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봄 : 당신의 스물아홉부터 서른다섯은 어땠는지
최새봄 지음, 서상익 그림 / 다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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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꽃,그림,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매일의 일상을 짧은 글로 남겼다. 그리고 29세에서 35세까지 7년의 기록을 고르고 추려서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최새봄의 인생 첫번째 책 '일곱 번의 봄'은 마치 감수성 많은 소(숙)녀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듯한 긴장감이 배어난다. 다른 이의 인생과 삶과 여행의 과정에서 만나는 단상을 활자로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저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눈을 거쳐서 뇌에 인식된 활자를 나의 감상으로 치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타인의 삶을 경청하고-책을 정독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간은 기력이 쇠해지고 몸과 뇌의 활동이 예전같지 않으면 아집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찰수록 고집스러워진다는 말을 점점 마음 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개인 사업-아뜰리에 봄-을 시작한 저자의 결단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평생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은퇴를 향해 가고 있기에 이십대 후반에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결단을 한 것이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저자 최새봄은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자신이 감당하겠다고 새로운 출발을 감행한 것이다. 그럴 때에야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타인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것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좌충우돌의 7년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인 셈이다. 그래서 책 제목도 7번의 봄이라 지은 듯하다. 추운 겨울-인생의 위기-을 견뎌내면서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을 기대하듯 저자는 홀로서기의 여정을 자신만의 담담한 필체로 꾹꾹 적어냈다. 진한 활자와 중간 중간의 세밀한 삽화를 마음에 새기다 보면 독자는 한가롭지 않은 청년 사장의 내밀한 서재와 작업장을 드나들 수 있다. 


나답게 살고 싶은가?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모두들 이런 생각을 해마다 새해가 되면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르는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하곤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이를 위해 준비-예산,자질,시간 등-를 하고 결단을 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결정과 실행에 옮긴 사람을 관심있게 보고서 부러워한다. 부러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실천에 옮기는 시도를 해야 한다. 책을 읽고 아 좋다 또는 이 사람은 그럴 만하니까 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서 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저자의 뼈 때리는 조언을 소개한다. 

매출이 좋은 달도 안 좋은 달도 월세는 꼬박꼬박 내야 하고 세금도 제때 챙겨야 한다. 단 1원도 그냥 들어는 일이 없으니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내야 한다. 회사는 일이 주어지지만 내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장이자 직원이니 나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1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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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게 배우는 직장인 필살기 - 불확실한 직장생활에서 필히 살아남는 기술
이호건 지음 / 싱긋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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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읽어야 할 책 중 하나가 ‘장자’이다.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 인물로 노자와 함께 도가(道家)의 일가를 이뤘다. 이런 그가 21세기 서울의 어느 회사에 직장생활 고민상담소장으로 시공을 뛰어넘어 낙하산 타고 취직을 했다. 그 회사 만년 과장인 오상수와 장소장이 직장 생활 고민 상담을 주고 받는 내용을 엮은 것이 이호건 박사의 신간 ‘장자에게 배우는 직장인 필살기’이다. 저자 이호건은 경영학 박사로 직장인을 위한 인문학 개론서인 ‘니체 씨의 발칙한 출근길’을 저술한 자칭 타칭 ‘생활 인문학자’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독특하다. 직장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글감 소재가 참으로 깊고 방대하다. 장자 33편은 크게 내편(內篇), 외편(外篇), 그리고 잡편(雜篇)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주제에 맞는 장자의 가르침을 인용한다. 거기에다 플라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테스형, 독일의 니체 등등의 내로라 하는 철학자들의 통찰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 책은 자유, 자아, 쓸모, 진리, 관계, 운명이란 6개 장별로 열기(들어가는 글), 장주 상담소장과 오과장의 만남과 대화가 이어지는 구조이다. 마치 대학에서 이론 강의를 듣고 난 후 분임별 토론을 일대일로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류의 책은 먼저 일독을 한 다음 서가에 꽂아두고서 필요한 사안이 생겼을 때마다 꺼내 읽어야 한다. 마치 비상약 처방전처럼 말이다. 


