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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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단숨에 읽은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소설. 문명 1-2권. 전작 '고양이'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예의 간결한 번역은 전미연 님의 손을 거쳤다. 베르나르의 소설은 쉽게 읽힌다. 그러나 깊이를 제대로 느끼려면 책 속의 백과사전을 읽고 나서 현실의 사전을 찾아보는 수고로운 과정을 더해야 한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12권>은 소설의 맥을 끊으면서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조금만 신경을 써서 보면 절대와 상대가 대립하고 양립하는 모순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절묘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문명을 읽다말고 세 인물에 대한 자료를 따로 찾아보았다. 피타고라스, 티무르, 바스테트. 이들은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고양이와 쥐에게 붙여진 이름이지만 역사 속의 그들의 위상은 시대를 풍미한 이름이었다.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도 그 이름만은 기억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요 수학자인 피타고라스(BC.580-500). 칭기즈 칸의 몽골 제국을 복원하겠다는 꿈과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는 야망을 가졌던 티무르(1336-1405)는 중앙아시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제국을 일궈냈다. 그는 가혹한 정복자의 악명을 떨쳤다. 바스테트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숭배하던 여신의 이름이다. 태양신 라의 딸인 바스테트는 고양이 머리가 달린 인간 여인의 모습과 평범한 고양이 모습으로 존재했다고 한다. 또한 바스테트는 음악과 성적 쾌락, 다산을 상징하는 여신으로 숭배받았다. 


베르나르는 실존인물과 신화적 존재의 특징들을 소설 캐릭터에게 절묘하게 투영한다. 그렇기에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각 챕터마다 예의 백과사전이 마치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처럼 등장한다.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가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한 권 더 읽은 것 같다. 베르베르가 롱런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의 소설은 단지 이야기를 풀어나갈 뿐 아니라 인간, 문명, 종교, 철학, 미술, 심리, 과학 등 인류가 쌓아올린 지식의 탑을 능수능란하게, 그러나 쉽고 간결하게 진열해 놓는다. 그렇기에 그의 독자들은 일거양득한 느낌을 받는다. 꿩도 먹고 알도 먹은 느낌 아닐까? 


요즘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존감이 강한 암컷 고양이다. 그는 자신이 집사를 거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은 오늘부터 그 분(?)들의 눈빛을 잘 살펴볼 일이다. 소설 속에서 인간은 멸종의 위기에 직면한 약한 종으로 묘사된다. 반면 그간 인간의 유익을 위해 희생되고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여러 동물들이 새로운 세상-인간이 지배하는 지구가 아닌-의 주역으로 급부상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끝을 모르고 성장과 발전, 보존보다는 개발이란 폭주를 멈추지 않는 인류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내 애정 표현이라고 받아들인 나탈리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쓰다듬는다. 
자기가 아니라 내 긴장을 풀기 위해 이런다는 걸 모르네. 자기가 나한테는 인형 같은 존재라는 걸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하나...
(제1권 119p)


