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
강성률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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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왜 필요한가? 작년 12월에 우리는 철학이 없음의 위험을 체감했다. 물론 여전히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하는 부류도 있다. 정치나 경제, 종교, 문화, 교육. 이런 모든 분야에 철학이 필요하다. 참과 바름을 추구하려는 사유의 결과가 모여 철학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의미없다 하면서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중시하기도 한다. 과연 그러한가? 치열한 무한경쟁의 시대에 멈춰서서 바른 길로 걸어가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책은?

소설가, 철학자, 교수로 여전히 일하고 있는 저자 강성률 박사가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2009년)을 새롭게 수정 보완해서 펴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하며 살아온 독자라면 중국과 인도에서 태동한 동양 철학의 영향 아래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되어 중국에서 발전하고 한반도로 전래되어 우리 역사와 사람들의 내면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저자는 제1부에서 중국 철학을 가장 먼저 소개한다. 공자, 맹자 등이 씨를 뿌린 유학에 이어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 묵자와 양자 등의 제자백가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세월이 흘러 성리학이 정립되고 이어 심학과 양명학으로 유학은 발전해 가는 과정을 주요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찬찬히 설명한다.

거기에 측주로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용어 설명, 인물을 매우 간명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책 속의 책을 읽은 느낌이 든다. 한가지 바라는 점은 다음 개정판엔 각 장 서두나 말미에, 또는 권두 또는 권말에 연표를 게재해 주면 좋겠다. 워낙 많은 인물들과 사건을 다루다 보니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게 연표나 도표가 있었으면 한다.

제2부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인도 철학을, 마지막 3부는 역시 생소하게 느껴지는 한국철학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 철학이 있기는 한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뿐일까? 철학 하면 두꺼운 책과 교수님 이미지에 갇혀 있는 것이 안타깝다. 사회 구성원이 각자 삶의 지표가 될 철학을 갖고 사유하는 훈련을 하는 그런 세상을 바란다. 자신의 운명을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주도할 줄 아는 생활 철학인이 되어야 할 이유. 철학사는 은근해 말해 주는 것 같다.

*** ***
진시황의 정치는 지극히 치밀하여 맹위를 떨쳤음에도, 결국 백성들의 반감을 산 강압정책으로 인해 멸망했다. 자신의 지략과 힘으로 천하를 태산같이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는 군주는 언젠가는 백성들의 반란으로 인해 반드시 무너지고야 만다. (85쪽)

우리는 시간상으로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기 때문에 삶과 죽음도 차별하지만, 결국 시간이란 앞뒤의 구별이 없는 하나의 흐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삶과 죽음 역시 시간의 흐름 위에서 움직이는 두 개의 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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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읽기와 필사 - 국가와 국민의 약속, 헌법 읽고 쓰기
대한민국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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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읽기와 필사. 매우 특별한 책이다. 헌법을 국가와 국민의 약속이라고 간결하게 표현했다. 저자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이다. 정성이 느껴지는 양장본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면 왼편엔 헌법 조문 한개 조 전문이 인쇄되어 있다. 오른편은 빈 공간에 줄만 옅게 쳐져 있다.

1988. 2.25. 시행된 우리나라 헌법이 모두 130개 조문에 부칙이 6개조이니 이 책의 쪽수 계산이 나온다. 우리 헌법은 모두 10개 장 130조와 부칙 6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 전문은 별도이다.

헌법. 모든 법의 근간이 된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헌법을 펼쳐놓고 바라보는 느낌이 선선하다. 헌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역사는 보여준다. 역동의 시기에 매일 조금씩 짬을 내서 헌법을 읽고 필사하는 시도를 결심한 이유다.

오랫만에 시도하는 필사라서 필기구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이 되었다. 얇은 펜촉을 가진 만년필로 정했다. 8쪽에 있는 헌법 제1조를 읽고 옆에 있는 빈 공간에 필사를 하는데 마음이 뭉클하다.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잉크가 종이에 잘 스며든다. 좋은 종이를 써서인지 다음 쪽을 넘겼을 때 잉크로 쓴 손글씨가 비치지 않는다.

조문을 옮겨쓰고도 여백이 많다. 일단은 끝까지 필사를 다 하고나서 빈 여백에 어떤 단상을 기록할까 고민해 본다. 양장본이고 제본을 신경 써서 해서 좋은 노트로 활용할 수 있겠다 싶다.

