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

- 여행의 관한 책은 둘 중 하나다. 껍데기 같은 질투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거나. 정신없는 일상 속 깊은 심호흡처럼 편안함과 휴식을 주거나. 이책은 후자다. 마음한번 가라앉히고 들숨과 날숨을 느껴보게 하는 조용한 책.

- 나에게도 바쁜 일상속에 위로가 되는 마음 따뜻한 작은주머니 하나 가지고 있는지. (없...느..ㄴ 것 같지만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면 있을거야...거야...그럴거야...)

-나도 그림그리러 아이슬란드에 가고싶다. 물론 발음하기 어려운 언어(시글뤼피외르뒤르-지역명임, 크리스틀뢰이흐-사람이름), 살인적인 물가(햄버거가 5만원이래) 등등을 고려하면 현실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슬란드의 작은 어촌 10대들은 친구들과 말타고 언덕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지구가 아닌 곳의 이야기인듯 하다. 그들은 세계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갈까.
하지만 그들도 동양의 작은나라 한국의 아이돌은 너무나 사랑한다고 한다. 동교동의 맛집들까지 술술 꿰고 있다고 하니 이것도 지구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참 바쁘게 흘러간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다른 많은 이들처럼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소비하는 기이한 능력을 갖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작 하루의 끝에 무엇을 보았는지는 잘 기억나질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몰입의 시간을 갖기 어려워지고, 마치 땅에 발을 착 붙이고 서 있는게 아니라 동둥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래서 왠지 이곳에 살고 있지만 실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고독하지만 한편으론 아주 자유로웠다. 수많은 것들에서 떨어져 나온 이 거리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p.54

아이슬란드에서는 의사의 봉급이 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는 터라 더 높은 곳, 더 많은 것을 취하는 삶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한다.p.185

문득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이렇게 하얀 수염의 아저씨와 순식간에 친구가 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의 모든 창조적 노력에 언제나 행운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우연히 어떤 곳에서든 다시 조우할 수 있기를. 로버트.

Good luck in all your creative endeavors. We hope our paths cross again. Sincerely, Robort.
P. 251

신기하게도 매일을 느릿하게 보낸 것 같은데 서울에서 몇 달간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그림을 그렸다.
도시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그리 바빴던 걸까. P.268

나는 가끔 숨 막히는 지하철 안에서 올라프스피외르뒤르라는 이름의 작은 주머니를 슬그머니 꺼내본다. 그리고는 그곳에 몰래 숨어든다.
(...)
지구 반대편 꼭대기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순박한 사람들이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있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때론 그것이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p.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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