저 옹졸한 뇌로 과연 이 명백한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선언하듯 덧붙인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날 믿어요. 모든 게 잘될 거예요. 내가 다 책임질게요"
유머와 예술과 사랑을 깨달은 내가 당신들을 묘류의 세상으로 인도할게요.
(제2권 3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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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조용한 침공 - 대학부터 정치, 기업까지 한 국가를 송두리째 흔들다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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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신문이나 뉴스를 챙겨 보지 않은지 조금 되었다. 진영 논리나 클릭을 유도하는 듯한 자극적인 제목들에 낚이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에 남는 시간에 정보 분석과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국제 관계를 다룬 책을 읽었다. 6월에 읽은 첫번째 책은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다. 부제가 강렬하다. '대학부터 정치, 기업까지 한 국가를 송두리째 흔들다'. 저자는 호주에 있는 찰스스터트대학교에서 공공윤리를 가르치는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이다. 그는 중국-정확히는 중국 공산당-이 다른 나라의 학교, 정치, 기업, 언론, 문화, 종교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것을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밝힌다. 중요한 것은 그 행보가 티 안나게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냉전을 치렀다. 중국은 모택동의 문화 대혁명으로 퇴행하기도 했지만 등소평이 경제 분야 개방정책으로 대국굴기의 기틀을 마련했다. 구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이 유일한 절대강자의 위치를 공고히 했지만 시진핑의 중국은 '일대일로' 비전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 주도의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지칭한다. 중국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 경제를 중국 '위완화'를 기축통화로 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구애와 압박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저자가 살고 있는 호주는 영연방 국가이지만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아시아권의 경제 공동체로 편입을 자원했고, 이에 중국의 전략적 공략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경계한다. 호주의 대학교는 5만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이 내는 등록금과 체류비는 학교와 주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공자학원을 국비-중국 공산당의 돈-를 지원하여 전 세계 곳곳에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 대항하는 경제 대국의 위상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 대국임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중국 공산당의 장학금을 지원받고 공부한 학생들은 본국에 귀국하여 중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행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교육과 경제 분야를 거쳐 정치 권력에까지 전이된다. 저자가 조사한 바로는 호주의 주요 선거에서 중국계 호주인이 당선되어 친베이징적인 행보를 걷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문화와 종교 분야도 그러하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민주적인 절차와 정당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은 공산당 독재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크게 보면 황제는 사라졌지만 중국 공산당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공산당의 입지를 흔드는 어떤 시도나 움직임도 좌시하지 않는다. 한때 중국 본토에서 유행했던 파룬궁을 탄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옹호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보복을 감행한다. 그뿐인가.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미사일 기지를 제공하자 중국 내 사업장을 축출하고, 관광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매우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데 공산당 일당 독재이기에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제주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중국 자본을 적극 유치하여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대학들도 중국인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꽌시 문화가 아직도 통용되는 불투명한 중국과의 관계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무조건 그들을 불신하거나 비하할 일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자웅을 겨룰만큼 저력을 키웠고, 과거에 일본이 그러했듯 제3세계를 중심으로 자기편을 늘려 왔다.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더불어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한국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중국의 속내를 살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조용히, 서서히 침공한다. 그들의 행태를 알아차리고 경보를 우리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클레이브 해밀턴 교수가 울리는 경계경보에 귀를 기울여 보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은 문화부장을 앞세워 중국의 소프트파워 형성에 돈과 인력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전 세계 119개 나라에서 열리는 춘절 기념행사가 2010년에는 65개에서 2015년 900개로 급증했다. (63p)


중공이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정당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듯 중공과 밀접한 중국계 호주인 일부가 호주 정치 기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점점 그 수가 늘고 있다. 지금은 많지 않으나 이 추세대로 가면 베이징 대리인들이 호주 정치를 장악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142p)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정체를 정리하면 이렇다. 베이징의 지원을 받아 합법적인 연구 기관으로 위장한 선전 집단이며, 최종 목표는 호주의 정계와 정책에 미치는 중공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연구소를 관리하는 대학은 돈 욕심에 눈이 멀어 학문의 자유와 참된 실천의 약속을 저버리고, 연구소를 책임지는 전작 정치인은 자신이 베이징의 얼마나 귀중한 자산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174p)


제프 웨이드는 중국이 최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대부분이 미국의 동맹국과 이루어졌다고 지적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 호주와 협정을 체결했고, 유럽연합과도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의 목표는 이런 국가나 연합이 베이징에 의존하게 만들어 미국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다. 미국 동맹을 깨트리는 것이 베이징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인 것이다. (188p)


중국의 실크로드, 일대일로

BRI(일대일로 이니셔티브)로도 알려진 일대일로OBOR는 중국을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는 물론 더 넓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하려는 원대한 전략 구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고대 실크로드에서 영감을 받아 2013년에 최초 발표한 일대일로는 각각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라는 전략적 구상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중국이 투자와 대외 원조를 위해 비축한 막대한 현금이다. 중국이 이런 전략적 구상을 세우게 된 한 가지 강력한 동기는 중국의 돈과 기업, 노동력을 해외로 내보내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하게 만들고, 낙후한 지방을 활성화하고, 과잉 생산되는 철강과 건축 자재 등의 판로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경제적 목적을 뛰어넘는 야심이다.

일대일로가 강조하는 것은 항구와 철도, 도로, 에너지망, 통신 등 대부분 '연결성'을 끌어올리는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거나 획득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항만 시설의 건설이나 획득에 집중했다.(197p)


중국 정부는 학자와 여론 주도층을 돈으로 설득하는 전략을 고수해, 각종 세미나와 회의에 자금을 지원하며 호주에서 일대일로를 선전하고 있다.(205p)


스파이는 당연히 신소재나 나노 기술 등 첨단 분야의 연구 결과를 노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안심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2016년 미국 정부는 농민들에게 유전자 조작 종자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중국 사업가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262p)