헌법 개정 이슈가 있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많은 변곡을 이겨내고 성장해 왔다. 이제 그간 축적된 헌법 개정 이슈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이런 때에 헌법을 한번쯤은 정독하고, 거기에 더해 정성을 다해 손글씨로 필사하는 경험을 해 보는 것. 도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 읽고 쓴 느낌을 자유롭게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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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쉬워지는 책 - 맥락과 흐름만 잡아도 성경 쉽게 읽을 수 있다
존 팀머 지음 / 터치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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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는 말이 있다. 싸면서도 좋은 물건이 과연 있을까? 이것처럼 한 권으로 끝내는~, 또는 한 달만에 끝내는~ 이런 제목의 책들도 많다. 이번에 읽은 책 '성경이 쉬워지는 책'도 제목에 혹한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면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하는 부제가 눈에 띈다. "맥락과 흐름만 잡아도 성경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성경을 이해하려면 맥락과 흐름을 먼저 알아야 한다. 맥락을 알려면 책을 부분 부분 조금씩 읽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끝까지 보는 것이 좋다. 역사나 지리,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의 배경을 같이 공부해야 맥락과 이야기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 고로 채 240쪽이 안되는 이 책 한 권으로 성경의 맥락과 흐름을 모두 아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 이 책 '성경이 쉬워지는 책'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성경 66권에서 말하고자 하는 일관된 흐름과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12개의 주제로 압축해서 제시한다는 점이다. 성경이 인간에게 일관되게 알려 주려 하는 핵심 메시지를 알면 성경을 읽는 즐거움, 깨달아 알아가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거기에 대해 이 책은 단순히 12개의 챕터를 독자가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그룹 토론이나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질문지와 묵상할 내용을 제공한다. 게다가 모임의 인도자를 위한 지도자용 지침서를 큐알 코드로 제공해서 보다 활용도를 높여준다.

12개의 주제는 제1장 하나님의 창조로 시작해서 제12장 역사의 이면을 보여주시는 하나님으로 마친다. 1장은 창세기이고 12장은 요한계시록을 다룬다. 성경 66권 배열 순서대로 핵심 주제를 배치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의 핵심 주제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 봤다. 목차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자기 백성'이다. 성경은 자기 백성과 약속을 하시고, 데려 오시고, 왕을 선택해 주시고, 호소하시고, 거룩한 성을 약속하시고, 독생자를 보내시고, 모으시고, 다시 세우시는 하나님을 보여 준다.

저자와 출판사가 권면하는 것처럼 이 책은 혼자 읽고 덮어두는 게 아니라 소그룹이나 독서모임을 일으켜 함께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실제 삶에 적용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 ***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택하신 것은 특별한 권리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책임을 맡기기 위해서다. 바로 "이방의 빛으로 삼아" 하나님의 구원이 "땅 끝까지 이르게"하기 위함이다. (46쪽)

바알을 숭배하면서 이스라엘이 여호와를 떠난 것은 아니다. 때로 위기가 닥치면 이스라엘 민족은 다시 하나님께 돌아왔다. 그러나 농사에 관해서는 바알을 의지했다. 전투에서의 승리에 대해서는 하나님께 감사하면서도 토지에서 얻은 수확에 대해서는 바알을 의지했다.(77쪽)

사울의 근본적인 죄가 불순종이고 다윗의 근본적인 죄가 폭력이었다면 솔로몬의 근본적인 죄는 바로 배고다. 솔로몬의 이방인 첩과 후궁들은 자기 나라의 신들을 계속 섬기고, 솔로몬도 각 신들을 위한 신당을 짓도록 허락함으로써 배교를 조장한다. 결국 솔로몬 자신도 우상숭배에 빠져서 시돈 사람의 여신 아스다롯과 암몬 사람의 가증한 밀곰을 따르게 된다.(92쪽)

선지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시 하나님께 충성하라고 온 몸과 마음으로 호소한다. 또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과의 언약을 다시 새롭게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103쪽)
선지자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회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의 삶 전체를 하나님 중심으로 재조정하도록 초대한다. 하나님과 그분의 언약을 떠난다면 삶이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언약이 깨진다는 것은 공동체가 까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언약의 맹세를 깼을 때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제사장은 위선자가 되며, 종교적 예배는 조롱거리가 되고 만다.(104쪽)

예레미야 당시에 예루살렘의 불가침성에 대한 믿음은 거의 맹목적인 이념으로 굳어져 있었다. 다윗의 성이 무너지고 다윗 왕조의 통치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로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다윗 왕조가 끝나게 되자 사람들의 신앙은 동요되고 기존의 신학으로는 일어난 상황을 설명할 수 없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언약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함이라는 관점에서 당시의 비극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면 인간적으로 말해 이스라엘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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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원 AI
원동연.민진홍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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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둑기사 이세돌9단이 알파고라고 작명된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벌인 바둑 대결이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벽하게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 몇 년이 그냥 흘렀다. 그러다 2022년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GPT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 모델은 세종대왕 아이패드 투척사건 등 잘못된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 버전업이 될수록 기능 향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미다. 각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일상생활의 편의 뿐만 아니라 업무와 교육, 창작-작곡, 디자인 등- 영역에까지 파급력이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함으로써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번에 읽은 신간 '5차원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 방향을 재설정하자고 제안한다. 저자 원동연은 평생 지론으로 5차원 교육을 설파해 왔다. 바로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능력, 인간관계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67쪽에 전인격적인 인격교육을 위한 25가지 커리큘럼을 표로 볼 수 있다.


공동 저자 민진홍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마케팅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력(인간의 능력)을 키워 인간다움을 지키는 방법을 기술자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책은 모두 2부 8개장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조적 지성과 인간 능력을 키우는 교육의 방향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제2장에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럼에도 인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를 설명한다. 


