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어른들이라면 이런 그림책이 우스워보일지도 모릅니다. 글도 내용도 이게 뭐지 싶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그림책은 많이 없습니다. 그림책은 글이 멋지고 그림이 예술일 때 멋진 게 아니라 아이에게 어필할 때 멋집니다. 어제 잠자리에서 7세 딸에게 이 책을 읽어줬습니다. 전래동요들로 이루어져 노래로 부르며 읽어줬죠. 아이는 오늘 아침 깨자마자 다시 이 책을 찾았습니다. 아침을 먹으며 혼자서 흥얼거리며 책을 읽다가 깔깔댔습니다. 어른이 먼저 본다면 이 책을 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이 그림책의 매력을 금세 느끼게 될겁니다. 이제 모기가 나타나면 "똑똑 누구십니까"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거예요.
짝꿍 김경희의 말 "되게 예쁘다." 에서 시작된 남자 아이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내가 예쁘다고?'로 시작된 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예쁘다는 건 뭘까'로 사고의 확장을 이어가죠. 빌려달라는 색연필 하나 안빌려주는 짝꿍 김경희에게 마음을 열어버린 우리의 주인공. 과연 예쁘다는 건 뭘까요?자다가도 이불킥 할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아마도 황인찬 글작가가 겪었던 일 아닐까 싶어요ㅎㅎ시인이셔서 그런지 그림책 글이 하나의 시 같습니다. 이명애 작가의 그림이 서사를 잘 받쳐주고요. 특히 벚꽃 신, 참 아름다워요.초등학생들과 읽었을 때 반응이 궁금해요. 전 7세 여아랑 읽었더니 다 이해는 하는데 감흥이 덜하달까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초2 정도면 교실에서 이런 경험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초등 이상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읽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 다 제각각일 것 같아요. 그게 그림책의 묘미이기도 하고요ㅎㅎ
부키니스트의 전작 <우리는 예술가다>를 읽었다면 <우리는 탐험가다> 소식에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다. 예술, 탐험...모두 여건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것들 아닌가? 돈만 있다고, 시간이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일을 해낸 여성들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21세기의 우린 도전을 받고 용기를 낼 힘을 얻는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어낼 필요가 없다. 아이와 잠자리에서 한 챕터씩 읽는 것도 좋고, 다른 책이나 학교, 매체에서 다뤄지는 인물에 연계하여 보기도 좋다. 14인의 탐험가들의 실제 사진 자료 및 카리 허버트의 멋진 그림이 눈을 사로잡고, 그들의 멋진 행적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머리말만 읽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면 미리 보기에 들어가 머리말을 읽어 보자.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더욱이 봐야 한다. 식은 마음에 군불을 지피는 책이 될 것이다.
안드레아 비티와 데이비드 로버츠 콤비의 2학년 교실 시리즈가 어느덧 5권째입니다. 교실 속 다양한 인종과 성격과 꿈을 가진 아이들을 펼쳐보이는 작가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이 책은 난독증을 가진 에런이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화가인 에런 더글러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죠. 에런의 가족 구성원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성인양육자 둘은 모두 여성처럼 보이고 아이들 인종도 다릅니다. 에런과 함께 잠이 드는 아이의 귀엔 파란 보청기가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머리맡에는 청각장애를 가진 타악기 주자 이블린 글레니의 포스터가 있죠. 이처럼 이 책에서는 주인공 에런 이외의 인물들과 배경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겉싸개 역시 놓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예전 시리즈들과 다르게 이번 번역판은 겉싸개를 살렸는데요. 겉싸개를 벗기고 드러나는 겉표지의 아름다움은 실물로 책을 볼 때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만듦새도 내용도 모두 아름다운 그림책 왕추천합니다!
영유아를 위한 성교육 그림책이 필요한 현실이란 게 서글픕니다. 하지만 꼭 필요하죠. 어릴 때부터 내 몸을 지켜야 합니다. '3~7세 영유아와 어른들을 위한 첫 성교육 그림책'이라는 설명 그대로, 이 책은 영유아가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단순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이들 키우면서 성기에 대한 명칭을 알려주기 부끄러워 하는 부모도 많은데요. 이 책을 보며 정확한 명칭을 익히고 나쁜 어른들이 아이에게 다가와 팬티 속을 만지려고 한다든가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모두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일을 이미 당했다 해도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런 일이 있었을 때 바로 양육자나 믿을 수 있는 보호자에게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걸 간결하게 설명해 줍니다. 유아교육기관이라면 필수로 한 권 씩은 구비해야 할 정보 그림책입니다. 영유아가 아니더라도 오히려 동생에게 읽어주는 그림책을 옆에서 지켜보는 큰 아이나 읽어주는 어른에게도 필요한 책입니다.