영악한 사탄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에게 이용당하지만
결코 자신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신과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는
끊임없이 파우스트를 악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속삭인다.


🔖 그러니까 네가 차가운 악마의 주먹을
영원히 생동하는 건강한 창조력에 들이밀어도
그 주먹을 만든 악심은 무기력하리니.
차라리 다른 사업을 물색해 봐라.
혼돈(카오스)의 기괴한 아들아!


이처럼 외치던 파우스트는
박사로서 알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메피스토펠레스를 따라가며 악의 길로 들어선다.


🔖 그를 얽매는 모든 광포한 초조감의 저변에는 그에게 적합한 또 다른 세계를 건설해야 하고 또 건설하려는 진심을 간직한 영혼이 존재한다. [215쪽]


무너져내렸던 파우스트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자 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를 굴복시키고자
<마녀의 부엌>으로 데려가 타락한 여인으로 하여금
그를 색욕에 빠뜨리려고 했다.


🔖 그러나 화류계를 몹시 혐오하는 파우스트는 소박하고 상냥하며 순정을 간직하는 아주 고상한 처녀를 사랑하는 연정에 빠져든다. [236쪽]


파우스트는 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진정 인간이 얻고자 하는 ’자유‘란 무엇이며
’인류‘로서의 인간이 아닌 ’개인‘으로서
보편화되어야만 한다는 통찰력을 던져준다.


🔖 파우스트는 중세문화를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대표한다 [187쪽]


루터의 <좌담집>에 등장하는 ’악마‘는 마귀다.
그는 종교적인 맥락으로 ’악‘에 접근했다.
짓궂은 날씨와 마녀, 꿈과 몽유병, 질병,
부정적인 모든 것은 악마의 탓이다.


🔖 루터는 교황을 사탄의 화신으로 간주했거나 적그리스도(안티크리스트)로 간주했고, 로마 교황청을 악마의 왕국으로 간주했다. [106쪽]

솔로몬의 72악마 편은 참 흥미로웠다.
제1 악마 바엘은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유스티티아가 꼼짝 못 했던 존재다.
역시 제1 악마여서 그랬나 보다.
제32 악마 아스모다위는 <전지적 독자시점>의
아스모데우스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작품 속에서 32번째 마계의 마왕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악마에 대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거나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은 창작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도롱뇽의 49재

➰지은이: 아사히나 아키

➰옮긴이: 최고은

➰펴낸곳: 시공사

  

 

📕📕📕


나의 모든 것, 나의 신체, 나의 감정, 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존재가 24시간 붙어있다면 어떨까?

일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결합 쌍생아’는

20만 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고, 절반은 사산된다.

두뇌와 심장을 나눈 ’안‘과 ’슌‘.

그들의 아버지는 ‘태아 내 태아’였다.

아기의 몸속에 아기가 기생하는 것이다.

이 역시 50만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한다.

 

 

2024년 일본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아사히나 아키 작가는 의사이자 소설가이다.

그는 남성 작가로는 최초로 

주요 신인문학상 3관왕의 쾌거를 이루었다.

<도롱뇽의 49재>에서는 의사로서 그의 감각이 돋보였다.

‘결합 쌍생아’와 ‘태아 내 태아’를 통해

인간의 존재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


안과 슌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스토리가 흘러간다.

작가님은 일부러 둘의 생각을 나누지 않은 듯하다.

결합 쌍생아로서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그들의 고민은

하나의 고민이라는 듯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 전부터 가끔 두 사람 사이에 껴 있는 것이 너무 얇아서 겁이 났다. 몸 안에서 우리 둘을 나누는 어떠한 얇은 막. 피와 내장, 감각이며 기억도 그 막을 쉽게 넘어 오가고 있다. [111쪽]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합 쌍생아로 태어난 안과 슌에게는 그런 경계가 없다.

슌을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키스해야 했던 안은

결국 그 일로 트라우마가 생기고 말았다.

하나의 몸에 깃든 두 개의 의식은 독립을 생각한다.

온전히 나만의 것, 나만의 신체,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 의식은 모든 장기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77쪽]


  

안과 슌의 아버지는 태아 내 태아였다.

큰아버지의 장기에 기생하여 자라왔던 아버지.

큰아버지는 아버지를 몸에서 떼어내고 난 후부터

줄곧 몸이 아팠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병원에 입원했어도

아버지가 찾아오면 누구보다 수다쟁이가 되었다.

 

🔖 한마디로, 아버지가 큰아버지 몸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큰아버지의 동맥과 정맥을 통해 직접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큰아버지에게 아버지는 틀림없이 하나의 내장이었고, 아버지에게 큰아버지는 세상 그 자체였다. [38 ~ 39 쪽]


 

병약했던 큰아버지는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가까운 이, 태아 내 태아의 숙주였던 

큰아버지의 ‘죽음’은 안과 슌의 깊은 사유로 이어진다.

그들의 죽음이 과연 같은 날 이어질 수 있는지.

둘 중 하나라도 먼저 죽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의식’만 소멸하게 되는 것일지.


🔖 지금도 그 뚜렷한 대비가 남아 있어서 잠이 죽음처럼 느껴졌다. 낯익은 감각이다. [102쪽]


 

‘안’은 5세가 된 ‘슌’을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안’의 신체와 ‘슌’의 신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단생아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다르기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오롯이 혼자일 수 없기 때문에 

꿈을 꾸듯 기억으로 남는 순간들도 있다.


🔖 내 안에서 슌이 태어나고, 슌 안에서 내가 태어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도롱뇽이 자랐다. 내가 검은 도롱뇽이고 슌이 흰 도롱뇽이다. 빙글빙글 돌면 하나가 되는, 둘이서 하나인 음양어. [110쪽]


 

결국 완벽히 혼자인 사람은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고, 묶여있다.

온전히 독립적일 수 없으며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을 

큰아버지의 49재에서 깨닫는다.

그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안과 슌에게 큰 위로가 된다.


🔖 자기만의 몸을 가진 사람은 없다. 깨닫지 못할 뿐, 모두들 서로 얽혀 있다. 자기만의 몸,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기억, 자기만의 감정 같은 걸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어서, 독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117쪽]

 

 

📕📕📕


안과 슌이 깊이 사유하는 순간은 나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나’는 나의 사람들과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죽음 뒤에 남게 될 것들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도록 했다.

오롯이 단일 신체를 독점하여 존재하고 있음에도

욕망과 시기, 질투로 인한 감정에 놀아나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결합 쌍생아인 안과 슌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하나의 생명체다.

태어남이 있으면 소멸의 순간 또한 다가온다.

죽음이 슬프고 애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겐 저마다의 삶이 있고 공평하다.

서로를 인정하고 삶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을 영위하는 한다면

그래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가슴이 간질거려서 웃음이 나왔다. 두 숨이 포개지더니 가슴속에서 목소리가 한데 울려 퍼지며 부풀어 올랐다. [181쪽]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