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도롱뇽의 49재
➰지은이: 아사히나 아키
➰옮긴이: 최고은
➰펴낸곳: 시공사
📕📕📕
나의 모든 것, 나의 신체, 나의 감정, 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존재가 24시간 붙어있다면 어떨까?
일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결합 쌍생아’는
20만 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고, 절반은 사산된다.
두뇌와 심장을 나눈 ’안‘과 ’슌‘.
그들의 아버지는 ‘태아 내 태아’였다.
아기의 몸속에 아기가 기생하는 것이다.
이 역시 50만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한다.
2024년 일본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아사히나 아키 작가는 의사이자 소설가이다.
그는 남성 작가로는 최초로
주요 신인문학상 3관왕의 쾌거를 이루었다.
<도롱뇽의 49재>에서는 의사로서 그의 감각이 돋보였다.
‘결합 쌍생아’와 ‘태아 내 태아’를 통해
인간의 존재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
안과 슌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스토리가 흘러간다.
작가님은 일부러 둘의 생각을 나누지 않은 듯하다.
결합 쌍생아로서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그들의 고민은
하나의 고민이라는 듯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 전부터 가끔 두 사람 사이에 껴 있는 것이 너무 얇아서 겁이 났다. 몸 안에서 우리 둘을 나누는 어떠한 얇은 막. 피와 내장, 감각이며 기억도 그 막을 쉽게 넘어 오가고 있다. [111쪽]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합 쌍생아로 태어난 안과 슌에게는 그런 경계가 없다.
슌을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키스해야 했던 안은
결국 그 일로 트라우마가 생기고 말았다.
하나의 몸에 깃든 두 개의 의식은 독립을 생각한다.
온전히 나만의 것, 나만의 신체,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 의식은 모든 장기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77쪽]
안과 슌의 아버지는 태아 내 태아였다.
큰아버지의 장기에 기생하여 자라왔던 아버지.
큰아버지는 아버지를 몸에서 떼어내고 난 후부터
줄곧 몸이 아팠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병원에 입원했어도
아버지가 찾아오면 누구보다 수다쟁이가 되었다.
🔖 한마디로, 아버지가 큰아버지 몸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큰아버지의 동맥과 정맥을 통해 직접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큰아버지에게 아버지는 틀림없이 하나의 내장이었고, 아버지에게 큰아버지는 세상 그 자체였다. [38 ~ 39 쪽]
병약했던 큰아버지는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가까운 이, 태아 내 태아의 숙주였던
큰아버지의 ‘죽음’은 안과 슌의 깊은 사유로 이어진다.
그들의 죽음이 과연 같은 날 이어질 수 있는지.
둘 중 하나라도 먼저 죽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의식’만 소멸하게 되는 것일지.
🔖 지금도 그 뚜렷한 대비가 남아 있어서 잠이 죽음처럼 느껴졌다. 낯익은 감각이다. [102쪽]
‘안’은 5세가 된 ‘슌’을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안’의 신체와 ‘슌’의 신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단생아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다르기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오롯이 혼자일 수 없기 때문에
꿈을 꾸듯 기억으로 남는 순간들도 있다.
🔖 내 안에서 슌이 태어나고, 슌 안에서 내가 태어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도롱뇽이 자랐다. 내가 검은 도롱뇽이고 슌이 흰 도롱뇽이다. 빙글빙글 돌면 하나가 되는, 둘이서 하나인 음양어. [110쪽]
결국 완벽히 혼자인 사람은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고, 묶여있다.
온전히 독립적일 수 없으며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을
큰아버지의 49재에서 깨닫는다.
그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안과 슌에게 큰 위로가 된다.
🔖 자기만의 몸을 가진 사람은 없다. 깨닫지 못할 뿐, 모두들 서로 얽혀 있다. 자기만의 몸,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기억, 자기만의 감정 같은 걸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어서, 독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117쪽]
📕📕📕
안과 슌이 깊이 사유하는 순간은 나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나’는 나의 사람들과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죽음 뒤에 남게 될 것들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도록 했다.
오롯이 단일 신체를 독점하여 존재하고 있음에도
욕망과 시기, 질투로 인한 감정에 놀아나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결합 쌍생아인 안과 슌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하나의 생명체다.
태어남이 있으면 소멸의 순간 또한 다가온다.
죽음이 슬프고 애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겐 저마다의 삶이 있고 공평하다.
서로를 인정하고 삶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을 영위하는 한다면
그래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가슴이 간질거려서 웃음이 나왔다. 두 숨이 포개지더니 가슴속에서 목소리가 한데 울려 퍼지며 부풀어 올랐다. [181쪽]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