학자들이 자기 검열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각종 협력 사업이나 재정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호주 대학이 중국 대학과 공식적으로 체결한 연구 협력 계약이 거의 1,100건이었다.  그중 최고는 총 107건의 협력 계약을 체결한 시드니대학교이었다. 직원이나 학생 교류 협약도 수백 건이다. 이런 협약이 대학 행정부를 중국에 우호적으로 행동하도록 꾀고 비판적인 학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억누르는 유인책이다. (298p)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모두 무시하듯, 시드니공대는 2017년 4월 중국전자과기집단과 제휴해 빅데이터 기술과 메타소재, 첨단 전자 장치, 양자 컴퓨팅 및 통신을 연구하는 공동 연구소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연구 주제가 모두 군사 및 보안 분야에 응용되는 주제였다. 예를 들어 중국이 메타소재 활용법을 연구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스텔스기 제작이라는 인민해방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신설된 시드니공대 연구소에 중국 국영 기업 중국전자과기집단이 2,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308p)


공자학원은 실제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 문화를 홍보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거 중공 최고 지도자였던 후진타오는 공자학원의 목표를 '공산당의 국제적 영향력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자학원이 설치된 기관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키우는 일도 목표에 포함되었다. 공자학원을 설치한 대학은 중국 교육부가 설치기금을 지원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중국학자 데이비드 샴보David Shambaugh는 그 기금이 사실은 교육부를 거쳐 '세탁된' 중공 선전부 자금이라고 지적했다.(324p)


중국인 학생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 강의를 듣게 하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이들이 이념의 틀 안에서 확실히 빠져나오도록 해야만 한다. 중공에 도전하는 의견을 막으려는 조짐이 보이면 지나치지 말고 맞서서 비판해야 한다.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아 은밀히 운영되는 반민주 단체 중국학생학자연합회를 해산하고, 중국인 학생들을 지원하는 단체를 새로 설립해야 한다. 연방 정부는 베이징을 편드는 정치적 시위에 가담하는 중국인 학생에게는 절대 호주 영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확실히 밝혀야  한다.  (342p)


그래도 호주 사회에는 민주주의 제도와 민주적인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민주주의를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은 중공의 손아귀에서 탈출해 호주에서 자유를 얻은 중국계 호주인들이다. 호주의 주요 인사들이 중국의 정치 체제나 호주의 정치 체제나 크게 다르지 않고 경제 혜택과 자유를 맞바꿀 수 있으며 중공이 '중국 가치'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면, 그 소리를 듣는 중국계 호주인들은 속이 뒤집힌다. (4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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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역사의 몽골 제국 정복사 : 칭기즈칸의 정복전쟁 편 - 18만 유튜버 별별역사의 대유잼 콘텐츠, 이젠 만화로!
김도형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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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도 아닌 것이 만화를 읽는 것 같았다. 귀여운듯 무서운 캐릭터-무시무시한 능력치를 가진 군인들-가 에피소드를 이끌어간다. 영화 한 편 보듯 단숨에 일독을 했다. 이런 책은 다음 장이 궁금해서 찔끔 읽을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초원의 나라 몽골제국의 정복사를 단시간에 정리하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을 보라. 마치 영화를 보듯.


너무 빨리 끝난 책읽기가 아쉬워 영화를 한 편 이어서 봤다.  2007년작 ‘몽골’이란  영화다. 영화는 분열된 유목부족을 하나로 통합하고 ‘칸’으로 등극한 테무진의 성장 과정부터 평생의 안다(의형제)인 자무카와의 결전까지를 보여준다. 몽골 기마병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여 단기간에 부족 연합을 이뤄내고 주변 강대국을 격퇴할 수 있었던 저력이 무엇인지 매우 거칠고 투박하게 보여준다. 마치 몽골 초원이 그러한 것처럼.


이전부터 들었던 의문이 있었다. 칭기즈 칸은 잔혹한 정복 전쟁을 왜 했는가?  마케도냐의 알렌산도로스 대왕과 비교되기도 하는 그의 정복전쟁의 결과는 추종을 불허한다.  분열된 부족 간의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테무진은 아내도  빼앗기는 고초를 당한다. 그뿐인가. 그의 부족 전체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것은 당시 몽골 초원 뿐만 아니라 중국과 서하, 중동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불안한 정치 상황에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시대를 겪은 일본의 통일을 이뤄낸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륙 정벌을 획책한 것처럼, 몽골을 통일한 테무진은 칸으로 등극한다. 그는 빠른 기동력을 가진 군마-체구는 작으나 지구력이 좋은- 그에 특화된 칼과 활로 무장한 기마병을 이끌고 실크로드의 땅 서하를 침공한다. 동서양의 무역로를 차지한 몽골은 국력을 키워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를 친다. 그러나 금나라는 만만치 않은 강국이었다. 숨을 고른 몽골은 서쪽의 서요를 복속시킨다. 


