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영웅들 김영사 모던&클래식
윌 듀런트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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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쓴 또 하나의 역자, '철학 이야기'를 읽던 기억이 새롭다. 고등학교 때 윤리 과목 선생님이 대학생이 되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 준 책이다. 질문이라곤 별로 없이 주입식 지식만을 머리 속에 집어 넣는 수업시간에 모처럼 철학적 명제에 대한 질문을 한 제자가 기특해서인지 지은이 이름과 책 제목을 직접 칠판에 써주셨다. 하루도 최루탄 냄새가 가신 날이 없었던 대학 1학년 봄에 이 책을 읽었다. 물론 내용의 반 정도는 이해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윌 듀런트'가 남긴 마지막 저작이라고 한다. 그가 50년에 걸쳐 인류의 문명사를 기록한 '문명 이야기'시리즈는 고대 문명의 기원에서부터 나폴레옹 시대까지의 역사를 유장한 필치로 그려 낸 역작인데, 이 책은 11권에 이르는 그 문명 이야기를 '인물' 중심으로 압축하여 다시 엮은 책이다.

 

제1장 '문명이란 무엇인가'는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인류 역사는 생물학의 한 부분이다. 인간은 수 없이 많은 종들 가운데 하나이고,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싸움과 살아 남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들의 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문명을 시작한 것은 '여자'이고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마지막 동물이라는 지은이의 통찰이 재미있다. 그는 문명을 떠 받치는 다섯 기둥으로 가족, 종교, 교육(학교), 법, 대중의 의견(여론)을 지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를 관찰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웅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영웅이란 정복자, 권력자, 장군 등과 같은 부류의 인물 뿐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나 예술가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한결같이 위대함과 더불어 인간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다. 지은이는 영웅들의 위대성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슬그머니 그들의 약점도 거침없이 털어 놓고 있다.

 

'문명이란 무엇인가'에 이어 4대 '고대문명'을 한 차례씩 훑고는 곧 이어 서양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인 '그리스'와 '로마문명'을 개관한다. 이어 '기독교의 성장과 중세시대', '르네상스 시대', '종교개혁', 그리고 이성의 시대가 도래함을 알리는 '세익스피어와 베이컨의 시대'를 마지막으로 중도에 끝이 난다. 인류의 역사라기 보다는 서양의 역사와 문명을 휴머니즘 관점으로 정리하였다.

 

쉽게 손이 나가는 그런 책은 아니지만 끈기있게 조금씩 읽어 내면, 분명 남는 것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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