주옥같은 가르침이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다. 어느 동네에 오랜 수령과 규모를 자랑하는 나무가 있었다. 대목장이 그 나무는 쓸모가 없기에 천수를 누린다고 제자들에게 설명했다. 이를 들은 나무가 그것은 당신 생각이고 내가 목재로나 땔감으로 쓸모가 없었기에 비로소 거목이 될 수 있었음을 왜 간과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관점으로 쓸모와 유용성을 판단함을 지적하는 에피소드이다. 또 이런 가르침도 있다. 


장자는 일찍이 와우각상쟁이란 말로 땅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일을 마치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툰다’고 설파했다고 한다. 인간들의 관점으로 보면 중요하고 큰 일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대수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마치 대학 입시에 한 번 실패했다고 그 인생 자체가 실패한 것이 아님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임을 저자는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나 또한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 한다. 머지않은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퇴직할 때를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누구나 퇴직 또는 인생의 마지막 여생을 맞이하게 된다. 가을 낙엽과 같은 차갑고 스산한 퇴직을 받아들이는 2가지 자세를 저자는 소개한다. 당신은 운명론자인가, 아니면 안명론자인가 하고 묻는다. 운명론은 사람의 운명을 미리 정해져 있어서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것이고, 안명론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을 알고 그것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을 뜻한다. 나도 이제부터 운명 탓을 하지 않고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매일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이나 어울림을 위해서도 같음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타인과 구분하고 편을 가르기보다 함께 어울려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같음의 입장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마음이 평안해지고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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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광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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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나긴 우주진화의 여정 속 어느 한 지점에 잠시 머무는 우리는 생과 멸이 끝없이 윤회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자각을 가져야 하며, 결국 '나'란 존재는, '너 아닌 나'라고 주장할 게 바이없는, 광막한 허공중에 잠시 빛났다가 스러지는 한 점 불씨 그 이상이 아니라는 분별력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세계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277p)


과학책이면서도 왠지 철학적 뉘앙스가 물씬 배어난다.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은 천문학과 우주를 주제로 인간을 이야기 하는 작가 이광식의 신간이다. 그는 아마추어 천문관측가이면서 저술가이다. 작년에 저자의 전작 '천문학 콘서트'를 읽었기에 이번 신간은 단숨에 일독할 수 있었다. 물론 수학과 물리 공식을 설명하는 부분은 패스하면서 읽었다. 알면 더 좋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우주와 천문학의 발견 성과를 일목 요연하게, 시대와 인물을 대입시켜 흥미롭게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인간은 고대부터 불변의 진리를 추구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하늘에 변함없이(?) 떠 있는 일월수금화목토성을 신격화하기까지 했다. 물론 우주의 중심을 지구로 둔 채로. 


