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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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어령의 말
➰지은이: 이어령
➰펴낸곳: 세계사


부끄럽게도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처음으로 접해본다.
존함은 엄청나게 많이 들어봤지만,
쉬이 연이 닿지 않았다.
아마도 독서를 쉬었던 기간이 길어서 그랬나 보다.
읽는 내내 직접 강연을 듣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무릎을 ‘탁’치며 ‘아!’하는 깨달음을 이끌어 주시는
무한한 해안과 통찰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깊은 숲을 연상시키는 짙은 녹색의 직사각형 박스 안,
따스한 살구색 위에 이렇게 적혀있다.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선생님은 암 판정을 받으신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글쓰기에 매진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작고하기 7년 전쯤
‘이어령 어록집’을 내고 싶다 하셨다.
그렇게 수 백 권이나 되는 선생님의 책을 수집해서
어느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깨달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어령의 말’이 탄생했다.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
총 9개의 주제를 두고 키워드에 맞는 글들이 적혀있다.
어느 하나 마음을 놓고 읽을 수 있는 구간이 없다.
따뜻한 햇살처럼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있었는가 하면
찬물을 끼얹듯 정신이 번쩍 드는 글들이 이어진다.
어휘와 문장의 이어짐의 유려함은 또 어떠한가.
눈과 마음이 호사를 누리는 시간이었다.


🔖 고유함
도서관에 가보면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얘기를 더 보태겠어? 다만 79억 지구인 중에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제각각 소중해요. <51쪽>

한때 세상이 이미 훌륭한 명작들이 다 나와있으니,
내가 쓴 글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 단정 지었었다.
그 시절 위의 글을 읽었다면, 좀 더 일찍 용기를 냈을 것이다.


🔖 과정
사람은 태어나면서 사람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사람이 되어가는 존재다.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그 모습은 바로 사람이라는 이 목표, 이상적인 인간상을 향해서 가는 형상이다. 그래서 겉만 사람, 생물학적으로만 사람이라고 지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완성체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되어가는 과정의 존재, 즉 ‘비잉 Being’인 것만이 아니라 ’비커밍 Becoming‘이기도 하다. <63쪽>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어른이라 일컬어지는 나이가 된다면
어른답게 살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난 누군가의 물가에 내놓은 자식이었고,
천진한 꿈을 꾸는 철부지다.


🔖 기억
기억은 술과도 같아서 시간 속에서 발효하고 변질된다. 기억이란 결국 시간이 낳은 또 하나의 사생아일 뿐이다. <77쪽>

오래된 기억, 과거에 얽매여 사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도 없더라.


🔖 시계
밤에 듣는 시계 소리는 왜 슬픈가?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시간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128쪽>

이 글은 선생님께서 암 판정을 받은 후
쓰신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 한국말
아인슈타인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더 이상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에게 누군가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더 이상 아름다운 한국말로 글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165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문자 한글.
한국말을 향한 애정에 왜 눈시울이 붉어졌던 걸까.
나 역시 한국말을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 기다림
좀 기다려요. 성급한 질문은 서툰 해답밖엔 가져오지 못하니까. <305쪽>

요즘 세대는 뭐든지 빠르다.
기다려 달라는 말, 나도 자주 하는 말이다.

평소 좋은 구절을 필사하곤 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필사하며 다시 음미해 봐야겠다.
나처럼 이어령 선생님을 처음으로 만나게 될 독자가 있다면
‘이어령의 말’을 가장 먼저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세계사 (@segyesa_contents_group)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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