세를 불린 몽골은 카스피해 인근의 이슬람  국가인 호라즘을 공략한다. 도무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산맥을 넘은 몽골의 공격은 예전에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략한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떠올린다. 아무튼 유럽으로 가는 길목까지 접수한 그들에게 비보가 전해진다. 늙고 병든 테무진이 낙마 사고를 당해 끝내 유명을 달리한다. 몽골은 칸이 죽으면 모든 전쟁을 중지하고 장례에 참여한다고 한다.  숨을 고른 몽골은 중원의 금나라를 재공략한다. 당시 중국의 송은 패퇴를 거듭해 남쪽으로 옮긴 상태였다. 테무진의 유언을 받든 아들 오고타이와  장수들은 금을 끝내 무너뜨린다.  이후 그들은 유럽으로 향한다. 


끝이 없을 것같은 몽골의 정복전쟁은 중원 땅에 원 제국을 세우고, 고려를 침공 다음 일본에 2번이나 출정하는데까지 이어진다. 아마도 그들이 급속도로 쇠락의 길에 접어든 것은 만만치 않았던 고려의 저항과 일본 정벌의 실패의 후유증이 아닌가 한다. 물론 군사력에 비해 문화적 저력이 일천했던 것이 더 큰 요인으로 보인다. 아무튼 역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통찰을 준다. 


저자가  유튜브에서 ‘별별역사’란 이름으로 역사 콘텐츠를 독특한 캐릭터와 간결한 설명으로 소개하던 내용을 단행본으로 냈다. 



숙적 자무카와의 전투 끝에 몽골을 통일한 칭기즈 칸. 통일 몽골을 세운 칸은 이제 대외 팽창을 꿈꾸는데... 처음 정복 목표는 탕구트족의 나라, ‘서하’였다. (10p)

칸의 유언대로, 정복된 서하는 남김없이 모조리 파괴되고 만다. 서하 국왕은 물론 영하에 살던 주민 전부가 몰살되었다고. 그런데, 몽골군은 아직은 칸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매우 기뻐했으니... 칸은 함락 전까지 자신의 죽음을 비밀로 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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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작동할까? 도구와 기계의 원리 - 재미있는 과학책
스티브 파커 지음, 공민희 옮김 / 키즈프렌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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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책을 펼쳐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어린이 책이라 생각했는데 내실이 만만치 않다. 대학생 아들에게 물어보니 요즘 초등학생 수준 맞다고 쿨하게 답한다. 내가 국민학생 때는 이런 퀄리티를 가진 책이 드물었다.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밀레니엄 세대들의 지적 능력을 간과한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나이 먹었다고 우쭐대거나 아이라고 하대 또는 무시해서는 안된다. ‘나때’의 경험과 지식은 시효가 지났거나 폭이 좁아서 요즘 통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겸손하게 다시 배우기를 시작해야 한다.

중학생 때인가 싶다. 집에 있던 낡은 라디오가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서 무턱대고 나사를 풀고 분해를 했다. 어찌어찌 해체는 했는데 다시 조립하지 못하고, 망가뜨려서 혼이 난 적이 있다. 내 호기심과 무모한 도전은 거기서 그쳤다.  전기나 기름 같은 원료를 넣어주면 신기하게 생명(?)이 생겨난 것처럼 작동을 시작하는 기계와 장치들을 그간 수없이 많이 다뤄 왔다. 그러나 이 녀석들이 어떤 원리로 움직일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기껏해야 조립 컴퓨터의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는 정도.  그저 장비를 사용하고, 고장 났을 때 수리를 맡기는 것에만 신경을 썼을 뿐이다.

이 책 ‘어떻게 작동할까? : 도구와 기계의 원리’는 재미있는 과학책을 표방한다. 솔직히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아니 이런 류의 책이 재미가 줘야 한다는 과한 요구로 보인다. 그렇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익숙하게 매일 사용하거나 주변에서 보던 장비들의 작동 원리를 상세도와 사진, 세심한 설명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를 넘어서 재미를 안겨 준다. 물론 집중해서 봐야 한다. 어떤 책이든 주마간산 격으로 보면 이해하고 내것으로. 남는 것이 별로 없기에 그렇다.

