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침묵
질베르 시누에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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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나니, 문득 존 레넌(John Lennon)의 명곡 'Imagine'이 떠오른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하면 지옥도 없을 것'(Imagine there's no heaven/No hell below us)이라는 대담하고도 발칙한 노랫말은 당연히 교회의 지탄을 받았고 이매진은 사탄의 노래로 치부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멜로디의 이 노래는 실은 아나키즘, 원시공산주의, 평화의 아이콘으로 읽힌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 형식을 빌어 신의 문제, 종교의 분열과 갈등, 그리고 이해와 포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가볍지 않은 주제를 미스터리 스릴러의 겉옷을 입혀 얼마나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했느냐? 와는 별개로 소설의 도입부를 임팩트있게 시작하는데는 일조를 한 것 같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외딴 섬에 칩거하고 있는 추리소설 작가 '그레이'부인의 집에 생면부지의 한 남자가 찾아오지만 도착하자 마자 목에 난 상처로 죽는다. 경찰에 연락하지만, 기이하게도 경찰이 도착하기전에 시체가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그 남자가 죽기 전에 부인에게 전달한 수하물표를 통해 부인의 손에 들어온 수첩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언어와 기호가 가득 씌어 있다. 부인은 수첩의 존재를 경찰에 알리지 않고 직접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암호를 풀어 나가 마침내 수첩의 내용을 해독해 보니, "연쇄살인범이 천국에서 열 명의 대천사들과 소천사들을 차례로 죽이고 있다 내용"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예수', '마호메트', '모세'라는 것이다.

어쩌면 황당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작가는 곳곳에 복선을 깔고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또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과는 다른 "이설"들이 소설의 내용과 무관하게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특히, 예수의 탄생과 관련하여 마리아의 처녀 잉태설을 부인하고 당시 유대를 점령한 로마군 장교의 강간으로 예수를 낳았을 거라는 사생아설을 암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수 스스로 '부활'을 부정하며 심지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까지 한다. 또한 예수가 가장 사랑한 수제자는 '유다'라고 하는 초기 교회가 이단서로 취급한 유다복음의 내용에 부합되는 내용도 있다. 유다복음에 따르면 예수를 배반한 것으로 알려진 유다는 실제로는 예수의 진리를 가장 잘 깨달은 자이며 그의 배반은 예수의 명령에 따른 것이고 한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언짢을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이설"은 항상 흥미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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