그러나 망원경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단지 육안으로 관측하던 시대와 다르게 인류는 천문 관측에 비약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 그 결과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변방에 속한 작은 점 같고, 은하의 갯수도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장시간 중노동과 같은 관측과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비교 분석의 수고가 있었다. 우주의 신비를 벗겨내기 위한 인간의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아니 영원히 한 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우주는 방대하고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태양계의 기원과 형성에 대한 이론을 처음 주장한 이가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만났던 철학자의 박사 논문 제목이 '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이라 한다. 그가 주창한 성운설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한다. 80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죽은 칸트의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늘 새로운 놀라움과 경외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2가지 있다. 하나는 내 위에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이요, 다른 하나는 내 속에 있는 도덕률이다.' 이렇듯 이 책에는 천문학 역사에 중요한 발견과 역할을 한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각 장마다 수록되어 있어 본문을 이해하는 도움을 준다. 별(항성)들이 가득한 우주인데도 우리가 매일 보는 밤 하늘이 어두운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한 이가 예상외로 천문학 또는 물리학자가 아닌 소설가였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물론 그 소설가는 아마추어 천문관측가이기도 했다. 누군지 궁금하지 않은가? 밤 하늘이 어두운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과학책이 아닌 철학과 종교 개론을 읽은 느낌이 난다. 우주를 향한 호기심은 사실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를 이루는 수많은 별들과 물질들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암흑 에너지- 안에서 질서있게 운행하고 생로병사를 하고 있다. 3백쪽이 채 되지 않은 책이지만 8개 장과 에필로그를 통해서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그간 천문학계가 이룬 성과들-을 간결하고 쉽게 설명해 준다. 거기에 저자만의 글맛이 있다. 새로 알게된 우리 말도 신선했다. '사품', '바이없는'. 이 두 낱말은 처음엔 오타였나 싶었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작가의 지난한 수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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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 일 잘하는 사람의 창의적 사고력
모니카 H. 강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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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그러나 연말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대신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각별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때에 순전히 제목만 보고 골라 잡은 책이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이다. 부제는 '일 잘하는 사람의 창의적 사고력'.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인 모니카.H.강이다. 그는 사업가이면서 동시에 창의 교육 전문가로 소개된다. 이 책은 그의 첫번째 저작이다. 행간을 보면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을 에피소드 삼아 각 장의 주제를 설명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여전히, 꾸준히 출간되는 자기계발서적들.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각각의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독자가 정말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는 알지만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여러 권면들이 나열되어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창의성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라. 실패를 두려워 말라' 

어디선가 들었거나 이미 읽었던 것 아닌가? 저자는 정직하게 "그렇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고 습관화하는 것이다. 이것을 업무의 영역에서 생활화하는 팀원이 많은 조직이 성과를 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제약과 외부환경적 요인을 핑계로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시간과 예산, 인력 부족을 오히려 역발상의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의존하지 않고 팀원들의 숨어있는 역량을 발견하고 끄집어낼 수 있다. 


많은 리더들이 창의성 부족의 이유로 자원 부족을 꼽지만, 제약을 기회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제약은 창의성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이다. 제약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하기 때문이다. 만약 창의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은 지금까지 창의성을 오해해온 것이다. (122-123p)


저자는 6장에서 진짜 나를 아는 것이 힘이다를 설명하면서 짐 콜린스의 통찰을 소개한다. 기업이나 조직 문화가 여우형인지, 아니면 고슴도치형인지 그림으로 설명한다. 여우형은 어지럽고 산만하며 일관성이 없다. 153쪽에 소개된 그림을 찾아보라. 반면 고슴도치형은 네모 하나로 표현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의 한 시인은 '여우는 사소한 것을 많이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기 자신 또는 내가 속한 조직이나 기업이 어떤 성향이나 상황에 처해 있는지,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조직원들이 한 목표를 향해 협력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이 앞장 서야 한다. 마치 전장의 소대장이 가장 솔선해야 하듯.