저자 스티브 파커는 런던 동물학회원이면서 과학 분야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가정에서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계산기, 컴퓨터와 모니터에서 시작해서 자동차, 비행기, 선박,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150개 장치를 소개한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부터 마치 다 아는 것처럼 표정은 짓지만 실상 그 속이 궁금한 어른도 흥미를 갖고 탐독할 역작이 아닌가 한다. 책장을 넘기다 관심이 있는 기계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또 무심히 책장을 넘긴다. 몇 개를 더 보고 책을 덮고 거실 탁자에 두었다. 언제든 곁에 두고 열어볼 도감 같은 책이다.  용어사전을 부록으로 두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돕는 것은 덤이다.

<아하, 그렇구나!>
최초의 가상현실 기계 중 일부는 파일럿과 승무원용으로 나온 비행 시뮬레이션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기간에 천체항법 훈련기라고 불리는 높이 13.7m의 거대한 기계가 폭격기 승무원들이 야간 임무를 수행하는 연습용으로 사용되었다.

<어머나, 정말?>
가상현실 장비가 더 빨라지고 복잡해지면서 신체에 더 많은 감각적 자극을 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각기 다른 냄새를 가진 작은 알갱이가 헤드셋에서 연기를 피워 소방관들의 가상 화재 훈련에 사용된다.

가상현실(VR)...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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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
칼 윌슨 베이커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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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5월, 가정의 달도 시나브로 돌아왔다. 백세 인생 전환점을 돌게 된 아내를 위해 책을 한 권 골랐다.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는 책 제목 그대로 독자가 자기 인생의 성장 과정에 따른 단상을 작성하도록 한다.  화사한 표지 디자인을 한 양장본이라 소장각 느낌이 난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다.  책은 책이로되 9할 이상은 펜을 들고 직접 빈칸을 채워야 하는 메모리북(memory book)이다.

나이 50세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하늘의 명령을 알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다. 시나브로 반백을 넘어선 시점에서 지나간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유의미하다.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을 갖고서. 주말 아침, 시간을 비워두자. 혼자만의 시간과 장소를 만든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이 책의 매력은 독자가 펜을 들고, 차와 커피, 음악을 곁들여서 빈칸을 직접 채워가는데 있다. 박지성과 손흥민의 축구를 지켜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공을 차는 것과 같다.

내가 살아온 발자국을 반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만은 아니다. 감추고 싶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같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인사청문회를 보면 한 인물의 가정사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이 나온다. 후보자의 치적보다는 감추고 싶은 오점과 의혹들을 들춰대는 모양새다. 범인이라 해서 다를까 싶다. 아내에게 선물로 준다하니 기겁을 한다. 자신의 삶의 기록. 빈칸을 채우는 작업도 지난한 일이고,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더 큰 숙제다.

일단 우리 집엔 딸이 없어서 책에 수록된 질문 중에 해당사항 없는 것이 몇몇 있다. 중년의 어머니가 이제 결혼을 앞둔 딸을 바라보며 자신의 청춘 때를 회상하고 기록하라는 것이 이 책의 미션이다. 물론 몇몇의 질문은 과감하게 패스할 수도 있으니 독자 겸 자기 역사 기록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득하게 내 역사 기록하기에 천착하는 게 아니겠는가. 희열의 순간 뿐 아니라 회한의 기억 또한 또박또박 적어 보자. 십년, 20년 뒤에 다시 꺼내 읽어볼 수 있게.

어렸을 땐 어른이 되면 지혜롭고 자애롭게 되는 줄 알았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나이만 먹었다 뿐이지 지혜롭지도, 자애롭지도 않은 부족하기 짝이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태와 탐욕의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자신을 부단히 제어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그렇게 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가장 먼저 가정에서 시작된다. 부모가 되어 봐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이제 노후를 준비하며 성인이 되어가는 자녀들에게 삶의 경험과 반면교사의 셀프북을 남겨주자. 물론 나 혼자 감춰두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삶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기 전에 이 메모리북 또한 파쇄하거나 소각하면 되는 것이고...


나의 삶을 살기 위해 꼭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자신의 말로 기록한다면 나는 삶의 주체이자 기록자가 될 테니까요. 이제 그리운 그때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세요. 나의 순간을 살아가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5p)

나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50p)

사춘기 시절의 나는 어땠나요? (102p)

어른의 무게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142p)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하고 말했을 때 어땠나요? (169p)

엄마가 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 우리 엄마의 행동은 무엇인가요? (186p)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229p)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나의 기록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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