제2부에서는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조하며 활용해야 하는지를 실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질문 뿐만 아니라 전제조건을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실례로 독자가 구상하는 책을 인공지능과 협업해서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데, 따라해 보면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가며 어떤 내용이 있나 살폈는데, 일상과 업무 중에 필요한 때에 목차를 보고, 따라해 볼만한 가이드가 꽤 많이 수록돼 있다. 8장 더 깊이가기가 그것이다.  

*** ***


좋은 질문이란 우리의 사고를 확장하고, 지식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질문이 없으면 배움이 깊어지기 어렵고,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이란 우리가 얻은 지식이나 교훈을 자신의 삶에 실제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질적이고 의미 있는 질문을 주고 그 질문에 대해 답해 보면서, 지식을 더 깊게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할 때 중요한 지식이나 교훈을 스스로의 경험과 연결하고,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38쪽)


사실 우리는 왜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무엇을 알기 위해서 대부분의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왜 질문했느냐의 질문을 상대방에게 받게 되면, 그때부터 생각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작은 질문이 우리를 조금씩 변하게 만들어 줍니다.(89쪽)


AI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배워서 글을 쓸 수 있지만 우리의 생각이나 경험, 상황을 직접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좋은 답변을 받으려면 필요한 정보를 잘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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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수업 - 대영박물관에서 다니엘 읽기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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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양규 목사의 전작 '중간사 수업'을 참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새롭다. 저자가 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였다. 뭔가 학문스런 접근하면서도 현학스럽지 않은 문체에 이끌렸다. 설교스럽지 않은, 그러나 읽다보면 묵직한 울림이 있는 그런 경험을 저자 박양규 목사의 책과 만나면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저자의 내공은 그의 학창시절로 유추해 볼 수 있겠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이어 서양사학과로 석사과정을, 박사과정은 신구약 중간사 연구를 했다고 한다. 때문에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성경 기록의 배경이 되는 역사와 문화 등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과 안목이 번뜩인다. 


특히 이번 신간 다니엘 수업은 수많은 사진 자료와 함께 읽는 재미가 있다. 대영박물관 소장품 사진을 본문과 대조해 가며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쉬운 점은 지면 한계 때문인지 사진 도판이 작아 돋보기를 들고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거기에 더해 책 서두에 두 점의 부록이 접혀 있는데 이게 성경 속 역사 여행에 큰 이정표 역할을 한다. 부록1 한눈에 보는 성경역사와 부록2 한눈에 보는 다니엘 마인드맵이 그것이다. 다른 책들과 달리 앞부분에 부록이 있어 독서 중에 펼쳐보기 좋았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다니엘이란 인물을 먼저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가 활동하기 이전의 고대 근동의 세력 판도와 그에 따른 종교를 비롯한 제국의 흥망성쇠를 소개한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마치 대영박물관의 거대한 미로를 찾아걷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신흥 제국 바벨론의 수도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역사 속 인물과 배경이 독자의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흥미로운 책읽기가 가능하다. 그저 한 권의 옛날 책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과 의식을 깨게 하는 힘이 성서에는 있다. 이 성서(경) 읽기를 돕는 선생님과 같은 책. 다니엘 수업 같은...


이 책 읽기의 백미는 에필로그에 있다고 본다. 저자는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말은 그만 하자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다니엘 수업을 들어(읽어)보라. 


팬데믹 이후 한국사회는 이전에 없었던 변곡을 겪었다. 이 와중에 교회는 비대면과 대면 예배를 놓고서도 일반 사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교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로는 이제 더 이상 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또한 다니엘 수업을 들어야 할 이유.


*** ***

팬데믹 이후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나안 성도들이 급증했고, 교회는 '무인도'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집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성경을 읽으며 기도했고, 날짜를 표기해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섬에서 만난 원시인 프라이데이에 대한 교육은 청교도 교육의 상징이며, 시대를 향한 디포의 설교였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고 한 겁니다. 

(30쪽)


이스라엘 민족은 태생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해야 하는 나라였습니다. 그 정체성을 잃는 순간 끊임없는 침공에 시달려야 했고, 우상숭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제사장 나라로 부름을 받았으므로 전쟁 문제뿐 아니라 생존 문제도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그분을 의지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을 종교적인 차원에 국한시키고 일상의 영역은 강대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강대국을 의지한 겁니다.(84쪽)


엄습하는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손을 뻗는 우리의 연약함은 자칫 더 큰 비극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이스라엘의 고통이 외부의 강력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내면의 연약함과 불신앙이 그들을 위축시켰고 고통과 멸망을 가져다주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과연 아시리아와 같은 절망이 밀어닥치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02쪽)


오늘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유사한 다윗 언약'을 내세우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소위 '국뽕'에 심취한 나머지 고안, 과부, 빈민, 약자들을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윗 언약에 열광한 대가로 '가나안' 성도를 양산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다니엘을 외치지만 실제로논 '하나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한 가짜 언약은 바알과 맘몬의 또다른 얼굴입니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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