미국인과 한국인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미국인들은 자기 장점을 자신있게 과장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겸손해 한다는 것이다. 남의 시선을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조직의 리더는 팀원들이 주저하지 않고 자기 역량을 발휘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자신감에 날개를 붙여 줘야 한다. 아직 날개를 펼치지 못한 팀원들의 잠재력이 깨어나도록 채근하지 말고 기다려 줘야 한다.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팀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시를 한 사람은 빠른 피드백을 원하고 성과나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하지만 팀원들이 아무리 열정을 가지고 일에 매진해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성과를 내긴 어렵다.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창의력을 기대한다면 여러 각도로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팀원들에게 줘여 한다. 이 과정 또한 투자인 것이다. 리더와 팀원이 이런 사고의 훈련이 체화되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 8장에서 언급한 실패의 다양한 모습도 힘이 되어 준 주제이다. 리더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한 훈련도 필요하다. 리더로서 팀원들의 실수와 실패를 자주 본다. 이때 제대로 된 코칭을 해줘야 한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익히게 하고 실패하더라도 뒤에서 내가 버티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바로 실전에 써먹을 내용이 많이 있다. 일터 책꽂이에 두고 머리가 아플 때마다 꺼내 읽고 동기부여를 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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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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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사람의 발길을 붙들어 놓았다. 세계를 누비던 비헹기도 주기장에 묶인 지 오래 되었다. 지금까지 이런 연말은 없었다. 주말이 오기를 기다렸던 여느 때와 다르게 이젠 집밖 출입을 못하고 방콕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때에는 시공을 초월한 책 속으로의 여행이 나름 의미가 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시인 박지웅의 신작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진 산문집이다. 산문집이긴 한데 시도 있고 마음 푸근하게 하는 수채화도 제법 수록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작가는 자기의 현재 일상은 물론 과거 유년시절의 추억까지 소환해 온다. 소소한 삶의 에피소드에서 시의 주제와 소제를 끄집어 내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이 책이 흥미를 끄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인이자 작가로, 또 문학교실 강사로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에서 글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란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하다. 도서관에서 열릴 문학 강좌에 교통 정체로 2시간 지각한 아찔한 상황을 풀어냈다. 2시간이나 늦었지만 단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려줬다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지금이라도 출발해야 하는가, 포기해야 하는가.' 갈등의 순간은 언제든지 다시 온다. 그 순간의 나는 나에게 넌지시 말을 해볼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39~39p)

분주한 일상 가운데 잠시 짬을 내서 한 잔의 차와 함께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이 책을 펼쳐 보자. 자그만치 54편이나 되는 삶의 이야기와 거기서 빼낸 비단 실 같은 시와 사색의 결과물이 산문으로 짜여 있다. 한 번 읽어보니 잠시 시간을 두고 재독, 삼독을 해야 숙성된 포도주처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그만큼 삶의 단상을 글로 풀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인이 자연과 인생을 함축하여 시어로 뽑아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듯 독자 또한 그것을 복조해 내는 사색의 시간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문장을 보자.

살아가다 문득, 도시 바닥에 암매장된 '흙'을 본다. 도시의 나무들은 흙에 뿌리를 내렸다기보다는 그 위에 꽂혀 있다. 우리가 봉쇄한 땅에서 나무들은 살아간다. (230p)

작가는 이런 상황을 마치 인디언 보호구역을 연상케 한다고 일갈한다. 성분상 같은 흙일지라도 도시의 콘크리트 안에 갖힌 것과 너른 들판의 그것은 다르다. 작가는 54편의 산문을 읽으면서 각자의 삶과 인생은 어떠한지 생각해 볼 것을 생각해 보라고 독자에게 말을 건다.

작가는 또 대만 출신의 데이얀 영 감독의 단편 영화 'BUS 44'를 소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왜 보고만 있는 건가요'라는 산문(172~176p)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자신만을 챙기기 바쁜 각박한 현대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그 피해자가 바로 나와 가족일 수도 있다는 각성이 필요하다. 마치 세월호 사고를 남의 일처럼 여기고 기억에서 소거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듯. 작가는 굳센 의지를 갖고 삶을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와 가치를 찾으라고 강권한다. 이 작은 책은 가벼운 듯 무겁다.

사람의 발길과 손길과 숨결이 공포가 되어버린 시대, 코로나가 강타한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곁'과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고서 우리는 새삼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다' (157p)

다음날, 나는 한 통의 팩스를 전해 받았다. 차량 말소 증명서였다. 그렇게 누비라는 많은 추억을 싣고 망각의 강을 건너갔다. 누비라는 지금쯤 레테의 강가를 따라 아주 먼 길을 달려가고 있으리라. 그날 나는 추억의 필름 아래 이런 글귀를 하나 적어 넣었다.

20X 5430(1999~2013)

지구 다섯 바퀴를 돌고 벚꽃 아래 잠들다. (1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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